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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동부지원 1995. 2. 10. 선고 93가합19069 판결 : 항소
[집행판결 ][하집1995-1, 368]
판시사항

[1] 외국법원 판결의 확정 여부

[2] 외국 재판권을 부인하는 법령의 부존재를 현저한 사실로 인정한 사례

[3] 상호보증 요건 구비의 판단 기준

[4] 징벌적 배상판결과 우리 나라 공서양속

[5] 외국법원 판결의 승인을 일부 제한한 사례

판결요지

[1] 외국법원에서 선고된 판결이 우리 나라에서 승인되기 위하여는 먼저 그 판결이 확정되어 있어야 하는바, 이 경우의 확정이라 함은 그 판결을 한 외국의 절차에 있어 통상의 불복방법으로는 더이상 불복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무엇이 통상의 불복방법에 해당하는가는 당해 판결국법에 의하여 결정할 문제이다.

[2] 우리 나라에서 민사사건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외국법원의 재판관할권을 부정하는 취지의 법령 또는 조약은 물론 구체적으로 미합중국 미네소타주에 거주하는 피고에 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관하여 미국법원의 재판관할권을 부정하는 법령이 존재하지 아니함을 법원에 현저한 사실로 본 사례.

[3] 상호보증의 요건은 국제관계에서 형평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지만 우리 나라와 외국은 서로 법제도가 다르고 섭외생활관계가 현저히 발전, 확대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실정에 비추어 볼 때, 외국판결의 승인요건이 우리 나라의 그것과 모든 사항에 걸쳐 완전히 동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외국판결의 승인을 협소하게 하는 결과가 되므로 우리 나라와 외국 사이에 판결의 승인요건이 현저히 균형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각각 중요한 점에서 상호 동일하거나 외국에서 정한 요건이 우리 나라에서 정한 그것보다 전체로서 과중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정도라면 민사소송법 제203조 제4호 소정 상호보증의 요건을 구비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4] 징벌적 배상이란 가해자에게 특히 고의 등의 주관적인 악사정이 있는 경우에 보상적 손해배상에 덧붙여 위법행위에 대한 징벌과 동종행위의 억지를 주목적으로 하여 과하여지는 손해배상으로 코몬로(common law)상 인정되고 있는 구제방법의 일종으로서, 불법행위의 효과로 손해의 전보만을 인정하는 우리의 민사법 체계에서 인정되지 아니하는 형벌적 성질을 갖는 배상형태로서 우리 나라의 공서양속에 반할 수 있다.

[5] 이른바 내국관련성의 정도와 비례의 원칙 등의 관점에서 출발하여 미국법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1/2 한도로 승인 제한한 사례.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도두형)

피고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인섭 외 1인)

주문

1. 원고와 피고 사이의 미합중국 미네소타주 램지군 제2재판관할구 지방법원 co-92-13011호 인적 손해배상청구사건에 관하여 위 법원이 1993. 1. 25. 선고한 '피고는 원고에게 미화 금 500, 000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은 미화 금 250, 000달러의 지급을 명하는 범위 내에서만 이를 허가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각하한다.

3. 소송비용은 이를 2분하여 그 1은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 제1항 기재 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을 허가한다는 판결 및 가집행선고

이유

1. 기초사실

아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호증, 갑 제5호증, 갑 제17호증,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재미교포로서 미합중국 미네소타주에 거주하던 원고(미국적과 한국적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1992. 4. 7. 같은 주 램지군 제2재판관할구 지방법원(이하 이 사건 미국법원이라 한다)에 co-92-13011호로서 피고를 상대로 한국유학생인 피고가 같은 해 3. 29. 같은 주 로즈빌시에 있는 피고의 아파트에서 원고를 폭행, 강간하였음을 이유로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 치료비, 수입상실 기타 비용 등 미화 합계 금 50, 000달러를 초과하는 합리적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나. 이에 관한 소장과 소환장은 같은 날 피고에게 교부송달의 방법에 의하여 송달되었는데 피고는 이에 대한 응소를 하지 아니한 채 같은 해 4. 23. 우리 나라로 귀국하였고, 이에 원고는 같은 해 12. 7. 미국법원에 청구금액을 미화 금 500, 000달러로 확정한 결석판결(Default Judgement)을 신청하였다.

