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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2019.2.14. 선고 2018고합419 판결
살인,특수상해,특수재물손괴
사건

2018고합419 살인, 특수상해, 특수재물손괴

피고인

A

검사

송길대(기소), 김 진(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한)영진, 담당변호사 강정민

판결선고

2019. 2. 14.

주문

피고인을 징역 30년에 처한다.

압수된 부엌칼 1개(증 제1호), 공업용 칼 1개(증 제3호)를 피고인으로부터 각 몰수한다.

이유

범 죄 사 실

피고인은 2008.경 피해자 B(여, 52세)가 운영하는 식당에 손님으로 방문하였다가 피해자 B를 알게 되어 동거하기 시작하였고, 피해자 B가 전남편과 사이에 낳은 아들을 함께 돌보고 생활비를 조달하기도 하는 등 가족처럼 지내왔다.

피고인은 2018. 6. 초순경 피해자 B로부터 다른 남자가 생겼으니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으나 1년만 기다려 달라고 사정하여 관계를 이어 가던 중 그 무렵 피해자 B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피해자 C(52세)과 다정하게 걸어 다니는 모습을 수회 목격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피해자들이 가까운 관계라는 말을 듣고, 2018. 6.말경 피해자 B가 사실은 C과 강원도로 단둘이 여행을 떠나면서 자신에게는 친언니의 부동산 문제로 강원도를 방문하는 것이라며 거짓말 한 사정을 알게 되자 피해자 C이 자신에게서 B를 빼앗았다는 생각에 피해자 C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할 생각을 품고 공업용 식칼(총 길이 29cm, 칼날길이 16cm)을 미리 준비하고 수산화나트륨을 차량에 싣고 다녔고, 2018. 7. 3.경부터 2018. 7. 28.경까지 인터넷으로 '마취제 구입방법', '석궁화살', '총포 구입', '독극물 구입방법', '동물마취제 구입방법', '의처증 의부증', '자살위험 자가진단' 등을 검색해 보기도 하였다.

피고인은 2018. 8. 6. 21:47경 예상보다 일찍 일을 마치고 피해자 B와 함께 거주하는 화성시 D아파트 E호로 귀가하였으나 피해자가 말도 없이 외박을 하고 집에 있던 전자제품 등을 임의로 옮겨 놓은 것을 발견하고 격분하여 2018. 8. 7. 07:02경 주방에 있던 부엌칼(총 길이 33cm, 칼날길이 20cm)을 주머니에 넣고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다가 차량에 싣고 다니던 수산화나트륨을 물에 타 플라스틱 병 2개에 담아 준비하였고, 같은 날 07:37 경 다시 집으로 돌아와 귀가해 있는 피해자 B를 만났다.

1. 피해자 B에 대한 살인

피고인은 2018. 8. 7. 08:35경 위 D아파트 E호에서 화를 참고 피해자와 아파트 이사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 하던 중 피해자로부터 "씨발 돈을 잘 가져다주던지, 집을 사주던지, 거지새끼처럼 이게 뭐냐, 씨팔 다 필요 없어, 집에서 나가."라는 말을 듣자 순간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격분하여 피해자를 죽일 것을 마음먹고 피고인이 가지고 나갔다가 식탁 위에 내려놓았던 위 부엌칼을 집어 들고 "자꾸 그럴 거면 죽여 버릴껴"라고 말하면서 피해자에게 다가가 위 부엌칼로 피해자의 복부를 1회 찔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2. 피해자 C에 대한 살인

피고인은 판시 제1항 기재와 같이 B를 살해한 후 피해자 C을 죽일 것을 마음먹고 B의 휴대전화기를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화성시 F에 있는 B가 운영하는 'G1) 식당으로, 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다음 피고인의 차량에 있던 물에 탄 수산화나트륨이 든 플라스틱 병과 공업용 식칼(총 길이 29cm, 칼날길이 16cm)이 담긴 가방을 위 'G' 식당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 피해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피고인은 2018. 8. 7. 20:23경 위 'G' 식당에서 피해자를 만나 미리 준비한 수산화나트륨 용액을 피해자의 얼굴에 뿌리고, 인근에 있는 화성시 H에 있는 I편의점으로 달아난 피해자를 쫓아 가 같은 날 20:38경 위 I편의점 안에서 미리 준비한 위 공업용 식칼로 피해자의 오른쪽 옆구리를 1회 찔러 살해하였다.

