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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 2016.1.29.선고 2015노152 판결
2015노152현존건조물방화치사,강도살인,현존건조·물방화치상,강도살인미수,절도·(춘천)(병합)부착명령
사건

2015노152 현존건조물방화치사,강도살인, 현존건조

물방화치상,강도살인미수,절도

(춘천)2015전노16(병합) 부착명령

피고인 겸 피부착 명령청구자

A

항소인

검사

검사

정동현(기소), 정유선(공판)

변호인

변호사CL(국선)

원심판결

춘천지방법원속초 지원 2015.7.9. 선고 2015고합 2, 6, 2015전고

1(병합)판결

판결선고

2016.1.29.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원심이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고만 한다)에게 선고한 형( 무 기징역) 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고, 이 사건 범행의 죄질이나 범행 결과의 중대성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하여야 한다.

2. 판단

가. 사형 선고 판단기준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궁극의 처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 인 사법제도에서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므로,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 적에 비추어 그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 사정 이 분명한 경우에만 선고하여야 한다.

따라서 사형의 선택 여부를 결정할 때는 형법 제51조에서 열거한 사항을 중심으 로 범인의 연령, 직업과 경력, 성행, 지능, 교육정도, 성장과정, 가족관계, 전과의 유무,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사전 계획의 유무, 준비의 정도, 수단과 방법,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결과의 중대성, 피해자의 수와 피해감정, 범행 후의 심정과 태도, 반성과 가책의 유무, 피해 회복의 정도, 재범의 우려 등 양형의 조건인 모든 사항을 철저히 심 리하여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이를 위하여 법원으로서는 마땅히 기록에 나타난 양형조건들을 평면적으로만 참 작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피고인의 주관적 양형요소인 성행와 환경, 지능, 재범의 위험 성 , 개선 · 교화 가능성 등을 심사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피고인이 범행을 결의하고 준비하며 실행할 당시를 전후한 정신 · 심리 상태 의 변화 등도 정신의학이나 심리학 등 관련 분야의 전문적인 의견을 들어보는 등 깊이 있는 심리를 한 다음 그 결과를 종합하여 양형에 반영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9867 판결, 2003. 6. 13 . 선고 2003도924 판결 등 참조).

나. 양형의 조건

(1) 피고인의 연령, 성장환경, 직업 · 경력, 성행, 전과 등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만 41세였고, 강원 A0에서 1남 4녀 중 막내로 태어 나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랐는데, 부친이 1979. 8. 24. 50대 중반의 나이로 사망하자 (당시 피고인 만 6세), 홀어머니가 농사일 등으로 5남매를 양육하여 경제형편은 넉넉하 지 않았지만, 형제간의 우애는 돈독한 편이었다 .

피고인은 강원 AO에서 Q초등학교, CM중학교를 졸업하고, CN고등학교에 진학하 여 1학년 때 1년 6개월 간 숙식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피부관리사 일을 배웠고, 3학년 1학기 때부터 신문사 경리로 근무하다가 첫 남편 CO을 만나 그와 동거를 시작하면서 고등학교를 자퇴하였다. 한편 고등학교 재학 당시 피고인의 교과 성적은 전체적으로 부진하였으나, 봉사정신이 강하고 진지하며 자신이 맡은 일을 철저히 수행한다는 평가 를 받기도 하였다( 증거기록 제6권 제3135쪽).

또한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전에 도로교통법위반죄로 1회 벌금형을 받은 것 을 제외하면 아무런 전과가 없다.

(2) 피고인의 가족관계

피고인은 만 18세경 만난 CO이 전 처와 이혼하고 자녀 넷을 키우고 있어 그들 을 돌보고 집안일도 도와주면서 동거를 시작하였고, 그와 사이에 딸 CP을 임신하자 1995. 10. 16.(당시 만 22세) 결혼하였으나, 몇 년 지나지 않아 CO과 불화를 빚어 1999. 2. 2. 이혼하였고, CO은 그로부터 3개월 후 간암으로 사망하였다.

