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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21.6.7. 선고 2015가합13718 판결
손해배상(기)등
사건

2015가합13718 손해배상(기) 등

원고

별지 원고들 목록 기재와 같다.

피고

1. A 주식회사

2. B 주식회사(B 주식회사)

3. C 주식회사

4. D 주식회사

5. E 주식회사

6. F 주식회사

7. G 주식회사

8. H 주식회사

9. I 주식회사

10. J 주식회사

11. K

12. L 주식회사

13. M 주식회사

14. N 주식회사

15. 주식회사 O(주식회사 O)

16. P 주식회사(P 주식회사)

변론종결

2021. 5. 28.

판결선고

2021. 6. 7.

주문

1.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별지 청구취지 표 '피고'란 기재 각 피고는 같은 순번 해당 '원고'란 기재 각 원고에게 각 100,000,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들의 지위

1) 별지 청구취지 표 '피징용자'란에 기재된 사람들은 구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2010. 3. 22. 법률 제10143호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부칙 제6조 제1호에 따라 폐지, 이하 '진상규명법'이라고 줄여 쓴다)에 따라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자로 등록되는 등 만주사변 이후 태평양전쟁에 이르는 시기에 일본제국에 의하여 강제동원되어 탄광이나 군수기지 등에서 강제노역을 한 피해자로 인정된 사람들이다(이하 '이 사건 피해자들'이라고 줄여 쓴다).

2) 이 사건 피해자들 중 일부는 현재 생존 중이고,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에 사망한 나머지 피해자들의 경우에는 위 표 중 '원고'란 기재 각 원고가 위 피해자들의 권리·의무를 상속하였다.

나. 일본의 한반도 침탈과 강제동원 등

1) 일본은 1910. 8. 22. 한일합병조약 이후 조선총독부를 통하여 한반도를 지배하였다. 일본은 1931년 만주사변,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킴으로써 점차 전시체제에 들어가게 되었고, 1941년에는 태평양전쟁까지 일으켰다.

2) 일본은 전쟁을 치르면서 군수물자 생산을 위한 노동력이 부족하게 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1938. 4. 1. '국가총동원법'을 제정·공포하고, 1942년 '조선인 내지이입 알선 요강'을 제정 실시하여 한반도 각 지역에서 관(官) 알선을 통하여 인력을 모집하였으며, 1944. 10.경부터는 '국민징용령'에 의하여 일반 한국인에 대한 징용을 실시하였다.

3) 태평양전쟁은 1945. 8. 6.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다음, 같은 달 15일 일본 국왕이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을 선언함으로써 끝이 났다.

다. 샌프란시스코 조약 체결 등

1) 미국, 영국 등을 포함한 연합국 48개국과 일본은 1951. 9. 8. 전후 배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샌프란시스코에서 평화조약(이하 '샌프란시스코 조약'이라고 줄여 쓴다)을 체결하였고, 위 조약은 1952. 4. 28. 발효되었다.

2)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 (a)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위 조약 제2조에 규정된 지역에 존재하는 일본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그리고 위 지역의 통치 당국 및 그 국민을 상대로 한 청구권과 일본국에 존재하는 위 지역의 통치 당국 및 그 국민 소유의 재산, 그리고 위 지역의 통치 당국 및 그 국민의 일본국 및 일본국의 국민들에 대한 청구권의 처리는 일본국과 위 지역의 통치 당국 간의 특별 협정이 규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였다.

라. 청구권협정 체결 경위와 내용 등

1) 샌프란시스코 조약이 체결된 후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 정부는 1951년 말경부터 국교정상화와 전후 보상문제를 논의하였다. 1952. 2. 15. 제1차 한일회담 본회의가 열려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대한민국은 제1차 한일회담 당시 '한·일 간재산 및 청구권 협정 요강 8개항'(이하 '8개 항목'이라고 줄여 쓴다)을 제시하였다. 8개 항목 중 제5항은 '한국법인 또는 한국자연인의 일본은행권, 피징용 한국인의 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의 변제청구'이다. 그 후 7차례의 본회의와 이를 위한 수십 차례의 예비회담, 정치회담 및 각 분과위원회별 회의 등을 거쳐 1965. 6. 22.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과 그 부속협정인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조약 제172호, 이하 '청구권협정'이라고 줄여 쓴다) 등이 체결되었다.

