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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방법원 2020. 6. 12. 선고 2020구합51192 판결
[수입통관보류처분취소][미간행]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대호 담당변호사 신동욱 외 1인)

피고

인천세관장

2020. 5. 29.

주문

1. 피고가 2019. 10. 8. 원고에 대하여 한 수입신고번호 23176-19-774913M 성인용품에 대한 수입통관보류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중국 업체 “(업체명 생략)"로부터 별지 1 ‘현품사진’과 같은 성인용품 1개(이하 ‘이 사건 물품’이라 한다)를 수입하면서 2019. 9. 16. 피고에게 수입신고(수입신고번호 23176-19-774913M)를 하였다.

나. 피고는 2019. 10. 8. 구 관세법(2019. 12. 31. 법률 제168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관세법‘이라고만 한다) 제237조 에 따라 이 사건 물품의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다. 원고는 2019. 10. 23. 이에 불복하여 관세청장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심사청구를 하였고, 관세청장은 2019. 12. 18. ‘원고의 심사청구를 기각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가. 행정청은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에 따라 처분을 할 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하나, 피고는 이 사건 처분의 구체적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제①주장).

나. 이 사건 물품은 성인 여성의 신체와 비슷한 형태 및 크기를 가진 남성용 자위기구로서, 성기나 항문의 형태가 실제 신체의 형상과 다르고, 인체의 세세한 특징이 표현되어 있지 않아 형상, 재질, 특징을 전체적으로 관찰할 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거나 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다. 특히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물품과 같은 성인 여성 신체 모양의 남성용 자위기구에 대하여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최종적인 법률 해석이 나왔음에도 이에 정면으로 반하여 권력분립의 원칙 및 법치행정의 원칙에 위반되는 위법한 처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물품은 관세법 제234조 제1호 의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제②주장).

3. 관계 법령

별지 2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4. 제①주장에 관한 판단

가. 행정절차법 제23조 제1항 은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는 행정청의 자의적 결정을 배제하고 당사자로 하여금 행정구제절차에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처분서에 기재된 내용, 관계 법령과 해당 처분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분 당시 당사자가 어떠한 근거와 이유로 처분이 이루어진 것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어서 그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처분서에 처분의 근거와 이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처분을 취소하여야 할 절차상 하자로 볼 수 없다(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1두18571 판결 ,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8두41907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위하여 원고에게 보낸 ‘통관보류 통지서’에는 근거법령은 “ 관세법 제237조 ”로, 통관보류사유는 “99(기타)”로, 통과보류조치는 “99(기타)”로, 상세내역으로는 “제9회 인천세관 성인용품통관심사위원회 심사결과에 따른 전량 통관보류”로 기재되어 있어 위 통지서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의 구체적인 근거와 이유를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 그러나, 이 사건 물품은 속칭 ‘리얼돌’로 불리는 성인 여성 모양의 남성용 자위기구로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하는지 여부로 비교적 최근에 통관보류 및 이에 관한 사법적 판단을 받은 바 있고, 원고는 수입업자로서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던 점, 실제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하여 관세청의 심판청구를 하였고, 이어서 이 사건 소송에 이르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행정구제절차로 나아가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인정되므로, 위 통지서에 처분의 근거와 이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여야 할 절차상 하자로 볼 수 없다.

5. 제②주장에 관한 판단

가. 인정 사실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1) 이 사건 물품은 여성 전신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인형으로, 머리 부분은 나사로 결합 및 분리가 가능하다. 머리를 제외한 크기는 약 150cm이고, 무게는 17.4kg이다.

2) 이 사건 물품은 전체적으로 사람의 피부색과 유사한 색깔을 띠고 있고, 유두 및 성기 부분은 좀 더 진한 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가슴 부분은 성인 여성의 가슴과 같은 모양이고, 성기 부분 역시 여성의 성기 외관과 유사한 모양으로 꾸며져 있으며, 성기 부위에 구멍이 뚫려 있다.

3) 이 사건 물품에는 신체와 유사한 관절이 형성되어 있어 앉거나 구부리는 등 다양한 자세가 가능하고, 피부는 실리콘 재질로, 뼈대는 철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 구체적 판단

1) 관세법 제234조 제1호 가 규정하는 ‘풍속을 해치는’이라고 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풍속을 해치는 ‘음란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대법원 2004. 2. 26. 선고 2002도7166 판결 참조), 여기서 ‘음란’이라 함은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표현물을 전체적으로 관찰·평가해 볼 때 단순히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서서 존중·보호되어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8두2368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음란’이라는 개념은 사회와 시대적 변화에 따라 변동하는 상대적이고도 유동적인 것이고, 음란성에 관한 논의는 자연스럽게 형성·발전되어 온 사회 일반의 성적 도덕관념이나 윤리관념 및 문화적 사조와 직결되고 아울러 개인의 사생활이나 행복추구권 및 다양성과도 깊이 연관되는 문제로서 국가 형벌권이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에 적절한 분야가 아니다(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6도3119 판결 등 참조).

