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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10.29.선고 2014다11062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4다11062 손해배상(기)

원고피상고인

1. A

2. B

피고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부산고등법원 2014. 1. 9. 선고 2013나1044 판결

판결선고

2015. 10. 29.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으므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이를 신뢰하게 하였고, 그로부터 권리 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채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2.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일부 인용하여, (1) '진실 ·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원회'라 한다)'가 2010. 3. 30. '대구 10월사건 관련 민간인희생사건(대구, 칠곡, 영천, 경주지역) 진실규명결정서'를 통해 진실규명 신청인 5명과 진실규명신청이 없었던 55명을 1946. 10. 초순경부터 1948. 8. 15.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의 기간 대구·경북 지역 대구10월사건 진압과정의 희생자로, 망 F과 H(이하 '망인들'이라 한다) 등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한국전쟁까지의 시기에 대구10월사건의 관련자라는 이유로 군경에 의해 희생된 희생거명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였고, (2) 망인들의 유족인 원고들이 위 진실규명결정일부터 약 1년이 지난 후에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3)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피해자 등에 대한 신뢰를 부여하였고 원고들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이상 국가인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국가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이하 '과거사정리법'이라 한다)'의 적용대상인 피해자의 진실규명신청을 받거나 피해자 등으로부터 진실규명신청이 없었더라도 과거사위원회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서 진실규명사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고 진실규명이 중대하다고 판단하는 때에는 이를 직권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과거사정리법 제22조 제3항에 따라 직권으로 조사를 개시하여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하였다면, 그 결정에 기초하여 피해자나 그 유족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할 경우에, 피해자나 그 유족으로 하여금 국가가 적어도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데 대한 신뢰를 가지게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 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3다16602 판결 등 참조).

나. 그렇지만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① 이 사건에서 망인들에 대하여는 그 유족으로부터 진실규명신청도 없었고, 과거사위원회가 직권으로 조사를 개시하지도 않은 사실, ② 위 진실규명결정서의 기재에 의하면, 망인들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부터 한국전쟁기까지의 대구10월사건 관련 희생거명자로 그 첨부자 료에만 기재되어 있을 뿐, 진실규명결정의 주문에는 포함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 ③ 망인들에 대하여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다고 볼 만한 그 밖의 자료를 기록상 찾을 수 없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앞에서 본 법리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실 관계만으로는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는 아니할 것이라는 데 대하여 원고들로 하여금 신뢰를 가지게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므로, 이 사건에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시효소멸의 항변을 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다. 216662 판결,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다208194 판결 등 참조).

4.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어긋나는 이유를 들어 피고의 시효소멸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소멸시효 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 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신

주심대법관김용덕

대법관박보영

대법관권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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