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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2. 9. 선고 95다47756 판결
[보증채무금][공1996.4.1.(7),922]
판시사항

해제조건부 계약인지 여부에 관한 채증법칙 위반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회사 채권자가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투자 약정을 한 후 자신의 그 회사에 대한 대여금채권에 대해 연대보증을 해주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겠다고 하여 그 회사의 대표이사가 연대보증을 한 경우, 그 연대보증계약은 회사 채권자가 약정 투자금을 투자하지 않을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계약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 위반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종백)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제1점에 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원고는 소외 1을 통하여 1993. 5.경부터 같은 해 6. 28.경까지 사이에 여러 차례에 걸쳐 소외 주식회사 버사틸 인터내셔널(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에게 이자 1일 1푼, 변제기 5일 또는 10일 후로 정하여 합계 금 140,000,000여원 상당을 대여하고, 소외 회사로부터 위 각 차용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소외 회사 발행의 액면 금 77,619,000원, 금 50,000,000원, 금 5,000,000원의 당좌수표 각 1매를 교부받았으나, 위 당좌수표 3매가 소외 회사의 부도로 인하여 1993. 6. 28. 모두 지급거절된 사실, 원고와 소외 회사는 1993. 8. 4.에 이르러 위 각 차용금 채무의 1996. 6. 19.까지의 원리금을 금 150,000,000원으로 확정하고 소외 회사가 이를 1996. 6. 19.까지 원고에게 변제하기로 약정하였으며, 위 같은 날 당시 자신의 사촌동서인 소외 2와 함께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이던 피고는 원고와 사이에 소외 회사의 원고에 대한 위 금150,000,000원의 채무를 소외 회사와 연대하여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다만 차용금의 연대보증일은 1993. 6. 20.로 소급 기재하였다. 이하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이라 한다.)을 인정하여,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외 회사의 연대보증인으로서 1996. 6. 19. 원고에게 위 금 150,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은 해제조건부 계약으로서 그 조건이 성취되어 그 효력을 잃었다는 피고의 주장, 즉 소외 회사가 1993. 6. 28. 부도 발생과 동시에 도산의 위기에 처하자 소외 회사가 도산하는 경우 다액의 대여금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형편에 있던 원고와 피고 등 소외 회사의 채권자와 투자자들은 추가운전자금을 조성하여 소외 회사를 다시 소생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고, 이에 원고와 피고 및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인 위 소외 2, 이사인 소외 3, 소외 4, 새로이 소외 회사의 경영을 맡기로 한 소외 5, 소외 6 등은 1993. 7. 21. 소외 회사 경영정상화협의회를 구성하여 금 630,000,000원 상당의 현금과 금 500,000,000원 상당의 약속어음을 조성하기로 협의하고 원고가 그 중 금 200,000,000원을 같은 해 8. 25. 소외 회사에 투자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원고가 위 경영정상화협의회의 투자 약정 이후에 피고에게 소외 회사의 원고에 대한 위 금 150,000,000의 차용금 채무에 관하여 연대보증을 하지 아니하면 위 금 200,000,000원을 투자하지 아니하겠다고 하여, 피고가 위 투자금 확보를 위하여 위 금 150,000,000원의 차용금 채무에 관하여 연대보증을 하였고, 다만 원고의 위 투자금 200,000,000원이 소외 회사에 입금되는 경우에 한하여 위 연대보증이 유효하며 입금이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무효로 하기로 약정하였는데, 원고는 위 투자금 200,000,000원을 위 약정기일은 물론 현재까지도 소외 회사에 입금하지 아니하였고, 이에 위 소외 회사의 경영정상화협의회의 투자 약정도 확정적으로 무산되었는바, 따라서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은 원고가 소외 회사에 위 투자금 200,000,000원을 입금하지 아니하는 경우 그 효력을 상실하는 해제조건부 법률행위라 할 것이고, 원고가 위 금 200,000,000원을 투자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조건이 성취됨에 따라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은 그 효력을 잃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부당하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원고, 피고 및 소외 3, 소외 2, 소외 5, 소외 6 등 6인이 피고 주장과 같이 1993. 7. 21. 소외 회사를 소생시키기 위한 경영정상화협의회를 구성하여 원고가 같은 해 8. 25. 그 중 금 200,000,000원을 소외 회사에 투자하기로 약정한 사실은 다툼이 없고, 거시 증거에 의하면, 원고가 위 투자금 200,000,000원을 입금하지 아니함은 물론 피고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도 그들이 투자하기로 한 각 금원을 소외 회사에 입금하지 아니하였고, 이로 인하여 소외 회사 경영정상화 계획이 무산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이 원고가 위 투자금 200,000,000원을 소외 회사에 입금한 경우에 한하여 유효하고 이를 입금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효력을 잃는 해제조건부 법률행위라는 점에 관하여는 을 제1, 5, 8호증의 각 일부 기재와 제1심 증인 소외 3, 원심 증인 소외 5의 각 일부 증언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위 주장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2.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은 원심 판시 1993. 7. 21.