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무죄집행유예
서울고등법원 2006. 2. 8. 선고 2005노996 판결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여환섭

변 호 인

변호사 윤제영외 7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0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으로부터 10억 원을 추징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02. 8. 하순경 및 같은 해 10.경의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의 점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1) 원심 판시 제1죄 부분(SK그룹으로부터 4억 원을 수수한 점)

피고인이 자신의 정치후원금 수수 및 회계보고 업무를 담당하던 공소외 1을 통하여 SK그룹 회장 공소외 2로부터 4억 원의 정치자금을 수수하기는 하였으나, 피고인은 공소외 1이 영수증 처리 등 적법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한 채 대통령후보경선에 몰두하였고 후보경선을 포기한 후 비로소 공소외 1로부터 위 정치자금이 법률에 정한 한도를 넘어 영수증 처리가 곤란하다는 보고를 들은 것이므로 피고인에게는 당시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다는 범의가 없었다. 또한 피고인이 공소외 2로부터 2002. 6.경 수수한 1억 원은 앞서 수수한 다른 3억 원의 돈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자금으로 받은 것이지 대외활동비 등 다른 명목으로 받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당시의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에는 정당의 당내 경선과 관련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으므로, 당내경선에 사용하기 위하여 법률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2) 원심 판시 제2죄 부분( 공소외 3으로부터 6억 원을 수수한 점)

피고인은 민주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들과 지구당위원장들이 당의 앞날과 대통령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피고인에게 대표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할 것을 계속 강권하여 출마를 결심하였고, 피고인을 민주당의 대표최고위원으로 추대하기 위한 추대모임의 사람들이경선에 소요될 자금을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하였기 때문에 피고인은 자금문제에 초연하여 전국 대의원들을 상대로 한 선거운동에만 전념한 것이지, 공소외 3이 경선자금을 제공하겠다고 하여 이를 믿고 경선에 나선 것이 아니다. 피고인은 공소외 3이 제공하였다는 6억 원을 포함한 전체적인 경선자금의 모금 및 집행계획과 실제의 집행내역에 대한 사전협의나 사후보고는 물론 다른 사람들과 이에 대한 일체의 의사교환이 없었고 정치자금의 수수 및 집행과정에서 배제되었으므로 공소외 3으로부터 6억 원을 수수하여 집행하였다는 선거대책위원장 공소외 4와 공모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3) 원심 판시 제3죄 부분( 공소외 3으로부터 5,000만 원을 수수한 점)

피고인은 공소외 3으로부터 2002. 8. 하순경 및 같은 해 10.경 2회에 걸쳐 5,000만 원의 정치자금을 수수한 적이 없다.

나. 양형부당

피고인이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 정치자금을 수수하기는 했으나 이러한 사정은 당시 경쟁자였던 공소외 5, 공소외 6, 공소외 7 등도 마찬가지였고, 그 후의 대통령선거과정에서도 관련자들에 의하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의 규정을 어긴 막대한 정치자금이 수수되었는데 이는 법제도와 정치현실의 괴리로 법을 어기는 것이 불가피하였던 측면이 있었고, 다른 위반자들에 대하여는 기소조차 되지 않거나 선고유예의 가벼운 처벌만이 이루어졌으므로 그 동안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국가발전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노력한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된 원심의 형량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원심 판시 제1죄 부분에 관한 주장

(1) 범의의 존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를 살피건대, 피고인이 공소외 2로부터 받은 정치자금은 최초에 받은 2억 원조차 당시의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후원인의 연간 기부한도(피고인과 같은 국회의원의 후원회인 경우에는 연간 개인은 2,000만 원, 법인은 5,000만 원이다)를 훨씬 초과한 금액이어서 같은 법에 의한 적법한 처리가 불가능하였던 점, 피고인은 30년 이상 정치계에 몸담았고 당시 3선의 국회의원으로 10년 연속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인이나 경력이 짧은 정치인들보다 이러한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의 내용을 훨씬 더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는 점, 피고인은 후원회를 통하여 공식적으로 공소외 2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지 않고 자신의 처남인 공소외 1을 내세워 사적으로 은밀하게 이를 모두 현금으로 수수한 점, 공소외 1은 SK그룹의 관계자로부터 3회에 걸쳐 자금을 교부받은 후 그 내용을 피고인에게 매번 보고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정치자금을 수수한다는 범의가 있었던 것으로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2) 2002. 6.경 수수한 정치자금의 명목