다. 이에 따라 위 미국법원은 1993. 1. 6. 판정관(Referee)인 소외 앤 노턴의 심리를 거쳐 같은 해 1. 7. 결석판결명령에 의하여 피고가 원고를 폭행, 강간한 사실(이하 이 사건 불법행위라 한다)을 인정한 위에, 피고는 원고에게 이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신체적 및 심리적 상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 과거 및 장래의 임금상실, 기왕의 치료비 및 장래의 추가적 치료비 기타 비용 등 미화 합계 금 500, 000달러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하 이 사건 미국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고, 이 판결은 같은 해 1. 25. 위 미국법원 서기인 소외 제이 이 고코우스키에 의하여 등록(Entry)되었다.

라. 그러나 피고는 위 미국판결에 대하여 상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

2. 집행판결 요건에 관한 판단

외국법원에 의하여 선고된 판결이 우리 나라에서 승인되기 위하여는 먼저 위 판결이 확정되어 있어야 하는 이외에 민사소송법 제203조 각 호의 요건을 구비하고 있어야 하는바, 이하에서는 이 사건 미국판결이 위와 같은 요건을 구비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 보기로 한다.

가. 이 사건 미국판결의 확정 여부( 민사소송법 제477조 제2항 제1호 )

(1) 당사자의 주장

(가) 피고의 주장

피고는 1992. 4. 7. 최초의 소장 및 소환장을 송달받은 이래 1993. 5.경 원고의 소송대리인인 소외 데이비드 엘 젤슨 변호사의 연락을 받고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피고의 종전 주소지로 송달된 소장 및 결석판결신청서 등의 서류(을 제5호증의 1 내지 9, 같은 호증의 9는 원고에 의하여 위 미국법원에 제안된 결석판결명령에 불과하다)를 수령한 사실이 있을 뿐 이 사건 미국판결의 판결문을 송달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위 미국판결은 상소기간이 진행되지 아니한 결과 확정되지 않았고, 또 만일 미네소타주 민사소송법(이하 이 사건 미국법이라 한다)의 규정에 따라 판결등록 후 90일의 경과로 확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당사자가 재정하는 등으로 판결결과를 고지받은 경우에 한하고, 결석판결의 경우에는 판결문이 송달되어야 비로소 확정된다고 보는 것이 문명국가에 있어서의 당연한 법원칙이라고 주장한다.

(나)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미국법에 의하면 금전의 회복을 명하는 판결 등은 즉각 법원행정관에 의하여 판결문서철에 등록되고 서명되며, 등록으로써 판결의 효력이 발생하는 외에는 판결문의 송달제도가 존재하지 아니하고, 등록 후 90일 내에 상소가 제기되지 않으면 판결은 확정되고 재심리되지 아니하는바, 이 사건 미국판결은 1993. 1. 25. 기입되어 그 때로부터 90일이 경과함으로써 이미 확정되었다고 주장한다.

(2) 판 단

판결의 확정이라 함은 그 판결을 한 외국의 절차에 있어 통상의 불복방법으로는 더이상 불복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무엇이 통상의 불복방법에 해당하는가는 당해 판결국법에 의하여 성질결정할 문제라고 할 것인바, 갑 제14, 1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달리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미네소타주의 판결은 즉시 법원서기에 의하여 판결문서철에 등록, 서명되고, 등록이 있어야 판결로서의 효력이 비로소 발생하며, 그 판결이 등록된 후 90일 내에만 불복의 수단으로서의 상소를 제기할 수 있고 이 기간 내에 상소가 없으면 재심리되지 아니하는 사실(이 사건 미국법 제58.01조 , 제104.01조 )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피고의 주장과 같이 판결의 송달을 요구하는 규정은 찾아 볼 수 없으며, 한편 이 사건 미국판결이 1993. 1. 25. 등록되었는데 피고가 이에 대하여 상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바, 그렇다면 이 사건 미국판결은 위 미국법이 규정하는 상소기간이 경과함으로써 더이상 통상의 불복방법으로써는 다툴 수 없게 되어 확정되었다고 볼 것이다.

