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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7.1.19. 선고 2015고합1038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배임수재,입찰방해
사건

배임수재, 입찰방해

피고인

A

검사

박철우(기소, 공판), 김창진, 이희찬(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D, E

법무법인 F 담당변호사 G, H, I

판결선고

2017. 1. 19.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1976. 포항제철에 입사하여 설비기술부와 광양제철소 등에서 근무하다가 2007. 3.경 주식회사 J(이하 'J'이라 한다) 플랜트사업본부장(부사장)으로 소속을 옮겼고, 2009. 3.경부터 2012. 3.경까지 J 대표이사 사장, 2012. 3.경부터 2014. 3. 16.까지 J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산하 토목환경사업본부, 건설사업본부, 플랜트사업 본부, 글로벌마케팅실 등에서 수행하는 각종 영업(공사수주)과 하도급업체 선정, 공사대금의 수취와 지급 등 계약 및 자금 관리를 포함한 경영 전반을 지휘 감독하는 업무에 종사하였으며, 2014. 3. 17.부터 현재까지 위 회사의 고문을 맡고 있다.

가. 약 385만 달러의 비자금 조성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피고인은 2009. 4.경부터 6.경 사이 서울 강남구 K에 있는 J 사무실에서, 토목사업 본부장 L로부터 베트남 M 고속도로 건설 현장소장 N가 베트남에서 공사대금의 약 1%에 달하는 액수의 비자금을 현장에서 조성할 계획이라는 보고를 받고서 이를 승인하고, N는 위 베트남 건설 현장의 하도급업체인 0 등과 공사비를 과다계상하여 하도급약을 체결하고, 2009. 8.경부터 2013. 6.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1 기재와 같이 그 차액인 약 385만 달러를 각 공사대금 항목에 포함시켜 지급한 후 돌려받아 개인적인 용도 등에 사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N 등과 순차 공모하여 피해자 J의 자금 약 385만 달러(USD, 약 40억 원)를 횡령하였다.

나. P으로부터의 배임수재

피고인은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던 처남 Q가 2008년경부터 경기불황으로 직원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처남댁의 신용카드 대출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자 2009. 7.경부터 생활비를 지원하여 주고 있었다.

피고인은 2010. 2.경부터 5.경 사이 J 사옥에서 (주)R 대표 P으로부터 지인의 골프장 시행사업에 J이 시공사가 되어달라는 청탁 및 S이 베트남 도로공사에서 공사를 수주하게 해달라는 청탁 등을 받고, "인사를 드리고 싶다" 라며 금품제공 의사를 밝힌 P에게 "나한테는 그런 거 안 해도 된다"라고 하였다가, 그 무렵 P을 다시 만나 "내 처남이 형편이 어렵다. 처남을 도와줘라"라고 말한 후 P과 처남 Q에게 서로의 연락처를 알려주어, 처남 Q로 하여금 P으로부터 2010. 4. 16.부터 2010. 9. 1.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8회에 걸쳐 합계 1억 원을 설계용역 선급금 명목으로 받아 생활비로 사용하게 하고, 계속하여 2011. 2.경 인천 연수구 T 사무실에서 아래 다.항과 같이 이베트남 도로포장 공사를 수주한 데 대해 감사하다며 "인사를 드리고 싶다"라고 하는 P에게 "N가 잘 해줬지? 그때 그 내 처남 알지?"라며 Q에게 금전을 더 주라는 취지로 말하여, 처남 Q로 하여금 P으로부터 2011. 2. 21.부터 2011. 12.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12회에 걸쳐 합계 8,500만 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받아 생활비로 사용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공정하게 하도급업체를 선정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합계 1억 8,500만 원의 재물을 취득하였다.

다. 입찰방해

(주)U은 현장소장 V를 통해 'M' 고속도로 1~3공구 건설공사의 총괄현장소장인 N로부터 베트남에서 도로포장공사를 해보라는 제안을 받고 2009. 11.경 베트남에 W(법인장 V)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N와 도로포장공사 견적금액을 협의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2010. 5.경 K에 있는 J 사무실에서, P으로부터 "J이 베트남에서 건설하는 고속도로 공사의 포장공사를 X의 S이 수주받을 수 있게 도와 달라" 라는 부탁을 받고, 총괄현장소장 N에게 "U을 거치지 말고 S이 공사를 수주받을 수 있게 하라"라는 취지로 지시하고 그 이후에도 수차 독촉 전화를 하였다. 이에 총괄현장소장 N는 도로포장 공사의 실행예산이 약 380억 원에 불과함에도 S사장 X 등이 450억 원의 대금을 요구함에 따라 유찰됨이 없이 낙찰시키기 위해 실행 예산을 약 430억 원까지 증액편성하고, 공무팀장 Y을 통해 X과 공동 입찰자인 Z 부사장 AA에게 낙찰 가능한 실행예산 범위를 미리 알려주어 430억 원 상당의 금액으로 응찰하도록 하고, W 법인장 V에게는 "미안하다. 본사 추천업체가 있다"라고 하면서 W를 비롯한 O, AB 등 자신과 업무상 협조가 가능한 업체들에게만 입찰요청서를 보내 일정 금액 이상을 입찰가로 써내도록 함으로써 2011. 2. 15.경 S의 현지 법인인 AC 및 AD로 하여금 최저가 입찰자로 낙찰받게 해 주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N 등과 공모하여 위계의 방법으로 J이 실시하는 'M' 1~3공구 도로포장공사 하도급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의 공정을 해하였다.

라. 허위 기성고조서에 기하여 공사대금 약 10억 원을 지급한 데에 따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위 다.항의 입찰에 따라 2011. 2. 25. J과 AC 및 AD 사이에 체결된 'M' 1~3공구 도로포장공사 하도급계약은 그 대금이 베트남 동화(VND)로 약정되어 있었고, 계약 체결 이후 2011년 말까지도 공사 부지의 보상 문제로 도로포장공사 착공은 물론 그 선행공사도 진행되지 않아 AC 등의 업체에 일부 선급금 외에는 기성금이 전혀 지급되지 않고 있었다.

피고인은 2011. 10. 16.~20. 사이 베트남 출장 중, N에게 "P이 회사 일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 P을 많이 도와줘라"라고 말하고, 이에 N는 AE에 있는 AF호텔 숙소에서 피고인에게 불필요한 계약변경을 통하여 P에게 공사대금을 올려 추가로 지급해 주겠다는 취지의 보고를 하고 피고인은 이를 승낙하였다. N는 2011. 10. 26.경 베트남으로 온 P과 사이에 AC 및 AD에 공사 계약대금 중 약 30%를 미국 달러화(USD)로 지급할 수 있도록 내부 방침을 변경함으로써 당시 미국 달러화 가치상승 추세를 이용하여 계약대금을 실질적으로 증액하고, 아직 도로포장 공사가 착공 전임에도 공사가 일부 이루어진 것으로 가장하여 허위의 기성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피해자 J의 자금 10억 원을 하도급업체인 AC와 AD에 지불하고 AC, AD에서 그 돈을 그대로 P에게 전달해 주기로 모의하였다.

