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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9.2.14.선고 2016두62382 판결
부정당업자제재처분취소
사건

2016두62382 부정당업자제재처분취소

원고상고인

A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정새암, 조병규

피고피상고인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김민형, 정성윤, 김승아, 조민현, 류태경, 김규현

원심판결

대구고등법원 2016. 11. 25. 선고 2015누7501 판결

판결선고

2019. 2. 1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기업·준정부기관이 법령 또는 계약에 근거하여 선택적으로 입찰참가자격 제한조치를 할 수 있는 경우, 계약상대방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치가 법령에 근거한 행정처분인지 아니면 계약에 근거한 권리행사인지는 원칙적으로 의사표시의 해석 문제이다. 이때에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이 계약상대방에게 통지한 문서의 내용과 해당 조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객관적 ·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준정부기관이 법령에 근거를 둔 행정처분으로서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치를 한 것인지 아니면 계약에 근거한 권리행사로서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치를 한 것인지 여부가 여전히 불분명한 경우에는, 그에 대한 불복방법 선택에 중대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그 조치 상대방의 인식가능성 내지 예측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이를 확정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33537 판결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피고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운영법'이라 한다)상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을 제외한 기타공공기관의 지위에 있다가, 2011. 1. 24.에 이르러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되었다.

(2) 원고는 피고와 B 원자력발전소 3, 4호기에 사용될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위 계약 이행과 관련하여 수차례에 걸쳐 위·변조된 시험성적서 71장을 제출하였는데, 피고가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되기 전인 2008. 7. 24.부터 2011. 1. 23.까지 66장을,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된 2011. 1. 24. 이후에 5장을 각 제출하였다.

(3) 피고는 2015. 3. 6. 위와 같이 위·변조된 시험성적서 71장이 제출되었음을 이유로, 원고가 입찰 또는 계약에 관한 서류를 위조·변조하거나 부정하게 행사한 자 또는 허위서류를 제출한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에게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치를 하였다.

3. 원심은, 위와 같은 인정 사실을 바탕으로, 피고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치가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피고가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된 2011. 1. 24. 이전에 있었던 시험성적서 66장 제출행위 부분에 대해서는 당사자 간에 체결된 계약규정이. 그 지정된 후에 있었던 시험성적서 5장 제출행위 부분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이 각각 행정처분의 근거 규정이 된다고 인정한 후, 위 행정처분은 계약규정 및 법령에 정하고 있는 각 제재요건을 충족하여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4.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가. 먼저 피고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치가 행정처분에 해당되는지 여부 및 그 내용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치는 원고의 시험성적서 71장 제출행위 전부에 대해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을 적용한 하나의 행정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으로 봄이 타당하다.

(1) 피고는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치를 하기 전 원고에게 "처분사전통지서(청문실시 통지)"라는 제목으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9조 등에 의하여 우리 기관이 하고자 하는 처분의 내용을 통지하오니 청문에 출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한 문서를 교부하고, 행정절차법에 따른 관련 절차 등을 진행하였다.

(2) 피고가 위 처분사전통지서와 함께 교부한 의견제출서 양식에는 "공기업·준정 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16조 규정에 의하여 위와 같이 의견을 제출합니다."라는 부동문자가 기재되어 있는데, 위 제16조는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3항의 위임에 따라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에 관한 세부절차를 정하고 있는 규정이다.

(3) 피고는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치를 하면서 원고에게 교부한 통지서에, 제재 근거로 "계약규정 제26조 제1항, 계약규정 시행규칙 제97조 제1항 제8호 및 [별표2]의 제10호 '나'목"을, 제재 기간을 "한수원 한정 6개월"로 각 기재하였다. 그러나 그 불복 방법으로는 "행정심판법 제27조 또는 행정소송법 제20조에 따라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알려 드리오며, 행정심판 청구 및 행정소송 제기의 제척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행정심판 :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청구(단, 처분이 있었던 날로부터 180일이 지나면 청구하지 못함), 2) 행정소송 :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제기(단, 처분 등이 있은 날로부터 1년을 경과하면 이를 제기하지 못함)"라고 기재하였다.

(4) 이처럼 피고가 행정처분과 계약에 근거한 권리 행사 중에서 어떠한 수단을 선택하여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치를 취한 것인지 객관적으로 불분명하나, 앞서 본 피고의 절차 진행 및 통지 내용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치를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인식하였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5) 한편 피고는 원고의 시험성적서 71장 제출행위 전체를 일괄하여 하나의 조치

를 취하는 의사를 표시하였을 뿐이고, 달리 그 제출행위를 시기별로 나누어 별도의 조치를 취하였다고 볼 사정은 보이지 아니한다.

나. 나아가 이 사건 처분 중 피고가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된 2011. 1. 24. 이전에 있었던 시험성적서 66장 제출행위에 관한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1)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이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행위를 한 부정당업자를 향후 일정 기간 입찰에서 배제하는 조항으로서, 공적 계약의 보호라는 일반예방적 목적을 달성함과 아울러 해당 부정당업자를 제재하기 위한 규정이다. 따라서 위 조항이 적용되는 부정당행위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을 상대로 하는 행위에 한정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위 2016두33537 판결 참조).

(2) 원고가 피고에게 시험성적서 66장을 제출할 당시 피고는 기타공공기관에 불과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제출행위는 공기업·준정부기관을 상대로 한 부정당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부분 행위에 대하여는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에서 정한 제재처분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다. 그렇다면 원고의 위·변조된 시험성적서 71장 제출행위 중 5장의 시험성적서 제출행위만을 이 사건 처분의 전제로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5장의 시험성적서 제출행위만을 전제로 하여 그 행위가 계약에 관한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한지 여부 및 이 사건 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였어야 했다.

5.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원고의 시험성적서 제출행위를 공기업 지정 이전과 이후로 분리한 후, 그 이전의 시험성적서 제출행위와 관련하여서도 제재처분의 요건을 갖추었다는 잘못된 전제 아래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단정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처분근거의 확정, 처분서의 해석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6.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조희대

대법관김재형

주심대법관민유숙

대법관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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