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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목포지원 1999. 4. 9. 선고 97가합2165 판결 : 항소
[보험금 ][하집1999-1, 311]
판시사항

해상선박보험 소정의 보험금지급사유인 '해상고유의 위험'의 의미 및 그 입증책임과 입증의 정도

판결요지

해상선박보험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Institute Time Clauses Hulles) 제6조 제1항에서 말하는 '해상 고유의 위험(Perils of the seas)'이라 함은 해상에서 보험의 목적에 발생하는 모든 사고 또는 재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상에서만(of the seas) 발생하는 우연한 사고 또는 재난만을 의미하고,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이러한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하나 그 입증의 정도는 피보험자가 주장하는 사실이나 가설이 보다 개연성이 우월하기만 하면 증명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원고

태경해운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재근)

피고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진만제 외 5인)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금 37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1997. 8. 21.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인정 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호증의 각 1 내지 5, 제3호증의 14, 제4호증의 6의 각 기재 및 증인 송순기의 증언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1) 삼광해운 주식회사(1997 4. 1. 원고 태경해운 주식회사로 상호변경되었다)는 1996. 7. 25. 피고와 사이에 원고 소유인 삼창 7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피보험자는 원고, 보험목적물은 이 사건 선박 및 기계, 보험금액은 금 370,000,000원, 보험기간은 1996. 7. 25. 12:00부터 1997. 7. 25. 12:00까지로 정하여 이 사건 선박이 해상, 강, 호수,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의 위험(perils of the seas rivers lakes or other navigable waters) 등으로 인하여 멸실 또는 손상되었을 경우 피고가 이를 보상하고, 이 사건 보험계약에는 영국법과 관행이 적용되도록 하는 내용의 해상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제1회 보험료로 금 3,959,091원을 지급하였다.

(2) 이 사건 선박은 총톤수 281t, 주기관은 디젤기관 750마력 1대, 크기 45.0m×8.10m×3.90m, 건조일자 1961. 5.경, 건조장소 일본국 청수시 삼보조선소(주), 선종 강선 냉동운반선, 승조원수 선장 포함 한국선원 6명이다.

(3) 이 사건 선박은 1996. 8. 19. 12:00경 총 275t의 냉동복어 등을 싣고 중화인민공화국 샤멘(XIAMEN)항을 출발하여 부산으로 항해하다가 같은 달 20. 13:00경 제주도 남서방 약 550mile 북위 26°13', 동경 120°39'(26°-13'N, 120°-39'E) 해상에서 침몰되었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출항 당시 양호하던 기상이 1996. 8. 19. 21:00경부터는 북동풍이 초속 11 내지 15m 정도로 불고, 파고는 3 내지 4m 정도로 높아짐으로써 시속 7 내지 8노트의 황천항해를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격심한 피칭(pitching, 선체가 종 방향으로 흔들리는 것)과 롤링(rolling, 선체가 횡방향으로 흔들리는 것), 그리고 슬래밍(slamming, 선수의 선저 부분이 수면을 내리치면서 받는 충격)과 프로펠러의 공회전 현상으로 과도한 응력을 받아 선체외판이 파손되어 기관실 선미부 부분에 파손이 발생하여 초기에는 미량의 침수가 있었으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계속적인 응력과 수압의 증가로 가공경화(재료가 소성변형을 받고도 큰 응력에 견딜 수 있는 한계) 현상을 초래하여 파공의 확대로 침수량이 갑자기 증가함으로써 결국 침몰하게 되었던바, 이는 악천후로 인한 전형적인 해난사고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선박 침몰 직전의 기상상태는 정상항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양호하였는데도 이 사건 선박 선저외판의 노후로 인한 파공이 발생하여 해수가 유입됨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던바, 이는 바람과 파도의 작용에 의한 통상적인 자연소모(ordinary wear and tear)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위 보험계약에서 보상하기로 한 부보위험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다툰다.

3. 이 사건 사고의 원인

가. 갑 제3호증의 7 내지 12, 제4호증의 1, 3의 각 기재, 증인 송순기, 이덕수의 각 증언, 한국어선협회 목포지부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및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의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듯한 을 제11, 12호증, 제13호증의 1의 각 기재 및 증인 하경우의 증언은 믿기 어렵고, 을 제13호증의 2 내지 4, 제16호증의 2, 제21호증의 1, 2의 각 기재는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1) 이 사건 선박은 1996. 6. 20. 한국어선협회(Korea Fishing Boat Association;KF)의 제1종 중간검사를 마쳤고, 모든 면에서 감항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같은 해 8. 8. 08:00경 냉동 오징어 110t을 선적한 후 부산 남항을 출항하였다.