그 후 N는 2011. 12. 29.경 도로포장공사가 전혀 진행되지 아니하여 공사대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음에도 마치 도로포장공사가 일부 진행된 것처럼 허위 기성고조서를 작성하여 AC 및 AD에게 기성고에 따른 공사대금을 계약시의 기준환율보다 높은 환율을 적용하여 합계 약 10억 원을 지급하면서 P이 베트남에 설립한 'AG 계좌로 이체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N 및 P과 순차 공모하여 피해자 J의 재물 약 10억 원을 횡령하였다.

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배임) J의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인 'AH'는 AI의 해외합작법인인 AJ로부터 인도네시아 'AK'를 도급받아 2011. 9. 5.경 그 중 레미콘 납품을 AL(주)(이하 'AL'이라 한다)의 현지 법인인 'AM'에 수의계약으로 하도급 주게 되었다.

J 계약규정은 계약업체에 기성대금 지급에 앞서 선급금(Advance Payment)을 지급할 때에는 선급금에 대한 보증(AP Bond)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고, '계약이행 보증' 및 하자이행 보증'의 경우와는 달리 '선급금 보증'에 대하여는 AI 계열사 또는 설비기자재업체 중 우수 협력업체로 선정된 경우에 한하여서만 예외적으로 보증없이 선급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그 면제사유를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AL이나 위 현지 법인은 AI계열사도 아니고 우수 협력업체도 아니며 해당 계약은 설비기자재 계약이 아닌 자재납품 계약에 불과하여 선급금 보증 면제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다.

반면, AM는 신설법인으로 매출실적이 없었으므로, AH로부터 선급금을 받기 위해 필요한 금융기관 등의 선급금보증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인도네시아 현지 금융기관이나 국내 은행에 선급금에 상당하는 액수의 보증금이나 그에 상당하는 담보를 제공하여야만 보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또한, 그 모회사인 AL은 계열사인 AN(주)가 2008년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합계 1,077억 원을 대출받을 때에 지급보증을 하여 2011년 말기준 784억 원에 달하는 연대보증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는데, AN(주)는 2009년 약 169억 원의 당기순손실 발생을 시작으로 계속 적자가 발생하고 2010년부터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약 155억 원 초과하는 등 재무상태가 악화되어 결국 2011. 12. 27. 채권단과 경영정상화협약(FAST TRACK)을 맺기에 이르렀으며, 2011년 AL의 해외 현지 자회사인 AO의 현지 대출을 위해 신한은행으로부터 475만 USD(약 50억 원)의 지급보증을 받고자 할 때에 AL의 연대보증 조건이 거절되어 AP(주)의 연대보증과 AP(주)의 예금 30억 원을 담보로 제공하고서야 지급보증을 받는 등 AL은 그 매출규모 및 재무상태 등에 대한 평가에 의해 금융권에서 해외공사 선급금 보증서를 발급받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피고인은 J의 대표이사로서 하도급업체의 원활한 공사수행을 위하여 기성실적이 없음에도 미리 선급금 명목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경우 회사의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해당 하도급업체로부터 선급금 보증을 제출받는 등 적절한 채권 회수 조치를 취함으로써 J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이에 위배하여 평소 친분이 두터운 AL 회장 AQ에게 위 하도급계약에 있어 보증서 제출을 면제해 줌으로써 AL에게 보증서 발급에 소요되는 담보제공과 수수료 등의 부담을 면하도록 함과 동시에 선급금을 먼저 지급받도록 하는 혜택을 주기로 마음먹고, 2011. 8.~9.경 인도네시아 법인장이던 AR가 선급금 보증을 면제해달라는 AL의 요구를 거절하자 해외법인을 관리하던 글로벌마케팅실장인 AS 전무에게 "AR를 잘라라"라고 말하면서, AS을 통해 AR 법인장에게 'AL에 보증서없이 선급금을 지급해 주라'고 지시하여, 2011. 9. 5. 레미콘공급계약 대금 243,049,100,000 IDR 중 선급금 27,469,165,050 IDR(인도네시아 루피화, 약 34억 원)을 선급금 보증서 없이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게 하고, 2011. 10. 11. 6,485,600,000 IDR, 2011. 10. 31. 13,897,867,555 IDR, 2012. 10. 15. 9,900,000,000IDR 등 총 30,283,467,555 IDR(부가세 포함 약 37억 원)를 지급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그 임무에 위배하여 평소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AQ가 운영하는 AM에 약 37억 원의 이익을 주고, 피해자인 AH에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바. AT으로부터의 배임수재

피고인은 건축사업본부장 AU, 경영지원본부장 AV 등 부하 임원을 불러 2010. 9. 20. 안산시 상록구 AW에 있는 AX컨트리클럽에서 골프 모임을 주재함에 있어, J의 협력업체로 각종 조경공사를 하는 (주)AY 운영자인 AT으로부터 "(주)AY이 각종 건축, 토목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많이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위 3명에 대한 그린피, 캐디피, 카트비, 게임비 등 합계 1,455,000원을 피고인을 대신하여 납부하도록 하였다.

피고인은 이를 비롯하여 2010. 8. 29.경부터 2014. 8. 13.경까지 AX 컨트리클럽에서 별지 범죄일람표 3 기재와 같이 총 34회에 걸쳐 합계 약 49,035,000원의 비용을 대신지불하게 하고, 2013. 2.경 인천 연수구 AZ에 있는 J 피고인의 집무실에서 위와 같은 취지의 부탁과 함께 피고인의 아들 결혼식 축의금 명목으로 현금 1,000만 원을 받고, 2014. 6. 1.경 위 골프장에서 인천 송도로 돌아오는 AT의 승용차 안에서 시가 약 250만 원 상당의 금두꺼비(금 1냥) 1개를 받음으로써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그 임무에 위배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합계 61,535,000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2.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약 385만 달러의 비자금 조성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의 점에 관하여

가.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L로부터 베트남 M 고속도로(이하 '이 사건 고속도로'라 한다) 공사 현장 소장 N가 공소사실과 같이 비자금을 조성할 계획이라는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 또는 묵인한 사실이 없다.

나. 판단

1)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L로부터 '이 사건 고속도로 공사에서 발주처가 공사대금의 약 1%에 해당하는 리베이트를 요구하는데, 현장에서 알아서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다고 인정된다.