2) 청구권협정은 전문(前文)에서 "대한민국과 일본국은, 양국 및 양국 국민의 재산과 양국 및 양국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것을 희망하고, 양국 간의 경제협력을 증진할 것을 희망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라고 정하였다. 제1조에서 '일본국이 대한민국에 10년간에 걸쳐 3억 달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2억 달러의 차관을 행하기로 한다'고 정하였고, 이어서 제2조 및 제3조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제2조

1. 양 체약국은 양 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1951년 9월 8일에 샌프란시스코시에서 서명된 일본

국과의 평화조약 제4조 (a)에 규정된 것을 포함하여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

2. 본조의 규정은 다음의 것(본 협정의 서명일까지 각기 체약국이 취한 특별조치의 대상이

된 것을 제외한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a) 일방 체약국의 국민으로서 1947년 8월 15일부터 본 협정의 서명일까지 사이에 타방

체약국에 거주한 일이 있는 사람의 재산, 권리 및 이익

(b) 일방 체약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으로서 1945년 8월 15일 이후에 있어서

의 통상의 접촉의 과정에 있어 취득되었고 또는 타방 체약국의 관할하에 들어오게 된

3. 2.의 규정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일방 체약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으

로서 본 협정의 서명일에 타방 체약국의 관할하에 있는 것에 대한 조치와 일방 체약국

및 그 국민의 타방 체약국 및 그 국민에 대한 모든 청구권으로서 동일자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기인하는 것에 관하여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

제3조

1. 본 협정의 해석 및 실시에 관한 양 체약국 간의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하여 해

결한다.

2. 1의 규정에 의하여 해결할 수 없었던 분쟁은 어느 일방체약국의 정부가 타방체약국의

정부로부터 분쟁의 중재를 요청하는 공한을 접수한 날로부터 30일의 기간 내에 각 체약

국 정부가 임명하는 1인의 중재위원과 이와 같이 선정된 2인의 중재위원이 당해 기간

후의 30일의 기간 내에 합의하는 제3의 중재위원 또는 당해 기간 내에 이들 2인의 중재

위원이 합의하는 제3국의 정부가 지명하는 제3의 중재위원과의 3인의 중재위원으로 구

성되는 중재위원회에 결정을 위하여 회부한다. 단, 제3의 중재위원은 양 체약국 중의 어

느 편의 국민이어서는 아니 된다.

3. 어느 일방체약국의 정부가 당해 기간 내에 중재위원을 임명하지 아니하였을 때, 또는 제

3의 중재위원 또는 제3국에 대하여 당해 기간 내에 합의하지 못하였을 때에는 중재위원

회는 양 체약국 정부가 각각 30일의 기간 내에 선정하는 국가의 정부가 지명하는 각 1

인의 중재위원과 이들 정부가 협의에 의하여 결정하는 제3국의 정부가 지명하는 제3의

중재위원으로 구성한다.

4. 양 체약국 정부는 본조의 규정에 의거한 중재위원회의 결정에 따른다.

3) 청구권협정과 같은 날 체결되어 1965. 12. 18. 발효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에 대한 합의의사록(Ⅰ) [조약 제173호, 이하 '청구권협정에 대한 합의 의사록(I)'이라고 줄여 쓴다]은 청구권협정 제2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정하였다.

(a) '재산, 권리 및 이익'이라 함은 법률상의 근거에 의거하여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는 모든

종류의 실체적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양해되었다.

(e) 동조 3.에 의하여 취하여 조치는 동조 1.에서 말하는 양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취하여질 각

국의 국내조치를 말하는 것으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g) 동조 1.에서 말하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되는 양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에는 한일회담에서 한

국 측으로부터 제출된 '한국의 대일청구요강 (소위 8개 항목)의 범위에 속하는 모든 청

구가 포함되어 있고, 따라서 동 대일청구요강에 관하여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게 됨

을 확인하였다.

