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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56437 판결
[정리채권확정][공2000.4.1.(103),683]
판시사항

기존 채무의 지급을 위하여 또는 지급확보를 위하여 어음이 교부된 후 어음채권이 변제·상계 등에 의하여 소멸된 경우, 기존 채권의 소멸 여부(적극)

판결요지

기존 채무의 지급을 위하여 또는 지급확보를 위하여 어음이 교부되어 기존 채권과 어음채권이 병존하는 경우 어음채권이 변제나 상계 등에 의하여 소멸하면 기존 채권 또한 그 목적이 달성되어 소멸하는 것이고, 이러한 법리는 채권자가 어음을 제3자에게 배서·양도한 후 그 어음소지인과 채무자 사이에서 어음채권의 변제나 상계 등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원고,피상고인

부산방직공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함정호)

피고,상고인

정리회사 주식회사 나산의 관리인 소외 1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나천수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가 1997. 7. 31.부터 같은 해 10월 31일까지 사이에 소외 주식회사 나산(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에게 합계 금 926,917,784원 상당의 양모복지를 공급하고 소외 회사로부터 그 물품대금조로 동액 상당의 약속어음 12매(원심판결 첨부 별지 내역표 1번 내지 12번 기재 약속어음)를 발행·교부받는 한편, 소외 회사가 주문한 양모복지 중 일부를 소외 회사의 요청에 따라 그 하청업체인 소외 유승트랜드 주식회사에게 공급하여 주고 유승트랜드 주식회사로부터 액면 금 25,000,000원의 소외 회사 발행의 약속어음 1매(같은 표 13번 기재 약속어음)를 배서·양도받은 사실, 소외 회사가 발행한 위 각 약속어음 중 같은 표 1, 2, 4번 기재 약속어음만이 결제되고, 그 나머지 약속어음 10매(이하 '이 사건 약속어음'이라 한다) 액면 합계 금 759,870,684원은 결제되지 아니하여, 원고가 1998. 8. 19. 소외 회사에 대한 회사정리절차에서 위 금 759,870,684원 상당의 채권을 정리채권으로 신고하였으나 피고가 이에 대하여 이의한 사실을 각 인정하고 있다.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기초로 하여, 원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리회사인 소외 회사에 대하여 합계 금 759,870,684원의 정리채권 및 같은 금액 상당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라고 전제한 다음, 나아가 "원고는 소외 나산종합건설 주식회사(이하 '나산건설'이라고 한다)로부터 상가건물을 분양받으면서 소지하고 있던 이 사건 약속어음을 분양대금으로 모두 교부하였는데, 소외 회사는 나산건설이 원고로부터 교부받아 소지하게 된 이 사건 약속어음의 어음금 채권과 소외 회사의 나산건설에 대한 대여금 채권을 그 대등액에서 상계처리하고 어음을 모두 회수하였으므로 소외 회사의 원고에 대한 미지급 물품대금 등 채무는 모두 소멸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다.

먼저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에 의하여, 소외 회사가 1998. 1. 14.경 당좌거래를 정지당한 후 같은 해 2월 19일 회사정리절차개시명령 및 회사재산보전처분명령을 신청하자 같은 해 3월 7일에 이르러 원고가 나산건설과 사이에 나산건설이 서울 양천구 (주소 1 생략) 지상에 '○○○○○○○ ○'라는 이름으로 신축 중이던 주상복합건물의 2층 4호, 5호 및 6호를 합계 금 890,718,000원에 분양받기로 하는 내용의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그 계약금조로 소지하고 있던 이 사건 약속어음을 교부한 사실{잔금 130,847,316원(= 금 890,718,000원 - 금 759,870,684원)은 입주시에 지급하기로 하였다.} 및 소외 회사가 같은 날 나산건설이 원고로부터 교부받아 소지하게 된 이 사건 약속어음의 어음금 채권과 소외 회사의 나산건설에 대한 대여금 채권을 그 대등액에서 상계처리하고 어음을 모두 회수하면서 원고에 대한 위 미지급 물품대금 등 채무를 변제한 것으로 처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다시 소외 회사 및 나산건설(소외 회사와 같은 날 당좌거래를 정지당하고 회사정리절차개시명령 등을 신청하였다.)의 대주주이자 나산그룹의 회장으로서 그 실질적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던 소외 2는 회사정리절차 등을 통하여 그룹 계열회사를 소생시킬 목적으로 어음채무 등 회사의 부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던 중 원고로부터 이 사건 분양계약의 체결을 요청받고 소외 회사에 이를 지시하였고, 이에 원고는 그 같은 지시를 받은 소외 회사와 협의하여 나산건설과 이 사건 분양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른 사실, 나산건설은 그 후 회사정리절차개시명령신청이 기각되자 1998. 8. 8. 원고에게 "이 사건 분양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미 제3자에게 상가건물이 양도되었던 사정을 모르고 착오로 이 사건 분양계약을 체결하였으니 이 사건 분양계약을 취소한다."면서 소외 회사에 대하여 정리채권신고를 하도록 권유하는 내용의 통지를 한 사실을 인정한 후, 위 인정과 같은 이 사건 분양계약의 체결 경위, 나산건설의 통지 내용에다가 소외 회사의 당좌거래 정지로 이 사건 약속어음이 사실상 그 가치를 상실한 상태에서 이 사건 분양계약이 체결된 점과 당시 분양계약의 목적물인 상가건물 역시 공사 중인 상태여서 즉시 소유권 이전을 할 수 없었던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원고와 나산건설은 소외 회사와의 3자 합의로 원고가 소외 회사에 대한 물품대금 등의 지급확보를 위하여 위 상가건물을 분양받는 것으로, 이 사건 분양계약의 체결만으로 소외 회사의 미지급 물품대금 등 채무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분양계약에 따라 원고가 상가건물의 소유권을 현실적으로 이전받기 전까지는 미지급 물품대금 등 채무를 존속시키기로 약정하였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전제한 다음, 소외 회사가 나산건설에 대한 대여금 채권과의 상계처리에 의하여 이 사건 약속어음을 회수하면서 원고에 대한 미지급 물품대금 등 채무를 변제한 것으로 처리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위 상가건물을 분양받지 못하게 된 이상 소외 회사의 위 미지급 물품대금 등 채무는 소멸하지 아니하고 여전히 존속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위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의 이 사건 정리채권 및 의결권의 확정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다고 하여 모두 인용하고 있다.

