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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군사법원 2019.5.31. 선고 2018노371 판결
군인등강제추행
사건

2018노371 군인등강제추행

피고인

A

계급

군번

소속

주거

등록기준지

항소인

피고인 및 군검사

군검사

대위 엄현정(기소), 중위 조영민(공판)

변호인

변호사 이형섭

변론

거침

원심판결

B 보통군사법원 2018. 11. 2. 선고 2018고3 판결

판결선고

2019. 5. 31.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원심판결의 무죄부분에 대한 군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유죄부분) 주장의 요지

① 이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고, ② 피고인은 동료관계에 있는 피해자에게 성적 추행의 고의가 없으며, ③ 추행에 관한 판단기준은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여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해자의 주관적인 의사에 따른 진술만을 믿어 피고인에게 각 군인등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사실을 오인하고 강제추행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군 검사

1) 사실오인(무죄부분)

2018. 2. 6. 02:20 경 군인 등강제추행의 점에 관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의 행위 이전에 이미 일련의 추행행위가 있었던 점, 피고인이 피해자의 양 볼이 눌릴 정도로 모자 부분을 세게 잡은 점, 피해자가 양 볼을 직접 만진 것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상당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부분 공소사실은 강제추행에 해당하고, 앞선 각 군인등강제추행죄에 연속한 기습적인 추행행위이므로 강제추행의 고의가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강제추행죄의 객관적·주관적 구성요건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것은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형량(선고유예, 유예할 형 징역 6월)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부분 각 공소사실(유죄부분)의 요지

피고인은 2017. 12. 29.부터 2018. 7. 11.까지 B 대대에서 대대장으로 근무했던 자이다.

1) 피고인은 2018. 2. 5. 23:13경 C에 있는 식당 'D'에서 중대장인 E, 피해자 G(여)과 회식을 마치고 식당을 나갈 준비를 하던 중 피해자에게 다가가, 피해자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해자 점퍼의 지퍼를 대신 닫아 올려주면서 피해자 점퍼의 오른쪽 가슴 위쪽의 장식을 바라보며 “대한민국 군마크 아냐. 군 표지장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함과 동시에 갑자기 피고인의 양손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가슴 윗부분을 안 쪽에서 바깥쪽으로 두어 번 쓸면서 만지고, 곧바로 피해자의 왼쪽 가슴 부근을 보면서 “이쪽에 이름표는 어디 갔어. 뜯겼어?"라고 말하며 한 손으로 피해자의 점퍼에 달린 털모자를 들춘 다음 다른 한 손으로 피해자의 왼쪽 가슴 윗부분을 툭툭 치듯이 만져 군인인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2) 피고인은 2018. 2. 6. 02:15경 진주시에 있는 B 앞에서 F 마을버스정류장 방향으로 가던 중, 갑자기 위 피해자에게 다가가 피해자가 팔을 뺄 수 없게 팔짱을 끼고 피해자에게 기대어 군인인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의 요지

1)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피해자의 진술에는 신빙성이 인정되고, 피해자의 진술 등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가) 피해자가 한 이 사건에 이른 경위, 피고인이 만진 신체 부위와 신체 접촉의 방법, 각 행위 전후 사정 등에 관한 진술들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고, 상당히 구체적이며 자연스럽다.

나) 피해자가 이 사건 발생 직후 기록을 해 두었고, 그 다음날인 2018. 2. 7. 성고충 전문상담관을 찾아갔다.

다) 이 사건 발생 전까지 피고인과 약 한달 간 근무한 것이 전부여서, 허위 사실을 꾸며낼 만한 특별한 동기나 이유가 없다(오히려 2018. 2. 말경 장기복무 심사를 앞둔 피해자가 직속상관인 피고인을 모함하는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라)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도 '지퍼를 올려주면서, 군 마크와 비슷하다며 장난을 쳤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이는 피해자의 추행 직전의 상황에 관한 진술과 대체로 부합한다. 또한, 피고인은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강압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었다'고 진술하였다.

