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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2008. 11. 18. 선고 2008가합63302 판결
[부당이득금반환] 항소[각공2009상,43]
판시사항

[1]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피해자의 기대여명을 평가하여 판결 등으로 확정한 이상, 피해자가 기대여명보다 일찍 사망하였다고 하여 확정판결 등의 기판력이 배제되는지 여부(소극)

[2] 인신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기대여명에 대한 평가를 기초로 일정한 손해배상액의 지급을 명한 화해권고결정 또는 판결이 확정된 후에 피해자가 기대여명보다 일찍 사망한 경우, 확정된 화해권고결정 또는 판결에 따라 지급받은 손해배상금을 부당이득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인신사고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인정된 사실들과 이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 등을 바탕으로 피해자의 기대여명을 평가하여 판결 등으로 확정한 이상, 그 후 피해자가 기대여명보다 일찍 사망하였다고 하여 확정판결 등의 기판력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

[2] 인신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기대여명에 대한 평가를 기초로 일정한 손해배상액의 지급을 명한 화해권고결정 또는 판결이 확정된 후에 피해자가 기대여명보다 일찍 사망한 경우, 확정된 화해권고결정 또는 판결에 따라 지급받은 손해배상금을 부당이득이라고 볼 수 없다.

원고

원고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인앤인 담당변호사 임웅찬)

피고

피고 1외 3인(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선환외 1인)

변론종결

2008. 10. 21.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 1, 2는 각자 124,556,000원 및 이에 대한 2007. 9. 22.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피고 3, 4는 각 45,882,578원 및 이에 대한 2007. 10. 22.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망 소외 1의 교통사고 및 원고의 손해배상금 지급 등

(1) 망 소외 1은 2003. 6. 11. 울산 북구 염포동 염포사거리 앞 노상에서 원고와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자의 자동차 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교통사고로 뇌손상을 입었다.

(2) 소외 1과 그의 자인 피고 1은 2004. 1. 3.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가단1347호 로 원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3) 위 사건에서 소외 1에 대한 신체감정을 한 결과 기대여명은 13년으로 평가되었고, 위 법원은 이를 바탕으로 2005. 11. 24. 소외 1에게 4억 9,500만 원을 지급할 것을 명하는 화해권고결정을 하였으며, 그 결정은 2005. 12. 20. 확정되었다.

(4) 원고는 2005. 12. 23. 위 4억 9,500만 원을 소외 1의 후견인인 피고 2에게 지급하였다.

나. 망 소외 2의 교통사고 및 원고의 손해배상금 지급 등

(1) 망 소외 2는 2003. 11. 11. 충북 음성군 금왕읍 정생리에 있는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원고와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소외 3이 운전하는 자동차와 충돌하는 교통사고로 인하여 두개골 골절의 상해를 입었다.

(2) 소외 2는 2004. 5. 13. 서울중앙지방법원 2004가단150478호 로 원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3) 위 사건에서 소외 2의 기대여명은 13.4년으로 평가되었고, 위 법원은 이를 바탕으로 2006. 5. 26. 소외 2에게 309,524,76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4) 위 판결에 원고가 항소하였고, 서울고등법원에서도 기대여명은 13.4년으로 평가되었으나, 개호비의 산정기준 및 소외 2의 과실비율을 달리 판단하여 2007. 3. 8. 소외 2에게 247,176,255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그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5) 원고는 2006. 6. 8. 소외 2에게 위 판결에서 명한 돈을 지급하였다.

다. 소외 1은 2007. 9. 21., 소외 2는 2007. 10. 12. 각 사망하였다.

[증 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4호증의 각 1, 2, 제2,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는, 소외 1, 2(이하 ‘피해자들’이라고 한다)가 위 각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화해권고결정 및 판결에서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초가 되었던 각 기대여명보다 훨씬 전에 각 사망하였는바, 그로 인하여 그 사망시부터 위 각 기대여명시까지의 향후치료비, 보조구비, 개호비, 일실수익의 각 손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피고들은 그 손해액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원고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소외 1의 상속인인 피고 1 및 피고 2에게 각자 124,556,000원 및 이에 대한 2007. 9. 22.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소외 2의 상속인인 피고 3, 4에게 각 45,882,578원 및 이에 대한 2007. 10. 22.부터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것을 구한다.

나. 피고들은, 기대여명에 대한 정당한 법원의 판단에 따라 산정된 손해배상액을 지급받은 것을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받은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3. 판 단

위 기초 사실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확정된 화해권고결정 또는 판결에 따라 원고로부터 각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은 것인데, 화해권고결정은 확정되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주1) 가지고,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주2) 가지는바, 그 화해 또는 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 한 피해자들이 지급받은 손해배상금이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이라고 할 수 주3) 없으므로, 피해자들이 각 손해배상 청구사건에서 평가된 기대여명보다 일찍 사망하게 된 사정으로 인하여 위 화해 또는 판결의 기판력이 배제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

