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중개업자가 장래 공제사고를 일으킬 의도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공제계약을 체결하고 나아가 실제로 공제사고를 일으킨 경우, 그러한 사정만으로 공제계약의 성립 요건인 우연성이 결여되었다고 보거나 공제계약을 무효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공제가입자인 중개업자의 사기를 이유로 하는 공제계약 취소 또는 무효로써 거래당사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3]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공제약관에서 ‘협회가 보상하는 금액은 공제가입금액을 한도로 합니다’라고 규정한 사안에서, 위 약관 규정은 ‘공제사고 1건당 보상한도’를 정한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30조 , 제42조 , 상법 제644조 , 제659조 제1항 [2]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30조 , 제42조 , 민법 제110조 , 제428조 , 제539조 , 제542조 , 상법 제639조 제1항 , 제2항 , 제659조 제1항 [3]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30조 , 제42조 , 민법 제105조 ,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참조판례
[1][2] 대법원 2012. 8. 17. 선고 2010다93035 판결 (공2012하, 1548) [2] 대법원 1999. 7. 13. 선고 98다63162 판결 (공1999하, 1612)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5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전연진)
피고, 상고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지열 외 3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들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구 부동산중개업법(2005. 7. 29. 법률 제7638호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의2 및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이하 ‘공인중개사법’이라고 한다) 제42조 에 의하여 대한공인중개사협회 또는 피고(이하부터 아래 나.항까지 ‘피고’라고만 한다)가 운영하는 공제사업은, 비록 보험업법에 의한 보험사업은 아닐지라도 그 성질에 있어서 상호보험과 유사하고 중개업자가 그의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부담하게 되는 손해배상책임을 보증하는 보증보험적 성격을 가진 제도로서, 중개업자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공제계약은 기본적으로 보험계약으로서의 본질을 갖고 있으므로, 적어도 공제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제계약 당시에 공제사고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어 있지 않아야 한다는 우연성과 선의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여기서 ‘우연성’이란 특정인의 의사와 관계없는 사고라는 의미의 우연성을 뜻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특정인의 어느 시점에서의 의도와 장래의 그 실현 사이에 필연적·기계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도 아니므로, 중개업자가 장래 공제사고를 일으킬 의도를 가지고 공제계약을 체결하고 나아가 실제로 고의로 공제사고를 일으켰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공제계약 당시 공제사고의 발생 여부가 객관적으로 확정되어 있다고 단정하여 우연성이 결여되었다고 보거나 공제계약을 무효라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2012. 8. 17. 선고 2010다93035 판결 등 참조).
나. 피고가 중개업자와 체결하는 공제계약은 형식적으로는 중개업자의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을 보험사고로 하는 상호보험계약과 유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보증의 성격을 가지고 보증계약과 같은 효과를 목적으로 하며, 거래당사자는 공제계약을 신뢰하여 중개업자의 중개행위에 따라 부동산거래를 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일반적으로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에서 보험계약자의 사기를 이유로 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취소하는 경우 보험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피보험자는 보험금청구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것과는 달리, 공제계약의 경우 거래당사자가 중개업자의 공제 가입을 확인한 후 중개업자의 중개행위에 따라 거래계약을 체결하거나 혹은 중개업자에게 중개를 의뢰하면서 금원을 교부하는 등으로 공제계약의 채권담보적 기능을 신뢰하여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지게 되었다면 그와 같은 거래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주채무자에 해당하는 중개업자가 공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피고를 기망하였다는 이유로 피고가 공제계약 체결의 의사표시를 취소하였다 하더라도, 거래당사자가 그와 같은 기망행위가 있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그 취소를 가지고 거래당사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공제계약에 관하여 공제가입자 또는 그 대리인의 사기가 있었을 때에는 무효로 한다’는 공제약관에 의하여 피고가 공제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 대법원 2012. 8. 17. 선고 2010다93035 판결 참조).