위 증거들을 살피건대, SK그룹 측의 인사로 이 사건 정치자금 교부에 관여한 공소외 2, 공소외 8은 모두 2002. 6.경 대외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피고인에게 정치자금을 주었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피고인은 약 3개월 전에 이미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을 포기하여 더 이상 경선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지 않았던 점, 당시 피고인이 민주당의 대표최고위원으로 정치적인 재기에 성공한 마당에 그 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경비 명목이 아니라 앞서 실패한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서 발생한 부채 등을 갚기 위한 명목으로 그리 친분이 깊지 않은 기업인들을 상대로 정치자금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구차하고 어색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주장보다는 공소외 2 등의 진술이 훨씬 더 합리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굳이 피고인에게 교부한 정치자금의 명목을 사실과 다르게 밝힐 아무런 이유가 없으므로 공소외 2 등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고, 이에 의하면 피고인이 2002. 6.경 공소외 2로부터 대외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3) 당내 경선자금의 정치자금성

현행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은 “정치자금이라 함은 당비, 후원금, 기탁금, 보조금, 후원회의 모집금품과 정당의 당헌·당규 등에서 정한 부대수입 기타 정치활동을 위하여 정당,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2조 의 규정에 의한 선거에 의하여 당선된 자, 공직선거의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후원회·정당의 간부 또는 유급사무직원 그 밖에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게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그 밖의 물건과 그 자의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말한다( 제3조 제2호 )”고 규정하고, 아울러 대통령선거의 당내경선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예비후보자나 정당의 중앙당 대표의 당내경선 후보자가 후원회를 지정하여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반하여 이 사건 당시의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2004. 03. 12. 법률 제7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정치자금법’이라 한다)은 “정치자금이라 함은 당비, 후원금, 기탁금, 보조금, 후원회의 모집금품과 정당의 당헌·당규 등에서 정한 부대수입 기타 정치활동을 위하여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 기타 물건을 말한다( 제3조 제2호 )”고 규정하여 정치자금 제공의 대상을 예시하지 않고 있고, 또한 정당의 대통령후보 등의 당내경선을 염두에 둔 규정을 두지 않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구법과 현행법의 정치자금에 관한 정의규정은 모두 개개의 정치활동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지 않은 채 일체의 정치활동을 위하여 제공되는 금품을 포괄하여 정치자금으로 정하면서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러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도록 규율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되고, 또한 정치자금의 제공은 대부분 정치활동을 하는 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당내경선을 전제로 한 규정의 유무에 불구하고 개정 전·후의 두 법이 규율하는 정치자금의 의미와 그 적용범위에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공직선거에 출마할 정당의 후보자를 선출하는 당내경선은 그 성격상 중요한 정치활동의 하나라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당내경선에서의 선거운동을 위하여 제공된 금품은 구 정치자금법에 의하더라도 정치자금에 해당함이 분명하다.(피고인은 당내경선이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결정하는 주된 방법으로 등장한 최근의 정치발전현상을 법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여 법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생겼다고 하나, 정당제와 대의민주제도가 확고하게 자리잡은 서구의 국가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현대정치사에서도 앞선 당내경선의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현행법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제고함과 아울러 후원회의 모금 및 기부한도를 대폭 축소하는 등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를 훨씬 강화하였으므로 원래 국회의원 후원회를 둘 수 있었던 피고인과 같은 정치인의 경우에는 구 정치자금법에 의한 것보다 더 많은 정치자금을 용이하게 모금할 수 있게 된 것도 아니다.)