나. 재판관할권의 구비 여부( 민사소송법 제203조 제1호 )

(1) 당사자의 주장

(가) 피고의 주장

피고는, 외국법원의 재판관할권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이나 섭외사법 등에 명문규정이 없고 이에 관한 조약도 없으므로 조리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국제민사소송법의 기본이념에 비추어 보면 섭외적 재산관계소송에 있어서는 피고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하여 피고주소지주의를 취함이 원칙이라 할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 피고는 미국에서 소장 등을 송달받은 후 귀국하였고, 그 후 원고는 미국법원의 관할구역 안에 거주하지도 않는 피고를 상대로 결석판결을 신청, 이에 따라 판결이 선고되었는바, 이는 순간법칙(자발적으로 주의 경계 내에 있고 소장의 송달을 받았으면 설사 피고가 그 주에 일시적으로 체재한 경우라 하더라도 인적 관할권이 생기며 소장 송달을 받은 직후 주의 경계밖으로 퇴거해도 주가 관할권을 잃지 않는다는 원칙)을 채용한 결과이어서 승인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원고의 주장

원고는, 외국법원의 재판관할권의 결정기준에는 재산소재지, 불법행위지 및 합의나 응소 등의 기준도 있으므로 피고의 주소는 재판관할권 인정을 위한 하나의 기준에 불과하다 할 것인데, 피고는 미국에 유학을 가 이 사건 불법행위 당시까지 이미 아파트를 세내어 약 4개월 동안 거주하고 있었고 이 사건 미국판결은 위와 같이 미국 내에 주소를 둔 피고에게 소장 등이 송달된 후 소송절차가 진행되어 내려졌으므로 이 사건 미국법원은 소제기 당시 피고에 대한 재판관할권을 가지고 있었다 할 것이고, 그 후 피고가 귀국하였다 하여 이미 발생한 관할권이 없어지는 것이 아님은 물론 피고는 일시체류자(Trans- ient)가 아니었으므로 순간법칙의 적용대상이 아니라 할 것이며, 가사 이 사건 미국법원이 피고의 주소지 관할법원이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불법행위지의 관할법원으로서의 재판관할권은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2) 판 단

갑 제5, 6호증, 갑 제7호증의 1, 2, 갑 제13호증, 을 제1호증의 4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1992. 12. 초순경 유학생자격으로 미국 미네소타주로 가 그 곳에 있는 햄린대학교 기숙사에 거주하면서 같은 해 12. 9.부터 위 대학교 부설 ELS어학센터에 적을 두고 어학연수를 하면서 미네소타대학원 진학준비를 하게 되었는데 2개월 후에는 같은 주 램지군 로즈빌시 렉싱톤가 2206 아파트 8호를 세얻어 이 사건 불법행위시까지 거주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우리 나라에는 민사사건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외국법원의 재판관할권을 부정하는 취지의 법령 또는 조약은 물론 구체적으로 미합중국 미네소타주에 거주하는 피고에 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관하여 이 사건 미국법원의 재판관할권을 부정하는 법령이 존재하지 아니함은 당원에 현저한 사실이므로 이 사건 미국법원은 원·피고 사이의 소송에 관한 적법한 재판관할권을 갖추고 있었다고 볼 것이다.

다. 상호보증 여하( 민사소송법 제203조 제4호 )

(1) 당사자의 주장

(가) 피고의 주장

피고는, 외국판결의 승인에 필요한 상호보증이란 당해 외국이 조약에 의하여 또는 국내법에 의하여 대한민국판결의 당부를 조사함이 없이 민사소송법 제203조 의 규정과 같든가 혹은 이보다 관대한 조건 아래에서 대한민국판결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할 것인데, 미네소타주가 채택하고 있는 통일외국금전판결승인법(Uniform Foreign Country Money-Judgements Recognition Act, 이하 승인법이라 한다)은 민사소송법 제203조 에서 요구하지 않고 있는 요건들을 외국판결 승인의 요건으로 규정함으로써 우리 나라보다 엄격한 조건 하에 외국판결을 승인하고 있어 우리 나라와 사이에는 상호보증이 없다고 주장한다.

