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구단7518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원고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예율
담당변호사 장원익
피고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
변론종결
2020. 1. 15.
판결선고
2020. 2. 19.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8. 4. 9. 원고에 대하여 한 난민불인정결정을 취소한다.
이유
1. 난민불인정결정의 경위
① 원고는 앙골라 공화국(Republic of Angola) 국적의 B생 바콩고(Bakongo)족 남성으로 2017. 5. 4. 단기방문(C-3) 체류자격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한 후, 2017. 5. 31. 피고에게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중 여당인 C정당(C정당, C정당) 당원이자 D의 형제인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였는데, 이후 환자가 사망하자 그의 가족들로부터 위협받는다."는 사유로 난민인정 신청을 하였다.
② 피고는 2018. 4. 9. 원고에 대하여 "경찰에서 E(E, 이하 'E'라고만 한다)의 가족들을 이미 조사한 뒤 그들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밝혀냈는데, 이후에도 가족들이 사망 책임을 병원에 떠넘기며 병원 사람들을 위협한다는 주장과 병원 측에서 명백한 가족들의 거짓 주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진술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 원고는 동료의사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하여 난민 면접 시 처음에는 경찰이 사건 신고를 접수한 후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는데, 누가 의사를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했는지에 대해 묻자 곧바로 경찰이 수사를 진행해서 알아냈다고 진술을 번복한 점, 원고는 사건 이후에도 계속 자신의 집에서 생활하며 병원에서 근무하였는데, 2017. 3. 15. 하필 원고가 부재중일 당시에 E의 가족들이 집으로 찾아와 원고를 찾았다는 진술은 작위적으로 보이는 점, 원고는 야당인 F정당의 당원이기에 여당인 C정당 소속인 E의 가족들로부터 위협받는다고 주장하나, F정당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으며, 상대당의 표적이 되어 박해받을 만한 정치적 활동을 한 적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는 등의 이유로 난민불인정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③ 이에 원고는 법무부장관에게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법무부장관은 2019. 4. 10. 원고의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 3,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13년부터 야당인 F정당의 당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다가 나중에는 원고 거주 지역의 관리자(secretary)의 지위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원고가 간호사로 근무하던 2017. 2. 13. E라는 복통 환자가 왔는데, E의 상태가 전혀 호전되지 않아 오후 4시경 의사의 지시를 받아 E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시켰다.
그런데 저녁 7시경에 E의 가족들이 병원으로 들이닥쳐 E가 결국 사망했다고 하면서 난동을 부리고 원고를 포함한 동료를 마구 구타하였는데, 원고는 때마침 병원에 온 다른 환자를 치료하는 기회에 병원 뒷문으로 도망하였다.
사망한 E의 형은 유력 정치인으로 그 지역에서 대단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후 원고의 아내가 혼자 있을 때 괴한들이 원고의 집으로 찾아와 아내를 성폭행하고 원고를 죽이겠다고 협박하였다. 한편 E의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는 쓰레기 더미에서 사체로 발견되었다.
이에 원고는 대한민국으로 도피하게 된 것이므로, 원고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아니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판 단
(1) 원고가 이 사건 난민인정 신청과 관련하여 2018. 4. 3. 피고 소속 공무원과 면접하였을 당시와 이 사건 소송에서의 원고 본인신문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원고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직원 수가 10명 이상인 사립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② 원고는 2013년에 야당인 F정당의 당원으로 가입하였는데, 나중에는 지역 비서(secretary)가 되어 당에서 언제 시위를 열 것이라는 지시를 받으면 당원들에게 그것을 설명해주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③ 2017. 2. 13. 오후 2시경에 G 주지사인 H의 동생인 E가 복통으로 원고가 근무하는 병원에 왔는데, 의사 I가 치료를 하였으나 상태가 안 좋아져 오후 4시경에 근처에 위치한 다른 병원으로 E를 이송시켰고, 당시 원고가 근무하던 병원은 작은 병원이라 구급차가 없어서 그의 가족이 자신들의 차량으로 E를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
④ 같은 날 오후 7시경 한 무리의 사람들(원고 본인신문에서는 '80여명'이라고 진술함)이 병원으로 와서 'E가 그 근처 다리 밑에서 사망했다'고 하면서 원고와 동료 2명(리셉션 직원인데 남자 1명, 여자 1명임)을 구타했다. 당시 원고는 때마침 병원에 온 다른 아이를 치료하다가 병원 밖으로 도망갔다.
