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서울고법 1994. 4. 8. 선고 93구14563 제9특별부판결 : 확정
[의약품제조업허가취소처분취소청구사건][하집1994(1),819]
판시사항

청원서라는 제목의 서면을 행정심판청구서로 보아야 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행정소송이 행정심판을 그 전치요건으로 한 목적은 소송 이전에 처분행정청으로 하여금 그 스스로 재고, 시정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인바, 처분행정청에 제출한 서면의 제목이 청원서로 되어 있고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표시, 심판청구취지와 이유 등 행정심판법 제19조 제2항 소정의 사항들을 구분하여 기재하고 있지 아니하여 행정심판청구서로서의 형식을 다 갖추고 있다고 볼 수는 없으나 신청서에 처분청과 청구인의 이름 및 주소가 기재되어 있고 그 기재내용에 의하여 심판청구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의 내용과 심판청구의 취지 및 이유, 처분이 있은 것을 안 날, 처분행정청의 고지의 유무 및 그 내용 등을 모두 알 수 있어 가사 미비한 점이 있다 하여도 모두 보정할 수 있으므로 이를 행정심판청구서로 보아야 한다.

원고

서울약품공업주식회사

피고

보건사회부장관

주문

1. 피고가 1993.2.4. 원고에 대하여 한 의약품제조업 및 제조품목허가취소처분을 각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전치요건에 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행정심판을 거치지 아니한 채 피고의 1993.2.4.자 의약품제조업 및 제조품목허가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송은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이 있은 후 원고가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기까지의 경위를 살피건대, 원고는 1993.3.29. '청원서'라는 제하에 수신;피고, 발신;원고, 참조;약정국 약무정책과장, 제목;의약품제조업허가취소결정 취하청원이라고 적은 다음, 원고 회사는 경영 악화로 제조공장을 이전하고 계속 휴업하다가 부채, 세금 등을 정리하게 되어 조업재개를 위하여 같은 달 10. 서울특별시 의약계에 들러 그 절차를 문의하다가 같은 해 2.4.자로 원고 회사의 의약품제조허가가 취소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바, 그간 한 번도 청문에 응하라는 공문을 받아 본적이 없음에도 허가취소하는 것은 부당하니 그 취소처분의 취소를 바란다는 취지의 내용을 기재하여 이를 피고 앞으로 접수시킨 사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같은 해 4.7. '청원서에 대한 회신'이라는 제목으로 휴업기간이 만료된 후 의약품제조업소에 대한 정기실태조사시 원고 회사 소재지에 작업소 및 시설일체가 없어 1992.9.8. 원고에 대하여 소재지 불명에 따른 변명자료를 제출토록 하는 한편, 서울특별시장에게 위 소재지상 건축물의 용도 및 원고 업소 소재지를 파악토록 지시하였으나 변명자료 제출통보서류는 수취인의 이사불명으로 반송되었고 서울특별시장으로부터 원고 회사 소재지에 타건물이 신축중에 있고 원고 업소의 소재지가 불명하다는 회신을 받음에 따라 약사법 등 관계법령에 따라 제조업허가 등을 취소처분한 것으로 제조소의 소재지 이전은 약사법 규정에 의한 의약품제조업 허가사항의 변경허가를 받지 아니한 사항이므로 원고의 취하청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의 회신공문을 보낸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 없는바, 행정소송이 행정심판을 그 전치요건으로 하는 목적은 소송 이전에 처분행정청으로 하여금 그 스스로 재고, 시정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인 까닭에 그 행정심판청구는 엄격한 형식을 요하지 아니하는 서면행위라고 볼 것이므로 행정청의 위법 부당한 처분 등으로 인하여 권리나 이익을 침해당한 자로부터 그 처분의 취소나 변경을 구하는 취지의 서면이 제출되었을 때에는 그 표제와 제출기관의 여하를 불문하고 이를 행정심판의 청구로 보고 심리와 재결을 하여야 할 것이고, 거기에 불비된 사항이 있을 때에는 보정 가능한 것은 보정을 명하는 등 심판청구인이 일반적으로 전문적 법률지식을 갖고 있지 못하여 제출된 서면의 취지가 불명확한 경우에도 행정청으로서는 그 서면을 가능한 한 제출자의 이익이 되도록 해석하고 처리하여야 하는 것이다.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제출한 서면의 제목이 청원서로 되어 있고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표시, 심판청구취지와 이유 등 행정심판법 제19조 제2항 소정의 사항들을 구분하여 기재하고 있지 아니하여 행정심판청구서로서의 형식을 다 갖추고 있다고 볼 수는 없으나 신청서에 처분청과 청구인의 이름 및 주소가 기재되어 있고 그 기재내용에 의하여 심판청구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의 내용과 심판청구의 취지 및 이유, 처분이 있은 것을 안 날, 처분행정청의 고지의 유무 및 그 내용 등을 모두 알 수 있어 가사 미비한 것이 있다 하여도 모두 보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 위 청원서는 피고의 의약품제조업허가취소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청구서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여기에 피고는 행정각부의 장관으로서 처분행정청 겸 재결청이 되는데 위와 같은 청원에 대하여 피고 스스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취소처분이 적법 정당하다 하여 그 취소처분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회신한 점과 뒤에서 보듯이 피고의 취소처분결정은 원고의 공장이전 전의 주소로 보내져 송달불능되어 원고가 1993.3.10. 이전에 그 취소처분의 존재를 알았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그 취소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취소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위와 같은 서면을 처분행정청에 접수시켜 그 전치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피고의 제조품목허가취소처분에 관하여는 원고가 제조업허가취소처분과 더불어 위 청원서상에 명시하고 있지는 아니하였으나 이 두 가지 처분은 같은 사유에 기하여 동시에 이루어진 서로 관련되는 처분이고 그 처분에 불복하는 이유 역시 동일한 것이어서 제조업허가취소처분에 관한 행정심판 외에 별도로 그 제조품목허가취소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을 제기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볼 것이다.