3. 피해자 J에 대한 특수상해

피고인은 2018. 8. 7. 20:39경 화성시 H에 있는 I편의점 출입문에서, 판시 제2항과 같이 피고인의 칼에 찔려 도주하는 C을 추격하려던 중 피해자 J(49세)이 편의점 출입문을 닫고 버티며 피고인을 제지하자, 출입문 사이로 소지하고 있던 위험한 물건인 공업용 식칼(총 길이 29cm, 칼날길이 16cm)을 집어넣어 피해자를 향해 흔들어 피해자의 왼쪽 가슴 피부를 약 4-5cm 베어 치료일수 미상의 자상을 가하였다.

4. 특수재물손괴

피고인은 2018. 8. 7. 20:45경 화성시 H에 있는 I편의점 앞 길에서, 피해자 J이 판시 제3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을 제지하고 C을 도와주려고 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운전하는 위험한 물건인 L 포터 차량으로 그 곳에 주차되어 있던 피해자 소유의 M 승용 차량의 운전석 부분을 들이받아 후론트 휀다 교환 등 수리비 총 5,206,452원 상당이 들도록 손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N의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각 경찰 및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각 일부 진술기재

1. O, P, Q, R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J에 대한 각 경찰 및 검찰 진술조서

1. 각 수사보고(피의자의 S병원 후송에 대하여, 피의자가 진술한 음성파일 자료에 대하여, I편의점 CCTV 분석, 피해자 J 피해내용 CCTV수사, 피해자신병확보수사, 피해 현장에 대한 수사, J 차량 견적서에 대한 수사, G CCTV 영상분석, B 사체 부검의 유선통화, 국과수감정결과), 각 112신고사건 처리표

1. 녹취록(증거목록 순번 59번)

1. 각 시체검안서, 각 변사현장체크리스트, 각 변사자조사결과보고, 각 살인사건 현장감식기록 (증거목록 순번 11, 97번), 약독물감정결과, 각 부검감정서

1. 압수품 사진자료(휴대폰), 각 압수조서 및 폐기조서, 각 압수목록, 각 압수품 사진

1. CCTV영상자료 사진(증거목록 순번 28번), 각 CCTV 영상 CD, 피고인음성 녹음파일 CD

1. 압수된 부엌칼 1개(증 제1 호), 공업용 칼 1개(증 제3호)의 각 현존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살인의 점, 유기징역형 선택), 형법 제258조의2 제1항, 제257조 제1항(위험한 물건 휴대 상해의 점), 형법 제369조 제1항, 제366조(위험한 물건 휴대 재물손괴의 점,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형과 범정이 가장 무거운 피해자 C에 대한 살인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

1. 몰수2)

쟁점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피해자 B에 대한 살인)

피고인은 피해자 B(이하 본 판단 부분에서는 '피해자' 또는 'B'라고도 한다)의 복부를 찔러 살해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단순히 피해자에게 겁을 주려고 부엌칼을 들고 있었을 뿐인데, 피해자가 브래지어만 입은 채 급하게 안방에서 나오다가 피고인이 들고 있던 칼을 보지 못하고 안방 문 앞에서 경고성 발언을 하던 피고인과 부딪혀 우발적으로 칼에 찔리게 된 것으로서, 피고인은 계획적이거나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 아니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3)

2. 판단

가. 살인의 고의에 관한 법리

살인죄에 있어서의 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된다(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도5590 판결,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6도734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해의 범의는 없었고 단지 상해 또는 폭행의 범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해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1. 9. 선고 2000도5590 판결, 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5도3654 판결, 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7도19501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 B를 부엌칼로 찔렀으며 그와 같은 범행 당시 피고인에게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더라도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거나 예견하였다는 점, 즉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1) 이 사건 범행의 도구, 상처의 모양과 깊이 및 피해자의 사망원인

① 피해자는 피고인과 피해자 단 둘이 있던 피해자의 주거지 내에서 피고인이 쥐고 있던 부엌칼에 오른쪽 복부를 1회 찔려 사망하였다.