① L, N 모두 검찰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위 고속도로 공사의 발주처인 베트남 도로공사(VEC)의 CB이 공사대금의 약 1%에 해당하는 리베이트를 요구하였고, N는 2009년 상반기 무렵(위 고속도로 공사 A1공구의 계약식 및 착공식이 있던 때이다) L에게 이를 보고하였으며, L는 그 무렵 사장인 피고인에게 이를 보고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L, N가 위와 같은 보고가 있었던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A1공구의 계약식이 있던 2009. 3. 24.경인지 아니면 착공식이 있던 2009. 4. 25.경인지), N가 L에게 베트남 현지에서 직접 대면하여 보고하였는지 아니면 전화로 보고하였는지, L는 N로부터 위와 같은 보고를 받고 즉시 승낙하였는지 아니면 피고인에게 보고한 이후에 승낙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일부 불명확하거나 서로 어긋나는 진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L, N가 최초로 검찰에서 이 사건에 관하여 진술한 시점이 2009년 상반기로부터 약 6년이 넘는 기간이 경과한 이후인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세부적인 사항에 있어서 일부 내용의 불일치는 N, L의 각 진술의 전반적인 신빙성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

② 이 사건 고속도로 공사는 당시 L가 본부장을 맡고 있던 J 토목사업본부가 모기업인 주식회사 AI(이하 'AI'라 한다)가 아니라 순수하게 해외 발주처로부터 최초로 수주한 토목공사로서, A1공구의 공사대금만도 1,000억 원이 넘고 A2, A3공구를 합친 전체 공사대금은 약 4,000억 원에 이르는 대형 공사였다. 또한 당시는 J과 발주처 사이에 위 고속도로 공사의 A2, A3공구에 관하여는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였고, 발주처에서 공사 진행을 방해하려고 한다면 J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때였으므로, J로서는 발주처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기 어려웠다.

③ 피고인은 2009. 3.경 J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윤리경영을 강조하면서 국내외 공사에서의 리베이트 공여 등 건설업계의 부적절한 관행을 근절하라는 지시를 하였고, 모기업인 AI에서도 지속적으로 그와 같은 지시를 하고 있었다. 또한 L는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2003. 11.경 J에 임원으로 입사한 외부 출신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토목사업본부장으로서 위 공사를 계속 진행하기 위하여 부득이 발주처에 대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하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 L로서는 이를 자신이 임의로 처리할 수 없었고 대표이사인 피고인에게 보고하여야 했다고 수긍할 수 있다.

2) 그러나 L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① 해외 발주처에서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이 사건에서와 같이 하도급업체에 공사비를 부풀려 지급한 다음 원래 공사비와의 차액을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법 외에도, 발주처에서 내세우는 특정한 에이전트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그러한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점, ② 에이 전트와의 용역계약은 해외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정식으로 체결되기도 하는 점, ③ L는 N로부터 베트남 도로공사 CB이 리베이트를 요구한다는 보고를 받을 당시 리베이트와 비자금을 동일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N가 공소사실과 같은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할 계획이라는 사실은 몰랐던 점이 인정된다. N도 법정에서 J이 베트남 쑹룽 미투언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하지 못한 것은 발주처에서 과도한 에이전트 수수료를 요구하였기 때문이었다고 진술하여 L의 위와 같은 진술과 부합한다.

위와 같은 사정에 ① 발주처의 리베이트 요구에 대한 '현장의 조치'가 그러한 리베이트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② 리베이트 요구에 따른 에이전트 계약은 매우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는데, 이들 모두가 횡령 또는 배임과 같은 범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에이전트 계약은 J의 베트남 현지법인 등 공사 현장이 아니라 본사에서만 체결한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는 점, ④ 이 사건 고속도로 공사 외에 J이 해외에서 수주한 다른 공사에서 L, N 등 J의 임직원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할 계획이라는 점을 보고한 사실 또한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L로부터 앞서 본 바와 같은 취지로 보고를 받은 것만으로는 현장소장인 N가 공소사실과 같이 하도급업체로부터 부풀린 공사대금 차액을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업무상횡령의 범행을 저지를 것임을 사전에 인식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N의 횡령 범행을 알지 못하였던 이상 피고인이 L로부터 위와 같은 보고를 받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이를 제지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한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를 인정할 수도 없다.

다. 소결

결국 피고인은 N가 공소사실과 같이 이 사건 고속도로 공사에서 약 385만 달러의 비자금을 조성한 행위에 대하여 이를 알지 못하였고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다고도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업무상횡령죄의 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

3. 이 사건 공소사실 중 P으로부터의 배임수재의 점에 관하여

가.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요지

1) 피고인은 P으로부터 공소사실과 같이 골프장 시행사업 또는 베트남 도로공사와 관련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그 대가로 Q를 도와주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 Q가 P으로부터 받은 돈은 설계용역업무를 수행한 데에 따른 정당한 대가이다.

2) 피고인이 아니라 Q가 P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이 구 형법(2016. 5. 29. 법률 제1417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형법'이라 한다) 제357조 제1항에서 정하는 배임수재죄를 구성할 수 없다.

나. Q가 P으로부터 받은 돈이 피고인에 대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인지 여부

1)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P이 Q에게 지급한 돈은 설계용역 대금 또는 대여금이 아니라 실제로는 피고인에 대한 청탁의 대가라는 취지의 P, BA의 각 진술이 있다.

2)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P과 BA의 위와 같은 진술은 믿기 어렵다.

가) Q의 설계용역업무 수행

① Q와 P은 2010. 4. 2.경 P이 진행하고 있던 '하남시 BB 타운하우스 개발사업'(이하 '이 사건 타운하우스 개발사업'이라 한다)에 관하여 Q가 위 개발사업의 준공완료 시점까지 필요한 설계도면을 작성·제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증거기록 3권 2332쪽 이하).

그리고 Q는 위와 같이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인 2010. 3. 22.경 이미 사업개요 (총 대지면적, 연면적, 용적률, 평형별 세대수 등), 단지별 개요(단지별 대지면적, 연면적, 용적률, 평형별 세대수 등), 분양면적표, 토지이용계획, 각종 배치도, 지하 1층 평면도, 단면개념도, 준공 후 예상 경관 등이 포함된 사업계획서 1판(증거기록 3권 2473~2484쪽, 2474쪽 우측 상단에 1판을 의미하는 'REV-1'이라는 기재가 있음)을 작성하였다. 이후 Q는 P이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1차로 금원 지급을 완료한 2010. 9. 1.경 이후에도 2010. 9.경 사업계획서 4판(증거기록 3권 2490쪽 이하), 2010. 11.경 사업계획서 8판(증거기록 3권 2504쪽 이하), 2011. 1.경 사업계획서 9판(증거기록 3권 2512쪽 이하)에 이르기까지 2010. 9. 1. 이전보다도 빈번하게 타운하우스의 단지별 평형, 배치 등을 바꾸기도 하고, 각 단위세대별 평면도를 추가하는 등으로 지속적으로 사업계획서를 수정·보완하였다. 이와 같이 Q가 수행한 작업은 이 사건 용역계약을 통하여 수행하기로 약정한 전체 설계용역업무 중 약 10.79%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증 제38호증).

