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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4.6.13.선고 2013나2020876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3나2020876 손해배상(기)

원고항소인

1. A

2. B

3. C.

4. D

5. E

피고피항소인

1. 주식회사 F

2. G

3. H

4. I

5. J

6. K

7. L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9. 4. 선고 2012가합518519 판결

변론종결

2014. 5. 9.

판결선고

2014. 6. 13.

주문

1. 제1심 판결의 피고 G, 주식회사 F에 관한 부분 중 아래 제2항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2. 피고 G, 피고 주식회사 F는 각자 원고들에게 각 8,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09. 6. 19.부터 2014. 6. 13.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 G, 주식회사 F에 대한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원고들의 피고 H, I, J, K, L에 대한 항소를 각 기각한다.

3. 원고들과 피고 G, 피고 주식회사 F 사이에서 생긴 소송 총비용 중 40%는 원고들이, 나머지 60%는 위 피고들이 부담한다.

원고들과 피고 H, I, J, K, L 사이에서 생긴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각자 원고들에게 각 50,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09. 6. 19.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문 제6면 제12행의 "W"을 "W 또는 AB"으로 고치고, 제6면 제15행 "같은 날"을 "AB"으로 고치는 이외에는, 제1심 판결문 제3면 제6행부터 제7면 제9행까지의 "1.기초사실"의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인용한다.

2. 피고 F, 피고 G에 대한 청구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들이 사건 제1, 2기사는 모두 'Q소송의 재판기록에서 Q의 유족이나 의료진 모두 vCJD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실제 Q은 vCJD 의심 진단을 받고 사망하였고 Q소송의 재판기록에도 그렇게 기재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기사는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이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방송의 제작진인 원고들의 사회적 가치와 평가가 저해되었으므로, 이 사건 기사를 작성 · 보도한 피고 G와 피고 F는 그 공동불법행위로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F, 피고이 사건 기사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작성 · 보도되었으므로, 피고들이 이 사건 기사를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의 위법성이 조각되는데, 위 피고들로서는 현실적으로 수사팀에서 확보하여 보관 중

인 Q 유족들의 소장과 재판기록을 열람하는 것은 불가능하였고, 위 피고들이 재판기록을 직접 입수한다는 것도 어려워 유일한 취재 방법인 수사팀 관계자에게 확인을 거친 것이므로 상당성이 존재한다. 또한 원고들이 공인인데다가 언론기관 종사자이므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어야 하고, 위법성 조각을 위한 상당성도 완화된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명예훼손 여부에 관한 판단

1) 언론보도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란 사실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경우는 물론이고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에 의하더라도 그 표현의 전체 취지에 비추어 어떤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고 또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의 구체성이 있으면 된다. 그리고 신문의 어떤 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여 불법행위가 되는지 여부는 일반 독자가 기사를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그 기사의 전체적인 취지와의 연관 하에서 기사의 객관적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사가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다가 당해 기사의 배경이 된 사회적 흐름 속에서 당해 표현이 가지는 의미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다29379 판결 등 참조).

또 특정한 사실의 적시가 문구 자체로 명예훼손이 되기도 하는 반면, 어떤 표현은 외부적인 정황사실이 결합되어야 명예훼손이 되기도 한다.

2) 'Q소송의 재판기록에서 Q의 유족이나 의료진 모두 vCJD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가 사실을 적시한 것임은 명백하고, 갑 제4호증, 을나 제5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Q소송의 소장에서 Q의 유족은 'Q이 흔히 광우병이라 불리는 vCJD 의심진단을 받고 퇴원 조치되었다'는 주장을 적시하였고, 그 주장에 대하여 의료진들은 대부분 이를 부인하거나 모른다는 취지로 답변하였으나, 일부는 'Q 이 vCJD 의심진단을 받고 퇴원 조치되었다는 상대방의 주장 사실을 인정한다'고 명시적으로 답변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Q소송의 재판기록에서 Q의 유족이나 의료진 모두 vCJD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는 허위임이 분명하다.

