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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방법원 2019.10.17. 선고 2019가단29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9가단29 손해배상(기)

원고

A

피고

대한민국

변론종결

2019. 8. 22.

판결선고

2019. 10. 17.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5,0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망 B은 1941.경 일제에 의하여 일본 니가타현 지역에 노무자로 강제동원되었다.가 근무 중 허리 및 엉치뼈에 부상장해를 입었고, 1966. 8. 7.경 망인의 사망으로 원고가 호주상속받았으며, 당시 처 C(1984, 5. 12. 사망), 자녀 원고, D, E이 생존하였다.

나. 일본국은 2015. 9. 8. 미합중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전후 배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일평화조약을 체결하면서, 대한민국을 포함한 위 조약 제2조에 규정된 지역의 통치 당국 및 그 국민의 일본국 및 일본국 국민들에 대한 청구권 등의 처리는 일본국과 위 지역의 통치 당국 간의 특별 협정이 규정하는 바에 따르기로 정하였다(조약 제4조 (a)}.

다. 이후 피고는 1965, 6. 22. 일본국과 사이에 '국교정상화를 위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과 그 부속협정의 하나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1965, 12. 18. 조약 제172호로 발효된 것을 말한다, 이하 '청구권협정'이라 한다)이 체결되었다.

라. 청구권협정은 제1조에서 '일본국이 피고에게 10년 간에 걸쳐 3억 달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2억 달러의 차관을 행하기로 한다'고 정함과 아울러 제2조에서 다음과 같이 정하였다.

제2조

1. 양 체약국은 양 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국

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1951년 9월 8일에 샌프란시스코시에서 서명된 일본국과의 평화

조약 제4조 (a)에 규정된 것을 포함하여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

인한다.

2. 본조의 규정은 다음의 것(본 협정의 서명일까지 각기 체약국이 취한 특별조치의 대상이 된 것을

제외한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a) 일방체약국의 국민으로서 1947년 8월 15일부터 본 협정의 서명일까지 사이에 타방체약국에

거주한 일이 있는 사람의 재산, 권리 및 이익

(b) 일방체약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으로서 1945년 8월 15일 이후에 있어서의 통

상의 접촉의 과정에 있어 취득되었고 또는 타방체약국의 관할하에 들어오게 된 것

3. 2.의 규정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일방체약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으로서 본

협정의 서명일에 타방체약국의 관할하에 있는 것에 대한 조치와 일방체약국 및 그 국민의 타방체

약국 및 그 국민에 대한 모든 청구권으로서 동일자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기인하는 것에 대하여

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

6) 청구권협정에 대한 합의의사록(I)은 위 제2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a) “재산, 권리 및 이익"이라 함은 법률상의 근거에 의거하여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는 모든 종류의

실체적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양해되었다.

(e) 동조 3.에 의하여 취하여질 조치는 동조 1.에서 말하는 양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

과 양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취하여질 각국의 국내조치를

말하는 것으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g) 동조 1에서 말하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되는 양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권

리 및 이익과 양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에는 한일회담에서 한국측으로부터 제출

된 “한국의 대일청구요강 (소위 8개 항목)의 범위에 속하는 모든 청구가 포함되어 있고, 따라서

동 대일청구요강에 관하여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게 됨을 확인하였다.

라. 청구권협정 체결 이후 피고는 구 청구권자금의 운용및관리에관한법률(1966. 2. 19. 법률 제1741호로 제정되어 1982. 12. 31. 법률 제3613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구 대일민간청구권신고에관한법률(1971, 1. 19. 법률 제2287호로 제정되어 1982. 12. 31. 법률 제3614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및 구 대일민간청구권보상에관한법률(1974. 12. 21. 법률 제2685호로 제정되어 1982. 12. 31. 법률 제3615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구 태평양 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2007. 12. 10. 법률 제8669호로 제정되어 2010. 3. 22. 법률 제10143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을 각 제정하여 보상금을 지급하였다.

마. 피고는 2010, 3. 22. 법률 제10143호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의 진상 규명 및 그 희생자와 그 유족 등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위로금 등 지원을 통해 이들의 고통을 치유하고 국민화합에 기여하기 위하여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및국외강제동원희생자등지원위원회(이하 '이 사건 위원회'라고 한다)를 구성하였다. 이 사건 위원회는 2011. 6. 2. 망인을 국외강제동원희생자로 결정하고, 망인의 유족인 원고에게 그 부상장해 위로금 700만 원 중 2,333,333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다툼이 없는 사실, 갑 1 내지 4, 7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경우 이를 포함, 이하 같다), 을 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한일청구권 협정 체결로 인하여 국가가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 행사를 막은 것은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국가가 한일 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일본으로부터 보상받은 돈은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피해자의 유족인 원고에게 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피고는 강제징용 유족들에게 1인당 1억 원을 지급하여야 하나, 원고가 망인의 병 원진료비를 지급하였으므로 피고는 그중 우선 5,000만 원이라도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3. 판단

가. 청구권협정 체결행위의 불법행위 주장에 관한 판단

1) 법리

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위법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하여는, 공무원의 직무상의 의무 위반이 직무에 충실한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할 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5다48994 판결 참조), 특히 재량행위의 경우에는 그 직무행위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결하고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9. 6. 25. 선고 2008다24050 판결 참조).