② 이 사건 타운하우스 개발사업과 같은 시행사업에서 시행사가 사업계획 인가를 받지 못하고 사업이 좌초되는 경우 설계사가 시행사로부터 용역대금 중 일정 부분을 받지 못하는 관행이 다수 존재하는 사실, 이 사건 용역계약에서 용역대금이 정해져 있지 않고 향후 위 개발사업의 내용이 확정될 때 용역대금의 액수를 결정하기로 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건축사가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한 이후 상당 정도로 용역업무를 수행하였는데도 시행사가 사업계획인가을 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건축사에게 계약금 등 어떠한 명목으로도 금원을 전혀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용역결과물을 받는다는 것 또한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 Q가 이 사건 타운하우스 개발사업 현장을 방문하였을 당시 토지소유자들의 동의율이 75%가 넘었다는 현수막이 게시되어 있는 등, Q가 사업계획 인가가 임박하였다고 생각할 만한 사정이 있었던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Q가 최초로 사업계획서 1판을 작성한 2010. 3. 22.경 이후인 2010. 4. 2.경에 Q와 P 사이에 이 사건 용역계약이 체결되었는데, 이는 P이 Q로부터 첫 용역결과물을 받아 본 다음 Q와 함께 계속 일을 추진해 나갈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다 이 사건 타운하우스 개발사업은 Q가 2011. 1.경에 마지막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까지도 전체 사업규모가 확정되지 않고 계속하여 건물 형태, 규모에 관한 구상이 바뀌었으므로, 2010. 4. 2.경 체결된 이 사건 용역계약에서 용역대금 총액을 확정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용역계약이 건축설계의 통상적인 관행과 배치되는 명목상의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③ Q는 2010. 426.경 BC, BD, BE, BF, BG, BH, BI 등 다수의 업체에 이 사건 용역계약의 하도급 견적을 의뢰하고 그 답신을 받았으며, 이를 기초로 2010. 4. 29.경 P이 운영하는 (주)R에 구체적인 설계용역의 내용을 확정하고 용역대금을 12억 5,000만 원으로 하는 용역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였다.

④ Q는 2011. 2. 23.에 P의 소개로 'BJ'에 관한 용역계약을 체결하였고, 이후 위 계약에 따른 설계도서 뿐만 아니라 P의 부탁으로 '베트남 BK 신축사업', '인도네시아 BL 사업', '충주 BM 신축사업'에 관하여도 설계용역업무를 수행하였다. 위 각 설계용역에 따라 작성된 용역결과물의 기성고는 적게는 3.99%(베트남 BK 신축사업)에서 많게는 18.21%(BJ)에 이른다.

나) Q의 차용증 작성

① Q는 P에게 2010. 7. 12. "차용금 1억 원을 향후 이 사건 용역계약 대금 일부로 변제하고, 용역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조건이 변경되면 채무의 변제기 · 조건 등은 별도 협의로 정한다"라는 취지의 차용증을, 2010. 9. 1. "설계용역비 1억 원을 영수하였고, 2010. 10. 31.까지 이 사건 타운하우스 개발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차용금으로 전환하여 2011. 3. 31.까지 변제할 것을 확약한다"라는 취지의 차용증을 각 작성하여 주었다.

그런데 Q는 앞서 본 바와 같이 2010. 4. 2.경 이미 이 사건 용역계약서를 작성한 이후 다수의 용역결과물을 생산하였으므로, 자신이 P으로부터 돈을 받을 근거를 남겨 두기 위하여 일부러 위와 같은 차용증을 작성하여 P에게 교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특히 간 Q가 위와 같이 처음으로 차용증을 작성하여 준 2010. 7. 12.은 P이 Q에게 1억 원이 아니라 9,000만 원만 교부하였던 때로서, Q가 스스로 아직 받지도 않은 나머지 1,000만 원까지 포함시켜 액면금 1억 원의 차용증을 작성하여 줄 이유가 없는 점, 2010. 9. 1.자 차용증에 포함된 내용 중 "이 사건 타운하우스 개발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 이를 차용금으로 전환하고 2011. 3. 31.까지 변제한다"라는 내용은 Q에게 불리한 내용임이 명백하여 Q가 이를 포함시킬 이유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Q가 위와 같은 차용증을 작성하겠다기에 받아 두었다는 P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오히려 위 각 차용증의 작성 시점과 그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용역계약의 체결 이후 2010. 7. 12. 이전에 위 용역계약의 선급금으로 1억 원을 지급받기로 P과 구두로 약정하였고, 이후 P이 위와 같은 차용증 작성을 요구하여 이에 응하게 되었다는 Q의 진술을 보다 수긍할 수 있다.

② Q가 작성한 2010. 9. 1.자 차용증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타운하우스 개발사업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 P으로부터 받은 1억 원을 차용금으로 전환하고, 2011. 3. 31.까지 변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Q가 2011. 3. 23. 이후에 P으로부터 추가로 지급받은 돈 중 일부 금액에 대하여도 추가로 차용증(증거기록 3권 2338~2340쪽)을 작성한 사실, Q는 현재까지도 P에게 위 각 차용증에 기재된 금원을 변제하지 않았고 P도 그 변제를 요구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은 Q의 차용증 작성 경위 및 그 내용에 비추어 보면, 위 각 차용증은 P이 Q에게 이 사건 타운하우스 개발사업을 비롯한 각종 건축사업의 설계용역을 맡기면서 선급금으로 지급한 돈에 대하여 Q가 향후 그에 상응하는 설계용역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경우 선급금을 확실히 돌려받기 위한 방편으로 받아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Q가 위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은 용역결과물을 생산하는 등 일정 부분 용역업무를 수행한 이상, P이 위 각 차용증에 기한 변제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하여 위 각 차용증을 피고인에 대한 배임증재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만 작성하여 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 P이 Q에게 금원을 교부할 당시의 제반 사정

① P은 2010. 9. 1.경까지 Q에게 합계 1억 원을 지급한 이후, 다음 해인 2011. 2. 21.경까지 전혀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Q는 그 사이의 기간 동안 자신의 누나인 BN, BO(피고인의 처이다)으로부터 생활비와 회사 운영자금 합계 6,200만 원을 지원받기도 하였다.

그런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0. 9. 1. 무렵은 이 사건 고속도로의 포장 공사를 S의 베트남 현지법인인 AC가 수주하는 것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일 뿐만 아니라 그 실행예산이 증액되기 이전이었다. 만일 P이 Q에게 교부한 금원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에 대한 부정한 청탁, 즉 위 고속도로의 포장공사를 S이 수주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데에 따른 대가였다면, X과의 계약에 따라 위 공사를 S이 수주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었던 P이 위 기간 동안 Q에 대한 금품 교부를 중단하여 다시 Q를 어려운 형편에 처하게 한 것을 쉽게 수긍할 수 없다.

② Q가 2010. 9. 1.경까지 합계 1억 원을 교부받은 이후 다시 P으로부터 돈을 받기 시작한 2011. 3. 21.은 위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P과 BJ에 관한 용역계약을 체결한 2011. 3. 23. 무렵이다.

