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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313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미간행]
판시사항

피해자가 피고인 등과 싸우는 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등이 피해자에게 가한 폭력행위와 피해자가 입은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유죄의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이전오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제1심이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2001. 9. 27. 21:00경 피고인과 피해자가 쓰레기 분리수거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가 피해자가 피고인과 피고인의 남편 공소외 1에게 욕설을 하였고, 이에 화가 난 피고인이 피해자의 뺨을 때리고 공소외 1도 손바닥으로 피해자의 목과 뺨 사이 부분을 2회 가량 때렸으며, 이를 지켜보던 공소외 2가 공소외 1로부터 뺨을 얻어맞자 공소외 1의 가슴을 1회 치고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등으로 공소외 1에게 오른쪽 제5중수지 골절상을 가한 사실, 그러자 피고인이 경비실 근처에 있던 화분을 들어 공소외 2에게 던져 공소외 2의 왼쪽 허리 부분을 맞히자 공소외 2가 도망을 갔고, 계속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의 뺨을 수회 때리고,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아당겼으며, 피해자도 피고인의 이마, 팔 등을 때리고 할퀴는 등으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서로 엉겨붙어 밀고 당기면서 싸움을 한 사실, 그 후 피해자의 여동생 공소외 3이 피해자의 팔을 잡아끌면서 싸움을 말렸고, 동네사람 이정옥 등도 싸움을 말려 싸움이 종료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싸움은 피고인의 주장처럼 피고인과 공소외 1이 피해자의 뺨을 몇 차례 때렸다거나 피해자의 머리를 2회 가량 민 정도로 끝난 것이 아니라, 피고인측과 피해자측 서로 간에 피고인의 집 현관에서부터 동남빌라 앞마당까지 상당 기간 밀고 당기면서 싸웠고, 피해자의 이 사건 좌상완신경총 손상(이하 '이 사건 상해'라 한다)은 위와 같은 싸움 과정에서 공소외 1과 피고인의 폭력행위로 말미암아 생긴 것으로 보여진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의사 은승표의 경찰 진술과 1심 및 원심법원의 은승표, 정학기, 재해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에 대한 회신, 사진(수사기록 134∼136면)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입은 이 사건 상해는 물리적인 가격에 의하여 발병할 수도 있고 세게 잡아당겨서 발병할 수도 있으나, 이 사건 발생 일시인 2001. 9. 27.부터 1주일 가량 경과한 2001. 10. 4. 피해자를 진찰한 의사 정학기, 이 사건 발생 일시부터 2주일 가량 경과한 2001. 10. 10. 피해자를 진찰한 의사 은승표도 피해자의 왼쪽 어깨 부분에 외상을 발견할 수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상해는 외부적인 가격에 의하여 생겼다기보다는 누군가 피해자의 팔을 세게 잡아당김으로써 발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피해자는 처음 경찰에서, 공소외 4가 자신의 팔을 꺾고 집으로 밀고 들어가라고 했고, 공소외 3이 자신을 뒤에서 끌면서 집에 들어가라고 하여 집에 끌려 들어갔으며, 당시 피고인은 자신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았으며 플라스틱 화분으로 자신의 머리, 가슴, 배 부위를 때렸고, 공소외 1은 자신의 가슴 부위와 뒤통수를 여러 차례 때렸다고 진술했다가(수사기록 49면), 자신이 이 사건 상해를 입게 된 사실을 안 이후부터는 공소외 1이 주먹으로 자신의 목과 어깨 부위를 3∼4대 정도 쳤을 때 심한 통증을 느꼈고(수사기록 81, 129면), 피고인이 화분으로 자신의 왼쪽 어깨와 팔 부분을 때렸다고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30면). 그 후 1심법정에 이르러서는 공소외 1이 손으로 머리를 2회 때리고 팔을 잡아 벽에 밀쳤고 어깨 부위를 10회 이상 때렸으며, 피고인은 손바닥으로 뺨을 수회 때리고 화분으로 얼굴 등을 내리쳤고, 공소외 4가 왼쪽 팔을 뒤로 꺾어서 계속 잡아당겼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공소외 2, 3도 처음 경찰에서 진술할 당시에는 피고인이나 공소외 1이 피해자의 왼쪽 팔을 잡아당기거나 왼쪽 어깨 부분을 폭행한 사실에 관해서는 전혀 진술하지 않았다가, 피해자가 이 사건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안 이후부터 비로소 공소외 1이 피해자의 왼쪽 어깨와 목덜미 부위를 주먹으로 3∼4대 때렸고 피해자의 팔을 잡아 벽에 밀쳐 놓고 어깨 부위를 손으로 때렸으며, 피고인도 화분 조각으로 피해자의 어깨와 팔을 때렸고, 공소외 4가 피해자의 팔을 잡아당겼다는 등 피해자의 진술과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나 공소외 1이 피해자의 왼쪽 어깨 부분을 주먹이나 플라스틱 화분 조각으로 때렸다는 진술은 모두 피해자가 이 사건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안 이후부터 비로소 나온 진술로서 선뜻 믿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당일인 2001. 9. 27. 21:40경 처음 피해자가 병원에 가서 진찰받았을 당시에는 어깨 부위에 찰과상 내지 좌상 등이 있었으나 2001. 10. 4. 피해자를 진찰한 의사 정학기와 같은 달 10. 피해자를 진찰한 의사 은승표 모두 피해자의 왼쪽 어깨 부위에 외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 점에 비추어 보면, 설령 피해자측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나 공소외 1이 피해자의 왼쪽 어깨 부분을 때렸다고 하더라도 이로 말미암아 피해자가 이 사건 상해를 입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반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해자가 처음 경찰에서 공소외 3이 자신을 끌면서 집에 들어가라고 하여 집에 끌려 들어갔다고 진술한 점(수사기록 49면), 공소외 3도 싸움을 말리면서 피해자의 팔을 잡아당겨 집으로 끌고 들어간 사실을 인정하고 있고(수사기록 34, 35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팔을 잡아당긴 사실은 없다고 1심법정에서 진술하고 있는 점, 그 밖에 이 사건 싸움을 말리거나 목격한 공소외 4나 정봉천, 채한경도 공소외 3, 2이 집으로 들어가자며 피해자의 팔을 잡아당겨 피해자를 집으로 끌고 들어갔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수사기록 94, 121, 125, 201, 205, 220면) 등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가 입은 이 사건 상해는 공소외 3, 2가 싸움을 말리면서 집에 들어가자고 피해자의 팔을 잡아끌었고 피해자는 계속 피고인 등에게 욕설을 하면서 집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비록 피해자가 피고인 및 공소외 1과 싸우는 과정에서 이 사건 상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나 공소외 1이 피해자에게 가한 폭력행위와 피해자가 입은 이 사건 상해 사이에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달리 원심이 인용한 1심 판시 증거를 종합하여도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나 공소외 1의 폭력행위로 말미암아 피해자가 이 사건 상해를 입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기원(재판장) 유지담 이강국 김용담(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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