마. 청구권협정 체결에 따른 양국의 조치

1) 청구권 협정은 1965. 8. 14. 대한민국 국회에서 비준 동의되고 1965. 11. 12. 일본 중의원 및 1965. 12. 11. 일본 참의원에서 각 비준 동의된 후 그 무렵 양국에서 공포되었고, 양국이 1965. 12. 18. 비준서를 교환함으로써 발효되었다.

2) 대한민국은 청구권협정에 의해 지급되는 자금을 사용하기 위한 기본적 사항을 정하기 위하여 1966. 2. 19. 청구권자금의 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청구권자금법'이라고 줄여 쓴다)을 제정하였고, 이어서 보상대상이 되는 대일 민간청구권의 정확한 증거와 자료를 수집함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하여, 1971. 1. 19. 대일 민간청구권 신고에 관한 법률(이하 '청구권신고법'이라고 줄여 쓴다)을 제정하였다. 그런데 청구권신고법에서 강제동원 관련 피해자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일본국에 의하여 군인·군속 또는 노무자로 소집 또는 징용되어 1945. 8. 15. 이전에 사망한 자'만을 신고대상으로 한정하였다. 이후 대한민국은 청구권신고법에 따라 국민들로부터 대일청구권 신고를 접수받은 후 실제 보상을 집행하기 위하여 1974. 12. 21. 대일 민간청구권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청구권보상법'이라고 줄여 쓴다)을 제정하여 1977. 6. 30.까지 총 83,519건에 대하여 총 91억 8,769만 3,000원의 보상금을 지급하였는데, 그중 피징용사망자에 대한 청구권 보상금으로 총 8,552건에 대하여 1인당 30만 원씩 총 25억 6,560만 원을 지급하였다.

3) 한편 일본은 1965. 12. 18.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일본국과 대한민국 간의 협정 제2조의 실시에 따른 대한민국 등의 재산권에 대한 조치에 관한 법률(이하 '재산권조치법'이라고 줄여 쓴다)을 제정하였다. 그 주된 내용은 대한민국 또는 그 국민의 일본 또는 그 국민에 대한 채권 또는 담보권으로서 청구권협정 제2조의 재산, 이익에 해당하는 것을 청구권협정일인 1965. 6. 22. 소멸하게 한다는 것이다.

바. 대한민국의 추가 조치

1) 대한민국은 2004. 3. 5.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의 진상을 규명하여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진상규명법을 제정하였다. 위 법률과 그 시행령에 따라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가 설치되어 '일제강점하강제동원 피해'에 관한 조사가 전면적으로 이루어졌다.

2) 대한민국은 2005. 1.경 청구권협정과 관련한 일부 문서를 공개하였다. 그 후 구성된 한일회담 문서공개 후속대책 관련 민관공동위원회(이하 '민관공동위원회'라고 줄여 쓴다)에서는 2005. 8. 26.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하여 한일 양국 간 재정적 · 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일본 정부와 군대 등 일본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남아 있으며, 사할린동포 문제와 원폭피해자 문제도 청구권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공식 의견을 표명하였는데, 위 공식의견에는 아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 한일협상 당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의 법적 배상·보상을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고통 받은 역사적 피해사실"에 근거하여 정치적 보상을 요구하였으며, 이러한 요

구가 양국 간 무상자금산정에 반영되었다고 보아야 함

○ 청구권협정을 통하여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3억불은 개인재산권(보험, 예금 등), 조선

총독부의 대일채권 등 한국 정부가 국가로서 갖는 청구권, 강제동원 피해보상 문제 해결

성격의 자금 등이 포괄적으로 감안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임

○ 청구권협정은 청구권 각 항목별 금액결정이 아니라 정치협상을 통해 총액결정방식으로

타결되었기 때문에 각 항목별 수령금액을 추정하기 곤란하지만, 정부는 수령한 무상자금

중 상당 금액을 강제동원 피해자의 구제에 사용하여야 할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됨

○ 그러나 75년 우리 정부의 보상 당시 강제동원 부상자를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도의