⑤ 원고가 일하던 병원 직원 대부분은 F정당 소속이었는데(원고 본인신문에서는 병원 직원 대부분이 '바콩고족'이었다는 점을 추가로 진술함), 그 사람들은 'E가 C정당 소속이어서 F정당 소속인 당신들이 치료를 잘못해서 독극물로 죽게 만든 것이다'라고 말했다.
⑥ 다음 날 수사를 하던 경찰에게 E의 가족 중 1명이 'E가 사실 집에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⑦ 원고는 4일 후에 다시 병원에 출근했는데, 그로부터 2주 후에 의사 I가 출근길에 버스정류장에서 공격을 당했다.
⑧ 2017. 3. 15. 원고가 사촌의 장례식에 참석하여 아내와 아들만 집에 있었는데, E의 가족들이 마스크를 쓰고서 원고의 집 지붕으로 쳐들어왔고, 아내가 '지금 남편이 없다'고 하자 그들이 아내를 성폭행하고 '우리가 E의 가족인데 다음에는 남편 앞에서 당신을 성폭행하고 남편을 죽이겠다'고 하였다. 이후 아내의 부모가 아내를 브라질로 보냈다.
⑨ 원고는 2017. 3. 15.부터 병원에 가지 않았고, 대한민국 대사관이 위치한 지역에 있던 사촌의 집에서 있다가, 부품 판매회사를 갖고 있던 사촌의 도움을 받아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사증을 발급받았다.
⑩ 원고는 위 문제로 인해 공항에서 출국하는 것이 불가능하였지만, 원고가 가끔 도와주었던 당뇨환자인 J(J, 원고 본인신문에서는 이름을 'K'라고 진술함)가 공항에서 근무하는 어떤 사람에게 전화를 하여 그 전화를 받은 사람이 출국심사 시에 원고와 동행하여 줌으로써, 원고가 출국할 수 있었다.
⑪ 남성 동료는 실종되었고(원고 본인신문에서는 '과도로 목 뒤를 맞아 죽었다'고 진술함), 여성 동료는 더 이상 일하지 않는다고 한다(원고 본인신문에서는 '도망갔다'고 진술함), 그리고 원고가 대한민국에 온 이후인 2017년 9월경 의사 I가 쓰레기 더미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편 원고의 아내는 늪지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죽은 채로 발견되었는데, 이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원고 본인신문에서 추가로 진술하였음).
(2)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5호증의 기재, 원고 본인신문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앙골라에서의 박해의 경험에 관한 원고의 진술은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원고가 앙골라로 돌아갈 경우 박해를 받을 수 있다는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를 가진 사람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원고는 위 면접 당시에 자신이 야당인 F정당의 지역 비서로서 당원들에게 시위에 관하여 설명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정작 'F정당의 정치적 이념'을 묻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다가 계속된 질문에 "앙골라인들을 모으기 위해 생긴 당이다."라는 엉뚱한 답변을 하였다.
또한 앙골라에서 바콩고족은 인구의 약 13%에 불과하고,1) 제1야당인 F정당은 2017년 8월 총선에서 26.67%의 득표율(여당인 C정당은 61.07%의 득표율)을 기록한 소수파 정당인데(을 제5호증), 원고가 근무하던 병원이 종족 내지 정치활동과 연관성이 있는 곳이라고 볼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음에도 유독 직원 대부분이 바콩고족으로서 제1야당인 F정당의 당원이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아니하다.