나. 원심 판시 제2죄 부분에 관한 주장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02. 3.경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참가하였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제주도에 내려가 있던 중, ‘피고인이 민주당 대표최고위원이 되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공소외 4 등 민주당 인사들이 보낸 하이테크하우징 회장 공소외 3을 그 무렵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롯데호텔 커피숍에서 만나 그로부터 ‘지구당위원장 서명을 받고 있으니 대표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하시오, 부족한 자금은 모두 책임지겠오’라는 취지의 제의를 받고 경선에 출마한 다음 피고인의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공소외 4와 공모하여, 2002. 4. 중·하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대하빌딩 4층 민주당 피고인 대표 경선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공소외 4가 공소외 3으로부터 6억 원을 정치자금 영수증을 교부하지 아니한 채 경선자금 명목으로 교부받아, 공소외 3으로부터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공소외 3으로부터 경선자금을 부담한다는 제의와 함께 당 대표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해 달라는 권유를 받은 적이 없고, 다만 공소외 4, 공소외 9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원외 지구당위원장 등 일단의 당내 인사들이 피고인을 민주당의 대표최고위원으로 추대하기로 결의하고 공소외 4, 공소외 10 의원 등이 스스로 경선자금을 조달하겠다고 권유함에 따라 대표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하여 선거운동을 하기는 했으나, 경선자금은 전적으로 공소외 4가 맡아서 처리하여 피고인은 그 내용을 알지도 못하므로 그와 공모하여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원심은, 그 채용증거를 종합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 관한 주요 증거들로는 공소사실에 일부 부합하는 공소외 3, 공소외 4의 각 진술이 있는바, 그 진술 등에 의하여 피고인이 공소외 4와 공모하여 공소외 3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수수한 사실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고 하겠다. 아래에서 항목을 나누어 판단한다.

(2) 공소외 3으로부터 피고인의 경선캠프에 6억 원의 정치자금이 제공되었는지 여부

공소외 3, 공소외 4는 모두 수사기관 이래 선거일로부터 약 1주일 전에 6억 원이 여의도 대하빌딩에 있던 피고인의 경선캠프에 전달되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경선캠프에서 회계책임자로 근무하였던 공소외 11도 선대위원장인 공소외 4로부터 3억 원씩 2회에 걸쳐 합계 6억 원을 교부받아 선거비용으로 사용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위 6억 원이 다른 사람에 의하여 제공되었다고 볼 아무런 사정이 없으므로, 공소외 3이 피고인의 경선캠프에 경선자금 명목으로 6억 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그 제공시기와 제공방법에 관하여 공소외 11은 공소외 4로부터 2002. 4. 8.경 및 같은 달 23. 내지 24.경 각 3억 원을 2회에 걸쳐 나누어 전달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공소외 11이 이러한 지엽적인 사실에 관하여 허위로 진술할 특별한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기는 하나 공소외 3도 역시 경선자금의 제공사실을 시인하는 터에 굳이 그 제공시기와 제공방법에 관한 허위진술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공소외 3으로부터 경선자금을 수령한 공소외 4는 선거 약 1주일 전에 6억 원을 한꺼번에 받았다고 진술할 뿐 아니라 선거 막바지에 자금을 대부분 집행하여야 그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 의도적으로 그 시기에 받은 것이라며 나름대로 수긍할 만한 이유를 대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위 경선자금은 공소외 3, 공소외 4가 주장하는 시기에 한꺼번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가사, 공소외 11의 진술과 같이 공소외 4가 실제로 공소외 11에게 3억 원씩 2회에 걸쳐 자금을 전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소외 4가 자신의 출연으로 피고인의 경선자금을 조달하여야 할 지위에 있지 아니한 이상 나중에 공소외 3으로부터 경선자금을 받을 때 회수할 의사로 임시로 다른 곳에서 자금을 가져와 공소외 11로 하여금 우선 사용하게 한 데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공소외 3이 피고인의 경선캠프에 6억 원의 경선자금을 제공하였다는 사실관계를 뒤집을 사유가 되지 못한다.