3) 그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Q가 P으로부터 받은 돈이 피고인에 대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위 돈은 Q가 P이 의뢰한 설계용역업무를 수행하고 받은 정당한 대금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다. Q가 P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을 피고인이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는지 여부

1) 배임수재죄를 규정한 구 형법 제357조 제1항의 법문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 하더라도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에는 위 죄가 성립하지 않음이 명백하다. 다만, 그 다른 사람이 부정한 청탁을 받은 자의 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나 그 밖에 평소 부정한 청탁을 받은 자가 그 다른 사람의 생활비 등을 부담하고 있었다거나 혹은 그 다른 사람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그 다른 사람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받음으로써 부정한 청탁을 받은 자가 그만큼 지출을 면하게 되는 경우 등 사회통념상 그 다른 사람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받은 것을 부정한 청탁을 받은 자가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위 죄가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1321 판결 등 참조).

2)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오는 2008년경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BP' 설계사무소의 운영이 어려워져 직원들의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었던 사실, Q는 2009. 7.경 이후에는 거의 매달 BN, BO으로부터 생활비와 회사 운영자금을 지원받은 사실, Q가 P으로부터 금원을 교부받은 기간 동안에는 BN, BO으로부터 위와 같은 지원을 받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3) 그러나 한편 위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Q는 자신의 독자적인 사업을 운영하는 성인으로서 피고인과 동거하거나 생계를 같이 하지 않았고, 피고인의 Q에 대한 부양의무도 없는 점, ② 피고인이 자신의 처인 BO에게 Q를 도우라고 지시하였다고 인정할 증거 또한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Q가 P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을 피고인이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입찰방해의 점에 관하여

가.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N에게 P이 아는 회사가 이 사건 고속도로의 하도급 공사를 수주하려고 하니 한번 만나보라고 하였을 뿐이고, 공소사실과 같이 P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N에게 S이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

나. 판단

1)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2010년 봄 무렵 피고인을 찾아가 이 사건 고속도로의 포장공사를 S이 수주하게 해 달라고 부탁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N에게 전화를 하여 S이 위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하라고 말하였다. 그 이후에도 S의 수주가 늦어지자 여러 차례 피고인을 찾아가 S이 빨리 수주하게 해 달라고 독촉하였다"라는 취지의 P의 진술,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고속도로의 포장공사 업체로 S을 검토하라는 전화를 받았고, 이후에도 피고인으로부터 몇 차례 S와의 계약이 왜 늦어지냐는 독촉 전화를 받았다" 라는 취지의 N의 진술이 있다.

2)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고위 공무원과의 친분관계를 과시하는 P의 부탁을 쉽게 거절할 수 없어 N에게 P을 소개하고 P이 주선하는 업체를 검토하여 보라는 정도의 지시만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가) 피고인과 P의 관계 및 P의 다른 부탁에 대한 피고인의 대응

① P은 2009년 무렵부터 BQ, BR, BS 등 피고인이 알고 지내는 다수의 고위 공직자를 통하여 피고인과 식사자리를 갖는 등 안면을 익혀 왔다. 그런데 P 본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P은 2009년경 인도에서의 전기공사 하도급을 비롯하여 2010. 1.경 이 사건 타운하우스 개발사업, 2010. 2.~3.경 전남 보성 골프장 시행사업 등 이 사건 고속도로 공사 이전에도 여러 차례 피고인에게 J의 사업과 관련된 부탁을 하였다. 피고인과 P이 서로 알고 지내게 된 경위와 기간에 비추어 볼 때, P이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사업을 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J 내의 담당자를 소개하여 달라는 정도를 넘어 구체적으로 위 각 사업에서 J로부터 특정한 혜택을 받고 싶다고 빈번하게 청탁하였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보인다. P이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청탁의 대가로 어떠한 이익을 주기로 약속하였다거나, 대가를 약속하지 않고도 여러 차례 그와 같은 부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피고인과 급속하게 깊은 친분관계를 형성하였다고 보이지 않는 점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② 피고인은 2009년 인도 전기공사에 관해서는 J의 인도 델리 현지 법인에 오래 근무한 BT을, 2010. 1. 이 사건 타운하우스 개발사업에 관해서는 J에서 주택건축사업을 담당한 BU을, 2010. 2.3.경 전남 보성 골프장 시행사업에 관해서는 J 건축사업본부 소속 임원인 AU을 각 소개하여 주었고, P이 언급한 개별 사업에 관하여 그들에게 어떠한 구체적인 지시나 부탁을 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BT은 P에게 인도에서 전망이 있는 사업, 인도에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 등에 관한 조언을 하거나 자료를 제공하는 정도의 편의를 제공하였고, BU과 AU 또한 P이 제안한 이 사건 타운하우스 개발사업 또는 전남 보성 골프장 시행사업에 대한 검토 결과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자 더 이상 위 각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중단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이 이 사건 고속도로 공사에 관하여 P이 이전에 부탁하였던 위 각 사업들과 비교하여 특별히 더 P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 주도록 지시할 만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

③ P은 검찰에서 이 사건 고속도로의 포장공사를 주는 일은 현장소장의 권한으로 모두 처리할 수 있으므로 현장소장을 소개받으려는 의도를 갖고 피고인을 찾아갔다고 진술하였다.

나) N의 행태 및 실행예산이 증액되기까지의 과정

① P이 피고인에게 이 사건 고속도로의 포장공사와 관련하여 부탁을 한 시점은, S의 대표이사인 X과 Z에서 위 고속도로 공사를 맡아 보던 AA이 함께 베트남에서 위 고속도로 건설공사 현장을 확인하고 당시 위 고속도로의 포장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노력 중이던 W(U의 베트남 현지법인)의 법인장인 V를 만나고 돌아온 2010. 4. 17.경 이후로서, X이 P과 최초로 자문계약을 체결한 2010. 4. 29. 무렵으로 보인다.

그런데 X과 AA이 P으로부터 위 고속도로 공사의 J 현장소장인 N를 만나고 와보라는 말을 듣고 베트남을 다시 방문한 2010. 5. 무렵에도 N는 X과 AA을 특별히 환대하거나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고, 은연중에 S보다는 W와 계속 업무를 추진하고자 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에 X과 AA은 포장공사를 수주하는 것이 어렵겠다고 생각하기도 하였는데, J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위 고속도로의 포장공사를 이 수주할 수 있도록 하라고 구체적인 지시를 받은 N가 이러한 행태를 보였다는 사실은 쉽게 수긍할 수 없다.