② 원고의 위 면접 당시의 진술에 의하면, E의 가족들이 그를 자신들의 차량으로 다른 병원으로 데리고 가겠다고 하였음에도 이유는 모르지만 집으로 데려갔다가 그가 사망하자 원고 근무 병원으로 찾아와 원고를 공격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고의 위 면접 당시의 진술에 따르면, E는 복통 때문에 원고가 근무하던 병원에 왔던 것으로서 상태가 안 좋아져서 다른 병원에 가야하는 상황이었고, 그 다른 병원은 원고 근무 병원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E가 원고 근무 병원에서 걸어서 나갈 때 복통이 심했다는 것인데, 위와 같은 상황에서 E의 가족이 그를 병원이 아닌 집으로 데려갔다는 것은 개연성이 떨어진다.
또한 자신들의 차량으로 E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겠다고 하였다는 그의 가족들이 E를 다른 병원으로 데려가지 아니하였다가 몇 시간 후에 곧바로 원고 근무 병원으로 다시 찾아와 적반하장으로 '당신들이 치료를 잘못해서 독극물로 죽게 만들었다'고 항의하였다는 것 역시 개연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원고는 위 면접 당시에 'E의 사인'을 묻는 질문에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답변하였는바, 원고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고 아내가 성폭행당하기까지 한 원인이 된 E의 사망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나아가 E의 치료를 담당하였던 것은 어디까지나 의사인 I인데, E의 가족들이 간호사인 원고와 접수직원에 불과한 동료 2명을 상대로 보복을 시도하였다거나 이로 인하여 간호사인 원고는 국외로 도피할 수밖에 없었고 남자 접수직원은 실종되거나 살해당하였으며 여자 접수직원은 사직 내지 도망하였다는 그 진술 내용 자체에 설득력이 없다.
③ 2017. 3. 15.의 주거침입성폭행사건에 관한 원고의 진술에 관하여 보건대, 마스크를 착용하고 지붕을 이용하여 침입하였다는 사람들이 정작 자신들의 신분을 감추지 아니한 채 스스로 E의 가족이라고 밝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나아가 원고는 2017. 3. 15.의 주거침입성폭행사건 이후의 아내의 행적과 관련하여, 위 면접 당시에 '아내와 자녀는 언제 브라질로 갔는지'를 묻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아니한 채 "아내가 브라질에서 처음 전화한 것이 2017. 5. 1.이다."라고만 진술하였고, 이에 면접관이 '아내가 언제 떠났는지 몰랐는지'를 재차 확인하자 "이후에 아내를 친정집으로 데려갔고, 나도 다른 곳에서 생활해서 보지 못했다. 그리고 아내의 부모가 나에게 말하지 않고 브라질로 보냈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아내가 성폭행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였음에도 '다른 곳에서 생활하느라 아내의 행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다'거나 '아내의 부모가 남편인 원고에게는 알리지도 아니한 채 아내를 브라질로 보냈다'는 그 진술 내용 자체에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고, 원고와 아내 사이에 어린 자녀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여 보면 더욱 그러하다.
④ 원고는 위 면접 당시에 대한민국 사증 발급 경위와 관련하여 '원고가 사촌의 회사를 다니는 것처럼 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내가 병원에서 일이 없는 날에는 그곳에서 가끔 일을 하기도 했다."고 진술하였고, 이에 '무슨 일'인지를 질문받자 "그가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면 의료적으로 도와주었다."고 답변하였다가, 재차 '회사를 도운 것이 아님'을 지적당하자 "회사에서 아픈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는 역할을 했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었다는 원고가 사촌이 운영하는 부품 판매회사에서 가끔 일을 하였다는 그 진술 내용 자체가 합리성이 떨어지고, 계속하여 이어진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 역시 앞선 진술과의 일관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사촌의 건강 문제를 도와주었다'거나 '회사의 환자를 병원에 데려가는 역할을 하였다'는 그 내용 자체도 합리성이 떨어진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판사 이성율
주석
1) 주 앙골라 대한민국대사관 홈페이지(http://overseas.mofa.go.kr/ao-ko/index.do)의 '정책 > 개관' 메뉴 중 "앙골라 약황 (2019.4)" 게시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