(나) 원고의 주장

원고는, 외국판결의 승인에 관한 각국의 규정은 법제가 상이한 이상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해당규정을 전체로서 검토하여 판단할 것이 요구되는데 위 승인법의 가장 큰 특징은 상호주의를 배격하고 동법이 규정한 요건만 충족하면 외국판결을 승인하고 있는 점으로 피고 주장의 민사소송법 제203조와 다르게 규정하고 있는 요건들을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오히려 우리 나라와 동등하거나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 판 단

갑 제3호증의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위 승인법은 이 사건 미국법에 제548.35조 로 편입되어 있는데 민사소송법 제203조 에 명시되어 있지 아니한 외국판결 불승인사유로서 ① 판결이 공평한 법원 또는 적법절차에 대응하는 절차를 갖추고 있지 않은 법체계하에서 내려진 경우 {제4항 (a)(1)}, ② 판결이 기망적 수단에 의하여 취득된 경우 {제4항 (b)(2)}, ③ 판결이 다른 확정판결에 저촉되는 경우 {제4항 (b)(4)}, ④ 외국법원에서의 절차가 당해 분쟁을 위 절차 이외의 방법으로 해결하기로 한 당사자의 합의에 반하는 경우 {제4항 (b)(5)}, ⑤ 재판관할이 교부송달만에 기하여 있는 경우에 있어 당해 법원이 사건의 심리에 현저히 불편한 법정인 경우 {제4항 (b)(6)} 등의 4가지 사유를 규정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는바, 상호보증의 요건은 국제관계에 있어 형평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지만 우리 나라와 외국과는 서로 법제도가 다르고 섭외생활관계가 현저히 발전, 확대되고 있는 오늘날의 국제사회의 실정에 비추어 볼 때 외국판결의 승인요건이 우리 나라의 그것과 모든 사항에 걸쳐 완전히 동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외국판결의 승인을 협소하게 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할 것이므로 우리 나라와 외국과의 사이에 판결의 승인요건이 현저히 균형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각각 중요한 점에서 상호 동일하거나 외국에서 정한 요건이 우리 나라에서 정한 그것보다 전체로서 과중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정도라면 민사소송법 제203조 제4호 의 상호보증의 요건을 구비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인바, 먼저 위 ②, ③과 같은 요건은 모두 우리 나라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이하 이를 공서양속이라고 칭하기로 한다)에 반하는 경우로서 이는 곧 민사소송법 제203조 제3호 소정의 요건의 구체적 표현에 다름아니라고 볼 것이니, 그러한 사유가 있는 외국판결은 우리 나라에서도 그 승인이 거부될 것이고, 민사소송법 제203조 각 호에 포섭되기 어려운 위 나머지 요건들 역시 어느 것이나 판결의 심리 및 성립절차에 있어 적정, 공평을 기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사항에 속하고 달리 위 민사소송법 소정의 요건들과 비교하여 현저히 균형을 상실하였다거나 그보다 과중한 요건이라고 단정키 어렵다 할 것이므로 상호보증의 요건 역시 구비되었다 할 것이다.

라. 한국인 피고를 위한 절차적 요건 여하( 민사소송법 제203조 제2호 )

민사소송법 제203조 제2호 는 외국판결 승인요건의 하나로서 패소한 피고가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에 공시송달에 의하지 아니하고 소송의 개시에 필요한 소환 또는 명령의 송달을 받거나 또는 받지 아니하고 응소했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미국판결은 원고가 소장 및 소환장을 피고에게 교부하여 송달함으로써 개시된 소송에서 한국민인 피고에게 패소판결을 선고한 것이므로 위 요건을 구비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피고가, 위 요건의 흠결로 인하여 방어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사유는 뒤에서 보듯이 판결의 성립절차가 공서양속에 반하는지 여부에 관한 것들로서 민사소송법 제203조 제3호 의 일내용으로서 논할 성질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는 다음 항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마. 공서양속 위반 여하( 민사소송법 제203조 제3호 )

(1) 판결의 절차가 공서양속에 반하는지 여부

(가) 피고의 주장

① 미국에서 소장 등을 송달받은 후 귀국함으로써 원격지에 있게 된 피고로서는 원거리의 미국법원에 응소하기 위한 여행비용, 미국법에 정통한 변호사에 대한 상담 및 의뢰비용, 입국사증 등의 발급문제 등으로 인해 사실상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볼 것이다.