2. 기존 채무의 지급을 위하여 또는 지급확보를 위하여 어음이 교부되어 기존 채권과 어음채권이 병존하는 경우 어음채권이 변제나 상계 등에 의하여 소멸하면 기존 채권 또한 그 목적이 달성되어 소멸하는 것이고, 이러한 법리는 채권자가 어음을 제3자에게 배서·양도한 후 그 어음소지인과 채무자 사이에서 어음채권의 변제나 상계 등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고는 소외 회사에 양모복지를 공급하고 그 물품대금조로 이 사건 약속어음을 발행·교부 또는 배서·양도받아 받아 소지하고 있다가 나산건설로부터 상가건물을 분양받으면서 나산건설에 계약금조로 이를 모두 배서·양도하여 나산건설이 그 소지인이 되었고, 그러자 이 사건 약속어음의 발행인인 소외 회사는 소지인인 나산건설이 가지는 이 사건 약속어음의 어음금 채권과 소외 회사의 나산건설에 대한 대여금 채권을 그 대등액에서 상계처리하고 어음을 모두 회수하였다는 것이므로, 원고의 소외 회사에 대한 물품대금 채권의 지급 또는 그 지급확보를 위하여 교부된 이 사건 약속어음채권은 소외 회사와 나산건설 사이의 상계에 의하여 적법하게 소멸되었다고 할 것이고, 그에 따라 원고의 소외 회사에 대한 물품대금 채권 또한 그 목적이 달성되어 소멸되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원심은 원고와 나산건설 및 소외 회사 사이에 '소외 회사에 대한 물품대금 등의 지급확보를 위하여 위 상가건물을 분양받는 것으로 하는 내용' 즉, '이 사건 분양계약의 체결만으로 소외 회사의 미지급 물품대금 등 채무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분양계약에 따라 원고가 상가건물의 소유권을 현실적으로 이전받기 전까지는 미지급 물품대금 등 채무를 존속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3자간 합의가 있었음을 전제로, 원고가 상가건물을 분양받지 못하게 된 이상 소외 회사의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 채무는 소외 회사와 나산건설 사이의 상계처리에도 불구하고 소멸되지 않고 여전히 존속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소외 회사와 나산건설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던 소외 2가 이 사건 분양계약의 체결에 동의한 것은 나산건설로 하여금 이 사건 약속어음을 분양대금으로 회수하게 하여 그 어음금 채권을 소외 회사의 대여금 채권과 상계처리함으로써 소외 회사의 부채규모를 줄이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음을 쉽게 알아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분양계약의 체결에 이른 나산건설이나 그 체결에 동의한 소외 회사의 의사는 상가건물의 분양대금으로 약속어음을 회수하여 그 어음금 채권을 소멸시킴으로써 그와 병존하고 있던 원고의 소외 회사에 대한 물품대금 채권을 확정적으로 소멸시킨다는 의사였던 것으로 보일 뿐, 도저히 어음금 채권의 소멸에도 불구하고 물품대금 채권만은 계속 존속시킨다는 의사였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

한편, 원고의 입장을 보더라도 만일 원고가 물품대금 채권을 계속 존속시키면서 그 지급확보를 위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할 의사였다면 일단 계약만 체결해 두고 있다가 나중에 자신의 선택에 따라 소외 회사로부터 물품대금 채권을 변제받거나 나산건설로부터 상가건물의 소유권을 이전받으면 되는 것이지 굳이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소외 회사의 어음까지 넘겨줄 필요는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분양계약금으로 이 사건 약속어음을 넘겨주기에 이른 것은, 소외 회사의 부도로 물품대금 채권의 변제가능성이 희박해져 더 이상 그 존속을 고집할 실익이 없어졌다는 상황을 인식하고 소외 회사의 부채규모를 줄이고자 하는 상대방의 목적에 응하여 물품대금 채권의 지급 또는 지급확보를 위하여 교부되었던 이 사건 약속어음을 넘겨줌으로써 물품대금 채권의 소멸을 용인하고, 그 대신 그에 갈음하여 이 사건 분양계약상의 채권을 취득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일 뿐, 결코 이 사건 약속어음의 교부로 인하여 어음금 채권이 소멸한 경우에도 물품대금 채권만은 계속 존속시키겠다는 의사였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 사건 분양계약 체결 당시 원고와 나산건설 및 소외 회사 사이에 어음금 채권이 소멸한 후에도 물품대금 채권만은 계속 존속시키기로 하는 3자간의 약정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임에도, 원심은 그러한 약정의 존재를 전제로 소외 회사의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 채무는 소외 회사와 나산건설 사이의 상계처리에도 불구하고 소멸되지 않고 여전히 존속한다고 판단하여, 어음권채권의 소멸로 물품대금 채권도 같이 소멸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말았으니, 원심에는 이 사건 분양계약의 체결에 이른 당사자의 의사를 잘못 해석하였거나, 기존 채권과 그 이행을 위하여 교부된 어음채권의 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김형선 이용훈(주심) 조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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