② X은 2010. 4.경 S이 W의 재하도급 업체로 이 사건 고속도로의 포장공사에 참여할 것을 검토할 당시부터 견적금액으로 450억 원 정도를 산출하였고, 이를 전제로 하여 2010. 4. 29. P과 최초로 자문계약을 체결하였다(증거기록 1권 988~989쪽). 이후 X이 2010. 5. 8. 두 번째로 베트남에 다녀온 이후 2010. 5. 10. 체결된 자문계약(증거기록 1권 991~992쪽)에서는 견적금액이 435억 원으로 하향 조정되었고, 이후 위 견적금액은 거의 그대로 유지되었다. W의 V 또한 위 포장공사에 참여를 준비하면서 430억 원 정도를 견적금액으로 산출하여 S이 산출한 위 금액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N는 W와의 사이에서는 W의 견적금액을 J의 실행예산에 근접시켜 포장공사를 주기 위해 유류대가 싼 곳을 알려주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 반면(증거기록 4권 3223쪽), S, Z과의 사이에서는 2010. 10. 19.경 실제로 실행예산이 증액되기 전까지 X이나 AA과 견적금액에 관하여 자료를 교환하거나 견적금액과 실행예산을 근접시키기 위한 논의를 한 사실이 없다. 이는 S과의 계약이 늦어지자 피고인이 직접 몇 차례 독촉전화를 하기까지 하였다는 N의 진술과 부합하지 않는다.

③ N, Y, X, V 등 이 사건 고속도로의 포장공사에 관여한 사람들은 일치하여 389억 원의 실행예산으로는 S뿐만 아니라 W 등 다른 업체들도 위 포장공사를 수행할 수 없었으므로 실행예산 증액은 필연적이었다고 진술하였다.

④ W는 2009. 11. 15.경 설립된 이래 2010. 2.경에는 이 사건 고속도로의 포장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아스콘 공급업체로부터 견적을 받는 등 많은 준비를 하여 둔 상태였다. 그런데 J의 고속도로 부지 확보에 문제가 발생하여 입찰절차가 계속 지연되자 W는 인건비 등 관리비를 계속 지출하는 손실을 입게 되었다. 이에 V가 N에게 어려움을 호소하여 2010. 6.~7.경 이 사건 고속도로의 포장공사와는 별도로 3공구 토공사 중 3구간, 4구간 공사를 수주하고 공사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N는 위와 같은 W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2010. 10. 19.경 실행예산이 증액될 무렵에야 V에게 본사 추천업체가 있으니 W에 포장공사를 주기 어렵다는 언질을 주었고, V가 2010. 11.~12.경 현장 철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N에게 재차 확인하자 확정적으로 공사를 줄 수 없다고 답하였다.

⑤ N는 법정에서 "피고인의 전화는 반드시 S에 이 사건 고속도로의 포장공사를 주라는 취지가 아니라 S 담당자를 만나서 업체의 규모나 실적, 견적금액 등을 확인하고 공사를 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 등을 잘 검토해 보라는 취지로 받아들였다. 피고인도 회사에 손해를 끼쳐가면서 S에 포장공사를 주도록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며, Y의 진술 또한 이에 부합한다.

3) 그리고 피고인이 N로부터 이 사건 고속도로의 포장공사 하도급을 수의계약이 아니라 지명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하고, S에 실행예산을 미리 알려주고 W, O 등을 들러리 업체로 세워 S과 Z의 현지법인인 AC와 AD가 위 포장공사를 수주하게 하겠다는 계획을 보고받거나 이를 승인하였다는 증거 또한 발견할 수 없는 이상,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N에게 P을 소개하고 검토를 지시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N와 입찰방해죄의 범행을 공모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5.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허위 기성고조서에 기하여 공사대금 약 10억 원을 지급한 데에 따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의 점에 관하여

가.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요지

1) 피고인은 공소사실과 같이 N에게 P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고, N로부터 공사대금을 올려 추가로 지급해 주겠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거나 이를 승낙한 사실 또한 없다.

2) AC와 AD가 P에게 지급한 돈은 위 각 회사가 J로부터 정당하게 지급받아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J의 소유가 아니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J의 재물을 횡령하였다는 내용의 횡령죄가 성립할 수 없다.

나. 피고인이 N에게 P에 대한 공소사실과 같은 지원을 지시하였는지 여부

1)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2011년 여름 이래 P으로부터 "돈을 만들어 달라"라는 부탁을 받고 있던 중 2011. 10.경 베트남에 출장 온 피고인으로부터 P을 도와주라는 말을 들었고, 그날 밤에 피고인이 묵던 호텔 방에서 피고인에게 "P에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은 변경을 안 해줘도 되는 부분인데 해줘도 무난한 그런 게 있으니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보고하여 피고인의 승낙을 받았으며, 이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AC와 AD에 대한 지급통화를 변경하고 그에 따라 위 두 회사가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차익 합계 약 10억 원을 허위 기성고조서에 기하여 선급금 명목으로 위 두 회사에 미리 지급한 다음 위 두 회사는 다시 이를 P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P과 모의하고 실행하였다는 취지의 N의 진술이 있다.

2)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N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N와 P과 함께 앞서 본 바와 같이 선급금 명목의 돈을 AC와 AD에 지급하기로 공모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P은 2011. 2.경 AC와 AD가 J과 이 사건 고속도로의 포장공사에 관하여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이후, N에게 "회사가 어렵다. 고속도로 공사를 하면서 포장하고 나면 중앙분리대도 만들어야 하고 고속도로 옆에 펜스도 두르는데 그런 일을 좀 달라"라고 부탁하였다. 이에 N는 "그건 돈이 안 된다. 내가 돈 되는 것을 한 번 생각해 볼 테니기다려 보라"라고 말하였다.

또한 N는 법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P을 도우라는 말을 들은 것이 공소사실 기일시뿐만 아니라 여러 번이었고, '도와주라'는 말의 의미에 관하여도 반드시 금전적인 도움을 주라는 의미가 아니라 P이 잘 되게 도와주는 것, 추가공사를 주거나 설계변경을 해 주는 것, 공사를 하면서 편의를 봐주는 것 등 여러 가지 의미로 받아들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N에게 하였다는 "P을 도와주라"라는 말에서 '도움'의 의미는 P에게 J의 돈을 준다는 뜻으로 특정된다고 볼 수 없고, 새로운 일감을 주거나 이미 진행 중인 공사의 편의를 보아주는 등 매우 포괄적인 뜻으로 보아야 한다.