마)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해자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피해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은 점, 식당에서 추행을 당하고도 이후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른 점, 사건 발생 후 수개월이 지나 신고한 점, 그동안 평소와 다름없이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나, ① 남자친구에서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성추행 피해자의 행동으로서 이례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는 점, ②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경우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노력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점, ③ 업무적으로 연관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에 불과하고 사적인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④ 당시 장기복무 심사를 앞두고 피고인을 곧바로 신고하는 것은 부담이 되었을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변호인이 주장하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

바) 함께 있던 E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슴 윗부분을 손으로 만지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나, 당시 E이 피고인, 피해자의 말이나 행동에 주목을 하지 않았던 점, E은 피해자의 뒤편에 위치한 식탁에 기대어 서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던 점, 피고인은 피해자의 점퍼 지퍼를 올려준 적이 있다고 진술하였는데, E은 그 장면조차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는 점 등에 비추어, E이 순간적으로 발생한 피고인의 추행 장면을 목격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그와 같은 추행이 없었다거나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없다.

2) 강제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근거로 이 부분 피고인의 행위는 객관적 구성요건 및 추행의 범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가) 2018. 2. 5. 23:13경 군인 등강제추행의 점에 관한 판단

① 피고인은 대대장이며, 40대 중반의 기혼남성이고, 피해자는 소대장을 겸한 중대장이며, 20대 중반의 미혼여성이다. 군에서의 지위와 역할, 계급과 연령, 근무기간 등에 비추어 볼 때,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서로 거리낌 없이 신체접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다.

② 피해자는 지퍼를 올려주겠다는 피고인의 행동에 완곡하게 거부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진술하는바, 회식 후 화기애애하게 서로 농담을 하거나 장난을 치는 과정에서 이 부분 신체접촉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③ 피해자는 점퍼의 지퍼를 올려주는 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신체접촉을 시도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이를 회피하기 곤란하였던 사정을 더하여 보면, 갑작스런 추행에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저항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인이 만진 부위는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인 여성의 젖가슴과 불과 몇 cm 떨어져 있지 아니한 곳으로 함부로 만질 수 있는 부위가 아니며, 피고인은 해당 부위에 양손을 가져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두어 차례 누르면서 만졌다.

⑤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서 그 당시 '두려웠고, 무서웠고, 제 자신이 비참하기도 하고 수치스러웠다'며 '성적 수치심을 크게 느꼈다'고 진술하였다.

나) 2018. 2. 6. 02:15경 군인 등강제추행의 점에 관한 판단

① 피고인은 E을 보내고 난 후, 앞서 걸어가던 피해자의 뒤에서 갑자기 팔짱을 끼고, 팔짱을 낀 손으로 피해자의 팔 상박부를 잡고 피해자 쪽으로 몸을 기대었다.

② 피해자는 자신의 팔을 뿌리칠 수 없는 상태로 수 분간 걸었는데, 당시는 새벽 02:00 경이 넘은 시각으로 주변에 인적이 없었다.

③ 피고인과의 관계에 관하여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비록 날씨가 추웠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는 이를 이유로 피고인의 신체적 접촉을 용인할 정도의 관계는 아니었다.

④ 피고인이 '남자친구 사귀어 봤느냐', '남자친구와 해봤느냐' 등과 같이 성적인 의미가 내포된 질문을 하기도 했고, 헤어지기 전에는 피해자에게 '바로 집으로 갈 것이냐'고 물어보았고, 이에 피해자는 무섭고 불쾌하였으며, 특히 남자친구와의 성경험에 관한 질문을 하였을 때에는 성적 수치심을 크게 느꼈다고 진술하였다.

⑤ 한편, E은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면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고 진술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1)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판단

위와 같이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한 사실 및 사정들을 원심 판결 이유와 대조하여 살펴보면, 피해자의 진술은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부분에 관한 피고인 및 변호인의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2) 강제추행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군인등강제추행죄에서의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적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인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참조).

나) 2018. 2. 5. 23:13경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슴 부위1)를 만진 행위

위와 같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판시 이유를 이 사건 기록에 비추어 면밀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을 쉽게 수긍할 수 없다.