'Q소송의 재판기록에서 Q의 유족이나 의료진 모두 vCJD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허위 사실의 적시가 바로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사건 수사에서는 'Q이 CJD 의심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CJD에 걸려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 사건 방송의 내용이 허위인지 여부, 즉 Q이 vCJD 의심 진단을 받지 아니하였음에도 원고들이 고의로 Q이 vCJD 진단을 받았다고 보도하였는지가 쟁점이 되었는데, Q의 진단병명과 사망원인을 기초사실로 하는 Q소송에서 당사자 쌍방이 모두 vCJD를 언급한 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면, 이 사건 기사는 일반 독 자에게 이 사건 방송이 이 사건 인터뷰 부분의 CJD 언급을 CJD로 자막 처리한 것이 진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하였다는 인상을 주고, 나아가 이 사건 방송의 전체 내용이 허위라는 인상을 줄 여지가 충분하다.

그리고 이 사건 방송의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라거나 그와 같이 기소하였다는 이 사건 기사의 다른 내용과의 의미적 연관성에, 이 사건 방송 내용의 의도적 왜곡 여부 또는 허위 여부를 둘러싸고 언론보도와 이 사건 수사를 통해 사회적 논란과 관심이 지속되어 왔던 사정까지 아울러 감안하면, 이 사건 기사는 'Q소송의 재판기록에서 Q의 유족이나 의료진 모두 vCID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 다'는 허위 사실의 적시를 통해, Q이 vCJD 의심진단을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원고들이 이 사건 방송에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여 이 사건 인터뷰 부분에 언급된 CID를 자막에는 CJD로 표기하고 Q 이 CJD로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허위로 보도하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서 이 사건 방송의 제작진인 원고들이 언론인으로서 가지는 사회적 평가와 가치를 저해하는 것이므로,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라고 할 것이다.

다. 위법성 조각 여부에 관한 판단

1) 공익성 인정 여부

이 사건 협상으로 인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대폭 확대됨으로써 인간광우병의 감염 위험성이 커졌는지를 두고, 이 사건 방송 등을 계기로 사회적 논란이 거세게 촉발되어 그 진위가 국민적 관심사로 되었으며, 그러한 가운데 이 사건 방송이 허위 내용을 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었는데, 이 사건 기사는 그에 관한 이 사건 수사의 내용과 경과에 관한 보도이므로, 그 공익성이 인정된다.

2) 상당성 인정 여부

가) 이 사건 기사가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 G와 피고 F가 이를 진실이라고 믿은데 상당성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언론 · 출판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 표현된 내용이 사적 관계에 관한 것인가 공적 관계에 관한 것인가에 따라 차이가 있는바, 즉 당해 표현으로 인한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사안에 관한 것으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닌지 등을 따져보아 공적 존재에 대한 공적 관심사안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 간에는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하며, 당해 표현이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보다 명예의 보호라는 인격권이 우선할 수 있으나, 공공적 · 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그 평가를 달리하여야 하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며, 피해자가 당해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의 여부도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 등 참조).