2. 처분의 경위

그러므로 본안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1,4,7,8호증, 을 제1호증의 1,2, 을 제2 내지 제4호증, 을 제5, 6호증의 각 1,2, 을 제7호증, 을 제8, 9호증의 각 1,2, 을 제10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와 증인 박영준, 권영필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회사는 1954.10.19. 피고로부터 약사법 제26조 제1항, 같은법시행규칙 제13조의 규정에 의하여 그 제조업소의 소재지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3가 65'로 하여 의약품제조업허가를 받은 이래 수차 대표자 및 제조관리자의 변경승인을 받으면서 의약품제조업을 영위하다가 경영악화로 인한 영업부진을 이유로 1989.10.20.부터 1990.4.20.까지의 의약품제조업휴업신고를 하고, 같은 해 8.9. 재판상 화해로 위 허가된 소재지상의 공장 및 대지를 소외 주식회사 신세계백화점에게 명도해 주게 되자 공장시설 대부분을 우선 경기 화성군 봉담면 와우리 7의 24 지상 건물로 이전하고 2차로 제조공장이전을 사유로 하여 같은 달 29.부터 1991.2.29.까지의 휴업신고를 한 다음, 다시 그 공장시설을 원주시 우산동 450의 7 지상 건물로 이전하고 3차로 위와 같은 제조공장이전을 사유로 같은 달 28.부터 같은 해 8.28.까지의 휴업신고를 하고, 부채 및 세금정리 등 공장운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였으나 여의치 못해 다시 제조공장이전을 휴업사유로 하여 4차로 같은 날부터 1992.6.30.까지의 휴업신고를 한 사실, 피고는 위 휴업기간이 만료된 뒤인 같은 해 8.25. 의약품 등 제조업소에 대한 정기실태조사계획에 의거하여 원고에 대한 위 제조업소 허가소재지에 출장 조사한 결과 그 지상에 공장건물이 철거되어 의약품제조작업소 및 시설일체가 없고 다른 용도의 건물신축공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되자, 같은 해 9.18. 원고에 대한 허가취소 등의 행정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서울특별시장에게 위 허가소재지상의 건축물 용도 및 당해업소 소재 파악을 지시하는 한편, 원고에 대하여는 '변명자료 제출지시'라는 제하에 위 실태조사시 확인된 사항에 관하여 약사법 제69조의2의 규정에 의한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려 하니 같은 달 30.까지 답변하여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3가 65'로 보낸 사실, 그런데 서울특별시장으로부터는 관할 구청 관계공무원의 현장조사 결과 허가된 소재지상에는 신세계백화점 물류종합센터가 신축중이고 원고 회사의 소재는 불명하다는 회신이 오고, 원고에 대한 위 공문은 이사불명을 이유로 반송된 사실, 이에 따라 피고는 별다른 청문절차 없이 1993.2.4. 원고가 약사법 제26조 제2항 규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같은 법 제69조 및 같은법시행규칙 제80조의 규정에 따라 원고에 대한 의약품제조업 및 제조품목허가를 각 취소하고 같은 날 원고에 대한 위 행정처분서를 역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3가 65'로 우송하는 한편 같은 달 9. 관보를 통하여 이를 공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3. 당원의 판단

우선 관계법령을 보면, 약사법 제69조(허가취소와 업무의 정지 등) 제1항은 '의약품 등의 제조업자가 이 법 또는 이 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때에는 보건사회부장관이 허가를 취소하거나 품목제조금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69조의2(청문)는 '보건사회부장관이 제69조의 규정에 의한 처분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보건사회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미리 당해 처분의 상대방 또는 그 대리인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다만, 당해 처분의 상대방 또는 그 대리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처분의 상대방의 주소불명 등으로 의견진술의 기회를 줄 수 없는 경우와 국민보건위생상 큰 위해를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어 행하여지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피고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행정처분을 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약사법 제69조의2 단서 소정의 사유가 없는 한 청문절차를 거쳐야 할 것인바,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 회사가 제조업소 소재지의 변경에 관하여 적법한 허가를 받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원고가 휴업신고함에 있어 그 휴업사유에 제조공장이전이 명시되어 있었던 이상 피고로서는 이 사건 처분의 상대방인 원고에 대한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기 위한 청문절차개시공문을 휴업신고시 공장이전장소로 기재된 '원주시 우산동 450의 7'로 송달하거나 적어도 그 법인등기부상 확인되는 원고 회사 대표이사 주소지로 송달하여 보는 등 실질적으로 원고 회사측의 의견진술기회를 보장하여 주어야 할 것임에도 그 실태조사에 따라 당연히 송달불능될 것으로 예견되는 허가 당시 소재지인 법인 주소지로만 이를 송달한 후 그 주소불명을 이유로 청문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처분에 이른 것은 약사법이 보장하고 있는 원고의 의견진술 기회를 사실상 박탈한 것과 다름없어 그 행정절차에 있어서 위법함을 면치 못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은 그 절차적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오섭(재판장) 김용호 오철석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