(2) 같은 달 11. 06:00경 이 사건 선박은 위 샤멘항에 도착하여 같은 달 15. 02:00경 냉동오징어의 양하작업을 완료하였고, 다시 그 곳에서 같은 달 16. 16:00경부터 냉동새우, 복어, 조개살의 화물선적을 시작하여 같은 달 17. 15:00경 총 275t의 냉동화물 선적을 완료하였으며, 모든 출항수속을 완료한 후 같은 달 19. 12:00경 그 곳을 출항하였다.

(3) 위 출항 당시는 기상이 비교적 양호하였으나 같은 날 18:00경부터 기상이 점차 악화되어 21:00경에는 북동풍이 약 10 내지 15㎧로 비교적 강풍이 불었고, 파고는 3 내지 4m로 높아 선수에 부딪치는 파도가 조타실 유리창까지 날아올 정도이어서 선체가 격심하게 진동 및 동요하였으므로 파도의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평소보다 감속하여 시속 7 내지 8노트로 항해하였다.

(4) 다음 날 04:00경 선장은 항해사와 항해당직을 교대하였고, 같은 날 05:30경 기관장은 기관사와 기관당직을 교대하였는데, 위와 같은 기상상태는 그 때까지도 계속되고 있었고, 기관장은 위 기관당직 교대시 전 당직자로부터 기관실 빌지(누수된 해수)의 양이 평소보다 많으므로 수시로 빌지를 배출하여야 한다는 주의를 받았고, 이에 기관장이 기관실을 돌아보던 중 선미측 빌지웰쪽에 빌지가 많아 같은 날 05:45경 포터블빌지펌프를 작동해 놓고 스턴튜브, 냉동기콘덴서펌프, 주기 냉각수펌프 등의 누수 부위를 확인하였으나 크게 걱정할 정도의 누수 부위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5) 기관장은 같은 날 06:00경 연료유 탱크에 연료유를 이송한 후 주기 및 보기 작동 부위에 윤활유 등을 주입하고 기관실 위층에 있는 냉동기실로 가 냉동기에 윤활유를 보충하고 팽창변을 조정하던 중 같은 날 06:30경 주기의 심한 진동을 느꼈다.

(6) 기관장이 그 즉시 기관실로 뛰어 내려가 보니 주기의 선미측 플라이휠과 클러치에 물이 심하게 차 함께 돌고 있었고, 이에 기관장은 운전중인 펌프 입구에 파공이 생긴 것으로 판단하고 우선 누전의 위험을 느껴 선장에게 보고할 여유도 없이 같은 날 16:35경 주기를 정지하였다.

(7) 이때 이 사건 선박의 위치는 위 사고지점인 북위 26°13', 동경 120°39'(26°-13'N, 120°-39'E)이었고, 기관장은 주기 정지 후 해수의 누수부위를 확인하기 위하여 이곳 저곳을 찾아보았으나 육안으로 누수 부위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던 중 갑작스런 기관의 정지사실을 감지한 선장이 기관실로 뛰어 내려왔고, 취침 중이던 기관사도 기관실로 내려와 함께 누수부위를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확인하지 못하고 타기실쪽에 있는 잠수 펌프를 가져와 해수를 배출시켰다.

(8) 같은 날 06:40경부터 06:50경까지 주기 냉각수펌프, 냉동기 콘덴샤펌프의 킹스톤밸브를 잠그고 지.에스(G.S)펌프 비상라인을 사용하여 해수를 선외로 배출하였으나 기관실은 계속 침수되어 플라이휠의 3/4 정도까지 수위가 증가하였다.

(9) 같은 날 17:30경 침수량이 점차 증가하는 것을 보고 선장은 전 선원들과 함께 비상탈출을 준비하는 한편 다시 기관실쪽으로 가보니 선미부분이 이미 많이 침수되어 있었고, 이에 선장은 침몰의 위험을 느끼고 통신장에게 조난신호를 타전하라고 지시하였다.

(10) 같은 날 08:00경 기관장과 기관사는 계속하여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해수를 배출시켰으나 침수량은 점점 증가하여 배전반쪽도 침수되었고, 이에 감전의 위험을 느낀 기관장이 발전기를 정지시켰다.

(11) 같은 날 08:30경 동원이 가능한 모든 펌프를 작동하여 배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침수량이 점점 증가하고, 이 사건 선박에 위와 같이 많은 화물을 적재하였으며, 기관실 선미쪽이 계속하여 침수되므로 선장은 더 이상 어떠한 비상조치도 취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선원들에게 퇴선명령을 내렸고, 갑판원, 기관사, 기관장 그리고 선장의 순으로 퇴선하여 구명뗏목에 옮겨 탔다.