① 우선 '가슴 부위를 만진 추행행위'의 구체적 태양과 관련하여, 이 사건 공소장은 ㉠ 피고인은 피해자 점퍼의 오른쪽 가슴 위쪽의 장식을 보고 '군 표지장 아니냐'는 식의 말을 하면서 갑자기 양손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가슴 윗부분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두어 번 쓸었다는 것과, ㉡ 왼쪽 가슴 부근을 보면서 이름표는 어디갔냐'는 식의 말을 하면서 한 손으로는 점퍼에 달린 털모자를 들추고 다른 한손으로 피해자의 왼쪽 가슴 윗부분을 툭툭 쳤다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문언 그 자체로 보더라도, ‘겨울 점퍼 위를 손으로 쓸어내는 행위나 손으로 툭툭 친 행위'는 통상적으로 손이 닿은 사실'을 의미할 뿐이어서 곧바로 성적 관련성을 추정할 수 있는 문언인 '만진 행위'와 같은 의미로 포섭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② 또한,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되게 ‘옷 위였지만 피고인의 손길이 느껴질 정도의 힘이 있었고, 가슴을 만질 때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 출석하여, 팔짱을 끼거나 얼굴을 잡는 것 모두 똑같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 비참하고 한심해질 정도로 기분이 나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특히 다른 추행이 있었는지에 관한 질문에 ‘정모에 핸드폰을 담아 허벅지에 올려놓았을 때 피고인이 들어주겠다며 그 정모를 가져갔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고 진술하였는데, 그렇다면, 피해자가 느꼈다는 성적 수치심은 접촉한 신체의 부위, 접촉의 정도는 물론 접촉하게 된 경위를 막론하고 신체적인 접촉 그 자체로 민감하게 느껴지는 감정을 성적 수치심이라고 표현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한편,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서 가슴 부위에 손이 닿았냐는 질문에 '가슴과 어깨 사이에 있는 뼈 부분을 만졌다'고 답변하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가슴을 만졌다기 보다는 '가슴 윗부분에 손이 닿았다'는 것이 정확한 사실관계로 이해된다.

③ 그렇다면,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를 고려하지 않고 '겨울점퍼 위를 손으로 쓸거나 툭툭 친 행위'를 곧바로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폭력적으로 침해한 행위태양에까지 이른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라고 할 수 있는 가슴 등의 부위는 비록 옷 위로 접촉하였다고 해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이와 같은 추행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 손으로 주무르듯 만진 경우'와 '손으로 쓸거나 툭툭 쳐 닿은 경우'를 동일한 행위태양으로 평가하여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④ 이 사건에 이르게 된 경위에 있어서, 회식이 끝나고 나가려고 옷을 입으면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점퍼에 달린 지퍼를 올려주겠다고 한 사실, 피해자의 가슴 그 자체가 아니라, 점퍼에 위치한 장식을 보면서 계급장 이야기를 꺼낸 사실, 옆에 있던 동료 E에게 그 의견에 대한 동의를 구한 사실, 계급장에 관한 이야기가 끝남과 동시에 가슴 부위의 접촉도 끝낸 사실 등은 피해자의 진술에도 모두 부합하는바, 피고인이 피해자의 점퍼를 보고 군복이 연상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사정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이 계급장을 확인하는 식의 장난을 친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은 수긍할 수 있다. 따라서 계급장을 확인하는 몸짓으로 점퍼 위를 손으로 쓸어보거나 툭툭 친 행위는 일반적인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추행행위라고 보이지 않는다.

⑤ 설령 점퍼 위로 손이 닿은 느낌이 그 강도가 세어서 피해자의 신체에 그대로 전달되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피고인은 이러한 촉감을 느끼지 못하였다고 진술하고, 당시 두꺼운 겨울 점퍼 위로 손을 댄 것이어서 피고인이 이를 느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대화중에 시작되었고, 달리 대화가 끝난 이후에 다른 유의미한 성적 행위로 발전된 정황이 없는 이 사건에서, 사후적으로 상급자로서 이성의 부하에게 행한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가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지극히 부적절하였다고 평가를 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행위 당시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 2018. 2. 6. 02:15경 피고인이 피해자의 팔짱을 낀 행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의 팔짱을 낀 행위 자체를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보아 강제추행죄의 성립을 인정한 것으로 보이나, 원심이 설시한 유죄로 인정한 이유를 이 사건 기록에 비추어 면밀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

