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피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정송 담당변호사 최영식)
피고,항소인
근로복지공단
2021. 11. 12.
제1심판결
서울행정법원 2021. 4. 22. 선고 2020구합74641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1. 청구취지
피고가 2020. 3. 6.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소외인은 평택시 (주소 3 생략)에 있는 ○○○○○○○ 1차 협력사의 직원이었다.
나. 소외인은 2019. 12. 18. 업무용 포터 차량((차량번호 생략), 이하 ’이 사건 업무차량‘이라 한다)을 운전하여 14:00부터 15:30까지 아산시 (주소 1 생략)에 있는 ○○○○○○○ 주1) 에서 진행된 협력사 교육에 참석 후 근무지로 복귀하기 위하여 16:10경 평택시 (주소 2 생략)에 있는 도로에서 이 사건 업무차량을 운전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하여 이 사건 업무차량의 앞부분과 반대편에서 진행하던 6.5t 트럭의 앞부분이 충돌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이 사건 사고로 소외인이 사망하였다(이하 소외인을 ’고인‘이라 한다).
라.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은 2020. 1. 22. 고인에 대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사건에 관하여 고인의 사망을 이유로 불기소 결정(공소권 없음)을 하였다.
마. 피고는 2020. 3. 6. 고인의 배우자인 원고에게 ‘고인이 출장업무 수행을 마치고 복귀하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나, 고인은 중앙선 침범에 따른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범죄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하여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내지 8, 12 내지 16, 17 내지 23, 27호증, 을 제1 내지 6, 9 내지 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고인이 협력사 교육에 회사 제공의 업무용 차량을 이용하여 참석하였다가 회사로 복귀하는 중에 사고를 당한 이상 이는 업무수행 중의 사고이고, 비록 고인이 중앙선을 침범하여 사고가 발생하였지만 이 사건 사고가 오로지 고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의 범죄행위에 기인하였다고 볼 명백한 근거가 없으므로 고인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것이다.
나. 관계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판단
관계 법령의 문언 및 개정 취지에다가 갑 제6, 8, 16, 17호증, 을 제9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37조 제2항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에 규정된 근로자의 ‘범죄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1) 산재보험제도의 취지
산재보험제도는 주로 보험가입자(사업주)가 납부하는 보험료와 국고부담을 재원으로 하여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업무상 재해라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방식에 의하여 대처하는 사회보험제도이므로 이 제도에 따른 산재보험수급권은 이른바 ‘사회보장수급권’의 하나에 속한다. 산재보험수급권은 국가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급부를 요구하는 것이므로 헌법규정만으로는 이를 실현할 수 없고 법률에 의한 형성을 필요로 한다. 즉, 산재보험수급권의 구체적 내용인 수급요건·수급권자의 범위·급여금액 등은 법률에 의하여 비로소 확정된다. 헌법재판소는 “연금수급권은 사회적 기본권의 하나인 사회보장수급권의 성격과 재산권의 성격을 아울러 지니고 있으므로 순수한 재산권이 아니며, 사회보장수급권과 재산권이라는 양 권리의 성격이 불가분적으로 혼재되어 있다.”라고 판시하여 사회보험법상의 수급권을 사회적 기본권과 재산권적 요소가 혼합되어 있는 이중적 성격의 권리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점이 사회보험분야에서의 사회보장수급권의 보장내용과 그 범위를 한정하는 입법지침으로 작용하며, 사회보험법 영역에서 인정되고 있는 폭넓은 입법형성의 자유의 근거 및 이를 제한하는 한계법리로 작용한다[ 헌법재판소 2009. 5. 28. 선고 2005헌바20, 22, 2009헌바30(병합) 결정 참조].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 및 취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산재보험법이 2007. 12. 14. 법률 제8694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추가된 것으로 개정 이유는 다음과 같다.
