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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2000. 12. 5. 선고 2000구16448 판결 : 항소
[전통사찰의부동산양도허가신청서반려처분취소][하집2000-2,663]
판시사항

[1]전통사찰재산의 처분에 관한 행정청의 허가제도의 취지 및 그 허가 여부의 판단기준

[2]전통사찰의 경내지 일부로 사용되고 있는 토지의 양도가 그 전통사찰의 존립목적에 기여하는 것으로서 그 양도로 인하여 전통사찰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거나 불교문화발전에 지장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3]행정처분의 근거 법령이 개정 시행된 경우, 개정된 법령의 적용이 제한되는 요건

[4]사찰재산의 양도에 있어 소속대표단체 대표자의 승인서를 첨부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전통사찰보존법 제6조 제1항 단서의 규정 취지

[5]제반 사정에 비추어 개정된 전통사찰보존법의 예외 없는 적용에 관한 공익상의 요구보다 개정 전 전통사찰보존법의 존속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이 우월하다고 인정하여 전통사찰의 경내지 일부로 사용되고 있는 토지의 양도허가신청에 대하여 개정된 전통사찰보존법을 적용하여 "소속대표단체 대표자의 승인서가 누락되어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전통사찰재산의 처분에 관하여 행정청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은 사찰재산을 보호, 유지함으로써 사찰로 하여금 그 본래의 존립목적을 달성하게 함과 아울러 문화의 발달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하여 이를 규제하고자 함에 있으므로, 관할관청이 어느 사찰재산의 처분을 허가할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재산처분이 위와 같은 취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2]전통사찰의 경내지 일부로 사용되고 있는 토지의 양도가 그 전통사찰의 존립목적에 기여하는 것으로서 그 양도로 인하여 전통사찰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거나 불교문화발전에 지장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 사례.

[3]행정처분은 그 근거 법령이 개정된 경우에도 경과규정에서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처분 당시 시행되는 개정 법령과 그에서 정한 기준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러한 개정 법률의 적용과 관련하여 개정 전 법령의 존속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개정 법령의 적용에 관한 공익상의 요구보다 더 보호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개정 법령의 적용이 제한될 수도 있다.

[4]전통사찰보존법 제6조 제1항 단서가 사찰재산의 양도에 있어 소속대표단체 대표자의 승인서를 첨부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취지는, 해당 사찰의 재산양도가 사찰 고유의 목적에 기여하고 그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확보함으로써, 관할 행정청으로 하여금 양도허가신청에 대한 가부를 보다 용이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에 있는 것에 불과하다.

[5]제반 사정에 비추어 개정된 전통사찰보존법의 예외 없는 적용에 관한 공익상의 요구보다 개정 전 전통사찰보존법의 존속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이 우월하다고 인정하여 전통사찰의 경내지 일부로 사용되고 있는 토지의 양도허가신청에 대하여 개정된 전통사찰보존법을 적용하여 "소속대표단체 대표자의 승인서가 누락되어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장진순 외 4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경국)

피고

문화관광부장관

주문

1.피고가 2000. 3. 4. 원고들에 대하여 한 전통사찰의 부동산양도허가신청 거부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2, 3, 갑 제2호증의 1 내지 5, 갑 제3호증, 갑 제5호증의 1, 2, 3, 갑 제6호증, 갑 제7호증의 1 내지 5, 갑 제8호증의 각 기재, 변론의 전취지

가.소외 망 박성현은 1989. 4. 19.경 "대한불교조계종 수국사 소유인 서울 은평구 갈현동 311 전 1,713㎡, 같은 동 311-1 전 226㎡, 같은 동 311-2 전 71㎡(원래 위 토지들은 서울 은평구 갈현동 311 전 2,010㎡였는데, 1993. 10. 9. 위 3필지의 토지로 분할되었다. 이하 위 3필지의 토지를 통틀어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매수하였다고 주장하여, 서울민사지방법원에 수국사를 상대로 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 및 토지인도와 구 전통사찰보존법(1997 4. 10. 법률 제53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법'이라 한다)상의 부동산양도허가신청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다.

나.이후 수국사는 위 민사소송과 관련하여 항소 및 상고를 제기하였지만, 서울고등법원이 1994. 3. 17. 수국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대법원이 1995. 4. 21. 수국사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1995. 4. 21.자로 위 판결은 확정되었다. 위 확정판결의 주문에서는, "수국사는 박성현에게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1987. 3. 20.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을 위하여 허가관청의 처분허가신청절차를 이행하라. 수국사는 박성현으로부터 37,500,000원을 수령함과 상환으로 박성현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1987. 3. 20.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고, 이 사건 토지를 인도하라."고 명하고 있다.

