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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3도13999 판결
[사기][미간행]
판시사항

대학교수인 피고인이 갑 대학교 산학협력단 등에서 주관하는 연구과제에 연구책임자로 참가하면서 연구에 실제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을 연구보조원으로 허위 등재하는 방법으로 위 산학협력단 등으로부터 연구비를 편취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연구보조원으로 허위 등재되었다고 하는 학생들이 연구에 아무런 기여나 참여를 하지 않았는지 등에 관하여 면밀하게 심리하지 아니한 채 사기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최동식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은 다음과 같다.

피고인은 2003. 3. 1.부터 현재까지 ○○대학교 생명시스템대학 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사람으로서,

가. 2007. 3. 피해자 △△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주관하는 ‘바이오그린21사업’ 연구과제에 공소외 1 사단법인 소장 자격으로 연구책임자로 참가하면서 연구원으로 공소외 2 외 4명을 신고하고 공소외 2의 인건비로 660만 원을 신청하였는데, 위 산학협력단으로부터 공소외 2의 인건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자, 사실은 ○○대학교 박사과정에 있는 공소외 3을 연구원으로 추가하더라도 연구에 참여시키지 아니하고 위 공소외 2를 연구에 참여하게 하고 공소외 3의 인건비, 출장여비 등을 공소외 2에게 지급할 의도였음에도, 2007. 7. 11. 공소외 2를 제외하고 공소외 3을 연구원으로 추가하는 방법으로 위 산학협력단 소속 담당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07. 7. 30. 공소외 3의 인건비 등 명목으로 합계 5,258,000원을 송금받아 편취하고,

나. 2009. 1. 1. □□□□연구원에서 주관하는 ‘항암제 및 골다공증 치료제 개발’ 연구과제에 ○○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 자격으로 연구책임자로 참가하면서, 사실은 공소외 4를 연구원으로 추가하더라도 연구에 참여시키지 아니하고 위 공소외 2를 연구에 참여하게 하고 공소외 4의 인건비, 출장여비 등을 공소외 2에게 지급할 의도였음에도, 연구원으로 17명을 신청하면서 공소외 4를 포함시키고 공소외 4의 인건비로 240만 원을 책정하는 방법으로 피해자 ○○대학교 산학협력단 소속 담당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09. 4. 29.부터 2009. 12. 28.까지 공소외 4의 인건비 등 명목으로 합계 3,007,200원을 송금받아 편취하고,

다. 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연구진흥원에서 공고한 ‘사이버컴퓨팅 기반 e-Organ 시스템 개발’ 연구과제에 ○○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 자격으로 연구책임자로 참가하면서 참여연구기관으로 ▽▽대학교 보건대학원과 ◇◇대학교를 포함하여 연구제안서를 제출하였다가 예산이 축소되자, 사실은 ○○대학교 석사과정에 있는 공소외 5와 학사과정에 있는 공소외 6을 연구원으로 등재하더라도 이들을 연구에 참여시키지 아니하고 ▽▽대학교 보건대학원 소속 공소외 7 교수와 ◇◇대학교 소속 공소외 8 교수 및 그 제자들을 연구에 참여하게 하고 공소외 5와 공소외 6의 인건비, 출장여비 등을 위 공소외 8과 공소외 7에게 지급할 의도였음에도, 2008. 3. 1. 정보통신부에 수정된 연구개발과제 수행계획서를 제출하면서 공소외 5와 공소외 6을 연구원으로 등재하는 방법으로 피해자 ○○대학교 산학협력단 소속 담당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2008. 8. 18.부터 2010. 11. 5.까지 공소외 5와 공소외 6의 인건비 등 명목으로 합계 60,922,000원을 송금받아 편취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사기 공소사실에 대한 제1심의 유죄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① 공소외 3은 수사기관에서, ‘공소외 2가 바이오그린21사업의 인건비를 받지 못하게 되자 자신은 이름만을 등록하고 자신이 받은 인건비를 공소외 2에게 지급하였다’고 진술하였고, 공소외 4 역시 수사기관에서 ‘항암제 및 골다공증 치료제 개발 연구와 관련하여 자신은 이름만을 등록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위 각 진술은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객관적 자료에 부합하여 그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다.