특히 당해 표현이 언론사에 대한 것인 경우에는, 언론사가 타인에 대한 비판자로서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범위가 넓은 만큼 그에 대한 비판의 수인 범위 역시 넓어야 하고, 언론사는 스스로 반박할 수 있는 매체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통하여 잘못된 정보로 인한 왜곡된 여론의 형성을 막을 수 있으며, 일방 언론사의 인격권의 보장은 다른 한편 타방 언론사의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론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3다5214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공인이나 공적 사안에 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법성 조각 사유의 증명책임은 여전히 피고 F와 피고 G에게 있고, 보도의 내용이 수사기관이나 감사기관에 의하여 조사가 진행 중인 사실에 관한 것일 경우, 일반 독자들로서는 보도된 비위혐의사실의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별다른 방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언론기관이 가지는 권위와 그에 대한 신뢰에 기하여 보도내용을 그대로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고, 신문보도가 가지는 광범위하고도 신속한 전파력 등으로 인하여 그 보도내용의 진실 여하를 불문하고 그러한 보도 자체만으로도 피조사자로 거론된 자나 그 주변 인물들이 입게 되는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조사혐의사실을 보도하는 언론기관으로서는 그 보도에 앞서 혐의사실의 진실성을 뒷받침할 적절하고도 충분한 취재를 하여야 하고, 기사의 작성 및 보도시에도 당해 기사가 주는 전체적인 인상으로 인하여 일반 독자들이 사실을 오해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그 내용이나 표현방법 등에 대하여도 주의를 하여야 하는바, 만약 이러한 주의의무를 충분히 다하지 않았다면 설사 그 보도의 목적이 타인의 비위사실의 보도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 보도내용 중에 타인의 비위가 있는 것으로 의심할 만한 사실이 적시되어 있고, 그것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이상 언론매체로서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다29379 판결). 그리고 수사진행사항에 대한 정당한 발표권자가 아닌 사람의 비공식적인 확인을 거쳤다거나 수사기관의 내부문서를 단순히 열람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4다53425 판결).

나) 한편, 「형법」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등이 피의사실을 공소제기 전에 공표한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처음 입법되어, 현재까지 제정된 특별검사 관련 법률에서도 거의 예외 없이 포함되었다. (직접적 규정을 두는 형식 또는 의제조항 등을 통하여 「형법」을 적용하는 형식을 가졌다). 수사기관에서도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폐해가 사회적으로 문제되자 지속적으로 이를 강화하여, 법무부는 2010. 1. 18.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 공보준칙 (법무부 훈령 761호)을 제정하였고, 이는 2010. 4. 22. 일부 수정을 거쳐 2013. 7. 11. 법무부 훈령 903호로 다시 개정되었는데, 그 핵심 내용은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수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중대한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 방지, 범죄피해 확산 방지, 공공의 안전에 대한 급박한 위협 대응, 범인 검거 및 중요한 증거 발견을 위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소제기 전 수사사건에 대한 혐의사실 및 수사상황 등 수사관련 내용 일체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선언한 것이다. 수사내용에 대한 공보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에도 엄격한 요건과 절차에 따르도록 하였다.

피의사실 공표는 흉악범의 공개수배 등 수사상 필요, 학교폭력 등 사회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범죄에 대한 국민의 주의 환기, 보이스 피싱 등 신종 범죄로 인한 피해 예방 등을 위하여 불기피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에는 언론의 공개요구에 부응하는 측면이 있다. 항상 일정한 양의 기사거리를 필요로 하고, 그 소재의 자극성이나 별다른 검증을 거치지 않아도 책임질 염려가 적은 피의사실은 손쉽게 보도 분량을 채울 수 있는 좋은 기사거리가 된다. 특히 사건이 발생하고 수사가 개시되는 순간으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정보의 상업적 가치는 감소하므로, 언론사들은 정보의 정확성과 공정성보다는 신속성과 시의성을 중시하게 되고, 이 때문에 우선 그 정보가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동안 이를 판매하여야 한다는 상업주의의 압박이 언론사로 하여금 수사기관의 공소제기 전 피의사실 공표를 앞 다투어 보도하게 하는 동인이 된다.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에는 수사기관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측면도 있다. 수사기관은 그들에게 부여된 수사권한을 통해 수집한 범죄라는 흥미로운 뉴스거리에 대한 독점적인 정보를 이용하여, 자신들이 범죄에 대하여 단호히 대응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수사와 재판 및 형의 집행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형사절차에서 자신들이 중 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이를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밖에 범죄의 근본 원인과 그 해결책에 대한 탐구보다는 구조적인 사회문제를 등한시 한 채 피의자를 범죄자로 낙인찍어 경계하고 비난하려는 사회 일반의 경향도 피의사실 공표가 만연한 이유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피의사실 공표가 범죄자로 지목된 피의자는 물론 그 가족들의 인격권과 명예, 그리고 때로는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특히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성 때문에 공표된 사실의 진실성에 대한 언론기관의 검증이 소홀해지면서 피의자의 인권 침해 위험은 가중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피의사실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사적인 내용까지 공표되거나 구체적인 신상이 공개됨으로써 피의자는 실질적으로 전근대적인 치욕형을 선고받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위와 같은 피해는 피의자가 무죄 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온전하게 회복될 수 없고, 그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 이루어지기도 어렵다. 공소제기 전 피의사실 공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침해하는데, 공소제기 전에 피의자는 수사의 객체에 지나지 않아 형사절차상 권리가 제한되고, 자신에 대한 수사기록을 열람할 권리조차 제한되어 있어 적절한 반론권을 행사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일방적으로 공표한 피의사실이나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선별한 증거자료가 언론에 보도될 경우, 우리 헌법과 법률이 다른 많은 가치를 희생시키면서까지 확립해 놓은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 전문법칙 등 엄격한 증거법칙과 무죄추정의 원칙, 피의자에게 부여된 형사절차상 제반 권리 등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피의사실 공표는 위와 같이 피의자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립성과 공정성을 요체로 하는 재판제도 자체를 위협하기도 한다. 언론 보도에 의하여 예단을 가지게 된 국민들은 재판 결과가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다를 경우 법원의 판단을 불신하게 되고, 편파적인 보도가 법관이나 배심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우려는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전반을 저하시키게 된다.

