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8다275727 판결
[약정금][미간행]
판시사항

[1]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처분문서의 증명력

[2] 갑이 을 주식회사와 유람선 및 도선의 운항권을 위임받는 내용의 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을 회사에 선박 4척의 운항보증금과 1년분 잔교 사용료 및 입도료를 각 지급한 후 병 등과 함께 유람선 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정 주식회사를 설립하였고, 그 후 병이 대표이사로 있던 무 주식회사가 정 회사를 흡수합병하여 유람선 2척을 운항하였으며, 한편 갑이 을 회사를 상대로 입도료 등의 징수가 위법함을 이유로 한 소를 제기하여 항소심 계속 중 갑과 병이 정 회사, 무 회사가 소유한 유람선 2척의 선박운항보증금과 관련하여 ‘갑은 을 회사가 유람선의 선박운항보증금을 요구해 올 경우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 위 항소심 판결에 따라 운항보증금 징수가 적법하다고 판결될 때 병에게 선박운항보증금을 지급하며, 병은 이를 을 회사에 지급한다’는 약정을 하였는데, 이후 병이 약정상의 조건이 모두 성취되었음을 이유로 갑을 상대로 약정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위 약정에 을 회사가 선박운항보증금을 요구하는 것 및 위 항소심에서 선박운항보증금 징수가 적법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갑이 선박운항보증금 상당액을 병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 갑으로부터 선박운항보증금 상당액을 지급받아야 할 주체가 병이라고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으므로, 조건 성취 시 갑은 선박운항보증금 상당액을 병에게 지급하여야 하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국제 담당변호사 홍광식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2011. 5. 19. 장사도해상공원 주식회사(이하 ‘장사도해상공원’이라 한다)와 거제시 지역과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에 있는 장사도 사이를 운항하는 유람선 및 도선의 운항권을 위임받는 내용의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장사도해상공원에 선박 4척의 운항보증금 명목으로 4억 원, 1년분 잔교 사용료 및 입도료 명목으로 2억 원을 각 지급하였다.

(2) 피고는 2011. 6. 13. 원고, 소외 1과 함께 위 유람선 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장사도해운 주식회사(이하 ‘장사도해운’이라 한다)를 설립하였고, 이후 2013. 5. 27.까지 장사도해운의 대표이사로 있었다.

(3) 장사도가배유람선 주식회사(이하 ‘가배유람선’이라 한다)는 2012. 8. 27. 장사도해운에서 가배마을 주민들의 지분을 분리하여 설립되었고, 2015. 12. 22. 장사도해운을 흡수합병하여 유람선 2척(○○○호, △△△△호)을 운항하고 있는데, 원고는 2015. 12. 18.부터 2017. 2. 20.까지 가배유람선의 대표이사로 있었다.

(4) 피고는 2014. 4. 4. 장사도해상공원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는데(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14가합1009 ), 피고는 그 항소심[ 부산고등법원 (창원)2015나451 ]에서 ‘장사도해상공원이 입도료 등을 징수하는 것은 위법하고 위 위임계약은 무효이거나 취소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운항보증금 4억 원 및 입도료 등 2억 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것을 청구하였다.

(5) 피고, 장사도해운, 가배유람선은 위 항소심이 계속 중이던 2015. 5. 8. ‘장사도해운과 피고 사이의 다른 소송[ 부산고등법원 (창원)2015나20516 ] 등 관계자들 사이의 민형사상 분쟁을 종결하고, 향후 민형사상 일체의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며, 쌍방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 위약금 10억 원을 지급한다’는 취지의 합의(이하 ‘선행 합의’라 한다)를 하였다.

(6) 원고와 피고는 같은 날 장사도해운, 가배유람선이 소유한 유람선 2척(○○○호, △△△△호)의 선박운항보증금과 관련하여 ‘피고는 장사도해상공원이 거제에서 장사도로 운항하는 유람선의 선박운항보증금을 요구해 올 경우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2015나451호 ) 판결에 따라 운항보증금 징수가 적법하다고 판결될 때 기선 ○○○호와 △△△△호의 선박운항보증금 2억 원 이하에서 온누리토지건설(주) 통장에서 원고에게 지급하며, 원고는 장사도해상공원에 지급한다. 위 약정은 상기 2015나451호 판결 이후 효력을 발생한다. 위 약정서는 피고 및 장사도해운 대표이사 소외 2 외 43명, 원고 외 6명 간의 2015. 5. 8.자로 작성된 합의서에 관계없이 원고, 피고 쌍방 간에 약정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이 사건 약정을 하였다.