①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정문을 통과한 다음부터 숙소로 가는 동안에 양 팔을 이용하여 1중대장인 E과 피해자를 양쪽으로 두고 팔짱을 꼈다가, 이후 E의 숙소 앞에서 E을 보내고 다시 피해자의 팔짱을 낀 사실이 인정된다. 군 검사는 이후 팔짱을 낀 행위를 추행행위라고 분리하여 이 부분 공소를 제기하였으나, E과 함께 있으면서 팔짱을 낀 행위와 이 부분 공소사실은 행위태양에 있어서 아무런 차이가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만 유독 일반적인 성도덕 관념에 반하는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② 한편, 피해자는 이 부분 공소사실은 둘만 남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팔짱을 낀 후 성경험이 있는지 등의 이야기를 하여 무슨 의도가 있는 것 같아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므로, 이 점에서 추행행위로 볼 여지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인데,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남자친구를 사귀어 봤냐', '남자친구와 해봤냐'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는데 반해, 피고인은 당심 법정에서 자신이 정확히 어떤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남자친구가 있냐', '연애 많이 해봐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또한 피해자는 피고인이 중간쯤에서 '집으로 바로 가냐'고 말하여 겁을 먹었다고 진술하는데 반해, 피고인은 '집으로 안 가는거 아니냐'는 농담을 한 것이지 다른 뜻이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원심이 인정한 피고인과 피해자의 평소 관계, 이 사건 회식에 이른 경위 및 회식 중의 피고인과 피해자의 태도 등을 그대로 인용하여 당시 대화의 맥락을 살펴보면, 오히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민감한 성경험이 있는지 등에 관한 말을 스스럼없이 하였다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피고인이 '연애를 많이 해봤냐 거나 다른 곳에 가지 말고 집으로 가라'는 취지로 한 말들을 피해자는 성경험이 있냐' 또는 집에 들어가지 말라는 의미로 잘못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상당하고, 달리 팔짱을 낀 상태로 다른 성적인 언행을 하였는지에 관하여는 입증이 되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다.

③ 나아가, 당시 피해자 및 피고인의 각 겉옷의 두께나 피고인이 장갑을 낀 상태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신체에 직접적인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이 함께 팔짱을 꼈었던 E은 원심 법정에 출석하여 팔짱을 낀 기억에 관하여 잘 모르겠다고 진술하는 점 등에서 피고인이 맞바람이 불어서 “되게 춥네”라며 빨리 가자는 의미로 팔짱을 꼈다'는 진술은 일응 수긍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달리 피고인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한다는 의사 내지 인식을 가지고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할 것이다.

3) 소결론

상관인 피고인이 부하동료인 피해자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한 행위는 민사상 또는 징계처분의 대상이 되는 부적절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에 따르더라도 각 공소사실 기재에 나타난 행위 태양 및 각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인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형법상 추행행위라고 보이지 않고, 피고인에게 추행의 범의를 추단하기 어려우며, 달리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을 지적하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에 관한 주장은 이유 있다.

3. 군검사의 사실오인(무죄부분)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양 뺨이 아니라 뺨 부위의 후드 티셔츠 모자 위를 잡은 점, 피고인이 '이렇게 모자 똑바로 쓰고 가라'라고 말하면서 위와 같은 행위를 한 점, 당시는 최저기온이 영하 10도에 이르는 추운 날씨였던 점, 피해자가 이 부분에 관하여는 성적 수치심보다는 불쾌감이 컸다는 진술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는 추행행위로 평가할 수 없고, 또한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의 설시 이유를 이 사건 기록에 비추어 면밀히 살펴보면, 설령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성적으로 민감한 볼 부위를 잡은 것과 마찬가지의 수치심을 느끼게 하였다고 하더라도, 헤어지기 전에 모자를 잘 쓰고 가라고 말하면서 모자 위를 잡은 행위를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거나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추행으로 포섭하기 어렵고, 이러한 행위만을 징표로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이 부분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는 군 검사의 항소이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군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군사법원법 제431조, 제414조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이 사건 제반 기록에 의하여 이 법원이 스스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되므로 같은 법 제435조에 의하여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하며, 원심 판결 중 무죄부분에 대한 군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군사법원법 제430조 제1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무죄 부분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위 제2의 다. 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군사법원법 제380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 군판사 대령 신동욱

군판사 중령 최정윤

군판사 소령 방지혁

주석

1) 피해자의 국선변호인은 피해자의 신장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점퍼의 장식 부위는 유두에서 약 2cm 위쪽이고, 쇄골 부위에서 약 14cm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다고 하므로, 피해자의 신체 중 피고인의 손이 닿은 부위를 '가슴 부위'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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