다.박성현은 1995. 5. 22.경 허가관청인 피고(1998. 2. 28. 법률 제5529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정부조직법상 문화체육부장관, 위 개정 후에는 문화관광부장관으로 직제명이 변경됨)에게 수국사를 대위하여 구법 제6조 제1항에 의하여 이 사건 토지의 양도허가를 신청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1995. 6. 1. "위 신청서에는 종파단체 대표자의 승인서가 첨부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위 신청을 거부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원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이에 박성현은 피고를 상대로 하여 서울고등법원에 이 사건 원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위 법원은 1997. 7. 23. "종파단체 대표자의 승인서가 첨부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원처분은 정당한 사유가 없어 위법하고, 나아가 이 사건 토지의 양도가 위 사찰의 고유목적에 부합하지 아니하고 그 양도로써 사찰의 존립이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원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후 피고는 위 판결에 불복하여 97누13474호로 대법원에 상고하였는데, 대법원은 1999. 11. 26. "허가의 실체적 요건의 구비 여부는 허용되지 않는 처분사유의 변경으로서 판단할 필요가 없고, 승인서 미첨부를 이유로 한 이 사건 원처분은 위법하다."는 이유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마.위 행정소송이 계속중이던 1998. 2. 3. 박성현이 사망한 후 행정절차법 제10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원고들이 박성현의 지위를 승계하였는데, 원고들 중 원고 장진순, 박충규, 박한규를 대리한 이 사건 원고들의 변호사는 1999. 12. 31. 피고에 대하여 위 확정판결의 취지에 따라 부동산양도허가를 하여줄 것을 촉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00. 3. 4. "㉮ 1995. 5. 22.자 부동산양도허가신청은 당해 부동산의 양도가 수국사의 고유목적에 부합하는지에 관한 아무런 소명이 없고, ㉯ 소속대표단체 대표자의 승인서(전통사찰보존법 제6조 제1항 단서)도 누락되어 있다."는 이유로, 위 부동산양도허가신청을 거부하는 내용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원고들의 변호사는 원고 장진순, 박충규, 박한규만을 대리하여 부동산양도허가를 촉구하였지만, 위와 같은 촉구는 새로운 신청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박성현의 지위를 승계한 자에게 재처분을 하여 줄 것을 촉구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에 불과하므로, 피고가 한 이 사건 처분은 행정절차법 제10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박성현의 상속인인 원고들 전부에 대하여 그 효력이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1) 피고의 주장

(가)원고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토지의 양도를 수국사의 고유목적에 부합하는 재산의 처분으로 볼 수 없고, 그 밖에 달리 이 사건 토지의 양도가 사찰의 고유목적에 부합한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나)전통사찰보존법은 1997. 4. 10. 법률 제5320호로 개정되면서, 제6조 제1항 단서를 신설하여 "다만, 제2호의 행위를 하고자 할 때에는 소속대표단체의 대표자의 승인서를 첨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전통사찰의 주지가 "동산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부동산의 대여·양도 또는 담보의 제공을 하는 경우"에는 허가신청서에 소속대표단체 대표자의 승인서를 첨부할 것을 그 허가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부동산양도허가신청은 그 허가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2) 원고의 주장

(가)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들은 이미 이전의 확정판결을 통해 모두 그 이유가 없다고 인정된 사유들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현행 전통사찰보존법 제6조 제1항 단서의 규정은 사찰재산처분에 대한 새로운 허가기준이나 허가의 효력발생요건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단지 사찰재산의 양도, 담보제공 등 중요한 거래에 관하여 그 허가신청을 할 때에는 종파단체(대표자)의 승인서를 첨부하라는 하나의 절차적인 요건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더구나 이 사건의 경우처럼 사찰재산의 양도 등 처분에 관하여 사찰과 거래상대방 간에 문제가 생겨 민사소송에 따른 확정판결에 의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과 사찰재산처분허가신청절차이행청구권이 확인됨으로써 위 사찰재산처분허가신청절차이행청구권에 의하여 사찰을 대위하여 처분허가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분쟁당사자인 사찰의 소속 종파대표자의 승인서를 대위신청인이 첨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며, 이와 같이 승인서의 첨부가 불가능한 경우에까지 그 승인서의 첨부를 요구하는 것은 허가신청인의 권리행사를 근거 없이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므로 위 단서규정을 문자 그대로 허가신청의 필수적 요건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위헌의 소지마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위 단서의 규정은 새로운 허가기준을 정한 것이 아니라 종전과 같이 신청서의 양식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그것도 이 사건의 경우처럼 대위신청으로 인하여 그 승인서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반드시 그 승인서의 첨부를 요건으로 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규정이라고 해석함이 옳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처분사유 ㉮ 부분에 대한 판단