(7) 위 항소심은 2015. 10. 8. ‘입도료 등의 징수가 위법하고 위 위임계약이 무효이거나 취소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후, 장사도해상공원의 해지 의사표시에 따라 위 위임계약이 해지되었다고 보아, 피고가 지급한 운항보증금 4억 원에서 피고가 미지급한 입도료 등 2억 원을 공제한 나머지 2억 원의 반환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8) 장사도해상공원은 2016. 1. 22. 가배유람선에 “선박보증금 1척당 1억 원과 선박 입도 및 특별사용 발전기금 1척당 2천만 원으로 정하도록 한다.”라는 협의내용에 대한 통보를 하였다.

2. 원고는, 장사도해상공원이 가배유람선에 선박운항보증금을 요구하였고 위 항소심에서 입도료 등 징수가 적법하다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어 이 사건 약정상의 조건이 모두 성취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약정상의 약정금 2억 원을 지급할 것을 청구하였다.

3. 원심은, 원고의 청구가 이 사건 약정상의 채권이 원고에게 귀속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판단한 후,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는 가배유람선을 위하여 이 사건 약정상의 채권을 추심, 전달하는 지위에 있을 뿐 원고 자신이 위 채권의 채권자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1) 장사도해상공원이 선박운항보증금을 요구하는 상대방 및 그 선박운항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주체는 유람선 ○○○호, △△△△호의 소유자인 가배유람선이므로, 이 사건 약정은 장사도해상공원이 가배유람선에 선박운항보증금을 요구할 경우, 원고가 가배유람선을 위하여 피고로부터 선박운항보증금 상당액을 지급받아 이를 장사도해상공원에 전달한다는 내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

(2) 이 사건 약정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를 살펴보면, 가배유람선은 이미 피고와 선행 합의를 하여 그 합의에 반하는 내용의 약정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위 회사의 주주이자 사내이사인 원고 개인 명의로 약정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3) 피고는 위 항소심에서 선박운항보증금 징수가 위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위임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에 따라,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장사도해상공원의 계약 해지에 따라 결국 선박운항보증금을 반환받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은, 피고가 장사도해상공원에 납부한 선박운항보증금 4억 원을 돌려받는다면, 그 선박운항보증금 징수가 적법하다는 판결이 선고되어 가배유람선이 선박운항보증금을 장사도해상공원에 납부해야 하는 경우에 한하여, 피고가 반환받은 보증금 중 가배유람선 소유 유람선 2척에 관한 돈인 2억 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4) 원고도 이 사건 약정상의 채권이 가배유람선에 귀속되어야 하고, 원고에게 귀속될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였다.

4.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으면 처분문서에 기재된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7다235647 판결 참조).

(2) 이 사건 약정에는, 장사도해상공원이 선박운항보증금을 요구하는 것 및 위 항소심에서 선박운항보증금 징수가 적법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피고가 선박운항보증금 상당액을 원고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와 같이 피고로부터 선박운항보증금 상당액을 지급받아야 할 주체가 원고라고 명확히 기재되어 있으므로,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위 조건 성취 시 피고는 선박운항보증금 상당액을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3)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심이 그 판단의 근거로 든 사정은 이 사건 약정의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있다고 볼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원심판단과 같이 장사도해상공원이 가배유람선에 선박운항보증금을 요구할 경우 원고가 가배유람선을 위하여 피고로부터 선박운항보증금 상당액을 지급받아 이를 장사도해상공원에 전달한다는 것이 이 사건 약정의 내용이고, 가배유람선이 선행 합의로 인하여 선박운항보증금 상당액을 피고에게 청구할 수 없어 대신 원고가 이 사건 약정의 주체가 된 것이라면, 이 사건 약정은 그 경제적 이익이 실질적으로 원고에게 귀속되지 않음을 전제로 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원고에게 선박운항보증금 상당액을 지급할 것을 내용으로 하여 체결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즉, 이 사건 약정의 경제적 이익이 가배유람선에 귀속되고 원고는 선박운항보증금 상당액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과 원고가 이 사건 약정상의 채권자라는 점이 양립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원고가 위 전달 역할을 하도록 이 사건 약정으로 원고가 피고로부터 선박운항보증금 상당액을 지급받기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원심이 든 사정을 모두 고려하여 보더라도, 이 사건 약정을 그 문언과 달리 해석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

(4)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약정의 경제적 이익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와 관계없이 피고로부터 선박운항보증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주체는 원고임을 전제로 하여, 그 조건이 성취되었는지, 즉 장사도해상공원이 선박운항보증금을 요구하였는지 및 위 항소심에서 선박운항보증금 징수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는지 등을 추가로 심리한 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일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약정을 그 문언과 달리 해석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데에는 처분문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희대(주심) 김재형 이동원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