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소외 1은 부동산중개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식회사 현대코리아공인부동산중개법인의 대표이사로서 2002. 5.경 피고의 전신인 대한공인중개사협회(이후 피고로 통합되면서 피고가 대한공인중개사협회의 공제사업과 관련된 일체의 권리의무를 승계하였다. 이하 대한공인중개사협회와 피고를 모두 ‘피고’라고만 한다)와 공제기간을 2002. 5. 3.부터 2003. 5. 2.까지, 공제가입금액을 1억 원으로 하여, 부동산중개업자인 공제가입자가 부동산중개행위를 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피고가 거래당사자에게 발생한 재산상 손해를 공제가입금액의 한도 내에서 보상하여 주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공제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1년씩 갱신하여 공제기간을 2008. 5. 2.까지로 순차 연장한 사실, 소외 1은 소외 2로부터 그 소유의 이 사건 빌라에 관하여 건물 관리 및 월세 임대차 계약 체결, 월세 수령 등에 관한 업무를 위임받았을 뿐 채권적 전세계약을 체결할 아무런 권한이 없었음에도 소외 2의 대리인이라고 기망하여 원고들과 2004. 4. 3.부터 2007. 9. 3.까지 이 사건 각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들로부터 각 전세보증금을 지급받아 이를 편취한 사실, 소외 1은 2008. 9. 5.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고단1290, 4168(병합) 사건에서, 위 편취사실들을 포함하여 2001. 12. 20.부터 2008. 1. 5.까지 사이에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및 강남구 논현동 소재 다세대주택의 건물주들로부터 월세계약의 체결을 위임받고도 세입자들과 전세계약을 체결하여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범죄사실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아 그 무렵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 소외 1은 이 사건 공제계약을 2003. 5. 3.부터 1년씩 각 갱신할 당시 피고에게 자신이 2001. 12. 20.부터 세입자들로부터 전세금 명목으로 금원을 편취하여 공제사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왔음을 알리지 아니한 사실, 소외 1은 이 사건 각 전세계약 체결 당시 원고들에게 피고가 발행한 공제증서 사본을 제공하였고, 피고의 공제약관 제17조는 “공제계약에 관하여 공제가입자 또는 이들의 대리인의 사기 또는 계약의 성립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행위가 있었을 때에는 무효로 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라.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설령 소외 1이 이 사건 공제계약을 각 갱신할 당시 장래 공제사고를 일으킬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공제계약을 각 갱신할 당시 이미 공제사고의 발생 여부가 객관적으로 확정되어 있어서 이 사건 공제계약이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피고의 주장과 같이 소외 1이 이 사건 공제계약을 각 갱신할 당시 기왕의 편취사실 및 장래 공제사고를 일으킬 의도가 있음을 피고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원고들은 이 사건 공제계약의 채권담보적 기능을 신뢰하여 이 사건 각 전세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지게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이러한 원고들에게 이 사건 공제계약에 관하여 소외 1의 기망이 있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제약관 제17조에 의하여 무효를 주장하여 대항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원심의 이유 설시에 부적절하거나 미흡한 점이 있지만, 이 사건 공제계약이 이 사건 공제약관 제17조에 의하여 무효가 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계약 무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약관의 해석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당해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개개 계약 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위와 같은 해석을 거친 후에도 약관 조항이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그 각각의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당해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다81633 판결 ,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9다6030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각 전세계약 체결 당시 소외 1이 원고들에게 제공한 피고 발행의 공제증서 사본의 표면에는 ‘공제금액 1억 원’ 및 공제기간과 함께 “피고는 뒷면에 기재된 공제약관 및 이 증서에 기재된 내용에 따라 공제계약을 체결하고 그 증으로 이 증서를 발행합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공제계약에 편입된 피고의 공제약관 제1조(보상책임)는 “피고는 부동산중개업자인 공제가입자가 부동산중개행위를 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공인중개사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거래당사자가 입은 손해를 공제증서에 기재된 사항과 이 약관에 따라 보상하여 드립니다.”라고, 제2조(보상의 한도와 범위) 제1항은 “피고가 보상하는 금액은 공제가입금액을 한도로 합니다.”라고 각기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피고의 공제약관 제2조 제1항은 “피고가 보상하는 금액은 공제가입금액을 한도로 합니다.”라고만 하고 있을 뿐 ‘공제사고 1건당 보상금액은 공제가입금액을 한도로 한다’는 취지를 명시하고 있지 않으므로, 공제약관 제2조 제1항을 “피고가 공제기간 동안 발생한 모든 공제사고에 대하여 보상하는 총 금액은 공제가입금액을 한도로 합니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제약관 제1조와 제2조 제1항 및 공제증서의 공제금액란의 문구를 놓고 평균적 고객의 관점에서 평이하고 통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의미로 연결하여 이해하면, 이를 “피고는 부동산중개업자인 공제가입자가 부동산중개행위를 함에 있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공인중개사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거래당사자가 입은 손해를 보상하되, 그 금액은 공제가입금액을 한도로 합니다.”라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고, 공제약관 제2조 제1항을 ‘공제사고 1건당 보상한도’로 보는 이러한 해석에 객관성과 합리성도 인정된다.
따라서 앞서 본 약관해석의 원칙에 따라 피고의 공제약관 제2조 제1항은 이를 ‘공제사고 1건당 보상한도’를 정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39949 판결 , 대법원 2012. 8. 17. 선고 2010다93035 판결 참조).
다. 원심판결의 이유 설시에 다소 부적절하거나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피고의 공제약관 제2조 제1항이 ‘공제사고 1건당 보상한도’를 정한 것으로 본 종전의 대법원의 견해에 따른 원심판결의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공제사업자의 보상책임 한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피고의 공제규정, 공제약관 및 공인중개사법과 그 시행령의 논리적·체계적 해석, 국토해양부장관의 의견, 공제제도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대법원판례는 변경되어야 한다는 상고이유의 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해자에게 과실이 인정되면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있어서 이를 참작하여야 하며, 배상의무자가 피해자의 과실에 관하여 주장하지 않는 경우에도 소송자료에 의하여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를 법원이 직권으로 심리·판단하여야 할 것이지만,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피해자의 바로 그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5다32197 판결 , 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다104539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의 이유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 1의 고의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공제계약에 따른 공제금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 피고의 과실상계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4.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원고들이 소외 2로부터 건물인도의 소를 제기당하고도 피고에게 아무런 소송고지를 하지 않은 채 불성실하게 소송수행을 한 결과 위 소송에서 패소함으로써 전세보증금 전액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되었음에도 이러한 사정을 심리하여 손해액 산정에 참작하지 않은 원심의 조치에는 손해액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는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피고가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내세우는 새로운 주장으로서 원심 변론종결 이전에는 주장한 바 없음이 기록상 명백하므로 이는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의 손해는 위 소송의 결과에 따라 발생한 것이 아니라 소외 1의 기망에 의하여 전세보증금을 편취당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