(1) 판단의 전제

사찰재산의 처분에 관하여 행정청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은 사찰재산을 보호, 유지함으로써 사찰로 하여금 그 본래의 존립목적을 달성하게 함과 아울러 문화의 발달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하여 이를 규제하고자 함에 있으므로(대법원 1987. 10. 28. 선고 87누640 판결 참조), 관할관청이 어느 사찰재산의 처분을 허가할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재산처분이 위와 같은 취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2) 인정 사실

[인정근거] 앞서 든 각 증거, 갑 제9호증의 9, 10, 16, 23, 26, 27, 28, 29, 35, 46의 각 기재, 변론의 전취지

(가)박성현은 전통사찰보존법 제3조에 의하여 전통사찰로 등록된 수국사의 주지인 듯 행세하던 수국사 총무인 소외 한정기와 사이에, 한정기가 수국사의 주지가 아님을 알지 못하고, 1987. 3. 20. 수국사 소유의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매도인을 수국사로, 매수인을 박성현으로 하여 금 180,000,000원에 매매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도인은 매매증서, 재직증명, 관할관청의 허가를 얻은 일체의 서류를 매수인에게 교부함과 동시에 잔금을 수령하기로 약정하였다. 이후 박성현은 위 매매계약에 따라 한정기에게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합계 금 142,500,000원을 지급하였다.

(나)그런데 수국사의 주지가 박성현과의 위 매매계약을 다투면서 그 이행을 거절하자, 박성현은 앞서 본 바와 같이 1989. 4. 19.경 수국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당시 수국사의 주지인 소외 신현균은 1989. 12.경 위 민사소송에서의 청구를 인락하는 취지의 인락서를 작성하여 주었고, 1990. 1. 8.경에도 박성현이 판결 후 금 10,000,000원을 시주하기로 하는 조건으로 위와 같은 취지의 인락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이에 위 민사소송의 판결(서울고법 1994. 3. 17. 선고 92나68105 판결)에서는 "신현균이 박성현에게 작성하여 준 인락서는 한정기가 권한 없이 체결한 위 매매계약을 추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박성현)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판결은 1995. 4. 21. 확정되었다.

(다)한편, 수국사는 1978.경 승가학교 건립기금 및 사찰건물 보수비용을 마련할 목적으로 이 사건 토지를 처분하는 것에 대하여 당시의 관할 행정청인 서울특별시장에게 그 양도허가를 신청한 바 있었다. 이에 서울특별시장은 1978. 1. 20. 일정한 조건을 붙여 이를 허가하였다가, 1980. 3. 22.에 이르러 "수국사가 위 허가조건 중 매각대금의 공동예치, 공개경쟁입찰방식에 의한 처분 등의 허가조건을 이행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위 양도허가를 취소한 바 있었다.

(라)이 사건 토지는 박성현이 수국사와 사이에 위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부터 일반주거지역에 속하고 있었던 토지로서, 원래 그 지상에는 특별한 경내건물이 건립되어 있지도 아니하였고, 불교행사를 위한 토지도 아니었으며, 단지 경내 밖의 텃밭으로 이용되어 왔을 뿐이었다. 그런데 수국사는 박성현과의 민사소송이 계속중이던 1992.경부터 이 사건 토지의 외곽으로 블록 담장과 출입문을 설치하여 그 안의 토지를 주차장으로 이용하기 시작하였고, 1994.경에는 다른 곳에 있던 수국사 역사비를 이 사건 토지의 북쪽 경계에 일부 걸치게끔 옮겨 두었다. 이후 수국사는 1995.경에 이르러 이 사건 토지의 경계 바로 서쪽에 약사여래불상을 건축하였고, 이 사건 토지보다 아래쪽에 있었던 원래의 출입문을 잠가 두고 이 사건 토지 위에 새로이 설치한 출입문을 주된 출입문으로 이용하기 시작하였으며, 이 사건 토지 위에 콘테이너로 된 간이종무소를 설치하였다. 그러나 수국사의 대웅전과 다른 법당, 요사채, 미륵불상 및 사찰광장 등 주요 참배장소는 여전히 이 사건 토지의 서쪽에 위치한 임야에 모두 위치하고 있으며, 참배객들이 사용할 수 있는 별도의 주차장 부지도 마련되어 있다.

(마)한편, 박성현이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면서 지급한 돈(계약금 및 중도금)은 수국사의 총무이던 한정기가 수령하였는데, 위 매매대금의 구체적인 용도에 대하여 밝혀진 바는 없지만, 수국사는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이 체결된 이후 상당한 정도로 번창하였다.