피고인은 1999. 9. 30.(당시 피고인 만 26세) CQ과 재혼하였는데, 그에게는 전 처가 낳은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이 있었다. 피고인이 그에게서 아들 CR을 임신하였으나 임신 7개월 만에 응급수술을 받고 뇌성마비 1급인 아들을 조산하였다. 피고인은 2007. 2. 9.(당시 만 33세) CQ과도 이혼하였는데, 그 후 2008년경부터는 두 통, 불면증, 우울증 등으로 꾸준히 신경과 진료를 받으면서 수면제, 두통약, 위장약 등 을 복용하여 왔고, 2014년 9월경부터는 매일 맥주 2캔을 마시는 등 약물과 술에 크게 의존하였다. 피고인은 알코올 사용 장애 선별 검사(AUDIT, Alcohol Use Disorder Identification Test)에서 총점 18점을 받아 '문제 음주자' 로 평가받기도 하였다(증거기록 제6권 제3108쪽).

피고인은 CQ과 이혼한 후 아들 CR과 함께 친정으로 돌아가 모친이 2000년경부 터 운영한 'CS' 식당의 영업을 거들다가, 2012. 6. 11. 강원 CT아파트 102동 405호로 이사하였고, 2014. 4. 29.에는 현재 살고 있는 같은 아파트 103동 413호로 이사하였는 데 , 그곳에서 초 · 중등학교 후배로서 2013년경부터 내연관계였던 AQ의 자녀 4명을 데 리고 함께 생활하였다.

피고인은 2007. 10. 19.경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주거 급여, 아들 CR의 장애 급여 등 명목으로 매월 1,082,860원을 받았고, 내연남 AQ도 피고인에게 양육비, 생활 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였다.

(3)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관계

( 가 ) 피해자 D

피해자 D은 첫 남편 CO의 직장 후배로, 피고인이 CO과 이혼하면서 연락이 끊 겼다가 2000년경 우연한 기회에 다시 만나 내연관계로 발전하였다. 피고인은 D에게서 2차례에 걸쳐 합계 630만 원을 차용한 후 일부 변제하여 2014년 12월경 그에게 5,320,289원의 채무가 있었다. 그밖에 D은 피고인에게 목 디스크 수술비 4백만 원을 지원하고, 수술 후 완치하라며 150만 원 상당의 약초를 선물하는 등 금전적인 도움을 베풀었다. 그러던 중 피고인과 D은 2014. 10. 8. 함께 엘아이지(LIG) 보험 경포 지점을 방문하여, D이 가입한 '(무 )LIG 100세 행복 플러스 보험' 의 계약자 및 사망 시 수익자 (사망 보험금 1억 6천만 원 ) 를 D에서 피고인으로 변경하였다 .

(나 ) 피해자 E 및 그 자녀들

피고인은 피해자 E와 그 자녀들인 피해자 L, M, N이 2011. 12. 28. 피고인의 오빠가 관리하는 주택에 이사온 후 그들과 알고 지냈는데, E의 자녀들이 CR과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것을 기화로 2014년경 학부모 5명으로 구성한 동호인 악단 'R'에서 함께 활동하였다. 평소 E는 피고인을 '언니'라고 불렀고, 그 자녀들은 피고인을 '이모' 라고 부를 정도로 서로 매우 돈독한 사이였다 .

피고인은 2013년 3월경부터 2014년 7월경까지 E에게서 수차례에 걸쳐 금전을 차용하여 같은 해 12월경에는 그녀에게 약 1,880만 원의 채무가 있었다. 그러나 E 역 시 남편 AG가 교통사고로 뇌병변 6급 진단을 받아 소득이 없어지자 2013. 5. 23.경부 터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로서 주거 급여, 세대 급여 등 명목으로 월 130만 원을 수령하 는 어려운 형편이었다.

