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제2항 등에서 정한 ‘이용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2] 갑이 금융기관인 을 주식회사 등에서 금융거래를 하면서 인터넷뱅킹서비스를 이용했는데, 병이 전화금융사기를 통하여 갑에게서 취득한 금융거래정보를 이용하여 갑 명의의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아 다른 금융기관들로부터 대출서비스 등을 받은 사안에서, 갑의 금융거래정보 노출행위가 금융사고의 발생에 이용자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제8조 등에서 정하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접근매체의 위조 등 금융사고가 일어난 구체적인 경위, 그 위조 등 수법의 내용 및 그 수법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정도, 금융거래 이용자의 직업 및 금융거래 이용경력 기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2] 갑이 금융기관인 을 주식회사 등에서 예금계좌를 개설하여 금융거래를 하면서 인터넷뱅킹서비스를 이용하여 왔는데, 병이 전화금융사기(이른바 보이스피싱)를 통하여 갑에게서 취득한 금융거래정보를 이용하여 갑 명의의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아 다른 금융기관들로부터 대출서비스 등을 받은 사안에서, 갑이 제3자에게 접근매체인 공인인증서 발급에 필수적인 계좌번호, 계좌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보안카드번호, 보안카드비밀번호를 모두 알려준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갑의 금융거래정보 노출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 등에서 정한 금융사고의 발생에 이용자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참조조문
[1]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제8조 제2호 [2]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제8조 제2호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왕규)
피고, 피상고인
농협은행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21세기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서일석 외 1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가.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는 그 제1항 에서 금융기관 등은 그 법률에서 정하는 접근매체의 위조나 변조로 발생한 사고 등으로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정하는데, 그 제2항 은 제1항 의 규정에 불구하고 금융기관 등은 “사고 발생에 있어서 이용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로서 그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용자의 부담으로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약정을 미리 이용자와 체결한 경우” 등에는 그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용자가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위 법률 제9조 제3항 의 위임에 기하여 위 제2항 에서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의 구체적 내용을 규정하는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제8조 는 그 제2호 에서 그에 해당하는 것의 하나로 “제3자가 권한 없이 이용자의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접근매체를 누설하거나 노출 또는 방치한 경우”를 정하고 있다. 또한 피고들이 사용하는 것으로서 원고와의 이 사건 금융거래에서 사용된 전자금융거래 기본약관 제20조에서도 위 법규정들과 같은 내용이 정하여져 있다.
여기서 위 법규정이나 약관에서 정하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접근매체의 위조 등 금융사고가 일어난 구체적인 경위, 그 위조 등 수법의 내용 및 그 수법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정도, 금융거래 이용자의 직업 및 금융거래 이용경력 기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
나. 원심은 우선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원고는 피고들에서 각 예금계좌를 개설하여 금융거래를 하면서 인터넷뱅킹서비스를 이용하여 왔는데, 성명불상자가 2012. 3. 30.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라고 속이고 원고로 하여금 허위 대검찰청 인터넷사이트에 접속하게 한 후 원고의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신용카드번호, 예금계좌번호, 각 비밀번호, 보안카드번호, 보안카드 비밀번호를 각 입력하게 하였다. 위 성명불상자는 같은 날 원고가 입력한 금융거래정보를 이용하여 원고 명의의 공인인증서를 재발급받았고, 이를 이용하여 현대카드 주식회사 등 3개의 금융기관로부터 대출서비스 등을 받아 그 각 금전을 위 각 예금계좌로 송금받은 다음 다시 제3자 명의의 예금계좌로 송금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그 채택의 증거에 인정되는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금융사고 당시에는 전화금융사기(이른바 보이스피싱)가 빈발하여 이에 대한 사회적인 경각심이 높아진 상태이었던 점, ② 원고는 이 사건 금융사고 당시 만 33세로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등 사회경험이 있었고 1년 이상 인터넷뱅킹서비스를 이용하여 왔던 점, ③ 원고는 관련 형사사건의 조사과정에서 성명불상자로부터 ‘001’로 시작되는 국제전화를 받아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④ 그럼에도 원고는 제3자에게 접근매체인 공인인증서 발급에 필수적인 계좌번호, 계좌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보안카드번호, 보안카드비밀번호를 모두 알려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제3자가 권한 없이 접근매체를 이용하여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노출’하였다고 볼 것이므로, 결국 원고의 위와 같은 금융거래정보 노출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제2항 , 제3항 , 같은 법 시행령 제8조 제2호 , 피고들의 전자금융거래 기본약관 제20조가 정하는 금융사고의 발생에 이용자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피고들의 전부 면책 주장을 받아들였다.
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위 법규정 등에서의 ‘중대한 과실’ 또는 면책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원고는 피고들이 공인인증서가 재발급되는 경우에는 이용자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피고들이 이를 게을리하여 원고가 이 사건 금융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피고들은 민법 제760조 제3항 이 규정한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방조책임에 따라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들에게 공인인증서의 재발급에 있어서 원고에게 이를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하여 통지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한 통지는 피고들이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제공하는 서비스로 보이는데 원고는 인터넷뱅킹서비스 신청 당시 보안SMS 신청을 하지 아니하였으며, 설령 피고들에게 그러한 주의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이 사건 금융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불법행위의 방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