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인보험에서의 무면허·음주 등 면책약관의 효력(한정 무효)
[2] 피보험자가 운전면허 없이 주취상태에서 타인의 차량을 훔쳐 무단운행을 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안에서, 위 사고는 피보험자의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피보험자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이므로 보험자에게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상법 제732조의2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치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위 규정은 상법 제739조에 의해 상해보험계약에도 준용되며, 한편 상법 제663조는 당사자 간의 특약으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에게 불이익하게 위 각 규정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상해 또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상의 무면허·음주 등 면책약관이 만일 보험사고가 전체적으로 보아 고의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뿐만 아니라 과실(중과실 포함)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까지 보상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라면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사고에 관한 한 위 각 규정들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2] 피보험자가 운전면허 없이 혈중알콜농도 0.13%의 주취상태에서 시동열쇠가 꽂혀 있는 채로 골목길에 주차되어 있던 타인의 차량을 훔쳐 무단운행을 하던 중 신호대기로 정차중이던 차량을 추돌하여 사망한 사안에서, 위 사고가 비록 피보험자가 타인의 차량을 절취하여 무면허, 음주 상태로 운전을 하던 중에 발생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고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량의 절취와 무면허, 음주운전 자체에 관한 것이고 직접적으로 사망이나 상해에 관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며, 피보험자가 무면허라고 하여도 그가 차량을 절취한 장소로부터 사고 지점까지 약 10㎞를 운전한 점에 비추어 운전기능이 없었다고 추정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술김에 열쇠가 꽂혀 있는 차량을 절취하여 운행하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사고는 피보험자가 사고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감행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라기보다 피보험자의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피보험자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이므로 면책약관에 따라 보험자에게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성원)
피고,상고인
피고 1 외 1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홍준)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들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소외 망인이 1995. 4. 11. 원고 회사와 사이에 피보험자인 소외 망인이 보험기간 중에 국내외에서 교통사고 또는 그 외에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일반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고 그 직접 결과로 피해일로부터 180일 안에 사망하였을 때에는 보험자인 원고 회사가 보험수익자인 소외 망인의 법정상속인에 대해 교통사고인 경우에는 보험 가입 금액의 3배액을, 일반사고인 경우에는 보험 가입 금액의 2.5배액을 각 사망보험금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 소외 망인은 1997. 2. 28. 21:30경부터 다음날인 3. 1. 새벽 사이에 자동차운전면허도 없이 혈중 알콜농도 0.13% 가량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울산 중구 효문동 95의 3 소재 소외 김기호의 집 앞에 주차되어 있던 소외 강부홍 소유의 경남 7보7306호 화물차량(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을 절취한 다음 그 차량을 운전하여 신정동의 공업탑 로터리쪽에서 옥동의 법원쪽으로 편도 4차선 도로의 4차로를 따라 진행하던 중 같은 날 05:10경 울산 남구 옥동 소재 울주구청 앞 4거리에 이르러 마침 앞서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신호를 대기하느라 같은 차선 상에 일시 정차하고 있던 소외 이창희 운전의 경남 80라1375호 화물차량의 뒷부분을 이 사건 차량의 앞부분으로 들이받아 그 자신이 흉부 좌상 등의 상해를 입고 인근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던 중 같은 날 07:45경 사망한 사실, 피고들은 미혼으로 사망한 소외 망인의 부모로서 그의 법정 상속인들인 사실,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보통약관은 제7조 제1항에서 "회사는 그 원인의 직접, 간접을 묻지 아니하고 아래의 사유로 생긴 손해는 보상하여 드리지 아니합니다."라고 규정하면서 그 제3호로 피보험자의 범죄행위 등을, 그 제4호로 피보험자의 무면허 또는 음주운전을 들고 있는(이하 이 사건 면책약관이라 한다)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사고로 인한 보험금지급의무가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상법 제732조의2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치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위 규정은 상법 제739조에 의해 상해보험계약에도 준용되며, 한편 상법 제663조는 당사자 간의 특약으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에게 불이익하게 위 각 규정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보험계약은 상해 또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임이 분명하므로 위 각 규정들은 위 보험계약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면책약관이 만일 보험사고가 전체적으로 보아 고의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뿐만 아니라 과실(중과실 포함)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경우까지 보상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라면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한 사고에 관한 한 위 각 규정들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원고 회사가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지급의무를 지느냐 여부는 위 면책약관의 유효 범위와 관련되어 이 사건 보험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그에 준하는 행위에 의해 발생한 것인지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인지에 따라 판가름 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고 나서 이 사건 보험사고 당시 소외 망 이은 운전면허 없이 주취상태에서 타인의 차량을 훔쳐 무단운행을 하던 중이었음은 앞서 본 바이고, 거시 증거에 의하면 소외 망인은 1997. 3. 1. 15:10경 음주로 인한 주취상태에서 시동열쇠가 꽂혀 있는 채로 골목길에 주차되어 있던 이 사건 차량을 보고 순간적인 호기심에 이끌린 나머지 운전면허가 없음에도 함부로 시동을 걸어 그 차량을 몰고 편도 4차로의 대로까지 진출한 사실, 이 사건 보험사고는 그 당시의 도로상황과 교통상황에 비추어 사고 발생의 요인이 거의 없는 평범한 상황이었는데도 소외 망인이 운전에 있어 극히 기초적인 전방주시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채 높은 속도로 달리다가 제대로 제동장치 등을 조작하지 않고 신호대기 중이던 앞차를 강하게 추돌함으로써 발생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망인은 무면허이므로 별다른 운전기술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또한 사고 당시 혈중 알콜농도가 0.13%의 주취상태에 있었음에 비추어 당시의 판단능력이나 운동능력이 극히 저하된 상태에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하기에 어렵지 아니하고, 일반적으로 통상인이라면 운전기술이 미숙한 자가 음주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는 경우 자칫 위험에 대한 대처능력의 결여 등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운전자 자신 또는 타인의 신체나 생명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음은 능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라 할 것이며, 따라서 이러한 상태에 있는 망인이 더구나 한번도 운전해 본 적이 없는 타인의 차량을 훔쳐 타고 시야에 장애가 따르는 새벽녘에 차량의 통행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되는 편도 4차로의 대로까지 진출하는 것을 감행하였다면 이 사건 보험사고와 같은 교통사고의 결과를 충분히 예견하고서도 이를 용인한 셈이라 하겠고, 나아가 망인은 실제 그 차량을 운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예상되었던 바로 그 사유로 말미암아 스스로 용인한 바 있는 사고를 일으켜 자신의 사망이라는 결과까지 초래하였다 하겠으므로, 결국 망인의 사망에 따른 이 사건 보험사고는 그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종합하여 볼 때 고의에 의한 사고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망인의 미필적인 고의에 의한 사고라고 능히 평가될 만한 것이어서 이 사건 면책약관에 따라 원고 회사는 피고들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확정한 사실과 같이 이 사건 사고가 비록 소외 망인이 타인의 차량을 절취하여 무면허, 음주 상태로 운전을 하던 중에 발생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고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차량의 절취와 무면허, 음주운전 자체에 관한 것이고 직접적으로 사망이나 상해에 관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며, 소외 망인이 무면허라고 하여도 그가 차량을 절취한 장소로부터 사고 지점까지 약 10km를 운전한 점에 비추어 운전기능이 없었다고 추정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망인이 술김에 열쇠가 꽂혀 있는 이 사건 차량을 절취하여 운행하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 사건에 있어서, 이 사건 교통사고는 망인이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감행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라기보다 망인의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의 미필적인 고의에 의한 사고라고 평가될 만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보험약관의 면책약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