또한 공소외 3은 당심에 이르러, 경선자금의 포장 및 운반방법에 관하여 종전과 다소 다른 내용의 진술을 하고 있으나, 이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경선자금이 제공된 사실이 분명한 이상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3) 피고인이 공소외 3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기로 공소외 4와 공모하였는지 여부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어느 범죄에 공동 가공하여 그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고, 이와 같은 공모에 대하여는 직접증거가 없더라도 정황사실과 경험법칙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4도5494 판결 참조).

위 법리를 전제로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증거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공소외 3이 피고인에게 경선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제의를 한 것인지에 관하여 본다.

공소외 3은 수사기관 및 원심에서 다음과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즉, 공소외 3은 민주당 내에서 공소외 4, 공소외 10, 공소외 9 등 여러 의원들이 피고인의 당대표 추대모임을 만들어 앞서 대통령후보 당내경선에 출마하였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제주도에 가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피고인을 찾아가 대표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하도록 설득하라고 하므로 피고인을 2002. 3. 26. 제주도로 찾아가 중문단지 롯데호텔 커피숍에서 만나 경선출마를 권유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대표최고위원 경선을 치를 만한 자금력이 없고 앞서 대통령후보 경선에 출마하면서 당에 돌아오지 않기로 공언했기 때문에 대표최고위원 경선출마의 명분이 없다고 답하였다. 공소외 3은 다시 자신이 경선자금의 일부를 지원하고 아울러 현역 국회의원과 지구당 위원장의 지지서명을 받아 자금과 명분의 두 가지 문제점을 모두 해결할 것이니 경선에 출마하라고 권유하였으며,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아무런 확답을 하지 않았다. 공소외 3은 피고인의 태도에서 종전의 출마불가 입장이 바뀔 수 있다고 나름대로 판단하고 서울에 있는 공소외 4에게 전화로 피고인을 대표최고위원으로 추대하는 활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하자고 전하였다.

피고인은 제주도에서 공소외 3을 만난 사실조차 기억에 없다고 주장하나, 공소외 3의 위와 같은 진술은 그 경선출마를 권유하는 과정 전반에 관한 진술내용이 구체적이고, 현지에서 직접 겪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제주도에서의 피고인의 행적 등에 관하여도 소상하게 언급하고 있으며(특히 공소외 3은 피고인조차 자신이 신라호텔에 묵었다고 나중에 잘못 기억하고 있음에도 피고인의 숙박장소를 처음부터 롯데호텔 빌라로 뚜렷하게 진술하고 있다), 공소외 3이 당시 피고인을 제주도로 찾아간 사정이나 피고인을 만난 후 공소외 4에게 전화한 내용 등이 공소외 4의 진술이나 그 다음날 오전에 이루어진 추대모임의 기자회견 등 당시의 객관적인 상황에 부합하고, 공소외 3은 여의도에서 건축시행사업을 하여 큰 돈을 벌었고 평소에 정치에 관심이 많은데다가 피고인과 친분도 쌓고 있어서 피고인이 경선출마를 망설이는 장애요인의 하나인 경선자금 문제를 해결해줄 동기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며, 한편 공소외 3은 피고인에게 다른 장애요인인 출마의 명분을 세워주는 일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는 없는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피고인을 만나 그 의중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서울에 있는 추대모임의 공소외 4 등에게 추대활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하자는 의사를 전할 수는 없다고 보이므로, 공소외 3의 위와 같은 진술은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에 의하면 공소외 3이 피고인에게 경선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제의를 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다음으로 공소외 4와 피고인 사이에 직접 모의하거나 혹은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다는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졌는지에 관하여 본다.

