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수술 과정에서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것임을 추정할 수 있는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는 간접사실들이 증명됨으로써, 수술 직후 발생한 장애가 의료상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갑이 을 병원에서 척추측만증 교정술을 받고 수술 직후 하지마비 장애가 발생한 사안에서, 비록 척추측만증 교정술 과정에서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합병증으로 양하지 마비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갑에게 발생한 양하지 마비장애는 결국 척추측만증 교정술 후에 나타날 수 있는 하반신 마비의 원인 중에서 수술 중 고정기기나 수술기구에 의한 직접적인 신경손상이나 과도한 교정(신경견인)에 의한 신경손상에 의하여 초래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승룡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학교법인 인제학원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우면 담당변호사 남기정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준비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 제2점에 관하여
가.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가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의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는바, 하지마비 증상이 전혀 없던 환자에게 수술 직후 하지마비 장애가 발생하였다면, 수술 과정에서의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하지마비 장애가 발생하였음을 추정할 수 있는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는 간접사실들을 입증함으로써 수술 직후에 발생한 하지마비 장애가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제1심 및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 등에 의하면, ① 원고 1은 1986년생으로 3세 때 선천성 척추측만증이 발견되어 진료를 받아 오다가 2004. 11. 8. 피고 병원에 입원하였는데, 당시 척추측만각은 66도였고 근력과 감각은 정상이었던 사실, ② 원고 1은 당장의 신경학적인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선천성 척추측만증으로 측만곡 변형이 계속될 경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신경학적인 손상을 예방하기 위하여 피고 병원에서 척추측만증 교정술을 받기로 한 사실, ③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04. 11. 12. 07:30~13:30 사이에 1차 수술은 실시하였는데, 원고 1이 엎드린 자세에서 등부위를 절개하여 흉추 12번부터 요추 2번에 걸쳐 파셋관절(facet joint) 및 추궁판(lamina) 등 척추의 일부분을 제거하고, 요추 1번의 몸체 및 요추 1~3번 사이의 디스크를 제거한 뒤, 휜 척추를 점진적으로 펴고 휜 척추의 오목한 부분과 볼록한 부분 양쪽에 봉을 넣어 지탱하는 방법으로 척추를 교정한 사실, ④ 그런데 1차 수술 직후 원고 1의 양하지 근력과 감각이 완전히 상실되는 증상이 나타난 사실, ⑤ 이에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 1의 양하지 근력과 감각이 상실된 원인을 찾기 위해 2004. 11. 13. 05:40~08:30 사이에 2차 수술을 실시하였으나 1차 수술 부위에서 활동성 혈종이나 척수의 압박손상은 관찰되지 않은 사실, ⑥ 2차 수술 후에도 원고 1의 양하지 근력과 감각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자 재차 수술 부위를 확인하기 위해 피고 병원 의료진이 2004. 11. 15. 13:00~16:40 사이에 3차 수술을 실시하였으나 수술 부위에 척수나 신경을 압박할 만한 혈종이나 활동성 출혈을 발견하지 못한 사실, ⑦ 그 후 원고 1의 양하지 근력과 감각이 일부 회복되었으나, 이 사건 원심 변론종결 당시 원고 1에게 영구적인 양하지 부전마비, 대소변 장애가 남아 있고 보행이 불가능하며 침상 이동 능력도 저하된 상태여서, 여명기간 동안 휠체어와 1일 1인 성인의 12시간의 개호가 필요한 상태인 사실, ⑧ 한편 척추수술 도중 과도한 교정(신경견인) 등에 의한 신경손상 등 합병증이 생기는 것을 발견하기 위하여 체성감각유발전위 검사(SSEP, somatosensory evoked potentials, 신경손상 여부를 알기 위하여, 머리나 척추 등 근위부에 전극을 1개 설치하고 다리 등 원위부에 전극을 1개 설치한 다음, 원위부에 전기자극을 가하여 뇌나 척수에 전달된 신호를 그래프로 나타내어 관찰하는 검사로서, 전기신호의 진폭, 잠복기의 변화 등에 따라 신경손상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를 할 수도 있는데, SSEP 검사는 수술 중 계속하여 신경의 기능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있고, 위 정보에 의하여 수술과정을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반면에 여러 요인으로 인해 위음성(false-negative) 및 위양성(false-positive)의 비율이 높은 불완전한 검사인 사실, ⑨ 이 사건 1차 수술과정에서도 SSEP 검사를 실시한 사실(원고들 소송대리인이 원심 2009. 