살피건대, ① 당사자의 법적 안정성을 위해 확정판결에 기판력을 인정한 취지나 확정판결의 효력을 배제하기 위하여는 그 확정판결에 재심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 재심의 소에 의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것이 원칙적인 방법인 점에 비추어 볼 때, 확정판결의 기판력의 배제는 이를 쉽사리 인정하여서는 아니되고, 당사자의 절차적 기본권이 근본적으로 침해된 상태에서 판결이 선고되었거나 확정판결에 재심사유가 존재하는 등 확정판결의 효력을 존중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이를 묵과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되어야 하는 점, ② 인신사고의 경우 손해배상의무 발생의 근거사실인 손해는 사고 당시에 이미 발생하여 그 배상청구권이 존재하게 되고, 다만 법원으로서는 당사자가 변론종결시까지 제출한 자료에 의해서 장래 현재화할 손해를 예상하고 그 금전적 평가에 기해 배상을 명하는 것뿐이므로, 예상된 사실과 현실화된 사실이 상위함이 변론종결 후에 밝혀지더라도 일반적으로는 이를 변론종결 후에 생긴 사유라고 볼 수 없는 점{토지 소유자가 임료 상당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장래이행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이 확정된 후 임료가 상당하지 아니하게 되는 등 사정이 있는 경우( 대법원 1993. 12. 21. 선고 92다46226 전원합의체 판결 의 사안)는 손해가 변론종결 당시 이미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 후 장래에 계속 발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인신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와 달리 보아야 할 점이 있다}, ③ 기대여명은 통계에 기초한 예상 수치일 뿐 그 기간만큼 살 수 있다는 보증이 있는 것은 아니고, 특히 뇌손상 등으로 인하여 기대여명이 단축되는 경우 합병증의 발생 여부, 치료여건 등 여러 상황에 따라 수명이 예상보다 단축될 수도, 연장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기대여명의 평가에는 그 개념상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는 것인 점, ④ 식물인간 등의 경우와 같이 그 후유장애의 계속기간이나 잔존여명이 단축된 정도 등을 확정하기 곤란하여 일시금 지급 방식에 의한 손해의 배상이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손해배상청구권자가 일시금에 의한 지급을 청구하였더라도 법원이 재량에 따라 정기금에 의한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할 수 주4) 있는바, 가해자 또는 보험자는 그와 같은 사정을 적극적으로 주장·입증하여 정기금에 의한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절차가 애초에 보장되어 있었던 점, ⑤ 현재의 기판력 이론을 관철하면 매우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라도 기판력 배제를 위한 법리적인 근거에 있어서는 무리가 따르고 난점이 많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2002년 전문 개정된 민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 은 “정기금의 지급을 명한 판결이 확정된 뒤에 그 액수 산정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하게 바뀜으로써 당사자 사이의 형평을 크게 침해할 특별한 사정이 생긴 때에는 그 판결의 당사자는 장차 지급할 정기금 액수를 바꾸어 달라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정기금의 지급을 명한 판결의 경우에는 그 판결 확정 이후의 사정변경을 반영하여 기존 판결의 기판력을 배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였는데, 이러한 예외적 제도는 그 명문의 규정에 따라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지 함부로 그 적용 범위를 확장하거나 유추적용할 것은 아닌바, 정기금이 아닌 일시금의 지급을 명한 판결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더구나 정기금 판결 변경의 소에서도 ‘장차’ 지급할 정기금 액수를 바꾸어 달라는 청구를 할 수 있을 뿐 사정변경이 생긴 이후 이미 지급한 돈의 반환을 구할 수는 없는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인신사고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인정된 사실들과 이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 등을 바탕으로 피해자의 기대여명을 평가하여 판결 등으로 확정한 이상, 그 이후 피해자가 기대여명보다 일찍 사망하게 되었다고 하여 확정판결 등의 기판력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는 피해자가 손해배상의 기초가 되었던 기대여명보다 오래 생존한 경우 추가로 발생하는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과의 형평상 원고의 청구가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대법원 2007. 4. 13. 선고 2006다78640 판결 이 “식물인간 피해자의 여명이 종전의 예측에 비하여 수년 연장되어 그에 상응한 향후치료, 보조구 및 개호 등이 추가적으로 필요하게 된 것은 전소의 변론종결 당시에는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중한 손해로서 전소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으나, 이는 전 소송의 변론종결 후에 새로운 적극적 손해가 발생한 경우로 그 소송의 변론종결 당시에는 새로운 손해의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고 또 그 부분 청구를 포기하였다고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되므로 추가로 발생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청구는 전 소송의 소송물과는 별개의 소송물이 되기 때문에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고, 이러한 점에다가, 피해자가 손해배상의 기초가 되었던 기대여명보다 오래 생존한 경우 기대여명 이후의 손해는 통상의 경우 이전 소송에서 청구되지 않았던 부분인데 반하여, 피해자가 손해배상의 기초가 되었던 기대여명보다 일찍 사망한 경우에는 실제 사망시점부터 기대여명까지의 손해가 이전 소송에서 이미 청구된 부분이라는 점을 보태어 보면, 소송물의 관점에서 양자를 달리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와 같이 이전 판결 등에서 확정된 손해배상금 중 일부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는 청구의 경우에 위 대법원판결의 논리가 반드시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확정되어 기판력이 발생한 화해 또는 판결에 따라 지급한 손해배상금은 그 기판력이 재심의 소 등으로 취소되지 아니하는 한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부당이득의 액수 등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진수(재판장) 최누림 전아람

주3) 대법원 1995. 6. 29. 선고 94다41430 판결 참조.

주4) 대법원 1994. 1. 25. 선고 93다5187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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