② 이 사건 고속도로 공사의 발주처인 베트남 도로공사에서는 아시아 개발은행 (ADB)의 요청에 따라 J에 지급하는 위 고속도로 공사대금의 지급통화를 베트남 동화 70%, 미국 달러화 30%의 비율로 변경한 반면, J은 하도급 업체들에 대한 지급통화를 기존과 같이 베트남 동화 100%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 결과 베트남 동화의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으로 인하여 하도급 업체들은 공사를 계속하는 데에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그와 관련한 손실의 보상을 J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N는 J 감사실과의 내부 협의를 거쳐 2011. 11. 15.경 위 고속도로 공사의 모든 하도급 업체에 대해 지급통화를 베트남 동화 70%, 미국 달러화 30%의 비율로 변경하였는데, N의 내심의 목적이 어떠하였는지와 무관하게 피고인으로서는 이를 N의 정당한 경영상의 판단으로 받아들였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핵심은 지급통화 변경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지급통화 변경을 기화로 하여 AC와 AD가 향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차익만큼의 공사대금을 선급금 명목으로 미리 지급하고, 위 두 회사는 다시 지급받은 공사대금을 그대로 P에게 교부한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비록 피고인이 당시 베트남에서 임직원들로부터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교부받은 보고자료에 하도급 업체에 대한 지급통화 변경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는 하나, 피고인이 N로부터 "변경을 안 해줘도 되는 부분인데 해줘도 무난한 것이 있으니 잘 처리하겠다"라는 내용만을 듣고 이를 AC와 AD에 선급금 명목의 돈을 미리 지급한 다음 다시 이를 P에게 교부하게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이를 승낙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N와 P의 행위가 업무상횡령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1) P은 피고인의 이 부분 공소사실과 동일한 내용으로 2015. 4. 20.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소되었으나(2015고합303), AC와 AD에 대한 지급통화를 변경하고 선급금을 지급한 데에 N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선급금 명목으로 지급된 돈은 위 두 회사의 소유이므로 J의 재물을 횡령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검사의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위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N 또한 이 부분 공소사실과 동일한 내용으로 2015. 12. 18.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소되었으나(2015고합1202), P에 대한 위 1심판결과 유사한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2) 위와 같이 N와 P의 행위가 업무상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공범으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하여도 그 공동정범의 죄책이 성립할 수 없다.

6.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위반(배임)의 점에 관하여

가.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요지

1) J의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인 AH(이하 'AH'라 한다)은 AL의 현지 법인인 AM(이하 'AM'라 한다)와 사이에 AK(이하 '이 사건 AK'라 한다)에 관한 레미콘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AM의 모기업인 AL이 발행한 각서를 제공받아 선급금 보증에 관한 J의 내부 규정을 준수하였다.

2) 선급금 보증을 AL이 발행한 각서의 형태로 제공받은 것은 AH와 AM 사이의 협상 결과에 따른 것으로,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AH의 법인장인 AR에게 부당한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

3) AM는 AH로부터 선급금을 지급받기 이전에 이미 현지에 선급금을 초과하는 선투자를 하고 있었으므로 선급금 반환의무가 문제될 여지가 없었고, 각서를 발행한 AL의 재무상태가 열악하지도 않았으므로, AH에 선급금을 반환받지 못할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

나. AH가 선급금 보증에 관한 내부 규정을 위반하였는지 여부

1) J의 내부 규정 중 '계약규정'(증거기록 5권 4430쪽 이하)은 제38조, 제39조에서 계약상대방의 '계약보증금의 납부의무 및 그 면제에 관하여만 정하고 있을 뿐이고, '선급금의 보증에 관하여는 별다른 조항이 없다.

선급금 보증에 관하여는 J의 내부 규정인 '업무절차서' 중 '입찰 및 계약 일반(증거기록 5권 4448쪽 이하 및 7권 5668쪽 이하, 이하 '이 사건 내부 규정'이라 한다)에서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11.7 선급금 및 중도금 보증금

11.7.1. 계약담당자는 선급금 및 중도금을 지급하고자 할 때에는 계약상대자로 하여금 선

급금 및 중도금 금액과 동일한 선급금 및 중도금 보증금을 관계 법령 및 계약서

에서 정하는 보증서 또는 증권으로 납부하게 한다. 다만, 11.7.2의 경우에는 선급

금 및 중도금의 보증금 납부를 면제하게 할 수 있다.

11.7.2 선급금 및 중도금 보증금의 납부면제 또는 감액

(1) 선급금 및 보증금의 납부를 면제 또는 감액할 수 있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1) AI 및 AI의 출자회사 또는 당사의 출자회사와 계약을 체결할 때

2) 설비기자재 최우수업체 및 AI 인증공급사(PCP) 중 선급보증 면제기준을 만족하는

업체와 설비기자재 계약을 체결할 때(선급금에 한함)

3) (삭제)

4) 기성지급시 지급된 선급금 중 공제된 금액이나 공제가 완료되었을 때

11.7.3 선급금 및 중도금 보증금의 회사 귀속

(1) 선급금 및 중도금 보증금의 회사귀속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지체 없이 보험회사 또

는 관련 보증기관에 그 뜻을 통지하고 기지급된 선급금 및 중도금에서 기정산된 금

액을 뺀 금액을 현금으로 징수하여야 한다.

(2) 선급금 및 중도금 보증금을 면제한 후 회사귀속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선급금 및

중도금 지급각서에 의하여 기지급된 선급금 및 중도금에서 기정산된 금액을 뺀 금

액을 현금으로 납입하게 하여 회사에 귀속시켜야 한다.

2)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AM는 AI 또는 J의 출자회사가 아니고, 이 사건 AK에 대한 레미콘 공급계약은 설비기자재 계약이 아니며, 위 하도급 계약 당시 선급금 공제가 이미 완료되어 있지도 않은 사실이 인정되므로, AH가 AM에 대하여 이 사건 내부 규정 11.7.2에 따라 선급금 보증금의 납부를 면제하거나 감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3) 그런데 위 내부 규정 11.7.1에서는 선급금 보증을 '관계 법령 및 계약서에서 정하는 보증서 또는 증권'으로 이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 중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보증서 또는 증권'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7조 제2항 각 호에서 정하고 있는 ① 은행 등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서, ② 보험회사가 발행한 보증보험증권, ③ 각종 공제조합의 보증서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이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7조 제2항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정하고 있다).

4) 또한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또는 사정들, 즉 (1) AS, BV, BW 등 J의 임직원들은 계약 상대방과의 약정으로 선급금 보증 방법을 따로 정하였다면 반드시 은행 등 금융기관의 선급금 지급보증서(AP Bond)를 제공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② J의 다른 해 외 현장에서 하도급 업체가 발행한 당좌수표로 선급금 보증을 이행한 사례가 존재하고, 이 사건에서도 AH의 법인장인 AR는 AM에 금융기관의 선급금 지급보증서를 제공하는 것이 어렵다면 당좌수표라도 발행하여 달라고 요구하기도 하였는데, 수표는 지급거절되는 경우 발행인이 형사처벌을 받기는 하나 따로 수표상 지급보증인이 없는 이상 수표금의 지급 여부는 발행인의 자력에만 의지하게 되므로, 제3자가 보증의무를 부담하는 보증서 또는 각서보다 당좌수표가 선급금 반환을 담보하는 정도가 더 강력하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위 내부 규정에서 선급금의 보증 방법으로 '관계 법령이 정하는 보증서 또는 증권'과 함께 '계약서에서 정하는 보증서 또는 증권'을 열거한 것은 관계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서와 같은 보증수단이 아니더라도 J과 상대방이 서면계약으로 합의한 보증서 또는 증권으로 선급금 보증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는 취지를 정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이 사건 내부 규정 11.7.3 (2)에서 선급금 및 중도금 보증금을 면제한 경우에도 '지급각서'에 의하여 선급금을 현금으로 반환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정하고 있으나, 이는 선급금 보증을 제3자 (위 내부 규정 11.7.3. (1)에서 정하는 '보증기관')가 각서의 형태로 이행하기로 계약서에서 정한 경우가 아니라 위 내부 규정 11.7.2에 따라 선급금 보증의무를 전적으로 면제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5) 위 증거에 의하면 당시 시행 중이던 J의 공사계약 일반약관 제19조의2 제3항에서는 "수급인이 선급금을 지급받고자 할 때에는 제7조 제2항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증서를 도급인에게 제출한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에서 '제7조'는 계약보증금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제4조'의 오기로 보이고, 제4조 제2항에서는 보증금 납부방법을 '

