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검사
검사
권순정(기소), 강진욱, 송윤상(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동인 담당변호사 주옥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10월 및 벌금 3,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으로부터 2,035,810원을 추징한다.
위 벌금 및 추징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법리오해
부정한 행위 전후에 걸쳐 같은 명목으로 여러 차례 뇌물을 수수한 경우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아래 같은 범행을 일정 기간 반복하여 행하고 피해법익도 같으므로 전체 뇌물수수 행위는 수뢰후부정처사죄의 포괄일죄에 해당하고, 일부 수뢰 행위가 마지막 부정한 행위 이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범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마지막 부정한 행위 이후의 뇌물수수 행위에 대하여 별도의 뇌물수수죄를 인정한 원심은 포괄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 원, 사회봉사 200시간, 추징 2,035,810원)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대응 TF’ 피해구제 대책반 등 가습기살균제 사건 대응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특별구제계정의 분담금 산정 협의 과정에서 가습기살균제 제조ㆍ판매업체인 공소외 1 회사의 담당자로 알게 된 공소외 2로부터 선물이나 향응을 제공받은 대가로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 환경부 조치 동향, 내부 논의 상황 및 논의 내용, 향후 일정 등 환경부에서 진행하였거나 계획하고 있는 사항이 포함된 정보를 제공할 것을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공소외 2로부터 위와 같은 직무상 편의를 제공하여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으면서 2017. 4. 18. 서울 구로구 소재 ‘○○○○○○○ △△△△점’에서 76,700원 상당의 저녁식사를 제공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9. 1. 31.까지 합계 2,035,810원 상당의 저녁식사, 와인, 화장품세트 등을 제공받았다.
이후 피고인은 2018. 12. 13. 세종시 소재 환경부 청사에서 환경부 의뢰로 실시된 CMIT/MIT 함유 가습기살균제의 건강영향 연구의 결과가 기재된 최종 확정 전 환경부 내부 문건인 ‘CMIT_MIT 건강영향 연구 결과(요약)’ 한글 파일을 공소외 2에게 휴대폰 문자전송 등 서비스인 ‘텔레그램’으로 전송해 준 것을 비롯하여 2018. 3. 26.부터 2018. 12. 13.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와 같이 환경부 실험 결과 등 환경부 내부 보고서, 환경부 내부 논의 진행 상황, 가습기살균제 소관부서 및 주요 관계자들의 주요 일정 및 동향 등을 공소외 2에게 제공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직무에 관하여 2,035,810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후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수뢰후부정처사죄는 공무원이 뇌물수수죄를 범하여 부정한 행위를 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뇌물수수 이후에 부정한 행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인데, 별지 범죄일람표 (1) 순번 16, 17번의 각 뇌물수수는 그 시점 이후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수뢰후부정처사의 점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고, 뇌물수수죄로 의율하여 유죄로 인정하였다.
3) 당심의 판단
비록 수뢰죄에 있어서 단일하고도 계속된 범의 아래 동종의 범행을 일정 기간 반복하여 행하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한 것이라면 각 범행을 통틀어 포괄일죄로 보아야 한다 하더라도, 수뢰후부정처사죄의 포괄일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포괄일죄를 구성하는 개별 행위도 원칙적으로 각각 수뢰후부정처사죄의 구성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수뢰후부정처사죄는 공무원이 뇌물수수 또는 제3자뇌물제공의 죄를 범한 후 부정한 행위를 한 때에 성립하고, 수뢰 등의 행위와 부정한 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형법 제129조 제1항 (수뢰죄)와 같은 법 제131조 제1항 , 제2항 (수뢰후부정처사죄, 부정처사후수뢰죄)의 규정에 의하면, 부정한 행위의 유무에 따라 수뢰죄와 수뢰후부정처사 등 죄를 구분하고, 부정한 행위와 뇌물수수 등 시기의 선후에 따라 수뢰후부정처사죄와 부정처사후수뢰죄를 구분하여 그 구성요건을 달리 정하고 있으며, 부정한 행위를 할 것을 약속하고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하였더라도 이후 부정한 행위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수뢰후부정처사죄에 해당하지 않고 뇌물수수죄에 해당할 수 있을 뿐이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별지 범죄일람표 (1) 순번 1 내지 15번의 각 뇌물수수 행위는 그 이후 별지 범죄일람표 (2) 기재 각 부정한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범의의 단일성, 계속성도 인정되므로 각 범행을 통틀어 수뢰후부정처사죄의 포괄일죄로 볼 수 있으나, 별지 범죄일람표 (1) 순번 16, 17번의 각 뇌물수수 행위는 그 뇌물수수 시점 이후 피고인이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수뢰후부정처사죄의 구성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어 수뢰후부정처사죄의 포괄일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별지 범죄일람표 (1) 순번 16, 17번 각 뇌물수수 행위에 관하여 수뢰후부정처사의 점을 무죄로 판단하고 뇌물수수죄의 포괄일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포괄일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으므로,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은 수사기관 이래 원심 및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범행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다.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수수한 뇌물의 총 가액이 200여만 원으로 비교적 크지 않고, 당심에 이르러 수수한 뇌물 상당액 전부를 공탁하였다. 