공소외 3, 공소외 4의 각 진술 등에 의하면, 공소외 4는 공소외 3이 피고인을 면담한 후 추대활동을 진행하자는 연락을 해오자 다음날인 2002. 3. 27. 오전에 공소외 10 등 추대모임의 사람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면서 피고인을 지지하는 사람의 명단을 공개하고 그 뜻을 피고인에게 전달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사실, 피고인은 위 기자회견이 있은 다음날인 2002. 3. 28. 귀경하여 추대모임의 국회의원들을 만나 며칠간만 시간을 달라고 한 다음 2002. 4. 1. 대표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사실, 공소외 3은 공소외 4 등 추대모임의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피고인의 경선자금 중 모자라는 부분을 자신이 제공하겠다고 이야기한 사실, 피고인은 원래 자신의 계보에 속하지 않는 공소외 4를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선임한 후 그로 하여금 앞서 피고인이 대통령후보 경선 때에 여의도 대하빌딩에 설치하였던 경선캠프의 물적 시설과 10명 남짓의 실무직원들을 그대로 인수하여 대표최고위원 경선캠프를 구성하도록 한 사실, 피고인은 그 후 주로 지방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공소외 4가 경선캠프에 머물면서 선거운동을 기획하거나 지원하고 경선자금의 집행업무를 처리한 사실, 피고인은 선거일 약 1주일 전에 공소외 4에게 전화하여 다른 경쟁자들에 비하여 피고인 경선캠프의 선거운동이 부진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사실, 공소외 4는 그 후로 공소외 3이 6억 원을 가져오자 이를 경선캠프의 실무자에게 전달하여 앞서 세워두었던 선거운동 및 자금투입계획에 따라 300명 정도의 선거운동원을 지방에 파견하여 대의원을 설득하는 비용 및 홍보비 등으로 사용하게 한 사실, 피고인의 선거운동에 소요되는 자금은 추대모임의 사람들이 자신의 담당구역에서 이루어지는 선거운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각자 부담한 외에는 공소외 3이 제공한 6억 원이 거의 전부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공소외 4는 만약 공소외 3이 경선자금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별다른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자신의 출연으로 경선캠프를 이끌어갈 이유도 없으므로 애초에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지 않았을 것인 점, 피고인은 앞서 공소외 3으로부터 실제로 경선자금 지원을 제의받았고 공소외 3의 제주방문 동기 등으로 미루어 보아 그가 공소외 4 등 추대모임의 다른 사람들과 이에 대한 교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으며, 추대모임이 주도한 지지서명을 통해 경선출마의 명분은 확보하였다고 판단했으나 여전히 경선자금에 대하여는 공소외 3의 지원을 제외하고는 달리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을 충분히 알았을 것인 점(피고인은 추대모임의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돕겠다고 말하여 그렇게 경선자금이 해결될 것으로 알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나, 피고인이 그 정치경력 등에 비추어 추대모임의 사람들이 경선캠프에 자금을 직접 제공하는 방법으로 피고인의 선거운동을 지원할 것으로 믿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 후 추대모임의 사람들이 각자의 담당구역에서 제한적인 선거운동 지원만을 하였음에도 선거대책위원장 공소외 4에 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경선캠프의 선거운동이 부진하다고 이야기한 외에 추대모임의 다른 사람들에 대하여는 경선자금의 지원을 요청하거나 독촉한 사정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공소외 4는 공소외 3으로부터 경선자금 6억 원을 현금으로 받은 후 이를 경선캠프에 전달해주어 선거운동에 사용하게 하였는바, 공소외 4를 제외한 경선캠프의 실무진들은 원래 피고인이 대통령후보 경선에 출마하면서 선발된 요원들이어서 공소외 4보다는 모두 피고인과 가까운 사람들이고 그 중 특히 회계책임자인 공소외 11은 2000. 12. 피고인의 비서가 된 이래 피고인이 2002. 3. 중순 및 같은 해 6. SK그룹으로부터 받은 2억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관리하기까지 하는 등 피고인과 매우 긴밀한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경선캠프에 들어오는 거액의 자금에 관하여 마땅히 피고인에게 보고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전국단위의 경선을 치르는 데 당연히 상당한 규모의 경선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고 공소외 3이 제공한 6억 원의 경선자금은 피고인이 예상한 범위를 현저하게 넘는 정도로 보기 어려운 점( 공소외 11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그가 아껴서 위 자금을 집행했음에도 선거 후 남은 돈이 전혀 없고 오히려 빚을 지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공소외 11은 경선자금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전혀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하나, 피고인의 비서인 공소외 11이 피고인에 대한 아무런 보고 없이 빚까지 지면서 선거운동에 관련된 비용을 지출할 수 있을지는 크게 의문이다.), 공소외 3이 제공한 6억 원은 구 정치자금법에 의한 후원인의 연간 기부한도를 현저하게 초과하는 금액일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자신의 후원회로부터 2002. 1. 18. 2억 5,000만 원을, 같은 해 2. 21. 5,000만 원을 기부받음으로써 이미 당시까지의 연간 기부한도를 채워서 위 경선 당시에 후원회를 통하여서는 정치자금을 한 푼도 조달받을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공소외 3에 의해 제공되는 자금을 구 정치자금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피고인이나 공소외 4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과 공소외 4 사이에 공소외 3으로부터의 불법정치자금 수수에 관하여 경선자금의 규모나 제공시기 및 방법 등에 관한 구체적인 모의과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피고인의 경선에 소요되는 비용을 조달하기 위하여 공소외 3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다는 의사의 결합이 있었던 것으로 넉넉히 추단할 수 있다.