(12) 선원들이 이 사건 선박에서 이탈할 당시 기상 상태는 다소 나아져 파고가 2 내지 3m 정도였고, 풍속은 10 내지 13㎧ 정도이었다.

(13) 구명뗏목이 이 사건 선박으로부터 약 500m 이탈하여 표류하던 중 높은 파도로 인하여 구명뗏목에서는 육안으로 구조선이 보였으나 상대 선박에서는 구명뗏목을 찾을 수 없으니 신호탄을 발사해달라고 하므로 선원들이 신호탄 3발을 발사한 후 구명뗏목을 확인한 구조선이 접근하여 여러 차례의 시도와 어려운 작업 끝에 조난선에 있는 모든 선원들을 무사히 구조하였다.

(14) 같은 날 09:00경 이 사건 선박의 선미 부분이 이미 물에 잠길 정도로 침몰되어 있었고, 구조선은 이 사건 선박의 침몰상태를 주시하면서 현장을 이탈하지 않고 계속 머무르다가 같은 날 13:00경 이 사건 선박이 완전히 침몰한 것을 확인한 후 현장을 출발하였다.

(15) 이 사건 선박은 같은 해 7. 18. 06:00경 부산 감천항에서 선원 7명이 오징어 110t을 적재하고 출항하여 같은 달 21. 17:00경 위 샤멘항에 도착하여 하역을 한 후 빈 배로 같은 달 26. 13:00경 그 곳을 출항하여 같은 달 30. 17:00경 부산 남항에 도착한 적이 있다.

나. 살피건대, 이 사건 선박보험계약의 준거법은 영국법과 관습이고, 위 보험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Institute Time Clauses Hulles) 제6조 제1항에서 말하는 해상 고유의 위험(perils of the seas)이라 함은 해상에서 보험의 목적에 발생하는 모든 사고 또는 재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상에서만(of the seas) 발생하는 우연한 사고 또는 재난만을 의미하고, 우연성이 없는 사고, 예컨대 통상적인 바람이나 파도에 의한 손상, 자연적인 소모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이러한 해상 고유의 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인 원고가 부담하나 그 입증의 정도는 피보험자가 주장하는 사실이나 가설이 보다 개연성이 우월하기만 하면(preponderance of probabilities) 증명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데, 위 인정 사실과 같이 이 사건 선박은 이 사건 사고 발생 불과 2개월 전에 적법한 중간검사를 마쳤고, 1개월 전에 위와 같은 항로로 화물을 적재하고 무사히 항해한 적이 있으며, 이 사건 사고 직전에도 부산항에서 위 샤멘항까지 화물을 적재한 상태에서 무사히 항해한 점, 이 사건 선박이 위 샤멘항을 출항할 당시에는 기상이 비교적 양호하였으나 같은 날 18:00경부터 기상이 점차 악화되어 같은 날 21:00경부터 위와 같은 강풍이 불고 높은 파도가 치는 상태에서 평소보다 감속 항해를 계속하던 중 이 사건 선박의 선미측 선저에 위치한 기관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누수가 발생하여 그 양이 점차 증가하더니 다음 날 06:35경 주기의 선미측 플라이휠과 클러치 부위에 물이 심하게 차 누전의 위험을 느껴 주기를 정지한 점, 주기 정지 후 해수의 누수 부위를 확인하기 위하여 이곳 저곳을 찾아보았으나 육안으로 누수 부위를 확인하지 못하였고, 그 때부터 선장을 포함한 선원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해수를 배출시켰으나 미치지 못하고 결국 위와 같이 침몰함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점 등을 종합하면, 비록 이 사건 선박의 침몰 원인에 대한 직접적인 증명은 없으나 바람과 파도의 작용에 의한 통상적인 자연소모(ordinary wear and tear)로 인하여 이 사건 선박의 노후된 선저외판에 파공이 발생하여 해수가 유입됨으로써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피고의 주장보다는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가 치는 악천후에서 장시간 항해를 계속하다가 격심한 피칭(pitching)과 롤링(rolling), 그리고 슬래밍(slamming)과 프로펠러의 공회전 현상으로 과도한 응력을 받아 선체외판이 파손되어 기관실 선미부 부분에 파손이 발생하여 초기에는 미량의 침수가 있었으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계속적인 응력과 수압의 증가로 가공경화현상을 초래하여 파공의 확대로 침수량이 갑자기 증가함으로써 결국 침몰하게 되었다는 원고가 주장하는 사고원인의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더 우월하다고 보여지므로 이 사건 사고는 위 보험계약에서 보상하기로 한 해상고유의 위험(peri1s of the seas)으로 인한 사고로 판단된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위 보험계약에 따라 금 37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1997. 8. 21.부터 완제일까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이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한다.

판사 김용출(재판장) 박남천 김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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