② 피고인이 사용한 부엌칼은 총 길이 33cm, 칼날길이 20cm이고, 위 부엌칼의 폭은 약 4.3~4.5cm 내외로 보이는바, 이는 육안으로 확인하기에도 사람을 죽이거나 치명상을 입히기에 충분한 도구이고, 피고인 또한 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③ 피해자의 시신에서 발견되는 상처는 배 부위 오른 위쪽(배꼽에서 오른 위쪽) 부위 길이 약 6.5cm의 찔린 상처로서, 피해자는 그물막과 장간막(mesentery, 腸間模)을 관통하고 배대동맥(aorta, -大動脈)을 절단하는 치명적인 배 부위 찔린 상처를 입고, 이를 직접 사인(死因)으로 하여 사망하였다(부검의 N의 법정진술, 수사기록 1권 595쪽 부검감정서, 621쪽 수사보고 등),

④ 상처의 깊이에 관하여, 증인 N은 이 법정에서 '사건 당시 피해자의 자세, 복부가 눌린 정도 등의 요인으로 상처의 깊이를 정확히 추정하여 기재할 수는 없었으나, 피해자의 등 쪽 척추에 맞닿은 대동맥이 절단된 것으로 보아 칼끝이 등 쪽 척추에 맞닿을 정도로 깊이 들어간 것이고, 등이 뚫리지는 않았지만 배 부위를 완전히 관통하여 등 쪽까지 맞닿을 정도로 깊게 찔린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⑤ 또한 피해자의 상처를 보면, 옆으로 길게 누운 상흔의 오른쪽 끝(배 바깥 방향)은 뾰족하고 왼쪽 끝(배꼽 방향)은 두 갈래로 갈라진 하트(♥) 모양으로 관찰되는바 (수사기록 1권 89, 597쪽), 이에 대하여 증인 N은 '동일한 장소에 칼을 두 번 찔렀거나, 칼을 뺄 때 뒤틀면서 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만일 칼을 그대로 뺐을 경우는 오른쪽과 왼쪽 끝이 동일한 모양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수사기록 1권 621~622쪽, 법정진술 등).

⑥ 위와 같은 상처의 모양, 깊이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는 칼의 진행방향으로 상당한 힘이 가해져 생긴 상처로 보이고, 피해자가 자살할 의도로 칼을 향하여 상당히 빠른 속도로 뛰어와 고의적으로 찔린 것도 아닌 이상, 단순히 좁은 공간에서 미처 칼을 보지 못하여 갑자기 부딪힌 충격만으로는 이러한 깊숙한 상처가 생기기 어렵다고 봄이 경험칙상 타당하다.

⑦ 피고인과 그 변호인은 이 법정에서, 피고인이 위 부엌칼을 가볍게 쥐고 흔들 거리며 걷는 중이었다며 그 자세를 재연한바 있으나, 그와 같이 칼을 쥔 자세로 걷는 도중 안방에서 돌아 나오는 피해자와 단순히 부딪쳤고 피고인에게 칼로 피해자를 찌를 의사가 전혀 없었다면, 피고인은 부엌칼을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칼끝이 피해자의 몸으로 들어가는 즉시 칼을 빼는 등으로 순간적으로라도 피해자에게 해가 가해지지 않도록 방어했을 것으로 봄이 경험칙에 부합하고, 그로 인한 피해자의 상처도 베인 상처 내지는 비스듬히 찔린 상처에 그쳤을 것으로 보이며, 이 사건과 같이 피해자가 사망할 정도로 복부를 관통하는 깊은 상처가 생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2) 피고인은 사건 발생 직후 자신이 피해자 B를 살해하였다며 스스로 112신고를 하는 등 당초 피해자 B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사실을 아래와 같이 수회 인정한바 있고, 이러한 자백 진술이 이루어진 상황 및 자발성, 그 살해 경위에 관한 진술의 구체성 등에 비추어 거짓으로 꾸며내거나 과장된 진술을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① 피고인은 2018. 8. 7. 21:00경 모든 범행 종료 후 스스로 112에 전화를 걸어 '남편이 부인을 살해한 살인 사건이다. 아침 08:35경 칼로 찔러 죽이고 나왔다, 지금내가, 전화한 사람이 남편이다'라면서 자신이 피해자 B를 살해한 사실을 신고하였다(수사기록 1권 246, 352~357쪽 등).