적 차원에서 볼 때 피해자 보상이 불충분하였다고 볼 측면이 있음

3) 이에 따라 대한민국은 2006. 3. 9. 청구권보상법에 근거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불충분함을 인정하고 추가보상 방침을 밝힌 후, 2007. 12. 10.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2007년 희생자지원법'이라고 줄여 쓴다)을 제정하였다. 위 법률과 그 시행령은, ① 1938. 4. 1.부터 1945. 8. 15. 사이에 일제에 의하여 군인·군무원·노무자 등으로 국외로 강제동원되어 그 기간 중 또는 국내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강제동원희생자'의 경우 1인당 2,000만 원의 위로금을 유족에게 지급하고, ② 국외로 강제동원되어 부상으로 장해를 입은 '강제동원희생자'의 경우 1인당 2,000만 원 이하의 범위 안에서 장해의 정도를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위로금으로 지급하며, ③ 강제동원희생자 중 생존자 또는 위 기간 중 국외로 강제동원되었다가 국내로 돌아온 사람 중 강제동원희생자에 해당하지 못한 '강제동원 생 환자' 중 생존자가 치료나 보조장구 사용이 필요한 경우에 그 비용의 일부로서 연간 의료지원금 80만 원을 지급하고, ④ 위 기간 중 국외로 강제동원되어 노무제공 등을 한 대가로 일본국 또는 일본 기업 등으로부터 지급받을 수 있었던 급료 등을 지급받지 못한 '미수금피해자' 또는 그 유족에게 미수금피해자가 지급받을 수 있었던 미수금을 당시 일본 통화 1엔에 대하여 대한민국 통화 2,000원으로 환산하여 미수금지원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였다.

4) 2009. 8. 14.경 외교통상부는 서울행정법원의 사실조회에 따른 보도참고자료(Press Release)를 통하여 '강제동원 피해자의 공탁금은 청구권협정 체결을 통하여 일본국으로부터 받은 무상 3억 달러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일본 정부에 대하여 청구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견해를 재확인 표명하였다.

5) 한편 진상규명법2007년 희생자지원법이 폐지되는 대신 2010. 3. 22.부터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2010년 희생자지원법'이라고 줄여 쓴다)은 사할린지역 강제동원 피해자 등을 보상대상에 추가하여 규정하고 있다.

사.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투자의 자유화 증진 및 보호를 위한 협정

한편 대한민국과 일본국 사이의 투자 증진 및 보호 등을 목적으로 2003. 1. 1. 발효된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투자의 자유화 증진 및 보호를 위한 협정(Agreement between the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Government of Japan for the Liberalisation, Promotion and Protection of Investment) 제14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1. 양 체약당사국은, 어느 일방체약당사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이 협정과 관련된 분쟁해결이

나 이 협정의 해석 적용 또는 목적실현과 관련된 사항을 논의하기 위하여 신속히 협의한다.

2. 이 협정의 해석이나 적용에 관한 체약당사국간의 분쟁이 협의를 통하여 만족스럽게 해결되

지 아니한 경우에는, 일방체약당사국의 서면요청에 의하여 국제법의 적용가능한 규정에 따

라 내려지는 구속력 있는 결정을 위하여 중재판정부에 회부된다. 이 조에서 달리 규정된

것을 제외하고, 체약당사국간에 별도의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가) 양 체약당사국에 의하여

수정되거나 (나) 제3항에 따라 임명된 중재인에 의한 수정을 일방체약당사국이 반대하지 아

니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제연합국제무역법위원회의 중재규칙이 준용된다.

3. 제2항에 따른 중재요청의 통지를 받은 날부터 2월 이내에 각 체약당사국은 1인의 중재인을

임명한다. 임명된 2인의 중재인은 제3국의 국적을 가진 제3의 중재인을 의장으로 선임한다.

3인으로 구성되는 중재판정부의 중재인 임명에 적용되는 국제연합국제무역법위원회의 중재

규칙은 동 규칙에서 규정된 선임기관이 본부의 사무총장이 된다는 조건으로 중재판정부의

임명에 관한 그 밖의 사항에 대하여 준용된다.