② 또 원고는 피고에게 소장 및 소환장(을 제2, 3호증)을 송달한 후 피고가 한국으로 돌아가자 청구금액을 무려 미화 금 500, 000달러로 확장한 결석판결신청을 하여 이를 기초로 이 사건 미국판결이 선고되었는바, 이 사건 미국법에 의하면 결석당사자에 대한 새로운 또는 추가적 청구를 하는 경우 그 주장서면을 송달할 것을 요하고(이 점은 원고가 피고에게 결석판결신청서 등을 한국 내 주소로 발송한 사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미국법상 요구되는 절차였음을 엿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을 제5호증의 7 제6항의 기재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최초 소장에 미화 금 50, 000달러를 초과하는 합리적 손해액의 배상을 청구하는 취지로 기재하였다가 후에 결석판결을 신청할 때 위 금액을 미화 금 500, 000달러로 확장한 것은 위와 같은 추가적 청구에 해당한다 할 것인데, 원고는 단지 한국 내 피고의 종전 주소로 결석판결신청서 등을 우편으로 발송하였고, 이 때문에 피고는 판결선고 훨씬 후인 1993. 5.경에야 원고의 소송대리인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위와 같은 서류를 수령하였을 따름이니 이러한 송달의 시기나 장소에 비추어 부적법한 송달임은 물론 피고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거액의 추가적 청구에 대한 방어의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결과가 되어 이 사건 미국판결은 승인될 수 없다.

(나) 원고의 주장

① 피고 주장의 원격지 법원에의 응소 등으로 인한 비용 등의 문제는 처음부터 한국에 있는 피고에게 소장의 송달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고려될 수 있는 것인데다가 피고가 소장 송달 후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았으면 당초부터 발생하지도 않았을 문제이다.

② 이 사건에 있어 원고가 입은 손해는 강간이라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로서 불확정손해에 해당하므로 원고는 최초 소장에서 비용 등과 함께 미화 금 50, 000달러를 초과하는 범위에서 합리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취지로 기재하였다가 결석판결을 신청하면서 청구금액을 미화 금 500, 000달러로 확정하였는데 이는 미국법이 요구하는 방식에 따른 것이어서 새로운 또는 추가적 청구라고 볼 수 없다 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결석판결신청서 등을 한국 내 피고의 주소로 발송한 것은 피고에게 재판의 진행을 알려 방어의 기회를 주기 위한 인도적 배려에 따른 조치 내지는 한국에서의 외국판결 승인요건으로 통지가 요구될지도 모르므로 이를 염두에 둔 조치로서 이 사건 미국법상 이를 송달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없으므로 피고의 방어권을 침해한 사실이 없다.

