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생명보험계약의 보험사고 요건 중 ‘우연한 사고’의 의미 및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참조판례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8다78491, 78507 판결 (공2010하, 1773)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디카이온 담당변호사 송태섭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사기죄에서 기망행위는 고의를 전제로 하고 여기에는 미필적 고의도 포함되는 것이지만,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므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7도1214 판결 참조).
한편 생명보험계약은 사람의 생명에 관한 ‘우연한 사고’에 대하여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하고, 여기서 ‘우연한 사고’라 함은 사고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의미한다 (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8다78491, 78507 판결 참조). 따라서 보험계약자가 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자와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한다고 하더라도 그 보험금은 보험계약의 체결만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우연한 사고가 발생하여야만 지급되는 것이므로, 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보험계약자에게 미필적으로나마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더 나아가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묵비한 채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보험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농후함을 인식하면서도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또는 보험사고를 임의로 조작하려는 의도를 갖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와 같이 그 행위가 ‘보험사고의 우연성’과 같은 보험의 본질을 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비로소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2. 원심은, 피고인이 2005. 8.경부터 보험설계사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피고인의 남편 망 공소외 1이 1998년경부터 2003. 8. 29.까지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림프종으로 검사 및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8. 6. 20. 망 공소외 1을 주 피보험자로, 계약자 및 보험수익자를 피고인으로 하며 피보험자의 사망 시에만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변액유니버셜 종신보험’이라는 이름의 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보험회사’라 한다)와 체결하면서,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서식 제3항의 ‘최근 5년 이내에 다음과 같은 병명(암, 백혈병 등 10개 질병)으로 의사로부터 진찰, 검사를 통하여 진단을 받았거나 치료, 투약, 입원, 수술, 정밀검사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아니오’라고 답하고, 계약 전 고객면담보고서의 질문사항 중 과거 질병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과거 질병 없다’라는 내용으로 답하는 등으로 망 공소외 1이 과거 항암치료 등을 받은 사실을 숨긴 채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망 공소외 1이 보험 가입 직후인 2008. 9.경 림프종 재발 진단을 받고 보험 가입 후 109일이 경과한 2008. 10. 6.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에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사망하자 2008. 11. 17. 보험회사에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여 2009. 5. 4. 보험회사로부터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102,405,916원을 지급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의 위와 같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행위가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또는 ‘계약 전 고객면담보고서의 질문사항’에 대하여 답하면서 망 공소외 1의 과거 항암치료 전력 등을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상법상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보험사고가 피고인의 의사나 어떠한 행위에 의하여 그 발생 여부가 좌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이상,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미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하여 피고인이 이를 알고 있었다거나 보험사고의 발생가능성을 예견할 만한 상황 속에서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고 보험계약의 체결에 나아간 경우가 아니라면 위와 같은 고지의무 위반의 점만으로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행위가 보험금 편취를 위한 고의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고지의무 위반의 사정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보험금 편취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죄에서 요구되는 기망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