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박기완
변 호 인
변호사 채상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7,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운영하는 공소외 2 주식회사의 일부 직원들이 노동청 산하 고용지원센터 측에 제출된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서상의 각 휴업일자 중 일부 기간에 회사에 출근하여 일시적으로 업무처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피고인은 당시 관리부 담당직원인 공소외 1(대법원판결의 공소외인)이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을 하겠다고 하기에 이를 승낙한 사실이 있을 뿐(공소외 1이 위 회사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업무를 전담하여 처리하였다),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서상의 휴업대상자와 그 휴업일자의 구체적 내용 및 휴업대상자가 휴업일자에 실제 회사에 근무하였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였으므로(피고인은 위 신청을 전후하여 그 신청내역 및 현황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보고를 받거나 결재를 한 사실이 없다), 피고인에게 공소외 1 등과 공모하여 허위 내용의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서를 제출함으로써 고용유지지원금을 편취하려는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사기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직권판단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사기죄에 있어서 동일한 피해자에 대하여 수회에 걸쳐 기망행위를 하여 금원을 편취한 경우 그 범의가 단일하고 범행 방법이 동일하다면 사기죄의 포괄일죄만이 성립한다( 대법원 2002. 2. 11. 선고 99도486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공소외 1 등과 공모하여 사실과 다른 휴업기간을 근거로 허위 내용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기망하여 2009. 1.경부터 2009. 7.경에 이르기까지 7회에 걸쳐 고용유지지원금 명목으로 합계 37,896,323원을 피해자로부터 편취하였다는 것인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단일한 범의를 가지고 같은 피해자를 상대로 그 범의가 계속된 가운데 동일한 방법으로 금원을 편취한 것으로서, 사기죄의 포괄일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편취행위를 각각 별개의 범죄로서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판단하고 경합범가중을 한 형기 범위 내에서 처단형을 정함으로써 그 처단형의 범위가 달라졌는바, 원심판결에는 사기죄의 죄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러한 점에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음에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하에서는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이른바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지만(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274 판결 등 참조), 공동가공의 의사로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공범자 상호간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범죄의 공동실행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연락이 있으면 족하고, 이에 대한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정황사실과 경험법칙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도868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검찰 조사 당시 관리직원들의 경우에는 회사가 제품 생산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휴업기간 중이라도 직접 출근하여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자신이 직접 공소외 3 등 관리직원들에게 휴업기간 중에도 출근하여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적절한 대처를 하라고 지시하였고, 그와 같은 지시에 의하여 관리직원들이 휴업기간 중 필요할 때 출근하여 각자 담당하는 업무를 수행하여 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공소외 1 역시 검찰에서 위와 같은 피고인의 진술과 대부분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던 점(증거기록 제839, 855쪽 이하) 주1) , 주2) ② 나아가 공소외 1은 검찰 조사 당시 2008. 11월분 지원금을 신청하면서 2009. 1. 초순경 대표이사 사무실에서 피고인에게 휴업대상자의 예상 휴업일자와 실제 휴업일자가 상이한 부분의 처리방법에 관해 문의하였더니, 피고인이 회사 형편이 어려워 임금이 삭감된 관리직원들에게 임금을 보전해 줄 방법이 없으므로 당초 휴업계획신고서대로 직원들이 모두 휴업을 한 것처럼 지원금을 신청하라고 지시하여 그 때부터 실제 휴업현황과 다르게 지원금을 신청하게 되었으며, 한편, 지원금을 신청할 때마다 신청서 제출 2, 3일 전에 대표이사 사무실에서 피고인에게 보고하여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증거기록 제860쪽) 주3) , ③ 당시 위 회사의 관리직원이었던 공소외 3 역시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휴업기간 중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가급적 회사에 나와서 일을 하더라도 빨리 일을 보고 가라는 취지로 이야기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공판기록 제139, 151, 152쪽) 주4) , ④ 피고인의 회사는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고유한 업무를 수행하는 관리직원들의 경우 업무대행자 없이는 고용유지조치 계획신청서에 기재된 바와 같이 휴업기간 전체에 걸쳐 실질적으로 완전히 휴업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은 무려 7개월가량 관리직원들의 상당수를 휴업대상자로 지정하여 상당한 기간 동안 휴업하는 것을 예정하고 공소외 1 등을 통하여 그와 같은 내용의 계획신청서를 제출하여 왔음에도, 휴업대상자들의 휴업기간 중 그 업무를 대신 수행할 업무대행자를 지정하는 등의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아니하였던 점(즉, 관리직원들의 경우 통상 출근이 예견된 상태에서 휴업대상자에 포함되었던 것으로 보인다)을 비롯하여 피고인과 공소외 1 등의 관계, 위 회사의 통상적인 업무처리절차와 과정,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절차와 방식 및 그 기준, 경험칙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설사 피고인이 그 주장처럼 휴업대상 직원과 해당 휴업기간을 상세하게 알고 있으면서 그 근무 여부를 보고받거나 직접 지원금 신청서를 결재하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피고인이 원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공소외 1 등과 공모하여 사실과 다른 휴업기간에 근거하여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7회에 걸쳐 고용유지지원금 명목으로 37,896,323원 상당의 금원을 편취하였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한편, 피고인은 공소외 1,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 공소외 8 등 일부 직원들의 경우 휴업기간 중에 실제 출근한 사실이 없고, 설사 출근하였다 하더라도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없으므로, 피고인이 위 직원들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을 편취하였다고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본 사실관계를 비롯하여 피고인 측이 피해자 측에 신청한 휴업대상자 명단 및 휴업기간 내역과 실제 직원들의 일일 근태현황부 및 근태월보, 경험칙 등 제반사정을 종합해 보면, 위 직원들 모두 휴업일자 중 일부 기간에 회사에 출근하여 업무를 수행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주5) ) 주6)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으나,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피고인의 범죄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문 제2면 제12행의 ‘2009. 