다. 원심 판시 제3죄 부분에 관한 주장

(1) 공소사실의 요지와 원심의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02. 8. 하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국민일보빌딩 12층 스카이라운지 커피숍에서 공소외 3으로부터 정치자금 영수증을 교부하지 아니한 채 후원금 명목으로 3,000만 원을 교부받고, 같은 해 10.경 같은 장소에서 정치자금 영수증을 교부하지 아니한 채 같은 명목으로 2,000만 원을 교부받아, 공소외 3으로부터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 5,000만 원을 수수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로는 공소외 3의 진술이 유일하므로 그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다고 하겠다.

공소외 3은 수사기관 이래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에게 2차례에 걸쳐 3,000만 원과 2,000만 원을 제공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면서 그 제공 동기, 시기 및 장소, 제공방법 등에 대하여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고, 피고인과도 상당히 긴밀한 관계에 있어서 그 진술에 신빙성을 인정할 여지가 다분히 있다. 아래에서 공소외 3의 진술을 관련 증거나 정황에 비추어 더 자세히 살펴본다.

우선, 공소외 3은 자금의 제공 동기와 제공 장소에 관하여, 피고인을 만났다가 축의금 낼 돈도 없다거나 당 후원금이 장부와 맞지 않아 회계감사 전에는 돈을 제대로 쓸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자금을 주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는바, 피고인도 당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된 후 중앙당후원금의 잔고가 문제된 적이 있고, 공소외 3을 국민일보 빌딩 스카이라운지에서 만난 적이 여러 번 있다고 진술하여 공소외 3의 진술과 상당 부분 부합하는 측면마저 있기도 하다. 이러한 점은 일응 그의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높이는 한 요인이 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공소외 3이 스스로 밝히는 자금 제공의 시기나 자금의 제공 방법과 관련하여서는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공소외 3은 처음에는 여름휴가가 끝날 무렵에 피고인을 만나 2002. 8. 말경 3,000만 원을 주고 그로부터 보름 내지 20일 후 2,000만 원을 더 주었다고 진술하였으나, 2,000만 원을 준 시기에 관하여는 그 후 같은 해 10.경일 수도 있는 것으로 진술이 약간 바뀌었다. 그리고 자금을 제공한 상황에 관하여는, 모두 자신이 피고인에게 먼저 연락하여 낮에 둘이 만나 커피만 마시고 식사는 하지 않은 채 바로 헤어졌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공소외 3은 2002. 8.부터 같은 해 9. 사이에 국민일보 빌딩 스카이 라운지에서 빈번하게 신용카드를 사용하였음에도, 공소사실 기재의 2002. 8. 하순경 낮 시간에 두 사람이 커피 혹은 음료수만 마신 신용카드 자료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수사기록 3권 98-99쪽).