(다) 판 단

외국판결의 성립절차가 한국민인 피고의 방어권을 현저히 침해한 경우에는 절차에 관한 공서양속위반으로 우리 나라에서 승인될 수 없다 할 것인바, 갑 제14호증, 갑 제15호증의 2, 3, 을 제5호증의 5 내지 9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미국법상 구제청구를 진술하는 주장서면에는 판결의 요구를 포함시켜야 하고 금전적 회복을 구하는 경우에는 그 금액을 명기하여야 하는데, 그 청구가 불확정손해(Unliquidated damages, 이는 원고가 회복할 수 있는 권리 이상의 것이 입증되지 아니하여 금액에 있어서 아직 확실한 액수가 산출되지 아니한 손해 또는 사건의 확인된 자료로부터 단순한 수학적 계산에 의하여 산출될 수 없는 손해를 말한다)에 대한 금전적 회복을 구하는 경우 그 금액이 미화 금 50, 000달러 이하일 때에는 이를 명기하여야 하나, 위 금액을 초과하는 때에는 단지 미화 금 50, 000달러를 초과하는 합리적인 손해액의 배상을 구한다고 기재하기만 하면 되고(이 사건 미국법 제8.01조 ), 결석한 당사자에게는 최초의 소장에 따른 각종 주장서면 따위를 송달할 필요는 없으나 만일 새로운 또는 추가적 청구를 주장서면이라면 이를 소환장 송달에 관한 방식에 따라 송달하여야 하고( 동법 제5.01조 ), 적극적 구제판결청구의 상대방이 소정의 시간 내에 방어하지 아니하고 그 사실이 선서진술서에 의하여 소명되는 경우에는 당사자는 법원에 결석판결을 신청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하여 법원은 소송이 금전적 회복만을 내용으로 하는 것인 경우에는 판정관의 권고 기타의 방법으로 원고에게 권리가 있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확정하여 판결을 명령하도록 되어 있는 사실( 동법 제55.01조 ), 이 사건에 있어 원고는 피고가 소장 등을 송달받은 후 응소를 하지 아니한 채 한국으로 돌아가자 1992. 8. 5. 한국에 있는 피고의 종전의 국내주소로 결석판결을 신청할 예정인 사실을 등기우편으로 통지한 다음 같은 해 12. 7. 피고가 소장과 소환장을 송달받고도 답변 등을 하지 아니한 사실과 위와 같은 결석판결 신청예정 통지사실을 기재한 선서진술서, 원고 자신 및 담당의사의 피해 등에 관한 선서진술서 등을 첨부하여 미화 금 500, 000달러의 배상을 구하는 결석판결을 신청하여 이를 기초로 이 사건 미국판결이 선고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결석판결을 신청함에 있어 결석당사자에게 결석판결 신청예정사실이나 결석판결신청서를 사전에 송달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는바,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의 경우는 처음부터 한국에 있는 피고를 상대로 소가 제기된 것이 아니라 미국에 거주하는 피고에게 소장을 송달하였는데 피고가 응소하지 않고 귀국하였던 것이므로 원격지 법원에의 제소로 인한 방어권 침해를 내세우는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고, 한편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의 손해는 그 성질상 불확정손해에 속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인데 이 사건 미국판결은 미국법상 결석판결에 의하여 불확정손해의 배상을 구함에 있어 요구되는 제반절차를 제대로 거쳐 성립되었다고 할 것이고, 또 비록 원고가 미화 금 500, 000달러라는 거액을 청구금액으로 기재하여 결석판결을 신청하였다 하더라도 앞서 본 불확정손해에 대한 소장의 기재방식에 비추어 볼 때 추가적 청구라고 보기는 어려운데다가 피고로서는 최초 미화 금 50, 000달러를 초과하는 합리적 손해액의 배상을 구한다고 기재된 소장을 송달받음으로써 앞으로 소송의 진행에 따라 더 많은 금액이 청구되어 인용될 수도 있음을 당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함에도 별다른 응소를 하지 아니한 채 귀국함으로써 그 후에 있어서의 방어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결과가 된다 할 것이고, 달리 피고가 방어의 기회를 박탈당하였다거나 이 사건 미국판결이 그 성립절차에 있어 우리 나라의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보아야 할 특단의 사정도 찾아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판결의 내용이 공서양속에 위반하는지 여부

(가) 피고의 주장

① 피고는 미국에서 원고의 고소로 미국경찰로부터 강간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나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고, 그 후에도 원고가 한국에서 피고로 강간치상죄로 고소하였으나 무혐의결정을 받았음은 물론 위 무혐의결정에 대한 원고의 항고도 기각되는 등 원고를 강간한 사실이 없으며, 이 사건 미국판결은 결석판결신청에 따라 선고된 것으로 사건의 실체에 관한 심리나 판단이 이루어진 바 없으므로 강간사실의 유무 등 재판의 당부까지도 심사하여야 하고, 나아가 이는 앞서 본 위 승인법 소정의 불승인사유 가운데 하나인 "그 외국판결이 다른 확정판결에 저축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승인될 수 없다.

② 가사 민사소송법 제477조 제1항 에 의하여 재판의 당부를 조사할 수 없는 결과 피고의 원고에 대한 강간사실을 심리할 수 없다 하더라도 강간이라는 행위내용과 인용된 손해배상액을 비교하여 볼 때 이 사건 미국판결상의 손해배상액에는 소위 징벌적 배상(Punitive damages)이 포함된 것으로 볼 것이고, 또 원·피고의 나이, 강간경위, 원고의 실질적 피해내역, 원·피고의 사회적 지위나 재산상태에 비추어 미화 금 500, 000달러의 금액 자체도 과다한 것으로 서 어느 모로 보나 이 사건 미국판결은 우리 나라의 실체적 공서에 반한다.