'피의자의 명예'와 '국민의 알 권리'의 이원적인 대립 구도만으로는 피의사실 공표의 허용성과 이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다룰 수 없다. 공소제기 전 피의사실 공표는 일체의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함으로써 보도의 자유와 알 권리의 대척점에 서있는 규정이 아니라, 오히려 알 권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수긍하는 것을 전제로, 그러한 가치와 피의자의 인권 등이 충돌하는 상황을 조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 '공소 제기 전' 피의사실 공표만을 제한하는, 즉 피의사실 공표 일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공소가 제기될 때까지 이를 잠시 유보하는 균형 잡힌 원칙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다) 공소제기 전 피의사실 공표는 언론에 의하여 비로소 완성되는바, 이 사건 보도는 공소제기 전 원고들의 피의사실에 관계된 것인데다가 그 피의사실이 공적 사안을 보도한 언론에 대한 것으로서, 원고들이 재판결과 1심부터 상고심까지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으며(갑 제10호증, 을나 제3, 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된다), 위 피고들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 보도는 수사기관의 제보에서 비롯된 허위의 공표라는 점에서 앞서 지적한 공소제기 전 피의사실 공표의 폐해를 모두 가지는 전형적인 사안이라고 할 것이다.

피고 G가 이 사건 기사 작성 전에 거친 취재는 수사기관에 대한 확인이 유일하다. 또 피고 G, 피고 F는 신빙성 있는 검찰 고위관계자로부터 제보받은 것이므로 진실이라고 믿은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제1심 4차 변론기일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취재원의 신원을 밝힐 수 없다고 진술하였는바, 언론사가 정보의 입수처를 밝히지 않은 이상 증명책임을 이행하지 못한 소송상의 불이익을 받아야 하고, 취재원 보호나 비닉권을 인정하여 피고의 증명책임을 면하게 하는 것은 원고들의 정당한 소송상 권리 나아가 실체법상 권리까지 박탈하는 결과가 되는 만큼 이를 허용하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 수사기관에 막연한 신빙성을 부여하는 일반인이라면 모르되, 기자로서 제보자가 검찰 고위관계자이나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 상당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Q소송의 재판기록이나 Q의 유족을 통해 이 사건 제보의 진위를 확인하거나, 최소한 의료소송 기록 입수 가능성에 관하여 알아보려는 노력을 하였어야 할 것이다.