공소외 3은 자금의 제공 방법에 관하여, 처음의 3,000만 원은 10만 원권 300장으로, 뒤의 2,000만 원은 100만 원권인지 아니면 10만 원권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모두 수표로 주었고, 자신의 운전기사인 공소외 12나 처인 공소외 13의 계좌에서 그 수표들을 인출하여 당일 또는 그 다음날 피고인에게 교부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공소외 3이 위 수표들을 인출하였다거나 피고인이 이러한 수표들을 교부받아 사용하였다는 근거가 전혀 없다. 특히 공소외 3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마땅히 공소외 12나 공소외 13의 계좌에서는 그 인출의 근거가 발견되어야 할 것인데, 수사기관의 엄밀한 계좌추적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단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공소외 3은 10만 원권 수표 300장을 개인이 사용하는 하얀 편지봉투에 담아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꺼내서 피고인에게 주었다고 진술하였으나, 개인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편지봉투에 수표 300장이 들어가기는 어려워 보이고, 외투도 입지 않는 여름철에 옷 외부로 돌출되기 쉬운 두툼한 편지봉투를 호주머니에 넣어서 다녔다는 것도 매우 어색하다. 더구나 피고인이 집권여당의 대표최고위원인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남들의 시선을 끌지 않으면서 수표 300장을 간편하게 넣어 가지고 갈 수 있는 별도의 용기를 마련하는 배려가 있었어야 마땅한 것으로 보인다(이와 관련하여 원심은, 공소외 3이 굳이 허위 진술을 하려면 자금추적을 할 수 없는 현금으로 전달했다고 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러울 텐데도 굳이 수표로 교부했다고 진술하고 있고, 당시 공소외 3이 피고인 외에도 여러 정치인들에게 상당한 정치자금을 제공하여 자금의 출처를 정확히 진술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공소외 3의 진술에 신빙성을 더하는 정황으로 보고 있으나, 현금은 수천만 원 정도라도 그 부피가 상당하여 당사자 간의 일상적인 만남의 기회에 손쉽게 교부할 수는 없어서 현금의 조성 및 전달과정에서 수표의 교부와는 다른 특유한 흔적을 남기게 되므로 현금을 전달하였다는 허위진술을 쉽게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공소외 3이 다른 기회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은 피고인이 이 사건 정치자금을 수수하였는지 여부와 직접 관련성이 없다).

또한 정치자금 제공사실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나 제3자의 진술 등 다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사람이 수수혐의를 받는 정치인에 관하여 비교적 상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거나 정치인과 친밀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의 일방적인 진술에 신빙성을 함부로 부여하여서는 안 된다고 여겨진다.

정치작용은 국가 구성원들의 이해관계의 대립이나 갈등을 조정하고 그들의 역량을 결집하여 국가의 존속과 발전을 위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일정한 방향성을 부여하는 일연의 과정을 의미하겠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가 보유하는 유형, 무형의 많은 자원을 시장에서 통용되는 경제적 합리성의 기준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다른 기준에 의하여 배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리하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처럼 다소 주관적이고 개인차가 있는 기준에 따라 자원배분을 할 수 있는 힘, 즉 권력을 차지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각축을 벌이게 된다. 현대의 대의제 민주주의체제에서는 권력의 원천이 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에 있으므로 권력을 차지하려는 정치인들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가급적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 정치인들은 일반인들과 달리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생활상을 부득이하게 노출하게 되고 또 그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다. 또한 권력은 제한적인 반면에 이를 추구하는 정치인들은 대개 권력을 적정하게 행사할 수 있는 인원보다 많아서 서로 간에 치열한 경쟁이 있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들 사이에 흑색선전, 배신, 음모 등 비정상적인 방법에 의하여 경쟁자들을 제거하거나 그들에게 타격을 입히려는 일까지 생기게 된다. 정치인들은 자신과 친밀한 사람이 많을수록 이러한 배신과 음모에 더 취약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배신이나 음모 등은 곧 드러나지 않거나 영원히 드러나지 않기도 하여서 관련자들 외의 사람들이 그 내막을 늘 쉽게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사건에서 돌이켜 보더라도, 공소외 3이 피고인이 당 내에서 처한 경제적 어려움을 알고 있었다거나 피고인과 실제로 몇 번 만났다는 사정은 피고인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였다는 사실과 바로 직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소외 3이 피고인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혹은 다른 사람을 통하여 전해들어 피고인의 처지를 어느 정도까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고 또 정치인인 피고인을 종종 만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소외 3이 정치인인 피고인과 다소 긴밀한 관계에 있다고 하여 항상 피고인에게 선의를 가지고 근거 없이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뜻 믿는 것도 합당하지 않다.

