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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3도9828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상해)·업무방해][미간행]
판시사항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의 의미 및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인지 판단하는 기준 / 업무의 개시나 수행과정에 실체상 또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더라도 정도가 반사회성을 띠거나 그와 동등한 평가를 경우에 이르지 아니한 이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지 여부(적극)

참조조문
피 고 인

피고인 1 외 3인

상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및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조홍재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부분 및 피고인 4에 대한 업무방해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피고인 4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형법 제20조 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과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764 판결 ,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도427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나(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 사실인정의 전제로 행하여지는 증거의 취사 선택 및 증거의 증명력은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한다( 형사소송법 제308조 ).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폭행하여 상해를 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피고인들의 행위를 정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에 관한 위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에 관한 항소이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 부분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위의 법리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아니한 부분이 있지만,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사유를 참작하더라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정당행위, 무죄추정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피고인 4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에 대하여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4가 나머지 피고인들과 공동하여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서,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다투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원심판결 이유를 위의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나. 피고인들의 업무방해 부분에 대하여

(1)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란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으로서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으면 되고, 반드시 그 업무가 적법하거나 유효할 필요는 없으므로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인지 여부는 그 사무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고, 그 업무의 개시나 수행과정에 실체상 또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 정도가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거나 법적 보호라는 측면에서 그와 동등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에 이르지 아니한 이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된다 ( 대법원 1996. 11. 12. 선고 96도2214 판결 ,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도4430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주민투표는, 이 사건 아파트 5동의 입주자 10분의 1 이상이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 제20조에 따라 동별 대표자의 선출 및 해임에 관한 선거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이 사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에 동별 대표자인 피고인 1에 대한 해임절차의 진행을 요청함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관하여 시행된 것으로서, 그 개시절차 자체에 어떠한 하자가 있다거나, 그 하자가 중대하다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나) 이 사건 아파트의 경비반장으로서 관리사무소 직원인 공소외 1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공소외 2의 지시를 받고 주민투표 시행 당일 경비실 앞에서 투표자명부와 투표하러 온 주민을 대조하는 일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리고 공소외 2는 ① 수사기관과 제1심법정에서는, 자신이 공소외 1에게 위와 같은 업무를 하도록 지시하였고, 투표자명부를 대조하는 업무는 항상 경비원들이 하여 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② 원심법정에서는, 통상 주민투표가 시행될 경우 관리사무소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업무를 도와 주는데, 이 사건 주민투표 당시 자신이 공소외 1에게 직접 지시한 기억은 없으나, 종전부터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선거관리위원들을 도와서 투표자명부 대조 업무를 하여 왔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과 이 사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은, 선거관리위원회의 행정사무는 관리주체가 지원하고,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등은 관리사무소 직원 중에서 투표 및 개표사무를 보조할 사무원을 둘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며, 공소외 2를 비롯한 선거관리위원들이 이 사건 주민투표 당일 투표사무를 수행하는 공소외 1을 보고도 이를 제지하거나 문제 삼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설령 공소외 2가 공소외 1에게 직접 투표사무 보조업무를 지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종전부터 선거관리에 관한 사무를 보조하여 온 공소외 1을 비롯한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이 사건 주민투표 관리에 관한 업무를 묵시적으로 위임하였거나 적어도 그 업무 수행을 승인 내지 추인하였다 할 수 있으므로, 공소외 1의 업무가 이 사건 주민투표 관리에 관한 적법한 업무가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 이 사건 주민투표 당시 공소외 2나 선거관리위원들이 투표현장을 수시로 왕래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 4, 피고인 3을 비롯한 참관인이 투표 진행을 참관하고 있었으며, 피고인 1 등이 공소외 1로부터 투표자명부를 빼앗으려 하기 전까지 피고인들을 제외한 사람들로부터 이 사건 주민투표의 진행이 방해받은 사실이 있음을 인정할 자료는 찾을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선거관리위원이 투표현장에 상주하지 않았다거나, 공소외 1이 소지하던 투표자명부의 형식에 의문이 있다는 등의 원심 판시 사정들은 이미 적법하게 개시되어 현장투표 당시까지 사실상 평온하게 진행되어 온 이 사건 주민투표 관리에 관한 사무에 대하여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를 부정할 만한 사유로 삼기에는 부족하다고 보인다.

(라) 이 사건 주민투표 당일의 현장투표에 앞서 그 전날까지 실시한 세대별 방문투표 과정에서 원심 판시와 같이 그 구체적인 진행경위나 입주자들의 신분확인절차가 불분명하여 투표의 중립이나 비밀투표의 원칙이 침해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아파트 관리규약 제20조에 따라 선거사무를 담당하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적법하게 개시되어 추진되어 온 동별 대표자의 해임 여부에 관한 절차를 주민투표를 통하여 마무리 짓기 위하여 이 사건 주민투표를 시행하고 관리하는 업무 자체가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렀다거나, 법적 보호라는 측면에서 그와 동등한 평가를 받을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합세하여 그 사무를 수행하고 있는 공소외 1로부터 강제로 투표자명부를 빼앗고 그 과정에서 일부 피고인들이 공소외 1에게 상해를 가하기까지 함으로써 주민투표가 중단되는 등으로 주민투표 진행에 차질을 초래하였다면, 피고인들의 행위는 업무방해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하다.

(3)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이 사건 주민투표 업무가 반사회성을 띠거나 그와 동등한 평가를 받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부족한 사정들을 들어 법의 보호를 받을 가치를 상실하였다고 단정하고, 공소외 1의 행위가 이 사건 주민투표 관리에 관한 적법한 업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잘못 인정하여, 이 사건 주민투표 업무가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다.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

검사는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유죄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에 이유의 기재가 없고, 상고이유서에도 이에 대한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3.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업무방해 부분에는 앞서 본 것과 같은 파기사유가 있고, 한편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업무방해 부분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위 피고인들의 나머지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을 선고하여야 하므로, 원심판결 중 위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부분 및 피고인 4에 대한 업무방해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4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이인복 김용덕(주심) 고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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