(3) 판 단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토지는 수국사의 경내지 일부로 사용되고 있다 할 것이지만, ① 원래 이 사건 토지는 불교의식과 관계없는 텃밭으로 사용되어 왔던 토지로서 수국사 부지를 전체적으로 조망하여 볼 때 그 한쪽 끝에 위치하여 있는 토지에 불과한 점, ② 수국사가 1978.경에도 이 사건 토지를 승가학교 건립기금 및 사찰건물 보수비용 마련을 위하여 처분하려고 하였던 점, ③ 이 사건 토지 위에 그 일부가 놓여 있는 수국사 역사비는 원래의 수국사 경내에서 옮겨온 것으로서 다른 곳으로의 이전이 용이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간이종무소로 쓰이는 컨테이너 역시 이전 내지 폐쇄가 용이하고, 이 사건 토지가 양도된다 하더라도 종전에 사용하던 출입문과 사찰광장을 이용하면 참배객들의 방문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앞서 인정한 사실에 비추어 한정기가 박성현으로부터 수령한 계약금 및 중도금은 수국사의 발전을 위하여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토지의 양도는 수국사의 존립목적에 기여하는 것으로서 이로 인하여 수국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거나 불교문화발전에 지장이 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이 사건과 같이, 사찰재산의 양도인인 사찰의 주지가 양도허가신청인이 된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이를 양수한 자가 민사소송을 통하여 그 양도원인을 밝히고 양도인을 대위하여 양도허가신청을 하는 경우에, 허가권자가 이를 불허하기 위하여는 사찰재산의 양도로 사찰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거나 위 양도대금의 용도가 사찰의 발전과는 전혀 달리 사용되었다는 등의 사정을 더욱 적극적으로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토지의 양도허가신청에 대하여 "이 사건 토지의 양도가 수국사의 고유목적에 부합하는지에 관한 아무런 소명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는 없다.

라. 처분사유 ㉯ 부분에 대한 판단

(1) 판단의 전제

행정처분은 그 근거 법령이 개정된 경우에도 경과규정에서 달리 정함이 없는 한 처분 당시 시행되는 개정 법령과 그에서 정한 기준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러한 개정 법률의 적용과 관련하여 개정 전 법령의 존속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개정 법령의 적용에 관한 공익상의 요구보다 더 보호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개정 법령의 적용이 제한될 수도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7누13818 판결 참조).

(2) 판 단

전통사찰보존법은 1997. 4. 10. 법률 제5320호로 개정되어 그 제6조 제1항에 "소속대표단체 대표자의 승인서를 첨부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단서 조항이 신설되었지만, 그 부칙에는 "이 법은 공포 후 6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법률 개정에 따른 경과조치는 두지 아니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① 원고들의 피상속인인 박성현이 1989. 4.경 민사소송을 제기한 이후 6년 여만인 1995. 4.경에 이르러서야 대법원판결을 통해 비로소 수국사의 주지를 대위하여 양도허가신청을 할 수 있게 되었던 점, ② 박성현이 1995. 5.경 피고에게 양도허가신청을 할 때만 하여도 승인서 첨부는 법률이 요구하는 양도허가의 요건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위법한 법적용으로 인하여 거부처분을 받게 되었던 점, ③ 이에 박성현이 위 거부처분의 적법성을 다투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이후 4년 여만인 1999. 11.경에 이르러 대법원판결을 통해 위 처분이 취소되기는 하였지만, 그 소송이 진행되던 도중인 1997. 4. 10. 전통사찰보존법이 개정되면서, 그 제6조 제1항에 "소속대표단체 대표자의 승인서를 첨부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단서조항이 신설된 점 등 무려 10여 년에 걸친 이 사건 분쟁의 경위에 비추어 보면, 박성현이 1995. 5.경 양도허가신청을 할 무렵에 적용되던 구법의 존속에 대한 신뢰는 보호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한편, 전통사찰보존법 제6조 제1항 단서가 사찰재산의 양도에 있어 소속대표단체 대표자의 승인서를 첨부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취지는, 해당 사찰의 재산양도가 사찰 고유의 목적에 기여하고 그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확보함으로써, 관할 행정청으로 하여금 양도허가신청에 대한 가부를 보다 용이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에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개정된 법률의 예외 없는 적용에 관한 공익상의 요구보다 구법의 존속에 대한 원고들의 신뢰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이 우월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토지의 양도허가신청에 대하여 개정된 이후의 법률을 적용하여 "소속대표단체 대표자의 승인서가 누락되어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는 없다.

3. 결 론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이재홍(재판장) 마용주 마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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