4. 양 체약당사국에 의하여 달리 합의되지 아니하는 한, 제3의 중재인의 선임일부터 6월 이내

에 모든 자료가 제출될 뿐만 아니라 모든 심리도 종료된다. 중재판정부는 최종 자료제출일

이나 심리의 종료일중 보다 늦은 날부터 2월 이내에 결정하여야 한다. 동 결정은 최종적이

며 구속적이다.

아. 청구권협정 제3조와 관련된 헌법재판소 결정

1) 위안부 피해자들과 원폭피해자들은, 이들의 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소멸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한·일 양국 간 해석상 분쟁이 존재하므로 대한민국 외교통상부장관은 청구권협정 제3조가 정한 절차에 따라 해석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외교적 보호조치나 중재회부 등의 구체적인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음을 이유로, 이러한 부작위가 헌법소원심판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각 청구하였다.

2) 헌법재판소는 2011. 8. 30. 선고 2006헌마788 결정 및 같은 날 선고 2008헌마648 결정에서, "위안부 피해자들 또는 원폭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소멸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한·일 양국 간 해석상의 분쟁이 발생한 이상, 외교통상부 장관으로서는 청구권협정 제3조에 의한 분쟁해결절차에 따라 외교적 경로를 통하여 해결하여야 하고, 그러한 해결의 노력이 소진된 경우 이를 중재에 회부하여야 함에도 그 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아니한 부작위는 위헌이다." 라고 판단하였다.

자. 관련 국내 판결

1)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3다6138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5다45420 판결에 의하여 위 피해자들의 위자료청구권이 인정되었다.

위 판결들은 일제의 식민지배가 불법이고 따라서 이에 터잡은 강제집용도 불법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2) 한편 위 2013다61381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아래와 같은 반대의견이 소수의견으로 있었다.

즉 청구권협정 제2조는 대한민국 국민과 일본 국민의 상대방 국가 및 그 국민에 대한 청구권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므로 청구권협정을 국민 개인의 청구권과는 관계없이 양 체약국이 서로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만을 포기하는 내용의 조약이라고 해석하기 어렵고, 위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이나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라는 문언의 의미는 개인청구권의 완전한 소멸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 또는 일본 국민에 대하여 가지는 개인청구권은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2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피고들은 노동력 확보라는 목적 아래 일본제국의 한반도 침탈에 편승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을 일본으로 강제연행한 후 이 사건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하여 자유를 박탈한 채 강제로 노동에 종사하게 하고 임금마저 제대로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이로 인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고, 국내에 돌아온 이후 현재까지도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들은 이 사건 피해자들 본인인 원고들 또는 그 권리를 포괄승계한 재산 상속인들인 나머지 원고들에게 미지급임금 및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 단

가. 청구권협정의 해석

1) 쟁점의 정리

청구권협정 제2조 1.은 "… 양 체약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피해자들의 미지급임금청구권 및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이하 '이 사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라고 줄여 쓴다)이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청구권'에 해당하는지 및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라는 문언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기본적으로 청구권협정의 해석에 관한 문제이다.

2) 조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

가) 조약의 해석은 1969년 체결된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Vienna Convention on the Law of Treaties (1969), 이하 '비엔나협약'이라고 줄여 쓴다]을 기준으로 한다.

비엔나협약은 대한민국에 대하여는 1980. 1. 27., 일본에 대하여는 1981. 8. 1. 각각 발효된 것이기는 하나, 그 발효 이전에 이미 형성되어 있던 국제관습법을 반영 규정한 것이므로 청구권협정을 해석할 때 비엔나협약을 적용하더라도 시제법상 문제는 없다.

