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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다3823 판결
[공작물철거등][공1993.7.15.(948),1667]
판시사항

당사자가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을 시인하는 취지로 날인까지 한 서신의 증명력

판결요지

당사자가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을 시인하는 취지로 날인까지 한 서신의 내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쉽사리 그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경철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1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동화법무법인 담당변호사 박영립 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보충상고이유서 및 각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의 것이므로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 본다).

제1점, 제3점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와 피고들은 1990.1.24. 원고 소유의 이 사건 대지를 대금 12억 원에 피고들이 매수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1억2천만 원은 계약당일, 1차 중도금 1억2천만 원은 같은 해 3.30, 2차 중도금 3억6천만 원은 같은 해 6.10. 잔금 6억 원은 같은 해 8.30. 각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 및 그 후 1차 중도금 기일이 같은 해 4.23.로 연기된 사실을 다툼이 없는 사실로 인정한 다음, 피고들이 1차 중도금을 위 연기된 지급기일에도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해 5.1. 피고들에게 1차 중도금을 같은 달 10.까지 지급할 것을 최고하였으나 역시 이행하지 아니하므로 같은 달 11.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판단하기를 피고들이 위 최고기한까지 1차 중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갑 제4, 5호증의 기재는 믿지 아니하고, 갑제10호증의 기재는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로 이를 인정할 자료가 될 수 없다고 하여 배척한 다음, 그 거시증거에 의하여 원고의 아들인 소외 1이 원고를 대리하여 피고들과 사이에 같은 해 4.6. 1차 중도금지급일을 같은 해 4.23.로, 2차 중도금지급기일을 같은 해 5.31로 연기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지고 이어서 같은 해 4.21.에 이르러 판시와 같은 경위로 이 사건 대지상에 건축하려고 하는 건물의 지하층에 들어설 수영장의 부대시설을 원고가 그 임차보증금을 7억 원으로 하여 임차하되 계약금을 2억 원으로 하고 이를 피고들의 1차 중도금과 대등액에서 상계하기로 약정이 이루어지면서 피고들의 2차 중도금기일도 같은 해 8.30.까지로 연기된 사실, 그러나 원고는 피고들과 위 소외 1과의 약정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대지의 시가가 급등하였다고 하여 같은 해 5.7.경(이는 피고 2가 최고서를 받았다고 하는 일자이다) 피고들에게 같은 달 10.까지 1차 중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통고를 한 사실, 피고들은 위 소외 1과의 임대차계약을 믿고 1차 중도금은 위 임대차계약의 계약금으로 충당되는 것으로 생각하여 건축공사를 계속 추진하다가 위 최고서를 받자 위 소외 1을 만나 그 경위를 추궁하여 위 소외 1로부터 같은 달 10.까지 자신이 원고와 상의하여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겠다는 다짐을 받고 일응 위 최고서에 대한 답변으로서 같은 달 19.까지는 1차 중도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답변서(갑 제10호증)를 원고에게 보내는 한편 원고나 위 소외 1의 위약에 대비하여 소외 2 등에게 같은 달 10.까지 1차 중도금 상당액을 준비하여 전달해 줄 것을 부탁한 사실, 그런데 위 소외 1은 스스로의 약속을 저버리고 같은 달 10. 14:00경 피고들을 찾아와 1차 중도금의 지급을 요구하였다가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그 날 16:30경이면 돈이 준비되니 그 때 다시 오라는 피고들의 답변을 듣고는 그대로 돌아간 후 잠적해 버린 사실 및 피고들은 그 날 16:30경 위 소외 2 등으로부터 빌려서 마련한 1차 중도금을 가지고 위 소외 1 등 원고측 사람을 찾았으나 그들이 몸을 피하거나 그 수령을 거절하므로 원고 앞으로 위 돈을 공탁하려고 하였으나 그것도 여의치 아니하자 같은 달 22. 궁여지책으로 위 돈을 서울신탁은행 천안지점에 예치한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들이 원고에게 지급할 1차 중도금은 위 소외 1이 피고들에게 지급할 임대차계약금 중 같은 금액만큼 상계되어 그 지급의무가 소멸하였고, 가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같은 달 10. 피고들이 이행제공한 1차 중도금을 위 소외 1 등이 일부러 받지 아니함으로써 원고가 수령지체에 빠졌다고 할 것이니 피고들이 1차 중도금의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한 원고의 위 계약해제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2. 원심의 판단은 요컨대 그 배척한 일부증거 이외에 피고들의 1차 중도금 이행지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오히려 피고들이 1차 중도금 지급의무를 모두 이행한 셈이 되거나 원고측에서 수령지체를 하였다는 것으로 이는 원고의 대리인으로서 이 사건 매매계약의 체결 및 이행과정에 관여하여 온 위 소외 1과 피고들 사이에 그 인정과 같은 임대차약정이 늦어도 같은 해 4.21.에는 확정적으로 맺어졌다는 사실과 피고들이 원고로부터 그 이행을 최고받은 같은 해 5.10. 1차 중도금을 준비하여 제공하였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3. 그런데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10호증(답변서)은 원고가 피고들에 대하여 같은 해 5.10.까지 1차 중도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고 최고(갑 제3호증)한 데 대한 답변으로 피고 2가 그 최고기한이 지난 같은 해 5.12.자로 작성하여 원고에게 보낸 것인데, 그 내용은 피고측에서 약정기일에 1차 중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을 사과하면서 1주일 후인 같은 달 19.까지는 1차 중도금을 지급할테니 양해 바란다는 것으로 위 임대차약정이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바, 피고 2 명의의 같은 해 5.12.자 답변서내용중 약정기일이라 함은 그 작성경위로 보아 최고기한인 같은 해 5.10.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은 갑 제10호증의 내용은 피고들이 위 최고기한까지 1차 중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음은 물론 그 지급을 못한 것이 피고측의 책임에 기한 것임을 시인하는 취지이고, 나아가 그것이 작성된 같은 해 5.12.까지는 위 임대차약정은 맺어지지 아니하였음은 능히 짐작케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당사자가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을 시인하는 취지로서 날인까지 한 서신(갑 제10호증)의 내용은 수긍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쉽사리 그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는 것 이라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원 1990.12.26. 선고 90다8640 판결 참조), 원심이 위 갑 제10호증이 위 최고기한 이전에 원고의 최고에 대한 일응의 답변으로 보내어진 것으로 보고 피고들의 이행지체를 인정할 자료가 될 수 없다고 가볍게 배척한 것은 잘못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피고 2가 사실과 다르게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위 갑 제10호증을 작성하여야 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음을 찾아 볼 수 없다.