5. 20.자 준비서면에서 주장한 내용에 의하면, 1차 수술 당시 SSEP 검사를 실시하였다는 사실은 원고들도 인정하고 있다. 기록 951면), ⑩ 피고 병원은 1차 수술 중에 시행한 SSEP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었기 때문에 그 결과물을 출력하지 않고 전산데이터만으로 저장하고 있었는데, 피고 병원 전산센터에서 보관 중인 데이터파일 일부가 손상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원고 1의 SSEP 검사 결과 등도 그 중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전산데이터를 제출하지 못한다고 주장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강남성모병원에 대한 진료기록감정 결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와 삼성서울병원의 신체감정 결과 등에 의하면, ① 원고 1에 대한 1차 수술 부위와 양하지 마비장애의 신경부위가 일치하기 때문에 1차 수술 과정에서 양하지 마비장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바, ② 척추측만증 교정술 후에 나타날 수 있는 하반신 마비의 원인으로는, 수술 중 고정기기나 수술기구에 의한 직접적인 신경손상, 과도한 교정(신경견인)에 의한 신경손상, 이식골편이나 부정확한 위치에 삽입된 고정기기에 인한 신경압박, 혈종에 의한 신경압박, 부종에 의한 신경압박, 대량 출혈로 인한 척수의 허혈성 손상, 그 외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경우 등이 있는데, ③ 이 사건에서 1차 수술 후 시행된 검사 등에서 이식골편 또는 고정기기가 부정확한 위치로 삽입된 소견이 발견되었다거나 수술 중 과도한 출혈이 있었다는 소견은 보이지 아니하고, 나아가 2차, 3차 수술에서도 신경을 압박할 만한 혈종이나 부종이 발견되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비록 척추측만증 교정술 과정에서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합병증으로 양하지 마비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① 원고 1의 양하지 마비장애는 1차 수술 직후에 나타난 것으로서 1차 수술 외에는 다른 원인이 개재하였을 가능성이 없고, ② 그 발생 부위가 1차 수술 부위와 일치하며, ③ 원고 1은 1차 수술 전에 양하지의 근력과 감각이 정상이었고 당장의 신경학적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이 아니어서 1차 수술을 전후하여 양하지 마비장애를 초래하기 쉬운 내적 요인을 가진 신체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1차 수술 직후에 원고 1에게 발생한 양하지 마비장애는 결국 척추측만증 교정술 후에 나타날 수 있는 하반신 마비의 원인 중에서 수술 중 고정기기나 수술기구에 의한 직접적인 신경손상이나 과도한 교정(신경견인)에 의한 신경손상에 의하여 초래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피고 병원이 SSEP 검사 결과를 제출하지 못하는 사유에 대한 설명이 쉽게 납득할 수 없을 뿐 아니라, SSEP 검사의 불완전성에 비추어 보면, 피고 병원의 주장과 같이 1차 수술 중에 시행한 SSEP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1차 수술 중 고정기기나 수술기구에 의한 직접적인 신경손상이나 과도한 교정(신경견인)에 의한 신경손상이 없었다고 단정하거나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추정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도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피고 병원 의료진이 SSEP 검사 등 과도한 교정(신경견인)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하였음에도 하반신 마비 등이 발생하게 된 점 등에 비추어 피고 병원 의료진의 어떤 과실로 인하여 원고 1에게 나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은, 의료소송에서의 과실의 입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라 할 것이다.
2. 상고이유 제3점, 제4점에 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 1에 대하여 MRI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채 응급으로 2, 3차 수술을 시행한 것이 과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감염관리상 과실이 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