② 공소외 3은 수사기관에서 사이버컴퓨터 기반 e-Organ 시스템 개발 연구과제와 관련하여 공소외 5, 6을 연구원으로 등재하게 된 경위에 관하여 ‘◇◇대학교 공소외 8 교수와 ▽▽대학교 공소외 7 교수에게 인건비를 지급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자 피고인이 자신에게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라고 지시하여, 공소외 8 교수와의 협의를 거쳐 실제 연구에 참여하지 않는 ○○대학교 생명공학과 학생들을 연구원으로 등록하고 그 인건비로 공소외 8, 7 교수의 인건비를 해결하기로 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이 역시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그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다.

③ 공소외 2는 증인으로 출석하여 공소외 3, 4가 실제로 ‘바이오그린21사업’ 등에 참여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공소외 2의 진술은 공소외 3, 4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공소외 2와 피고인의 관계, 공소외 2의 법정 진술 태도 등에 비추어 믿기 어렵다.

④ 따라서 공소외 3, 4, 5, 6이 위 각 연구에 실제로 참여하였다고 할 수 없고, 연구보조 활동을 하지 아니한 사람들을 연구원 명단에 포함시켜 그들이 연구과제에 참여하였다는 취지로 인건비를 청구하여 지급받은 이상, 연구과제에 실제로 참여하였으나 개별적 사유로 연구원 명단에서 제외된 사람에게 인건비를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위 각 대학 산학협력단의 담당자를 기망하여 인건비를 편취하려는 범의가 있었다고 인정된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① 교육과학기술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피고인이 연구과제에 참여한 연구보조원(학생연구원)들의 인건비, 장학금 등을 되돌려받아 참여 연구원이 아닌 다른 대학 교수 등에게 인건비 등 명목으로 부당 지급하는 등 연구비를 횡령하였다’는 취지로 검찰에 고발하였고, 이에 따라 사건을 담당한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조사과는 학생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인건비를 피고인이 부당하게 사용하는 등 업무상 횡령하였는지에 관하여 조사를 시작하였다.

② 피고인은 수사를 받으면서 인건비의 정당한 사용을 증명하려는 의도에서 인건비를 실제 수령한 사람들은 연구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여 인건비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였고, 그 과정에서 그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해 주기 위하여 허위로 지도학생들을 연구보조원으로 등재한 것이라고 변명하였으며, 관련된 학생들로부터 그러한 취지의 진술서 등을 직접 작성받아 수사기관에 제출하기도 하였다.

③ 위 조사과는 피고인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피고인의 변명과 같이 적정하게 인건비가 사용되었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하여 ‘혐의없음’으로 처리함이 상당하다는 의견서를 작성하여 담당 검사에게 보고하였는데, 담당 검사는 허위로 학생들을 연구보조원으로 등재하여 인건비를 받은 행위가 산학협력단에 대한 기망행위가 된다고 의율하여 별다른 추가 조사 없이 피고인을 사기죄로 기소하였고, 제1심과 원심은 피고인이나 관련 학생들의 위와 같은 진술에 근거하여 위 1항 기재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라고 판단하였다.