② 피고인은 2018. 8. 7. 21:15경 긴급체포 당시 자살을 하기 위해 수산화나트륨(가성소다)을 마신 위중한 상태에서 S병원으로 후송되었는바, 2018. 8. 8. 00:20경 S병원에서 'C에 대한 살인은 계획적이었으나 B에 대한 살인은 우발적이었다'면서, 'B에게 겁을 주기 위해 옆구리 쪽에 칼을 살짝 갖다 대었으나 고꾸라져서 놀랐다'는 취지로 진술한바 있다(수사기록 1권 383~388쪽).

③ 피고인은 경찰 조사에서 위와 같은 녹음 내용을 확인한 뒤 '피해자 B를 칼로 찔러 죽였다'고 신고한 것이 맞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이를 부인할 생각이 없다면서 (수사기록 1권 423쪽), "피해자 B는 안방에 있었고, 칼을 집으면서 동시에 (너 자꾸 이러면 죽여버린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들어갔을 때 이미 칼이 들어가 있었다, 그게 전부다"(수사기록 1권 424~425쪽), "내 손으로 죽였지만 죽이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다"고 진술하는 등(수사기록 1권 441쪽 등) 피고인의 행위가 우발적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④ 피고인은 검찰 조사에서도 '피고인이 부엌칼을 집어 들고 "자꾸 이럴 거면 죽여버릴겨"라고 하면서 안방 쪽으로 들어가는데, 그 순간 피해자가 방에서 나왔고 그 모습을 보았고, 피해자가 "아"라는 외마디 소리를 질렀고, 배의 상처에 손을 대고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때 이미 제 손에 있던 칼은 B의 배를 찌르고 나와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다(수사기록 1권 636쪽).

(3) 범행 동기, 범행 전후의 정황 등

① 피고인의 112신고 내용, 응급실에서 진술내용, 피해자 B의 남동생에게 이야 기한 내용(수사기록 1권 709쪽)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B의 남자관계 때문에 내가 죽였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이에 관하여 피고인은 검찰 3회 조사 당시 진술을 번복하여 'B와 C의 관계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 의심이야 항상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한바 있다). 한편 피고인은, 1~2개월 전 피해자와의 관계를 의심하여 C을 죽일 계획을 하였고, 피해자 B의 G 집 창고에 있는 연장을 이용하여 한 달 남짓 공업용 식칼을 갈아놓고 전부터 차에 보관하였으며(수사기록 1권 389~390, 430~431쪽 등), 사건 당일 오전에는 06:30경 일어나 너무 분에 차서 주방에 있던 부엌칼을 챙겨 나와 C을 찾기 위해 아파트 단지를 돌기도 하였다고도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권 634~635쪽 등).

② 피고인은 범행 당시 피해자로부터 "씨팔 다 필요 없어, 가! 가!"라거나 "거지 새끼야"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거지새끼'라는 말이 자신의 콤플렉스라고도 하고, '순간적으로 성질이 나서 겁을 주려고', '거지새끼라고 욕을 하지 말라고', '칼을 잡고 욱하여 화를 참지 못하고 겁을 주려고 칼을 댔다'는 취지로 진술을 반복하고 있다(수사기록 1권 426, 511~512쪽).

