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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대전지법 2017. 2. 10. 선고 2016고정1547 판결
[재물손괴] 항소[각공2017상,350]
판시사항

아파트 관리소장인 피고인이, 동대표 갑이 ‘관리비 낭비, 관리소장·동대표회장 책임져라’라고 기재한 현수막을 아파트 상가 난간에 부착하자 현수막을 임의로 떼어내어 갑의 재물을 손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현수막을 철거할 권한은 없으나, 피고인이 현수막을 철거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결여된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아파트 관리소장인 피고인이, 동대표 갑이 ‘관리비 낭비, 관리소장·동대표회장 책임져라’라고 기재한 길이 약 3m, 폭 약 1m 크기의 현수막(이하 ‘현수막’이라 한다)을 아파트 상가 난간에 부착하자 현수막을 임의로 떼어내어 갑의 재물을 손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구 주택법(2016. 1. 19. 법률 제1380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호 , 제9호 , 제43조 및 위 아파트 관리규약(이하 ‘관리규약’이라 한다) 등에 의하면 관리규약의 효력 및 관리소의 관리권한이 미치는 범위는 아파트의 공동주택과 입주자 공동소유인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 등에 한정되고 일반에 분양된 아파트 상가는 제외되는데, 갑이 현수막을 설치한 곳은 아파트의 상가 건물에 부속된 난간으로서 관리소장의 관리권한이 미치지 않으므로 피고인에게 현수막을 철거할 권한은 없으나, 갑은 현수막 기재 내용과 관련하여 피고인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아파트 관리비를 낭비하여 입주민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고 주장하며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소하였다가 검찰에서 피고인 등에게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하자, 이에 불복하여 검찰 항고를 하고, 재정신청을 하였으며, 다시 대법원에 즉시항고를 하였으나 모두 기각된 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규약에 따라 동대표 갑이 인신공격, 비방 등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해임결의를 한 후 아파트 입주민을 상대로 갑에 대한 해임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고, 갑은 해임투표 하루 전에 현수막을 제작하여 부착한 점, 피고인은 현수막을 철거하여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보관하고 있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현수막을 철거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결여된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정현태 외 1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대전합동 담당변호사 유재복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마을 △단지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2016. 5. 27. 17:50경 피해자 공소외인이 대전 서구 (주소 생략) ○○마을 △단지 상가 난간에 2만 원을 주고 설치한 길이 약 3m, 폭 약 1m 크기의 현수막을 떼어내어 피해자의 재물을 손괴하였다.

2. 판단

가.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관하여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에 성립한다( 형법 제366조 ). 여기에서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는 물질적인 파괴행위로 물건 등을 본래의 목적에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경우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물건 등의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효용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포함된다(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921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현수막을 철거하여 그 기재 내용을 알린다는 현수막의 본래적 기능을 할 수 없도록 한 경우에는 그 현수막을 훼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 그리고 피고인이 현수막을 철거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었던 이상 재물손괴의 고의 또한 인정된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아파트 관리소장인 피고인이 아파트 상가 난간에 설치된 현수막도 관리할 권한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에 관하여

구 주택법(2016. 1. 19. 법률 제13805호로 전부 개정되어 2016. 8. 12. 시행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 , 9호 는 ‘공동주택’과 ‘복리시설’을 별개로 정의하면서 아파트 상가에 해당하는 근린생활시설을 ‘복리시설’로 정의하고 있으며, 제43조 는 입주자가 ‘복리시설’ 중 일반인에게 분양되는 시설을 제외한 부분을 공동주택으로서 자치관리 방식 또는 위탁관리 방식으로 관리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마을 △단지 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 관리규약은 제2조에서 ‘이 규약은 공동주택단지 내의 공동주택, 입주자의 공동소유인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과 그 대지의 관리 및 사용에 관하여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제4조, [별표 1]에서 이 사건 아파트 상가를 관리대상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사실, 이 사건 아파트 상가는 일반인에게 개별 분양되었고, 이에 따라 상가의 개별 소유자들이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는 별도로 집합건물 관리단인 ‘○○마을 △단지 상가 관리단’을 구성하여 이 사건 아파트 상가를 관리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구 주택법의 규정과 위 인정 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아파트 관리규약의 효력 및 관리소의 관리권한이 미치는 범위는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주택과 입주자 공동소유인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 등에 한정되고 일반에 분양된 이 사건 아파트 상가는 제외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피해자가 이 사건 현수막을 설치한 곳은 이 사건 아파트의 상가 건물에 부속된 난간으로서,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인 피고인의 관리권한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 할 것이다.