피고인은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피고인의 가족과 지인들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사정들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피고인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업무를 담당하던 환경부 소속 공무원으로서 직접적으로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는 가습기살균제 제조ㆍ판매업체 직원으로부터 식사, 선물 등 향응을 제공받고, 그 대가로 텔레그램의 비밀대화 등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가습기살균제 관련 환경부 내부 결재상황, 내부 문건, 관련 일정 및 동향 등 정보를 제공하였다. 또한 피고인으로부터 이러한 정보를 제공받은 위 제조ㆍ판매업체 직원은 회사의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한 현안회의에 보고하였고, 나아가 피고인은 가습기살균제 제조ㆍ판매업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개시될 조짐을 보이자 가습기살균제와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파기하도록 교사하기까지 하였으며, 이러한 증거인멸교사 범행으로 실제 위 현안회의와 관련한 자료를 비롯하여 제조ㆍ판매업체 직원이 ‘□□□ □□□’ 클레임과 관련하여 작성한 출장보고서와 PL계약서 등을 포함한 관련 자료를 파기하기에 이르렀다. 비록 위 제조ㆍ판매업체에서는 이미 2016년경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한 중요 자료들을 파기하거나 은닉하여 대표이사 등이 형사처벌을 받았고, 피고인의 증거인멸교사 범행으로 파기한 자료들 중 일부는 다른 경로로 확보하였거나 피고인이 제공해 준 환경부의 내부 문건 등이 포함되어 있어서 이를 은폐하려는 의도로 파기를 교사한 측면도 있지만, 그 범행 경위와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죄질 및 범정이 매우 좋지 않다. 특히 가습기살균제로 야기된 심각한 피해와 이로 인한 사회적 충격 등을 고려할 때, 가습기살균제의 제조 및 판매, 유통과정에 관하여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책임소재가 철저히 규명되어야 하고, 책임소재가 발견되는 경우 이에 대한 엄중한 제재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인하여 진실 규명 및 책임자 처벌에 일정 부분 지장이 초래되었다는 점에서 그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다. 피고인의 행위로 환경부 공무원이 수행하는 가습기살균제 관련 직무의 공정성과 불가매수성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가 현저하게 훼손되었고, 이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은 원심과 당심에 제출한 탄원서를 통해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들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경력,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그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아래 양형의 이유에서 보는 처단형,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모두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따라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범죄사실 중 제3항 마지막 줄의 ‘469,000원’은 ‘436,000원’의 착오에 의한 오기임이 명백하므로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 에 따라 이를 변경하는 것으로 경정하고, 증거의 요지에 ‘1. 피고인의 당심 법정진술’을 추가하는 것 외에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131조 제1항 , 제129조 제1항 (수뢰후부정처사의 점, 포괄하여), 형법 제129조 제1항 (뇌물수수의 점, 포괄하여), 형법 제127조 (공무상비밀누설의 점, 포괄하여), 형법 제155조 제1항 , 제31조 제1항 (증거인멸교사의 점)
1. 상상적 경합
1. 형의 선택
뇌물수수죄, 증거인멸교사죄에 대하여 각 징역형 선택, 수뢰후부정처사죄, 뇌물수수죄에 대하여 각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 에 따라 벌금형을 병과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징역형에 관하여는 형이 가장 무거운 수뢰후부정처사죄에 정한 형에 각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경합범가중중, 벌금형에 관하여는 형이 더 무거운 수뢰후부정처사죄에 정한 형에 두 죄의 다액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경합범가중)
1.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 제55조 제1항 제3호 , 제6호 (앞서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에서 본 유리한 정상 참작)
1. 노역장유치
1. 추징
1. 가납명령
양형의 이유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제1범죄(수뢰후부정처사 및 뇌물수수)
[유형의 결정] 뇌물범죄 > 01. 뇌물수수 > [제1유형] 1,000만 원 미만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수뢰 관련 부정처사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8월∼2년
나. 제2범죄(증거인멸)
[유형의 결정] 위증ㆍ증거인멸범죄 > 02. 증거인멸ㆍ증인은닉 > [제1유형] 증거인멸ㆍ증인은닉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6월∼1년 6월
다.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8월∼2년 9월(제1범죄 상한 + 제2범죄 상한의 1/2)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10월, 벌금 300만 원, 추징 2,035,810원
앞서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에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별지 범죄일람표 (1) 순번 16, 17번 기재와 같이 2018. 12. 20. 및 2019. 1. 31. 공소외 1 회사 측 공소외 2로부터 저녁식사 등을 제공받은 후 환경부 내부정보 등을 제공함으로써 뇌물을 수수한 후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
2. 판단
앞서 제2의 가. 3)항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이유로 별지 범죄일람표 (1) 순번 16, 17번의 각 뇌물수수 행위는 그 뇌물수수 시점 이후 피고인이 부정한 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어 수뢰후부정처사죄의 포괄일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은 그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일죄 관계에 있는 뇌물수수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달리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
(별지 생략)
주1) 1,599,810원×2×1/2(작량감경)
주2) {(1,599,810원×5)+(436,000원×5)}×1/2(작량감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