③ 결국 위와 같은 피고인의 진술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범행 당시 순간적으로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피해자를 칼로 찔렀던 것으로 보인다.

(4) 설령 피고인이 그 주장과 같이 내심의 의사는 단지 '피해자를 협박하려는 의도에서 칼을 들이댄 것'이고 죽일 의도까지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범행도구의 위험성과 상처의 깊이, 범행 장소 공간의 협소성과 피해자로서는 전혀 방어가 불가능하였던 당시의 상황, 행위의 결과 등을 종합하면, 최소한 미필적으로나마 피고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있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사용한 부엌칼은 사람을 죽이거나 치명상을 입히기에 충분한 도구로서, 피고인 또한 이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를 찔러 피해자가 쓰러진 후에도 119신고를 하거나 치료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등의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엌칼을 칼집에 꽂아두었고, 시계를 보고 피해자의 사망시각을 확인하거나, 베란다에 가서 담배를 피우고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가 밖으로 나갔다 오거나, 피해자의 휴대폰을 확인한 다음 C을 유인해 내어 살인 계획을 실행에 옮겼는바(수사기록 1권 429, 639쪽 등), 피해자를 살해한 것 자체는 우발적이었더라도, 그로 인한 피해자 사망의 결과를 충분히 용인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③ 피고인 스스로도 경찰 조사에서 "아무생각 없이 (칼을) 들이대서 사고가 난거지", "그 상황이면 백프로 찔린다"면서 당시 피고인이 들고 있던 부엌칼에 사람이 찔리면 죽을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1권 437~439쪽).

④ 한편 피고인은 검찰 조사에서, 고의로 B를 찌른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찔린 것으로 사고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수사기록 1권 481, 497쪽), 다시 "안방에서 나오는 B를 협박하기 위해 B의 배 쪽으로 칼을 들이밀며 앞으로 진행했고, 그때 B가 급하게 나오면서 몸을 살짝 틀 때 순간적으로 B를 찌르게 된 것"이라고 진술하기도 하였는바(수사기록 1권 498쪽), 피고인은 부엌칼로 피해자를 찌를 당시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였거나 예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5 ~ 45년

2. 양형기준의 적용

○ 기본범죄 : 살인죄

[권고형의 범위] 제2유형(보통 동기 살인) > 가중영역(15년~,무기이상)

[특별감경인자] 자수

[특별가중인자] 계획적 살인 범행

○ 제1경합범죄 : 살인죄

[권고형의 범위] 제2유형(보통 동기 살인)〉 감경영역(7년~12년)

[특별감경인자] 미필적 살인의 고의, 자수

[특별가중인자] 반성없음(범행의 단순 부인은 제외)

○ 제2경합범죄 : 특수상해죄

[권고형의 범위] 특수상해·누범상해 > 제1유형(특수상해) > 가중영역(1년~3년)

[특별감경인자] 자수 또는 내부고발

[특별가중인자] 비난할 만한 범행동기

※ 다수범 가중에 따른 최종 형량범위 : 징역 15년 이상, 무기이상

3. 선고형의 결정 : 징역 30년

○ 인간의 생명은 우리 사회의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이자 가장 존엄한 가치로서, 이를 침해하는 살인죄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회복이 불가능한 소중한 가치를 빼앗는 것이므로 그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이다.

○ 피고인은 10년간 동거해 오면서 사실상 부부처럼 지내기도 하였던 피해자 B와 다투던 중 격분하여 주방에 있던 부엌칼로 피해자의 복부를 1회 찔러 살해하고, 곧이어 B와의 내연관계를 의심하던 피해자 C을 유인해낸 다음 공업용 식칼로 옆구리를 1회 찔러 살해하였으며, 이에 도망치는 C을 추격하려는 피고인을 제지한다는 이유로 피해자 J을 향해 위 공업용 식칼을 흔들어 상해를 가하는 한편,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자신이 운전하는 위험한 물건인 포터 차량으로 피해자 J 소유의 승용차량을 들이받아 손괴하였다.