성기구는 일반적인 성적인 표현물과는 달리 성기관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한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목적을 위해 제작·사용되는 도구로서, 그것은 단순한 성적인 만족이나 쾌락을 위한 경우뿐만 아니라 그 사용자가 육체적·심리적 성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나 일시적 혹은 상시적으로 성행위 상대가 없는 경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성기구는 인간이 은밀하게 행하기 마련인 성적 행위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되는데, 이러한 사적이고도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개별적 인격체로서의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 된다. 따라서 음란한 물건의 판매가 개인적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건전한 성풍속이라는 사회의 성도덕 관념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그것을 규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성기구의 위와 같은 특성을 고려한다면 성기구를 일반적인 성적 표현물인 음란물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규제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 2013. 8. 29. 선고 2011헌바176 전원재판부 결정 의 보충의견 참조).

2) 위 인정 사실과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5 내지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물품을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볼 때 그 모습이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이를 넘어서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다.

① 이 사건 물품은 성인 여성의 신체 중 가슴, 성기를 진한 색으로 도드라지게 보이게 하고 전체적으로 피부색과 유사한 실리콘을 재질로 사용하여 성인 여성의 신체를 재현한 것으로 그 전체적인 모습이 실제 사람의 형상과 유사하다. 피고는 이와 같이 이 사건 물품이 신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성기 등을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표현함으로써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여 성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성기구는 신체접촉을 대신하여 성기구를 통한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목적을 위해 제작·사용되는 도구로서 필연적으로 신체의 형상이나 속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거나 구현할 수밖에 없고, 앞서 든 성기구와 관련된 법리를 함께 고려하면 그 전체적인 모습이 신체와 유사하다거나 성기 등의 표현이 다소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그 본질적인 특징이나 성질이 달라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할 정도에 이른다고 쉽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

② 이 사건 물품이 성기구 이외의 다른 의학, 교육, 예술 등의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고 실제 그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 것이라면 일반적으로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의 처분에는 이 사건 물품의 용도가 성기구인 점이 전제되어 있으나, 앞서 든 법리와 같이 신체와 유사한 성기구는 단순한 성적인 만족이나 쾌락을 위한 경우뿐만 아니라 그 사용자가 육체적·심리적 성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나 일시적 혹은 상시적으로 성행위 상대가 없는 경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 통상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물품의 원래 용도나 목적을 고려하여 음란성 여부를 다르게 판단하는 것은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③ 피고는 그 형상이 조잡한 신체 형상의 성기구 수입을 허용하고 있어 ‘성기구’라는 이유만으로 풍속을 해치는 것이라 판단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법률도 성기구 전반에 관하여 일반적인 법적 규율을 하고 있지 않다. 이는 성기구는 성적인 내용을 대외적으로 표현하는 일반적인 음란물과는 달리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하고,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적어도 공중에게 성적 혐오감을 줄 만한 성기구가 공공연하게 전시·판매됨으로써 그러한 행위를 제재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 성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하여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 2013. 8. 29. 선고 2011헌바176 전원재판부 결정 의 보충의견 참조).

④ 청소년보호법은 ‘성기구’를 청소년유해물건으로 분류하여 ‘청소년유해표시’를 하도록 하고 성기구를 취급하는 업소는 ‘청소년유해업소’로 삼아 청소년의 출입과 고용을 금지하는 동시에 성기구를 청소년에게 판매·대여·유포하는 경우를 형사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제2조 , 제28조 , 제58조 등 참조). 이처럼 우리나라 법률은 미성숙한 청소년이 성기구에 노출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하여만 별도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성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사용을 본래 목적으로 한 성기구의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는 달리 찾아보기 어렵다. 피고는 일반 성기구와 달리 신체 형상을 한 성기구가 공공연하게 전시·판매되는 경우 공중에게 성적 혐오감을 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전시·판매가 공중에 성적 혐오감을 줄 경우 공연음란죄 등 관련 형사법에 따라 처벌하면 될 것이고, 이러한 우려로 인하여 신체 형상의 성기구 자체의 수입통관을 보류할 것은 아니다.

3) 따라서 이 사건 물품이 성풍속을 해치는 음란물이어서 관세법 제234조 제1호 의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6.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오기두(재판장) 장기석 심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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