나) 일제강점기에 국민징용령에 의하여 강제징용되어 일본국 회사인 F 주식회사(이하 '구 F'라고 한다)에서 강제노동에 종사한 대한민국 국민이 구 F가 해산된 후 새로이 설립된 G 주식회사(이하 'G'라고 한다)를 상대로 일본국에서 국제법 위반 및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과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한 소송의 패소확정판결(이하 '일본판결'이라고 한다) 이유에는 일본의 한반도와 한국인에 대한 식민지배가 합법적이라는 규범적 인식을 전제로 하여 일제의 국가총동원법과 국민징용령을 적용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평가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대한민국 헌법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일제 강점기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규범적인 관점에서 불법적인 강점(강점)에 지나지 않고, 일본의 불법적인 지배로 인한 법률관계 중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은 그 효력이 배제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일본판결 이유는 일제강점기의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어서 이러한 판결 이유가 담긴 일본판결을 그대로 승인하는 결과는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것임이 분명하므로 우리나라에서 일본판결을 승인하여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22549 판결 등 참조).

다) 조약은 전문 부속서를 포함하는 조약문의 문맥 및 조약의 대상과 목적에 비추어 조약의 문언에 부여되는 통상적인 의미에 따라 성실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여기서 문맥은 조약문(전문 및 부속서를 포함한다) 외에 조약의 체결과 관련하여 당사국 사이에 이루어진 조약에 관한 합의 등을 포함하며, 조약 문언의 의미가 모호하거나 애매한 경우 등에는 조약의 교섭 기록 및 체결 시의 사정 등을 보충적으로 고려하여 의미를 밝혀야 한다.

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되어 기간 군수사업체인 H 주식회사에서 강제노동에 종사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이하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이라 한다)인 점, 청구권협정의 체결 경과와 전후 사정들에 의하면,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 에 근거하여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하여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이는 점, 청구권협정 제1조에 따라 일본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에 지급한 경제협력자금이 제2조에 의한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인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도 분명하지 아니한 점, 청구권협정의 협상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하였고, 이에 따라 한일 양국의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I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3다6138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2) 판단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청구권 협정에는 개인청구권의 소멸에 관하여 한일 양국 정부의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만큼 충분한 근거가 없는 점, 일본국이 청구권협정 직후 일본국 내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일본국 및 그 국민에 대한 권리를 소멸시키는 내용의 재산권조치법을 제정 · 시행한 조치는 청구권협정만으로 대한민국 국민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음을 전제로 할 때 비로소 이해될 수 있는 점, 청구권협정에 따라 일본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에 지급한 경제협력자금이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인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도 분명하지 아니한 점, 결국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일본국과 청구권협정을 체결한 것만으로 원고의 일본기업에 대한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의 청구권협정 체결행위가 직무에 충실한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할 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결하고 재량권을 일탈한 행위로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와 반대사실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청구권자금 부당이득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가 청구권협정에 기하여 일본국으로부터 지급받은 청구권자금을 경제발전 사업 등에 사용하였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러나 구 청구권자금의운용및관리에관한법률은 청구권자금을 무상자금, 차관자금 및 원화자금으로 구분하여, 위 법 제4조에서 '무상자금[청구권협정 제1조1(a)에 의하여 도입되는 자금 3억 달러 말한다]은 농업·임업 및 수산업의 진흥·원자재 및 용역의 도입 기타 이에 준하는 것으로서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사업을 위하여 사용하고, 차관자금협정 제1조1(b)에 의하여 도입되는 자금 2억 달러를 말한다]은 중소기업 · 광업과 기간산업 및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사업을 위하여 사용하며, 원화자금(무상자금과 차관자금의 사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자금을 말한다)은 위 각 사업의 지원 또는 청구권자금관리위원회가 정하는 바에 따라 사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피고가 청구권자금을 경제발전 사업 등에 사용한 것은 그 형식이 법률인 구 청구권자금의 운용및 관리에관한법률에 근거한 것인 이상 그 자체로 법률상 이유 없이 이득을 얻은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이를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도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판사강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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