(4) 이 사건 범행의 동기 및 경위

피고인은 2014년 12월경 피해자 D, E를 포함하여 대부업체 등 다수의 채권자들 에게 합계 약 77,243,289원 상당의 채무가 있어, 매월 합계 약 2,912,900원 상당의 원 리금을 변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피고인은 2014년 11월경 피해자 E에게 원리금 1백 만 원을 갚지 못하여 같은 해 12월경까지 원금 5백만 원을 변제하라는 독촉을 받은 것 을 비롯하여 여러 채권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리자 피해자들을 살해함으로써 채무 일부 를 면탈하기로 결심하였다.

(5) 범행의 준비 및 실행

( 가) 피해자 D에 대한 범행

피고인은 피해자 D을 살해하여 그에 대한 채무를 면탈하려고 2014. 12. 26. 주 유소에서 휘발유 약 2ℓ를 구입하고, 평소 다니던 신경과 의원에서 수면제 '졸민' 7정 을 처방 · 교부받았으며, 슈퍼마켓에서 소주 1병, 맥주 1병 등을 구입하여 범행에 사용 할 물건을 준비하였다.

피고인은 준비한 물건들을 가지고 같은 날 14:00경 D의 집을 방문하여 그 집 안방에서 함께 술을 마시며 대화하던 중 D의 술잔에 수면제 3정을 몰래 넣었다. 이를 마신 D이 잠이 들어 정신을 잃자, 피고인은 같은 날 15:00경 안방에 있는 텔레비전 선 반 앞, 그 부근 콘센트 밑에 순차로 휘발유를 골고루 뿌린 다음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D이 거주하는 주택을 소훼하여 그를 살해하려 하였으나, D이 잠에서 깨어 탈출하는 바람에 그로 하여금 약 5일 간의 치료가 필요한 일산화탄소 중독 등의 상해를 입게 하는데 그쳤다.

( 나) 피해자 E 및 그 자녀들에 대한 범행

피고인은 피해자 E 및 그녀의 자녀들을 살해하여 E에 대한 채무를 면탈할 것 을 결심하였는데, 피해자 E에게서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별거 중인 남편이 2014 . 12 . 29. 피해자의 집에 방문한다는 말을 듣고 같은 날을 범행일자로 선정하였다 .

피고인은 약국에서 '스틸녹스' 수면제 28정을 구입하고 , 주유소에서 휘발유 1,815 ℓ 를 구입한 후 , 마트에서 암바사 음료수 4개, 버드와이저 캔 맥주 2개, 하이트 맥주 피처 1개 등을 구입하여 범행에 사용할 물건을 미리 준비하였다.

피고인은 준비한 물건들을 가지고 같은 날 19:00경 E의 집을 방문하여 그 집 거실에서 함께 술과 음료수를 마시고 치킨, 과자 등을 먹으며 대화하던 중 E의 술잔에 수면제 3정을 몰래 넣고, 그 자녀들에게는 영양제를 넣어준다는 핑계로 각 암바사 음 료수에 분쇄한 수면제 1정씩을 넣었다. 이를 마신 피해자들이 잠이 들어 정신을 잃자, 피고인은 같은 날 21:15경 거실 소파 뒤, 텔레비전 옆 및 안방에 순차로 휘발유를 골 고루 뿌린 다음 라이터로 불을 붙여 피해자들이 거주하는 주택을 소훼함으로써 피해자 L, N으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전신 화상으로, 피해자 M으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화재 에 의한 질식으로, 피해자 E로 하여금 같은 날 23:20경 Z병원에서 화재에 의한 질식으 로 사망하게 하여 그들을 살해하였다 .