1. 20.경’을 ‘2009. 1. 12.경’으로 정정하는 외에는 모두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47조 제1항 , 제30조 (포괄하여, 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1. 가납명령
양형의 이유
이 사건 범행은 기망의 형태와 수법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죄질과 범정이 가볍지 아니하나, 한편,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있어 다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 금액이 비교적 크지 아니하고,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실적 등에 비추어 부당 지급된 금액의 환수가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가정환경,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수단, 방법 및 결과, 범행 전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주1)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러 검찰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 성립을 부인하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으나, 형사소송법 제318조에 규정된 증거동의의 의사표시는 증거조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취소 또는 철회할 수 있으나, 일단 증거조사가 완료된 뒤에는 취소 또는 철회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제1심에서 한 증거동의를 제2심에서 취소할 수 없고, 일단 증거조사가 종료된 후에 증거동의의 의사표시를 취소 또는 철회하더라도 취소 또는 철회 이전에 이미 취득한 증거능력이 상실되지 않는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1999. 8. 20. 선고 99도2029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611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피고인은 제1심 제4회 공판기일에 피고인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고, 이에 따라 제1심 법원이 제4회 공판기일에 위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조사를 완료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러 위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동의의 의사표시를 취소 또는 철회하는 취지로 당해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 성립을 부인한다 할지라도, 위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상실된다고 볼 수는 없다.
주2) 한편, 검사 작성의 공소외 1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역시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소외 1이 원심 법정에서 제3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위 조서가 자신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을 인정한 이상, 그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피고인이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성립의 진정과 임의성을 인정하였다가 그 뒤 임의성을 부인하는 진술을 하거나 서면을 제출한 경우에도 그 조서의 기재 내용, 조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범행에 관련된 진술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진술의 임의성을 인정한 최초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아 그 임의성에 관하여 심증을 얻은 때에는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여전히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할 것인바(대법원 2001. 4. 27. 선고 99도484 판결, 2004. 4. 23. 선고 2004도805 판결 등 참조), 공소외 1이 원심 법정에서 자신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 성립을 인정하였다가 그 뒤 자신이 진술한 부분을 상세히 읽어 보지 않고 서명, 무인하였다는 취지로 일부 진술을 번복한 바는 있으나, 그 조서의 기재 내용, 조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 공소외 1의 법정 진술 내용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이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하여 진정 성립을 인정한 최초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인다}
주3) 피고인 및 공소외 1은 검찰 조사 당시 30% 상당 삭감된 관리직원들의 급여를 보충해 주는 차원에서 휴업기간 중 근무한 직원들에 대하여 고용유지조치 계획변경신고 등을 통해 지원금 신청을 취소하는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주4) 위 회사 직원인 공소외 4 역시 명확하지는 아니하나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이 간부직원들에게 휴업기간에 급한 일이 있으면 나와서 잠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 내지 요청한 사실은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주5) 공소외 1은 검찰 조사 당시 자신이 2009. 1월에 10일간 휴업을 한다고 신청하였음에도 그 중 5일 동안 출근하여 업무를 수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 등을 비롯한 원심 판시 범죄일람표 기재 다른 직원들의 경우에도 휴업기간 중 근무를 하였다고 진술한 바 있다(공소외 1은 원심 법정에서도 자신이 휴업기간 중 회사에 출근하여 급한 업무를 처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주6) 나아가 설사 위 직원들이 휴업기간 중 실제 회사에서 근무하였던 일수에 일부 오류가 있다 할지라도, 원심이 적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의 기망에 따라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교부한 고용유지지원금 전액이 편취금액이 되는 이상,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그 부분에 한해 사기죄의 죄책을 지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