4. 한편 원심이 위 임대차약정이 맺어졌다는 사실과 피고들이 같은 해 5.10. 1차 중도금을 제공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 들고 있는 증거들을 보건대, 먼저 을 제1호증, 을제6호증의 1, 2에 의하여는 피고 1이 같은 해 5.22. 1억 2천만 원을 서울신탁은행 천안지점에 예치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고, 을 제7호증은 피고들이 1억 2천만 원을 공탁하기 위하여 발급받았다고 하는 같은 해 5.19.자로 발급된 원고의 주민등록등본이며, 을 제3호증은 위 사실들과 직접 관계되는 내용이 아니여서 이것들만으로는 위 사실들을 인정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할 것이고, 또한을 제2호증은 피고들이 이 사건 제소를 당한 후 그 대리인을 선임한 시점에서 그 후의 이 사건 진행과정에서 나온 그들의 항쟁내용과 궤를 같이 하는 주장을 담은 것이어서 위 갑 제10호증의 증명력에는 미칠 수 없는 것이며, 을 제4호증의 1 내지 3과 원심증인 소외 3은 1차 중도금의 제공 여부에 관한 피고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내용이기는 하나 당사자인 피고 2가 위와 같이 피고들의 이행지체를 스스로 인정한 적이 있는 마당에 이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고, 피고 2에 대한 본인신문결과는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피고 본인의 진술인 데다가 자신이 작성한 위 갑 제10호증의 기재내용과도 모순되어 신빙성이 박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5. 결국 원심은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거나 갑 제10호증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였거나 그 증거가치의 판단을 그르쳐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하지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제4점에 대하여

원심은 나아가 피고들이 1차 중도금의 지급을 다소 지체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매매계약의 체결경위, 수영장 부대시설의 임대차와 관련하여 중도금지급기일을 조정하게 된 전후사정, 피고들이 계약체결후 원고의 승낙을 얻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축공사를 시작한 점, 원고측이 중도금의 수령을 고의로 회피하려 한 사정이 엿보이는 점 등을 아울러 보면 원고가 중도금 지급의 지연을 이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위 임대차약정이 맺어졌는지 여부와 피고들이 같은 해 5. 10. 1차 중도금을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에 잘못이 있었다고 인정된다면 원심이 그 인정의 사실관계를 토대로 하여 내린 위와 같은 판단은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갑 제7호증, 갑 제8호증의 1, 2를 살펴보면 피고들은 위 최고기한인 같은 해 5. 10.에야 위 건물신축공사의 착공신고를 하였고 그 무렵 터파기공사를 일부 마친 상태이었음을 알 수 있어 과연 그 당시 피고들이 원심 인정과 같이 막대한 공사비를 투입하였던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고의 이 사건 해제권행사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유지되기 어렵다고 할 것이어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도 이유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만운(재판장) 최재호 김석수 최종영(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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