(나) 원고의 주장

① 피고는 강간혐의로 미국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은 후 처벌이 두려워 한국으로 도주하였을 뿐으로 미국에서는 기소중지된 데 불과하고 한국에서의 검찰의 무혐의결정에 대하여는 원고가 재항고하여 사건 자체가 아직 종결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사건 미국판결이 결석판결이라 하더라도 그 당부에 관하여는 우리 법원에서 심사할 수 없음은 물론 검찰의 불기소처분은 확정판결이라고도 볼 수 없어 어느 모로 보나 공서양속에 반하지 아니한다.

② 징벌적 배상은 원고의 신청에 따른 배심재판에 의해서만 인정될 뿐인데, 이 사건 미국판결은 판사가 사건판정인의 권고를 바탕으로 결석판결명령을 내린 것이고, 그 문언에 비추어 볼 때 징벌적 배상과 현실손해의 배상을 구분하여 적시하지 않고 단순히 강간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상해로 인한 현실손해의 배상을 명하고 있음이 분명한데다가 징벌적 배상의 청구와 그에 따른 판결에 관하여 이 사건 미국법이 요구하는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선고되었으며, 불확정손해라는 개념 자체로부터 보더라도 현실손해의 배상을 명하였음이 틀림없다.

(다) 판 단

민사소송법 제447조 제1항 에 의하면 집행판결은 재판의 당부를 조사하지 아니하고 하여야 하므로 이 사건 미국판결의 사실관계에 관하여는 실질적으로 심사할 수 없다 할 것이고, 이는 위 판결이 결석판결이라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므로 결국 피고가 원고를 폭행, 강간하였다는 사실은 이 사건에 있어 움직일 수 없는 전제가 된다 할 것이고, 나아가 검찰의 불기소처분은 기판력을 갖는 확정판결이 아니어서 저촉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으므로 이 부분 피고의 위 주장은 어느 것이나 이유 없다.

② 징벌적 배상이란 가해자에게 특히 고의 등의 주관적인 악사정이 있는 경우에 보상적 손해배상(Compensatory damages)에 덧붙여 위법행위에 대한 징벌과 동종행위의 억지를 주목적으로 하여 과하여지는 손해배상으로서 코몬로상 인정되고 있는 구제방법의 일종인바, 이는 불법행위의 효과로서 손해의 전보만을 인정하는 우리의 민사법 체계에서 인정되지 아니하는 형벌적 성질을 갖는 배상형태로서 우리 나라의 공서양속에 반할 수가 있으므로 이 사건 미국판결에 과연 이러한 징벌적 배상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 보기로 한다.

갑 제20호증, 갑 제21호증의 1, 2, 갑 제2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미국법상 징벌적 배상은 민사소송에 있어 피고의 행위가 다른 사람의 권리 또는 안전에 대한 고의적인 무시를 보여주는 것에 대한 명확하고 신빙성 있는 증거에 기하여서만 허용되는데(이 사건 미국법 제549.20조 제1항 ), 이는 민사소송의 제기단계에서는 청구가 허용되지 않고 소장접수 후 주장서면을 변경하는 신청을 하는 방식에 의하여만 청구가 가능하고, 또 그 신청서에는 징벌적 배상을 부여하기 위하여 필요한 제549.20조 또는 다른 법률하에서 적용가능한 법적 근거를 주장하여야 하며, 청구의 사실적 근거를 입증하는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선서진술서를 첨부하여야 하는데, 이 신청에 대한 변론기일에서 법원이 당해 신청을 뒷받침하는 일응의 증거가 존재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징벌적 배상을 청구하는 것으로 주장서면을 변경할 것을 허락하며( 동법 제549.191조 ), 징벌적 배상이 청구된 민사소송에 있어 사실인정권자(trier of fact)는 일방당사자로부터 요청이 있을 경우 먼저 보상적 손해배상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한 다음 별도의 절차로써 징벌적 배상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 및 인정한다면 얼마 만큼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이 때 법원은 피고의 비행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공중에 대한 위험의 중대성, 비행의 발견 후에 있어서의 피고의 태도 및 행동, 피고의 재정적 상태 등 제반 요소에 비추어 사실인정권자에 의한 징벌적 배상의 결정을 특별히 재심리하고 이들 요소들에 관한 특별한 사실인정을 할 수 있는 사실( 동법 제549.20조 제3 내지 5항 )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과 앞서 본 이 사건 미국판결에 이른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미국판결에서는 그 성립절차에 있어 위와 같은 징벌적 배상의 청구를 위한 주장서면의 변경, 이에 대한 법원의 허락이나 별도의 절차에 의한 징벌적 배상액의 결정절차 등을 거쳤음을 인정할 수 있는 흔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결석판결신청서(을 제5호증의 5) 및 결석판결명령(갑 제2호증)은 그 문언에 비추어 볼 때 강간 등으로 인한 신체적 및 심리적 상해와 과거 및 장래의 임금의 상실, 명성의 상실, 자긍심의 상실, 사회적 및 경제적 배척, 치료비, 장래에 있어서의 추가적 치료비 등에 대한 보상적 손해배상만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뿐 그 외에 별도로 징벌적 배상을 구분적시하거나 징벌적 배상을 포함한다는 취지의 기재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미국판결에는 징벌적 배상이 포함되지 아니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승인의 제한

