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갑이 집회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하자 집회참가자인 피고인이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구하면서 갑이 메고 있던 가방 줄을 붙잡고 밀고 당기는 등의 폭행을 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 또는 자구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집회 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하자 집회참가자인 피고인이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구하면서 갑이 메고 있던 가방 줄을 붙잡고 밀고 당기는 등의 폭행을 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갑은 적법하게 집회신고를 한 후 집회활동을 하고 있던 피고인 등 집회참가자들의 동의 없이 얼굴을 불과 1~2m 거리를 두고 근접하여 촬영한 점, 당시 피고인은 사이비종교 피해자들 약 50여 명과 사이비종교단체의 위험성을 알리는 취지의 집회를 하였는데, 집회참가자들의 신체적 정보가 담긴 영상이 사이비종교단체에 전송되면 이들 단체의 보복행위 대상이 되는 것이 염려되어 얼굴이 촬영된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응하지 아니하였고, 주변에 있던 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촬영한 영상을 삭제하도록 재차 요구하였으나 완강히 거부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20조 의 정당행위 또는 형법 제23조 의 자구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 형법 제20조 , 제23조 , 제260조 제1항 , 형사소송법 제325조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정병옥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윤혜주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행한 유형력의 행사는 피해자가 메고 있는 가방 줄을 붙잡고 밀고 당기는 정도의 행위에 불과하였을 뿐 직접적인 신체 접촉도 없었던 점, 피해자가 촬영한 영상물이 일단 유포될 경우 피고인을 비롯한 집회참가자들의 개인정보가 공개되어 이로 인한 피해의 확산을 막을 수 없게 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이 있는 행위 또는 법정절차에 의하여 청구권을 보전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므로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가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원심판결의 형(벌금 5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4. 8. 16. 20:00경 부산 동구 (주소 생략) ○○치안센터 앞 노상에서 피해자 공소외 1(30세)이 △△역 광장에서 집회하는 장면을 촬영하자 이에 반감을 품고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구하면서 자리를 이동하는 피해자가 메고 있는 가방 줄을 붙잡고 밀고 당기는 등의 폭행을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형법 제20조 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5. 2. 25. 선고 2004도8530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살펴보건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이 인정된다.
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또는 그림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아니하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초상권은 우리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권리이고, 초상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하는데, 위 침해는 그것이 공개된 장소에서 이루어졌다거나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유만으로 정당화되지 아니하는바( 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 참조), 피해자는 당시 적법하게 집회신고를 한 후 집회활동을 하고 있는 피고인 등 집회참가자들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이들의 얼굴을 불과 1m 내지 2m의 거리를 두고 근접하여 촬영하였다.
②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역 광장에서 원심 증인 공소외 2 및 당심 증인 공소외 3을 포함하여 사이비종교로 인한 피해자들 약 50여 명과 함께 사이비종교단체의 위험성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취지의 집회를 하였는바, 피고인 등은 피해자가 촬영한 집회참가자들의 신체적 정보가 담긴 영상이 사이비종교단체에 전송되면 이들 단체로부터 보복행위의 대상이 되는 것이 주1) 염려되어 피해자에게 얼굴이 촬영된 영상을 삭제하여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피해자가 이에 응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인 등은 주변에 있던 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피해자가 촬영한 영상을 삭제하도록 재차 요구하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완강히 거부하였다.
③ 결국 피고인 등과 피해자는 경찰관과 함께 ○○치안센터로 가게 되었으나, 그곳에서도 피해자는 피고인 등의 요청을 거절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치안센터를 나와 그 자리를 벗어나려는 피해자의 카메라가 들어 있는 가방 줄을 붙잡고 밀고 당기는 등의 유형력을 행사하였을 뿐, 피해자의 신체에 대하여 여타 다른 물리력을 행사한 바는 없다.
④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는 가방 줄이 끊어지는 피해를 입었으나, 피고인을 비롯한 집회참가자들의 얼굴 등이 촬영된 영상물이 당사자들의 의사에 반하여 일단 전송되거나 유포될 경우 이로 인한 피해의 확산은 막을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피고인 등이 입게 될 피해의 정도가 더 크다고 보여진다.
⑤ 더구나 피고인은 피해자의 인적 사항 등을 알 수 없었고 피해자가 이를 스스로 말해주지 않는 한 강제로 알아낼 방법 또한 없었기 때문에 피고인으로서는 촬영한 영상을 삭제하지 아니한 채 그 자리를 벗어나려는 피해자를 상대로 달리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불가피하게 카메라가 들어 있는 가방 줄을 붙잡고 재차 사진의 삭제를 요청할 수밖에는 없었다고 보여진다.
3)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는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의 요건을 충족하므로,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 의 정당행위에 해당하거나 또는 법정절차에 의하여 청구권을 보전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어려운 경우에 그 청구권의 실행불능 또는 현저한 실행곤란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행위로서 형법 제23조 의 자구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고, 제2의 다.항 기재와 같이 이는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주1) 당심 증인 공소외 3의 진술에 의하면 공소외 3은 사이비종교단체로부터 지속적으로 협박 등을 당해왔으며, 피고인은 집회참가자들의 이러한 피해사례를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