(6) 범행 후의 정황

(가 ) 피해자 D 관련

피고인은 2014. 12, 26, 강릉에 있는 피해자 D의 집에서 범행한 후 자신이 거 주하는 AO으로 갔다가 같은 날 다시 D의 집으로 돌아와 이웃 주민에게서 그가 CU병 원에 실려 간 것을 듣고 그곳에 찾아가서는 그와 그의 가족들에게 마치 우연히 화재 사실을 알고 걱정하여 방문한 것처럼 행동하면서 그를 간호하였는데, 화재의 원인과 경위를 의아해 하는 D의 말을 듣고도 태연하게 전혀 모르는 척을 하였다. 피고인은 심 지어 그 다음날부터 4일 동안 계속 병원을 방문하여 D을 간호하고 같은 달 29일에는 함께 외출을 하여 화재로 소실한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고, 휴대전화와 안 경을 구입하였으며, 같은 달 30일에는 퇴원을 도와주었는데, 그에게 피해자 E 일가족 이 화재로 사망하였는데 그녀의 남편 AG가 의심스럽다며 자신의 범행을 전혀 다른 사 람의 소행인 양 꾸며 말하기도 하였다.

(나 ) 피해자 E 및 그 자녀들 관련

피고인은 2014. 12. 29. 피해자 E의 집에서 범행한 후 즉시 부근 초등학교에 차를 세우고 대기하다가 범행 장소로 향하는 소방차를 쫓아가 구조 활동을 하는 양 가 장하였다.

피고인은 2015. 1. 8. 경찰에서 이 사건 범행을 자백하기까지 자신이 피해 현장 에서 구조를 도왔고, 피해자 E가 평소 자살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으며, 범행 당일 같은 피해자의 집을 방문한 남편 AG가 의심스럽다거나, 전기장판에 의한 사고일 지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담당 경찰관에게 전화를 걸어 부검 결과를 묻기도 하는 등 수사에 혼선을 초래하였다.

피고인은 범행 후 악단 활동을 같이 하던 다른 학부모들에게 자신이 마치 E의 채권자인 양 거짓말을 하고, E의 언니 AI에게 허위 차용증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계좌 번호를 알려주기도 하는 등 검거 당일 오전까지도 유족들에게 허위 채권의 변제를 요 구하며 추가 사기 범행을 시도하였다. 나아가 주변 사람들에게 "시댁 식구들 슬퍼하는 기색 없어 더 화 나네요", "그런데 자살이라고 인터넷에 떴어요", "수사대가 집에 휘발 유 통도 있다고 했대요", "죽고 싶다는 말도 많이 했어요", "L 아빠가 이혼해도 애들 데려가면 끝까지 가서 죽여 버린다고 문자 왔다고 엄청 무서워하고 울었어요."(증거기 록 제6권 2504쪽)라는 등의 휴대전화 문자전언을 보내 E의 남편 AG를 진범으로 오인 하도록 거짓말을 하고, 범행 당일 자신의 딸 CP에게도 "L네 불 다 죽었다" 며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고인 것처럼 휴대전화 문자전언을 보내고, 친오빠 에게는 "E의 하의 가 다 벗겨지고 상의가 일부 올라갔었다" 며 성폭력 사건을 의심하게 하여 허위 내용을 신고하게 하는 등 수사에 혼선을 빚는 언행을 하였다(증거기록 제4권 제1514쪽, 제5권 제2244쪽).

또한 피고인은 범행 다음 날 새벽 피해자 E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을 먼 저 범행 현장으로 데려가서는 자신의 구호 활동 노력을 설명하였고, 그런 다음에야 피 해자들의 시신을 인치한 병원으로 데려가 그 곳에 모인 유족들과 지인들에게 E의 남 편을 범인으로 몰아세우거나 자살을 암시하는 진술을 거듭 하였고, 장례식장에서도 같 은 행동을 하며 유족들과 주변 사람들을 기만하였다.

나아가 피고인은 경찰 수사 등에 대비하여 자신의 달력에는 "E네 불 나고", "L 이네 사고"(증거기록 제6권 제2848, 2849쪽), 일기장에는 "L네 9시 30분경 불 남. 셋째 언니 전화 받고 감 . 죽다 살아났음. 죽을 힘 다 해 E, 애들 구조하려고 했는데 못 구 함 …"(증거기록 제5권 제2311쪽)이라고 적어두는 등, 자신을 이 사건 범행과 전혀 관 계없는 인물인 것처럼 묘사하여 철저한 범행 은폐를 시도하였다.