①) 각종 보증기관이 발행하는 보증서, ② 국채 또는 지방채, ③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서 또는 예금증서'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J의 국내법무그룹장인 BX은 위 일반약관은 국내공사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라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7권 5670쪽), 뿐만 아니라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4조에서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에 관하여 사업자와 고객이 약관의 내용과 다르게 합의한 사항이 있을 때에는 그 합의 사항은 약관보다 우선한다"라고 정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일반약관 조항이 존재한다고 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내부 규정의 내용에 따라 J과 계약 상대방이 개별 합의로써 선급금 보증의 무의 이행방법을 위 일반약관 조항과 달리 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

6) 나아가 증거에 의하면 AH와 AM가 2011, 9. 5.경 체결한 레미콘 공급계약 중 8.1(증거기록 5권 4412쪽)에서는 'AL이 발행한 각서'(Letter of Guarantee issued by AL)로 선급금 보증을 이행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AL은 AH에 선급금을 보증하는 내용의 각서를 제공한 사실이 인정된다.

7) 그렇다면 AH는 AM와의 사이에서 계약서로 정한 보증서 또는 증권을 제공받고 선급금을 지급한 것이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은 선급금 보증에 관한 J의 내부 규정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J에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는지 여부

1)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임무위배행위라 함은 형식적으로 법령이나 내부규정을 위반한 모든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문제가 된 구체적인 행위유형 또는 거래유형 및 보호법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경제적·실질적 관점에서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2도12582 판결 등 참조).

2) 앞서 본 바와 같이 AH가 이 사건 AK에 대한 레미콘 공급에 관하여 AM로부터 AL이 작성한 각서를 제공받고 선급금을 지급한 것이 설령 J의 내부 규정에 위반된다.

고 하더라도,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그와 같은 AH의 행위는 적절한 경영상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서 어떠한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AH가 2011. 6. 16.경 이 사건 AK를 총괄하는 J의 현지 사업단으로부터 AM와의 레미콘 공급 계약 체결을 의뢰받은 이후, AH와 AM 사이에서는 전체 레미콘 계약물량인 약 41만㎡ 중 21만㎡에 대해서만 선급금을 지급할 것인지, 41만㎡ 전체 물량에 대하여 이른바 '노 에스컬레이션'(no escalation) 조건을 적용시켜 물가변동과 무관하게 레미콘 단가를 고정시킬 것인지, 선급금 지급비율을 전체 대금의 몇 %로 할 것인지, 선급금 보증은 어떤 방법으로 이행할 것인지 등에 관하여 의견 대립이 계속되었다.

② 위와 같은 의견대립의 결과 2011. 8. 하순경까지 레미콘 공급 계약이 체결되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 이 사건 AK에 제 때 착수하지 못하는 경우 하루에 약 17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지체상금이 발생하는 상황이었고, 이에 피고인은 AR에게 전화를 하여 빨리 계약을 체결하라고 독촉하기도 하였다.

③ 결국 AH와 AM 사이에 전체 41만m의 레미콘 물량 중 21만㎡에 대해서만 1차로 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대한 선급금을 지급하되, 선급금 지급 비율은 21만m의 레미콘 대금 중 15%로 하고, 선급금 보증은 AL의 각서로 이행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져 2011. 9. 5.경 하도급 계약이 체결되었다.

① AL은 2011. 12. 27.경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이른바 Fast-track)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위 약정의 내용은 AL이 2011년, 2012년에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부채비율을 2015년까지 400%까지 감축하기로 하는 자구계획을 실행하고 채권단은 그 약정 이행상황을 점검하면서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으로, 산업은행의 기업에 대한 내부평가 결과 'C(워크아웃 대상) 또는 'D(회생절차 대상) 등급보다 위험 수준이 낮은 'B'등급으로 평가된 기업이 자구계획에 따라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AL이 채권단과 위 약정을 체결하였다는 사실만으로 레미콘 공급계약 체결 당시 AH에 대한 선급금 보증의무를 이행할 수 없을 정도로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⑤ AM는 2011. 7. 14.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점과 AL의 한정근보증하에 1,150만 달러를 한도로 하는 지급보증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있고(근보증 한도는 주채무액 한도 1,150만 달러에 30%를 가산한 1,495만 달러였다), 레미콘 공급계약 체결 이후 추가로 2011. 11. 1.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AL의 연대보증 하에 800만 달러의 사업자금 대출을 받은 사실이 있다.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AL이 2011. 9. 5. 당시 선급금 약 37억 원을 변제할 자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⑥ AM는 레미콘 공급계약이 체결된 2011. 9. 5.경 이전에 인도네시아 현지에 선급금으로 지급받을 금액에 상응하는 비용을 선투자하여 배치플랜트(Batch Plant, 공사현장에서 레미콘을 생산, 공급하는 설비)를 설치하는 등 레미콘 생산 준비를 진행해 놓은 상태였다. 나아가 위와 같이 공급계약이 체결된 이후 이 사건 AK의 진행에 맞추어 적기에 레미콘을 공급하였으며, 현재까지 위 프로젝트에서 레미콘 공급에 관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라. 소결

그렇다면 AH가 AM와 레미콘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내부 규정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내부 규정을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어떠한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인에 대한 배임죄의 죄책은립할 수 없다.

7. 이 사건 공소사실 중 AT으로부터의 배임수재의 점에 관하여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AT으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골프 비용을 대납하게 하거나 현금, 금두꺼비 등을 받아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것이다.

나.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BZ, CA, CC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의 진술기재를 비롯하여 AT과 피고인의 골프 비용 내역, (주)AY의 J로부터의 수주내역, AT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의 정황 등에 관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AT으로부터 공소사실과 같은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재산상 이익을 받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1)

8.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 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판사현용선

판사양승우

판사전재현

주석

1) 검사는 AT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와 AT이 작성한 진술서를 증거로 신청하였다. 그러나 변호인은 위 각 서증을 증거로 채택하는 것에 부동의하였고, AT의 공판준비기일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위 각 서증의 진정성립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진정성립이 증명되지도 않았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진술조서) 또는 제313조 제1항, 제2항(진술서)에 의하여 위 각 서증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또한 AT은 증인으로 채택되어 출석요구서를 송달받았으면서도 불출석신고서를 제출하면서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AT의 이와 같은 행태가 형사소송법 제314조에서 정하는 '사망 · 질병 · 외국거주 · 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더라도 위 각 서증에 기재된 AT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되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의하여도 위 각 서증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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