○ 특히, 피고인은 피해자 B와 C의 관계를 의심하여 오던 중 피해자 C에 대한 원한을 품고 한 달 전부터 칼을 가는 등 범행도구를 준비하였고, 피해자 B를 살해한 뒤에도 범행 의지를 접지 않은 채 오히려 B가 살아있는 것처럼 B의 휴대폰을 이용하여 피해자 C을 유인해 내는 등 두 번째 살인 범행계획의 실행에 나아갔는바, 그 범행의 동기, 수단과 방법, 범행 전후의 정황, 피해자의 수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심각하게 불량하고 비난가능성도 매우 높다. 나아가 피고인은 피해자 J과는 아무런 원한관계도 없음에도 단지 피고인을 제지한다는 이유로 칼을 휘둘러 상처를 입히고 차량을 들이받아 손괴하였는바, 이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다.

○ 그로 인하여 위와 같은 범행의 피해자들은 물론, 가족처럼 지내던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 B를 잃게 된 그 유족들, 너무나도 허무한 이유로 집안의 가장을 잃은 피해자 C의 유족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입고 있을 것임이 명백하며, 향후에도 상당기간 상실감, 우울감 등을 비롯한 정신적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보이고 더러는 경제적인 곤란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 그럼에도 피고인은 현재까지 피해자 또는 그 유족들과 합의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용서받지도 못하였고, 물질적인 배상은 물론 피해 회복을 위하여 어떠한 인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정황도 엿보이지 않는바, 피해자 C의 유족 등이 그 강력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다. 또한 현재 피해자 B에 대하여는 납득하기 어려운 비상식적인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 등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뉘우치는 것인지 다소 의문이 드는 정황도 있다. 결국 피고인에게는 그 무거운 책임에 상응하는 장기간의 실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

○ 다만, ① 피고인이 사건 당일 범행 종료 후 112신고를 하여 자수한 점, ② 피해자 B에 대한 살인의 경우, 피고인이 10년간 피해자와 동거하면서 피해자 가족을 부양하거나 그 자녀들의 아버지 노릇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범행 무렵 피해자에 대한 커다란 배신감 등으로 고통 받던 중 격분하여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며, 그 살인의 고의가 확정적인 것에 이르지는 않았던 점, ③ 피해자 J이 입은 상해의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은 점, ④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직업 및 연령, 환경, 성행, 범죄전력, 범행의 동기 및 수단과 방법, 범행 후의 정황, 피해자들의 연령 및 피고인과의 관계,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하였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정민

판사 지은희

판사 박영순

주석

1) 공소장에는 'K'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증거에 의하면 피해자 B가 운영하던 식당의 상호는 'G'이고(수사기록 2권 133쪽, 1권 22, 195쪽 등), 피고인은 문자메시지에서 '가게'라고 칭하였으므로(수사기록 1권 282쪽), 이는 오기임이 명백하여 위와 같이 정정한다. 이하 모두 같다.

2) 검사는 압수된 피고인 소유의 삼성 갤럭시 휴대폰 1대(증 제2호)에 대하여도 몰수 구형을 하고 있으나, 이는 피고인이 사람을 죽였다는 내용으로 112신고를 하면서 사용한 피고인 소유의 휴대폰인바(수사기록 1권 101쪽 압수조서 등 참조), 형법 제48조 제1항 각 호 소정의 몰수 요건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음이 명백하여 따로 몰수의 선고를 하지 않는다.

3)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내용이 피해자를 부엌칼로 찌른 사실이 없다는 것인지,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것인지 다소 모호한 측면은 있으나, 그 변소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전체적으로는 위와 같은 취지인 것으로 해석된다(2018. 11. 7.자, 2019. 1. 18.자 각 변호인 의견서 및 2018. 9. 12.자 피고인 작성 의견서 등 참조. 2018. 11. 7.자 변호인 의견서에 '과실치사에 해당한다'는 언급이 있으나 그 취지는 불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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