④ 위와 같은 고발 및 조사과정을 보면 허위로 지도학생들을 연구보조원으로 등재하였다는 진술은 그 학생들이 받기로 한 인건비를 주도적으로 연구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에게 지급한 것이어서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강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다소 과장된 표현이라고 볼 여지가 있고, 이러한 사정에 더하여, 위 1의 가., 나.항 기재 공소사실에서 허위로 연구보조원으로 등재되었다고 하는 공소외 3, 4는 당시 연구실의 학생 대표(방장)를 맡고 있어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대부분의 연구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는 입장에 있었다고 보이는 점, 연구보조원으로 등재된 학생이라도 단순히 교육 목적에서 참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 역할이나 기여 정도를 계량적으로 평가할 방법이 없으며, 연구과제에 책정된 인건비의 제한으로 처음에는 연구원으로 등재되지 못한 채 연구에 참여하였다가 나중에 연구원으로 등재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연구보조원으로 허위 등재되었다는 학생들이 과연 아무런 연구보조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심이 든다.

⑤ 위 1의 가.항 기재 공소사실에는 ‘△△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공소외 2에게 인건비 지급을 하지 못하겠다고 통보하였다’는 취지로 되어 있으나, 이를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 오히려 서류상으로 인건비 수령인을 변경한 시기는 이 부분 연구가 시작된 2007. 3.로부터 수개월이 경과한 2007. 7.인데 연구과제 협약 체결 당시에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던 △△대학교 산학협력단이 한참 지나서야 공소외 2의 인건비 수령 자격을 문제 삼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공소외 2는 원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당시에 자신은 ○○대학교 연구교수 신분이었는데 △△대학교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연구과제 인건비를 받게 되면 ○○대학교 규칙상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어 자신이 직접 받지 않고 공소외 3이 받는 것으로 서류를 변경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는바, 이것이 사실이라면 공소외 2에서 공소외 3으로 인건비 수령인을 변경한 것은 △△대학교 산학협력단과는 무관한 공소외 2의 개인적 사정에 의한 것이어서 그와 같이 변경하지 않았더라도 △△대학교 산학협력단은 공소외 2에게 인건비를 예정대로 지급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⑥ 위 1의 나.항 기재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공소외 2는 피고인이 소장으로 있는 공소외 1 사단법인 소속 연구원 자격으로 연구과제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면서 외부 인건비로 월 350만 원씩 12개월분인 4,200만 원을 지급받았음을 알 수 있는데, 이와 별도로 추가로 인건비를 지급해 주기 위하여 공소외 4가 받기로 한 인건비에서 약 20만 원씩 11회에 걸쳐 총 3,007,200원을 공소외 2에게 지급하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관하여 공소외 2는 원심에서, ‘연구 초반에 연구비가 제때에 지급되지 아니하여 연구에 필요한 시약대금을 공소외 1 사단법인에서 빌렸고 나중에 연구비를 받아 연구소에서 빌린 돈을 갚기로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공소외 2가 외부 인건비로 받은 금액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무슨 명목으로 받아 어떻게 사용하였는지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유죄 여부를 가리는 데 중요한 사실이라고 할 것임에도 원심은 이 점에 관하여 별다른 심리를 하지 않았다.

⑦ 위 1의 다.항 기재 공소사실은 ‘실제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대학교 학생 공소외 5와 공소외 6을 연구원으로 허위 등재하여 그들이 받을 인건비를 공소외 8 교수 등에게 지급하였다’는 것이나, 공소외 5와 공소외 6이 이 부분 연구과제에 연구보조원으로 참여하여 받은 인건비 총액은 위 공소외 8 교수 등이 받았다는 인건비 60,922,000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원심에서 변호인이 제출한 자료에는 공소외 6이 저자로 게재되어 과학잡지에 발표된 논문에 이 부분 연구과제로 지원받았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기도 하다.

나.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업무상 횡령 혐의로 조사받을 당시에 있었던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연구보조원으로 허위 등재되었다고 하는 학생들이 과연 연구에 아무런 기여나 참여를 하지 않았던 것인지, 인건비 수령인이 변경된 이유가 무엇이고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등에 관하여 좀 더 면밀하게 심리해 보았어야 할 것임에도 만연히 이 사건 사기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라고 판단하고 말았는바, 이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민일영(주심) 이인복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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