(피고 H, 피고 I, 피고 J, 피고 K, 피고 L는 미국의 경우 소송기록이 제3자에게 공개되므로 어렵지 않게 소송기록을 입수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 G는 아무런 추가 취재 없이 제보를 듣자마자 바로 다른 수사관계자의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는 매우 막연한 확인만을 믿고 이 사건 기사를 작성하였다. 피고 G, 피고 F는 이 사건 기사가 신속성이 요구되는 보도였다고 주장하나, 위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어느 정도의 신속성이 필요한 보도였다고 하더라도, 제보를 듣자마자 보도를 할 정도로 시급한 사안이라고는 인정할 수 없고, 공소제기 전피의 사실이 엄격히 금지된다는 점에서도 기소가 임박한 시점이어서 신속한 보도가 필요하였다는 피고, G, 피고 F의 주장은 오히려 그 주장의 설득력을 감소시킨다고 할 것이다.

또 피고 G는 소장과 재판기록을 확인한 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이 사건 기사에서 "소장과 재판기록 등에 따르면 고소인과 피고소인측 모두 vCJD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하여 마치 이를 확인한 것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였다는 점에서도 피고 G, 피고 F에게 상당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라. 손해배상의 범위

원고들이 이 사건 기사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하였고, 그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 F, 피고 G는 각자 원고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이 사건 기사의 작성 및 보도 경위, 그 형식과 내용, 원고들의 지위와, 경력, 피고 F가 차지하는 사회적 영향력, 보도 후의 피고 G, 피고 F의 태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위자료를 원고별로 각 8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피고 G, 피고 F는 각자 원고들에게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각 800만 원과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09. 6. 19.부터 위 피고들이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4. 6. 13.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 , 피고 1 피고 J, 피고 K, 피고 L에 대한 청구

가.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수사에 관여한 피고 H, 피고 I, 피고 J, 피고 K, 피고 L(이하 '피고 H 등이라 한다)는 그 과정에서 Q소송의 재판기록을 입수 · 검토하여 거기에 Q의 진단병명이 vCJD로 언급되어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사실과 달리 피고 G에게 '그 재판기록에 vCJD의 언급이 없다'는 취지로 이 사건 제보를 하여 이 사건 기사가 보도되게 하였으므로, 그 보도로 원고들의 명예가 훼손된 데 대하여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있다.

설사 피고 H 등이 피고 G에게 직접 이 사건 제보를 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H 등은 이 사건 보도를 위하여 그 진위를 확인하는 피고 G에게 그 제보가 사실과 다른 것을 잘 알면서도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고 애매한 태도로 답변하였고, 이후 이 사건 제1기사에 대한 오보대응도 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기사가 보도되도록 방조하였으므로, 그 보도로 원고들의 명예가 훼손된 데 대하여 방조에 의한 불법행위 책임을 진다.

나. 피고 H 등이 제보자인지 여부 이 사건 기사는 검찰이 Q의 의료소송 및 소장과 재판기록을 검토하였다는 것이므로, 수사팀이나 보고 계통에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내용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피고 G에게 제보한 사람이 피고 H 등이라는 점이 증명되지 아니하면 피고 H 등의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한다고 할 수 없는바,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방조 책임의 성립 여부

1) 피고 J, 피고 K, 피고 L위 피고들이 피고 G로부터 이 사건 제보의 진위 확인을 요청받았다는 점, 이에 대하여 명확히 답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것 없이 이유 없다.

2) 피고 H, 피고 I

피고 G가 이 사건 제보의 진위를 확인하여 올 당시 피고 H, 피고 에게는 이를 확인하여 줄 작위의무가 없었고, 오히려 그 내용을 알려줄 경우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제60조 및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규정한 「형법」 제127조 및 공소제기 전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고 있는 「형법」 제126조에 위반할 여지가 있으므로, 설사 피고 H, 피고 이 피고 G에게 '이 사건 제보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는 취지로만 답변하였다고 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또 진실에 반하는 언론보도에 대응할지 여부는 검찰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특히 피고 H 등이 오보대응을 하여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 G, 피고 F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받아들이고, 피고 G, 피고 F에 대한 나머지 청구와 피고 H 등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한 제1심 판결의 피고 G, 피고 F에 대한 부분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한 원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G, 피고 F에게 위 금액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들의 나머지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고의영

판사권오석

판사유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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