(7) 피고인의 지능, 피고인에 대한 심리평가 및 정신감정 결과, 재범의 위험성 등

피고인의 지능지수(IQ)는 초등학교 3학년 재학 당시 92, 중학교 1학년 재학 당시 90이었고(증거기록 제6권 제3109쪽), 원심 법원의 정신감정촉탁에 따라 공주치료감호 소 소속 전문의 CV가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2015. 5. 6.자 정신감정서의 기재에 따르 면 , 현재 피고인의 지능지수는 85로 '평균 하' 영역(80부터 89)에 속하지만 감정일 기 준으로 특기할 만한 정신장애 증세는 없었다.

한편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 심리분석관 임상심리 전문가 CW , 전문수사자문 위원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CX이 작성한 2015. 2. 2.자 임상심리평가 결과 통보에 따르면, 피고인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정신 병리를 과장할 가능성이 있고, 자기중심적이며 연극적인(히스테리성) 성향과 수동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도구(KORAS-G) 평가 결과 피고인의 재범 위험성 지수는 총점 12점 으로 '높음' 수준에 해당하고,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 ) 평가 결과는 총점 20점으로 '중간' 영역(7점부터 24점) 중 높은 편에 속한다( 증거기록 제6권 제3117, 3118쪽).

그러나 우리 법원의 정신감정촉탁에 따라 건국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소속 전문심리위원 CY가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의견서의 기재에 따르면, 피고인의 정신병질 점검표(PCL-R, Psychopathy Checklist-Revised ) 평가 결과는 총점 3점(최고점 40점)으로 그에게서 남을 사랑할 능력이나 타인에 대한 이타심의 부재, 극단적 이기주의, 공감능 력 및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 결여라는 반사회적 인격장애(DSM-IV ) 또는 정신병질자 의 주된 특질을 발견하지는 못하였다 .

(8) 피해 회복의 정도 및 피해자 유족들의 의사

피고인은 피해자 또는 유족들에게서 전혀 용서받지 못하였고, 피해 회복 또한 이 루어진 바 없다.

(9) 피고인의 반성 및 가책의 유무

피고인은 수사기관 및 법원에서 범행 자체를 부인하거나 은폐하고, 범행에 이른 동기나 경위 등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허위 진술하기도 하였으나, 결국에는 범행의 대부분을 자백하면서 거듭 참회의 빛을 보이는 듯한 반성문을 제출하여 진심으로 범행 을 뉘우치고 있음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한편, 속초경찰서 면회실시부(증거기록 제5권 제2276, 2298쪽 )의 기재에 따르면, 피고인이 유치장에서 딸 CP에게 "장애 자식이 있으 니까. 무기징역이면 형을 좀 더 깎을 수 있으니까", 내연남 AQ에게 "재판을 빨리 받고 교도소 넘어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나, 당시의 상황과 그 전후의 맥락, 당시 피고인의 심리 상태, 피고인이 그와 같은 태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지 등에 대하여 판단할 다른 자료가 없는 이상, 피고인이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 였다는 것만으로 그의 반성이나 후회가 전적으로 거짓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의 가족들 및 이웃 주민들도 피고인에 대한 선도를 다짐하며 선처를 탄원 하고 있다.