또한 피해자가 부착한 현수막이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불법 현수막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같은 법 제10조의2 에 따라 행정대집행의 특례로서 현수막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은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 또는 자치구의 구청장에 한하는 것이고, 적어도 이 사건 아파트 관리소장인 피고인이 현수막을 철거할 권한은 없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피고인이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현수막을 철거하는 것이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오인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주장에 관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서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된 법령 및 자치규약을 숙지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자이다. 또한 피고인은 검찰에서 ‘현수막을 철거하기 전에 경찰이나 행정관청 등 권한 있는 기관의 자문을 구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자신의 관리권한이 미치지 않는 곳에 설치된 타인 소유의 현수막을 철거하면서 심사숙고하거나 관계 기관에 조회하는 등 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그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라. 피고인이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현수막을 철거하는 것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주장에 관하여

형법 제20조 가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고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를 인정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도5077 판결 ,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도5989 판결 ,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도7302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① 피해자는 2015. 11.경 이 사건 현수막 기재 내용과 관련하여 피고인과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이 사건 아파트의 경비 용역과 관련하여 관리비를 낭비하여 입주민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인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대전지방검찰청은 2015. 12.경 피고인 등에 대해 혐의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한 사실, ② 피해자가 이에 불복하여 검찰 항고를 하였으나 2016. 1.경 기각되었고, 다시 2016. 2.경 대전고등법원에 2016초재105호 로 재정신청을 하였으나 2016. 4. 11. 기각되었으며, 다시 대법원 2016모1197호 로 즉시항고를 하였으나 2016. 7. 20. 기각된 사실, ③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2016. 5. 17. 관리규약에 따라 □□□동 대표인 피해자가 인신공격, 비방 등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해임하는 결의를 하였고, 그 후 2016. 5. 28. 이 사건 아파트 □□□동 입주민을 상대로 한 피해자에 대한 해임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던 사실, ④ 피해자는 해임투표 하루 전인 2016. 5. 27. 16:00경 이 사건 아파트 주 출입구 옆에 있는 이 사건 아파트 상가의 난간에 “관리비 1천 6백만 원 낭비, 관리소장·동대표회장 책임져라, -□□□동 대표-”라고 기재된 현수막을 20,000원에 제작하여 부착한 사실, ⑤ 피고인은 2016. 5. 27. 17:50경 피해자가 부착한 현수막을 철거하여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보관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가 부착한 현수막을 철거한 것은, ① 피해자가 이미 수사기관과 법원으로부터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된 사실을 다시 문제 삼으며 피고인 등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막고, 아울러 피해자가 자신에 대한 해임투표 기간에 투표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한 것으로 보여 그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② 또 이 사건 바로 다음 날이 피해자에 대한 해임투표일이었으므로 관할 관청에 불법 현수막으로 신고하거나 반론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투표의 공정성이나 피고인 등의 명예감정에 대한 침해를 제거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현수막을 훼손하지 않은 채 이를 단순히 철거하여 관리사무소에 보관하고 있었으므로 그 수단과 방법에 있어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③ 이미 피고인의 업무상배임 혐의에 관한 불기소처분에 대한 피해자의 검찰 항고, 재정신청이 모두 기각되었던 상황인 데다가 사후에 대법원에서도 피고인의 즉시항고를 기각한 점, 현수막 제작 비용이 소액인 점에 비추어 피고인이 현수막을 철거함으로써 초래되는 입주민들의 알 권리 내지 피해자의 재산권에 대한 법익침해 정도는 경미한 반면 피해자가 현수막을 부착함으로써 초래되는 피고인 등의 인격적 법익 내지 투표의 공정성에 대한 침해 정도는 무거운 것으로 보여 법익균형성도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결여된 정당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형법 제20조 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범죄로 되지 아니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고진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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