라.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법 제37조) |
(1)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업무상 재해의 개념에 대하여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어 포괄 위임의 논란이 제기되고 있음. |
(2) 업무상 재해의 인정 기준을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으로 구분하고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라 업무 및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 등을 업무상 사고의 기준으로,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 등을 업무상 질병의 기준으로 명시함. |
(3) 업무상 재해의 인정 기준이 법률에 명확히 규정됨으로써 업무상 재해의 인정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됨. |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라고 규정하여 고의·자해행위와 범죄행위를 병렬적으로 나열하여 보험수급권 제한 사유로 들고 있는바, 법문상 범죄행위에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제한은 우연성이라는 보험사고를 매개로 하는 보험제도의 본질과 위법한 행위로 보험급여 혜택을 받으려는 자에 대한 징벌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고의·자해행위’와 별개로 형법 등에 위배되는 모든 범죄행위에 대하여 보험급여 혜택을 제한하려는 입법자의 의도로 볼 수 있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문언에서 범죄행위에 대한 아무런 구분이 없다는 점, 사회보장수급권에 대한 폭넓은 입법형성의 자유가 있다는 점, 이 사건 법률조항을 포함한 산재보험법 제37조 의 개정 이유는 업무상 재해의 인정 기준을 명확하게 하기 위함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범죄행위’는 문언 그대로 형법 등에 의하여 처벌되는 행위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원고 주장과 같이 범죄행위를 법문에 병렬적으로 규정된 고의·자해행위에 준하는 행위로 제한해석 할 경우 범죄행위에 해당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법자가 예정한 의도에 어긋날 수 있고 범죄행위 중 고의·자해행위에 준하는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 법문 자체로는 구분이 어려워 업무상 재해의 인정 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다.
3) 대법원의 태도
가) 대법원은 ‘범죄행위’에 대하여 “ 공무원및사립학교교직원의료보험법 제42조 제1항 의 범죄행위에는 고의적인 범죄행위는 물론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도 모두 포함되며, 형법에 의하여 처벌되는 범죄행위가 포함되는 것은 물론 특별법령에 의하여 처벌되는 범죄행위도 여기에서 제외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도로교통법 제12장의 범칙행위도 위 범죄행위에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 , 대법원 1990. 5. 22. 선고 90누752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여 그 범위를 문언 그대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나) 한편 대법원은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한 경우라 함은 오로지 또는 주로 자기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 , 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2두13079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였다. 즉,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보험급여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를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서 구체적으로 보험사고가 '오로지 또는 주로'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하였을 것과 같은 인과관계를 요구함으로써 행위자에게 비난가능성이 적은 경우에는 이를 범죄행위에서 제외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고 있다.
4) 이 사건 사고의 경우
가) 도로교통법 제13조 제3항 은 “차마의 운전자는 도로(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에서는 차도를 말한다)의 중앙(중앙선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중앙선을 말한다) 우측 부분을 통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156조 제1호 는 제13조 제3항 을 위반한 차마의 운전자는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중앙선 침범행위는 도로교통법에 의하여 처벌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나) 이 사건 사고는 고인이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하여 반대편에서 진행하던 6.5t 트럭의 앞 부분과 충돌함으로써 발생하였다. 고인이 중앙선 침범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중앙선을 침범한 과실은 운전자에게 주어진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 비록 고인이 중앙선을 침범한 이유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현장 CCTV 영상이나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이 확인되지 않고 고인의 음주행위나 졸음운전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다), 달리 불가피한 사유가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중앙선을 침범하여 사고가 발생한 것 자체만으로 고인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제3조 제1항 , 제2항 본문에서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업무상과실치상죄 또는 중과실치상죄 등을 범하더라도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한편, 제2항 단서 제2호 에서는 도로교통법 제13조 제3항 을 위반하여 중앙선을 침범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에 더하여 운전자가 중앙선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국민의 생명, 신체에 중대하고도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앙선 침범행위는 그것이 의도적인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중대한 법규위반에 해당하여 그에 대한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크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하는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주1) 소외인의 근무지에서 약 47㎞ 떨어져 있고, 정체가 없을 경우 자동차로 약 40~50분 소요되는 거리이다(네이버 지도 참조).
평석
- 산재보험법상 산재 배제 사유인 ‘범죄행위가 원인이 된 경우’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결 손익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본문참조판례
헌법재판소 2009. 5. 28. 선고 2005헌바20, 22, 2009헌바30(병합) 결정
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2두13079 판결
본문참조조문
원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1. 4. 22. 선고 2020구합7464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