(가) 섭외사법 제13조 제3항 에 의하면 외국에서 발생한 사실이 대한민국의 법률에 의하여 불법행위가 되는 경우일지라도 피해자는 대한민국의 법률이 인정한 손해배상 기타의 처분 이외에 이를 청구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저촉규정을 두어 우리 나라에서 재판이 이루어지는 섭외적 법률관계에 있어 외국법의 적용을 일정 한도로 제한함으로써 우리 나라 손해배상법의 지침적 기능(Leitbildfunktion)을 전제로 하고 있고, 위와 같은 저촉규정의 적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외국판결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와 우리 나라와의 연결, 즉 이른바 사건의 내국관련성(Inlandsber hrung)의 정도가 그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 할 것인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원·피고가 모두 한국민인 점, 미국판결에서 인용된 지나치게 고액이라고 보이는 손해배상액 전부에 대한 집행을 승인할 경우 피고의 한국에서의 생활기반이 파탄에 이를 우려가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사건의 내국관련성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어서 위 규정의 취지를 참작할 수 있다 할 것이고, 특히 이 사건 미국판결에 있어서는 손해배상액의 산정이 극히 개괄적으로 이루어져 그 논리적 근거가 박약할 뿐 아니라 인용된 배상액과 입었다고 보이는 손해와의 사이에 합리적 관련성이 쉽사리 수긍될 수 없다고 보이는 한편 손해배상사건에 있어서는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불법행위법의 이념에 따라 어느 정도 법관의 가정적 판단이 개재할 수밖에 없는데다가 불법행위의 효과로서 어떠한 법적 효과를 부여할 것인가는 나라마다의 법사상, 법감정을 기초로 한 사법정책의 문제라 볼 것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 미국판결에는 비록 징벌적 배상이 명시적으로 언급되어 있지는 아니하다 하더라도 그 배상액의 결정에 있어서 잠재적으로 이에 대한 고려가 내포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할 것인바, 이러한 경우에는 헌법상의 법치국가원리로부터 파생되어 민사법질서에 있어서도 그대로 타당하다고 할 수 있는 이른바 비례의 원칙을 적용하여 우리 나라 손해배상법에서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비정상적으로 고액이라고 보이는 부분 전부를 승인하지 아니하고 우리 나라에서 인정될 만한 상당한 금액을 현저히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는 우리 나라의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보아 승인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나) 위와 같은 관점에서 출발하여 결론적으로 외국판결의 승인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우리 나라 실질사법적 정의의 보호측면에서, 집행될 내용 및 당해 사안과 우리 나라와의 관련성 등으로부터 보아 당해 외국판결의 집행을 용인하는 것이 우리 나라의 사회통념 내지 법감정상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가혹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지 여부 등 제반 요소를 참작하고 이들과 함께 민사소송법 제477조 제1항 이 규정하는 실질심사 금지의 원칙을 관철하여 국가간 파행적 법률관계의 발생을 억제하고 법적 안정성을 기함으로써 외국판결의 존중이라는 승인제도 본래의 취지를 살린다는 측면을 상호 비교형량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함이 상당하다 할 것인바,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이 사건 미국판결은 그 인정된 손해배상액의 1/2의 한도로 승인을 제한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미국판결은 미화 금 250, 000달러의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한하여 우리 나라에서의 집행을 허가함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그 나머지 부분은 집행판결의 요건을 흠결하여 부적법하다 할 것이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성철(재판장) 전광식 임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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