결국, 이와 같이 정치자금 제공사실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가 전혀 없고 정치자금을 제공하였다는 공소외 3의 진술에 부분적으로나마 수긍하기 어려운 의심이 있는 상황에서는 공소외 3의 진술에 일관성이 있다거나 혹은 그가 피고인이 처한 당시의 상황에 대하여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고 그 당시 피고인을 실제로 만난 사실이 있으며 피고인과 상당한 친분이 있다는 점 등을 기초로 그 진술에 쉽게 신빙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공소외 3의 위 진술은 신빙성이 충분하지 못하여 이로써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범죄의 증명이 없어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인바, 그럼에도 원심은 이를 유죄로 보았으니 그 판단에는 채증법칙을 어겨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라. 소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판시 제3의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이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 하여 하나의 형으로 처단된 나머지 부분 역시 피고인의 양형부당의 주장에 대하여 살필 것 없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 중 범죄사실 제3항을 삭제하고 2쪽 마지막 줄과 3쪽 첫째 줄에 걸친 “대아빌딩”을 “대하빌딩”으로 고치는 외에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2. 경합범 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범정이 더 무거운 판시 제2의 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 가중)

3.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 (아래의 양형이유에서 설시한 정상 참작)

4. 추 징

무죄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02. 8. 하순경 및 같은 해 10.경의 정치자금에관한법률위반의 점의 요지는 위에서 본 것과 같은바, 이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양형이유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당시 3선의 집권여당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에 있어 관련 법령을 준수하여 정치자금과 관련한 일체의 부정을 방지하여야 함에도 SK그룹 회장 공소외 2로부터 4억 원, 하이테크하우징 회장 공소외 3으로부터 6억 원 등 거액의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교부받은 것으로, 민주정치의 발전을 저해하고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는 정경유착의 부패구조를 온존시키는 성격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 정치자금을 제공한 SK그룹이나 공소외 3 모두 당시 기업경영 비리와 관련하여 당국의 조사 및 제재를 받을 상황에 처해 있거나 사업상의 특혜 의혹에 휘말리는 등 정경유착의 폐해가 현실화될 위험조차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을 엄중하게 처벌하여야 마땅하다.

한편으로, 피고인이 정치자금수수에 관련된 범죄로 처벌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일부 범행을 시인하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있으며, 일찍이 정치계에 투신하여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의 신장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은 점 등은 그 정상에 유리하게 참작할 사유가 된다. 다만,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 다른 대통령후보 경선자 등과의 형평성 문제는 수사 및 기소의 권한이 없는 이 법원으로서 이를 고려함에 한계가 있고, 또 법제도와 정치현실의 괴리를 탓하는 것은 법률을 제·개정할 권한이 있는 국회의원으로서 스스로 불법을 저지른 데에 대하여 내세울 항변으로 적합하지 않다.

위와 같은 사정을 비롯하여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경위 및 그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제반사정들을 종합하고, 여기에 피고인의 죄책에 대한 합당한 응보와 유사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한 형사정책적인 고려까지 더해 볼 때, 결국 피고인에 대한 형을 주문과 같이 정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판단된다.

판사 김용균(재판장) 임정수 배현태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