나) 비엔나협약 제31조(해석의 일반규칙, General rule of interpretation)에 의하면, 조약은 전문 및 부속서를 포함한 조약문의 문맥 및 조약의 대상과 목적에 비추어 그 조약의 문언에 부여되는 통상적 의미에 따라 성실하게 해석하여야 한다(제1항, Atreaty shall be interpreted in good faith in accordance with the ordinary meaning to be given to the terms of the treaty in their context and in the light of its object and purpose), 여기에서 조약의 해석상 문맥이라고 할 때에는 조약문 외에 조약의 체결과 관련하여 당사국 사이에 이루어진 그 조약에 관한 합의 등을 포함한다[제2항, The context for the purpose of the interpretation of a treaty shall comprise, in addition to the text, including its preamble and annexes: (a) any agreement relating to the treaty which was made between all the parties in connection with the conclusion of the treaty; (b) any instrument which was made by one or more parties in connection with the conclusion of the treaty and accepted by the other parties as an instrument related to the treaty]. 아울러 조약을 해석할 때에는 문맥과 함께 조약의 해석 또는 그 조약규정의 적용에 관한 당사국 사이의 추후의 합의, 조약의 해석에 관한 당사국의 합의를 확정하는 그 조약 적용에 있어서의 추후의 관행 등을 참작하여야 한다[제3항, There shall be taken into account, together with the context: (a) any subsequent agreement between the parties regarding the interpretation of the treaty or the application of its provisions; (b) any subsequent practice in the application of the treaty which establishes the agreement of the parties regarding its interpretation; (c)any relevant rules of international law applicable in the relations between the parties].

그리고 비엔나협약 제32조(해석의 보충적 수단, Supplementary means of interpretation)에 의하면, 제31조의 적용으로부터 도출되는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또는 제31조에 따라 해석하면 의미가 모호해지거나 또는 애매하게 되는 경우, 명확하게 불합리하거나 또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그 의미를 결정하기 위해 조약의 준비작업 또는 조약 체결 시의 사정을 포함한 해석의 보충적 수단에 의존할 수 있다[Recourse may be had to supplementary means of interpretation, including the preparatory work of the treaty and the circumstances of its conclusion, in order to confirm the meaning resulting from the application of article 31, or to determine the meaning when the interpretation according to article 31: (a) leaves the meaning ambiguous or obscure; or (b) leads to a result which is manifestly absurd or unreasonable].

3) 인정사실

가) 대한민국 측은 1952. 2. 15. 제1차 한일회담에서부터 8개 항목을 일본 측에 제시하였는데, 이후 일본의 역청구권 주장, 독도 및 평화선 문제에 대한 이견, 양국의 정치적 상황 등으로 제4차 한일회담까지는 8개 항목에 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나) 제5차 한일회담에서부터 8개 항목에 대한 실질적인 토의가 이루어졌는데, 제5차 한일회담에서는 아래와 같은 논의가 있었다.

① 1961. 5. 10. 제5차 한일회담 예비회담 일반청구권소위원회 제13차 회의에서 대한민국 측은 8개 항목 중 위 제5항(한국법인 또는 한국자연인의 일본은행권, 피징용한 국인의 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의 변제청구)과 관련하여 '강제징용으로 피해를 입은 개인에 대한 보상'을 일본 측에 요구하였다. 구체적으로 '생존자, 부상자, 사망자, 행방불명자 그리고 군인·군속을 포함한 피징용자 전반에 대하여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다른 국민을 강제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입힌 피징용자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대한 보상을 의미한다'는 취지로 설명하였다. 이에 일본 측이 개인의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인지, 대한민국에서 한국인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할 용의가 있는지 등에 대하여 묻자, 대한민국 측은 '나라로서 청구하는 것이며, 피해자 개인에 대한 보상은 국내에서 조치할 성질의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하였다.

② 일본 측은 대한민국 측의 위와 같은 개인 피해 보상요구에 반발하면서 구체적인 징용 징병의 인원수나 증거자료를 요구하거나 양국 국교가 회복된 뒤에 개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는 등 대한민국 측의 요구에 그대로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③ 제5차 한일회담의 청구권위원회에서는 1961. 5. 16. 군사정변에 의해 회담이 중단되기까지 8개 항목의 제1항부터 제5항까지 토의가 진행되었으나,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를 확인하였을 뿐 실질적인 의견 접근을 이루는 데는 실패하였다.