다. 양형의 판단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으로 한 번 잃으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사람의 생명 을 함부로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피해자들의 신뢰를 무참히 짓밟고, 결과적으로 소중하고 존엄한 네 사람의 생명을 앗 아간 피고인의 행위는 어떠한 변명으로도 합리화하거나 정당화할 수 없는 반사회적 범 죄이다. 특히 피고인보다 훨씬 어려운 형편에서도 올바른 방법으로 자녀를 위하여 헌 신하고 희생하는 부모들을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원심 판결이 설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에게는 월 5백만 원이 넘는 수입이 있었고, 그 자신과 자녀들 앞으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상태였으므로 이를 해약하여 어려운 재정 상황을 자기 힘으로도 다소나마 개선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피고인은 단지 경제적 어려움을 비관 하여, 여의치 않은 자금 사정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식구처럼 여기어 믿고 따르며 선뜻 도와준 피해자들과 그 어린 자녀들을 뜨거운 불길에 태워 죽이려고 하였는바, 이러한 주관적 범행 동기는 피고인에게 지극히 불리한 양형사유로 참작하는 것이 마땅하다. 나아가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 결과의 중대성은 물론, 수면제를 먹이고 불을 지르는 등 이토록 참혹한 범행을 철저하게 사전 계획하여 냉혹하게 실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수사 초기 거듭 잘못을 부인하고 피해자나 유족들의 탓으로 돌리는 등 수사에 상당한 혼선 을 초래한 점 등까지 모두 종합하면, 피고인을 극형으로 다스려 피해자 및 유족의 울 분을 풀어주고 국가 법질서의 엄정함을 보여줄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 피고인이 어린 나이에 결혼한 남편들과 불화를 겪으면서 두 번의 결 혼생활에 모두 실패하고 뇌성마비를 앓는 자녀를 부양하는 데 따른 불면증, 우울증 등 으로 이 사건 범행 전 약 6년 간 꾸준히 신경과 치료를 받고 문제 음주자에 해당할 정 도의 심각한 음주 장애를 겪어온 점, 수사 과정에서 거짓 정보를 제공하고 계속 범행 을 부인하다가 객관적 증거가 확보된 후에야 비로소 범행을 자백하기는 하였으나, 그 후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는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 고 있는 점, 법정에서의 진술 내용 및 태도와 원심 및 당심에서 숱하게 제출한 반성문 의 내용 등에 비추어 잘못을 뉘우치는 듯한 피고인의 태도가 오로지 감형을 위한 거짓 연극에 불과하다고 볼 수만은 없는 점, 도로교통법위반죄로 1회 벌금형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전과가 없고,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진단 기준을 충족하지도 않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죄책감은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피고인의 가족들뿐만 아니라 다수 의 이웃 주민들까지 나서서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는 데서 보듯이 성장 과정에 서는 물론 이 사건 범행에 이르기 전까지는 평소 다른 사람에게 공격성이나 범죄 성향 을 나타내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더는 교화 · 개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인간성이 소멸한 상태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이처럼 피고인의 연령, 성장환경, 직업과 경력, 교육 정도, 지능, 성행, 전과의 유 무, 가족관계 및 피해자들과의 관계, 사전 계획의 유무, 범행 준비의 정도,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후의 심정과 태도, 피해 회복의 정도, 재범의 우려, 반성과 가책의 유무 등 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하여 누구라도 사형만이 불가피한 형벌이라고 인 정할 정도의 객관적 사정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물론 피고인을 사 형이라는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검사의 항소이유에 충분히 경청할 측면이 있음을 인정 할 수밖에 없고 원심 판결의 선고 형량이 아무래도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 을 거둘 수 없는 것도 사실이나, 이는 우리 형법이 사형과 무기징역형 사이에 종신형 등 달리 적절한 형벌을 정하여 두지 아니한 데서 비롯한 문제점으로, 그렇다고 하여 무기징역형이 다소 가볍다고 보이는 범죄에 대하여 모두 사형을 선고할 수는 없는 것 이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피고인을 선뜻 사형이라는 극형에 처할 수는 없고, 앞서 본 바처럼 우리 법제상 사형 이외의 형벌로서 무기징역형보다 더 무거운 형은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 피고인에게는 부득이 무기징역형을 과하여 그로 하여금 향후 기간의 정함이 없이 사회에서 격리한 상태에서 수감생활을 통하여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 회하고 , 피해자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적절한 양형이라고 판 단한다.

3. 부착명령 청구사건 부분에 대한 판단

검사가 피고 사건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한 이상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8항에 따라 부착명령 청구사건에 대하여도 항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아야 하나, 검사의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이에 대한 항소이 유의 기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원심 판결을 살펴보아도 이 부분을 직권 파기할 사유 를 찾을 수 없다.

4.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 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35조에 따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심준보 (재판장)

유아람

유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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