자 경영정상화협의서 내용에 따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위 소외 5가 소외 회사를 경영하지도 못하는 것, 결국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원고가 위 경영정상화협의에서 약정한 금 200,000,000원을 투자하지 않을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계약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가. 갑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뿐만 아니라 위 소외 5도 소외 회사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금 150,000,000원의 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한편 을 제1, 2, 7호증의 각 기재에 원심 증인 소외 5의 증언을 모아보면, 원심 판시 경영정상화협의회는 원심 판시와 같이 소외 회사를 소생시키기 위하여 소외 회사의 채권자인 원고, 소외 회사의 공동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피고,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인 위 소외 2, 소외 회사의 이사인 위 소외 3, 소외 회사의 부장인 위 소외 6, 소외 회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으나 앞으로 소외 회사의 경영을 담당할 위 소외 5 등 6인이 모여 구성한 것으로, 위 6인은 1993. 7. 21. 소외 회사의 운전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현금 630,000,000원 상당과 금500,000,000원 상당의 어음을 조성하되, 이후의 소외 회사의 경영은 위 소외 5가 맡아서 하기로 약정한 사실, 위 현금 630,000,000원은 피고가 금 300,000,000원, 원고가 금 200,000,000원, 위 소외 3 및 소외 2가 각 금 50,000,000원, 위 소외 6이 금 30,000,000원을 소외 회사에 입금하여 조성하고, 위 금 500,000,000원의 어음은 위 소외 5가 책임지고 조성하기로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소외 5는 소외 회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던 사람으로서, 위 경영정상화협의에서 약정한 현금 및 어음이 조성되지 않아 자신이 소외 회사를 경영하여 보지도 못한다면, 이미 부도가 발생하여 도산의 위기에 처한 소외 회사의 기존의 채무에 대하여 연대보증을 하여 줄 아무런 이유가 없는 사람이므로,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은 위 경영정상화협의에서 약정한 투자가 이루어져 위 소외 5가 소외 회사를 경영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계약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 뿐만 아니라, 원고와 소외 회사는 이 사건 금 150,000,000원 채무의 변제기를 3년 후인 1996. 6. 19.로 정하였는바, 위 변제기 또한 소외 회사에 대하여 위 경영정상화협의에 따른 투자가 이루어져 위 소외 5가 소외 회사를 경영하는 경우 3년 후에는 소외 회사가 정상화되어 원고에 대한 위 채무도 변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 아래 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원고의 소외 회사에 대한 당초의 채권은 원심 판시와 같이 합계 금140,000,000여 원이고, 원고가 소외 회사로부터 교부받은 원심 판시 당좌수표 3매의 액면금도 합계 금 132,619,000원이므로, 원고가 위 새로 약정한 변제기인 1996. 6. 19.에 금150,000,000원을 지급받기로 하였다면 이는 법정이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자만을 지급받는 셈이 되는데, 위 변제기의 약정이 소외 회사의 정상화와 관계없는 것이라면, 채권자인 원고가 이미 변제기를 도과한 채권에 대하여 법정이율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이자만을 추가 지급받기로 하면서 그 변제기를 3년이나 연장하여 줄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인데,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다. 또한, 갑 제1호증, 을 제5호증의 기재에 위 소외 5의 증언을 모아보면,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인 위 소외 2와, 피고와 함께 연대보증인이 된 위 소외 5, 소외 3이 갑 제1호증을 작성한 1993. 8. 4.에 피고에게, "피고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위 채무를 1996. 6. 19. 이전에 필히 변제한다."는 취지의 각서(을 제5호증)를 작성하여 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각서는 소외 회사에 대하여 위 경영정상화협의에서 정한 투자가 이루어지면 소외 회사가 소생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소외 회사에서 위 채무를 변제할 것이므로 피고가 보증채무를 이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만약 위 추가 투자에도 불구하고 소외 회사가 소생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위 소외 5 등이 피고에 대하여 책임을 질 것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하더라도 피고가 피해를 입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취지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위 소외 5 등이 위 각서를 피고에게 작성하여 준 것도 소외 회사에 대하여 위 경영정상화협의에서 정한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을 제1, 2, 5, 7호증의 각 기재에 원심 증인 소외 5의 증언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연대보증계약은 소외 회사에 대하여 위 경영정상화협의에서 약정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위 소외 5가 소외 회사를 경영하여 보지도 못하는 것, 결국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원고가 위 경영정상화협의에서 약정한 금 200,000,000원을 소외 회사에 투자하지 않을 것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계약이라고 인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 증거만으로는 위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위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필경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할 것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박만호 박준서(주심) 김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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