다) 제6차 한일회담이 1961. 10. 20. 개시된 후에는 청구권에 대한 세부적 논의가 시일만 소요될 뿐 해결이 요원하다는 판단에서 정치적 측면의 접근이 모색되었는데, 아래와 같은 협상 과정을 거쳐 제7차 한일회담 중 1965. 6. 22. 마침내 청구권협정이 체결되게 되었다.

① 1961. 12. 15. 제6차 한일회담 예비회담 일반청구권소위원회 제7차 회의에서 대한민국 측은 일본 측에 8개 항목에 대한 보상으로 총 12억 2,000만 달러를 요구하면서, 강제동원에 대한 피해보상으로 생존자 1인당 200달러, 사망자 1인당 1,650달러, 부상자 1인당 2,000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한 3억 6,400만 달러(약 30%)를 산정하였다.

② 1962. 3.경 외상회담에서는 대한민국 측의 지불요구액과 일본 측의 지불용의액을 비공식적으로 상호 제시하기로 하였는데, 그 결과 대한민국 측의 지불요구액인 순변제 7억 달러와 일본 측의 지불용의액인 순변제 7,000만 달러 및 차관 2억 달러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③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측은 당초부터 청구권에 대한 순변제로 하면 법률관계와 사실관계를 엄격히 따져야 될 뿐 아니라 그 금액도 적어져서 대한민국이 수락할 수 없게 될 터이니, 유상과 무상의 경제협력의 형식을 취하여서 금액을 상당한 정도로 올리고 그 대신 청구권을 포기하도록 하자고 제안하였다. 이에 대하여 당초 대한민국 측은 청구권에 대한 순변제로 받아야 하는 입장이나 문제를 대국적 견지에서 해결하기 위하여 청구권 해결의 테두리 안에서 순변제와 무상조 지불의 2개 명목으로 해결할 것을 주장하다가, 후에 다시 양보하여 청구권 해결의 테두리 안에서 순변제 및 무상조 지불의 2개 명목으로 하되 그 금액을 각각 구분하여 표시하지 않고 총액만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것을 제의하였다.

④ 이후 Q 당시 R부장은 일본에서 S 일본 수상과 1차, T 일본 외상과 2차에 걸쳐서 회담을 하였는데, T 외상과 한 1962. 11. 12. 제2차 회담 시 청구권 문제의 금액, 지불세목 및 조건 등에 관하여 양측 정부에 건의할 타결안에 관한 원칙적인 합의를 하였다. 그 후 구체적 조정 과정을 거쳐 제7차 한일회담이 진행 중이던 1965. 4. 3. 당시 U 장관이던 V과 일본의 외무부 W 사이에 '한·일 간의 청구권 문제 해결 및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라) 청구권협정 체결 직후인 1965. 7. 5. 대한민국 정부가 발간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조약 및 협정 해설' 84면에는 "재산 및 청구권 문제의 해결에 관한 조항으로 소멸되는 우리의 재산 및 청구권의 내용을 보면, 우리 측이 최초에 제시한 바 있는 8개 항목의 대일청구요강에서 요구한 것은 모두 소멸케 되는바, 따라서 ...피징용자의 미수금 및 보상금, ...한국인의 대(對) 일본 정부 및 일본 국민에 대한 각종 청구 등이 모두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소멸케 되는 것이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마) 1965. 8. X Y장관은 청구권협정 제1조의 무상 3억 달러는 실질적으로 피해 국민에 대한 배상적인 성격을 가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바) 청구권협정 체결 후 대한민국은 청구권자금법, 청구권신고법, 청구권보상법, 2007년 및 2010년 희생자지원법 등을 제정하여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였다. 2010년 희생자지원법에 따라 설치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의 결정(전신인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지원위원회'의 결정을 포함한다)을 통하여 2016. 9.경까지 지급된 위로금 등의 내역을 살펴보면, 사망∙행방불명 위로금 3,601억 원, 부상장해 위로금 1,022억 원, 미수금지원금 522억 원, 의료지원금 1인당 연 80만 원 등 5,500억 원가량이 된다.

[인정 근거] 앞서 든 각 증거,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4) 이 사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해결된'청구권'에해당하는지여부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관계와 앞서 든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과 청구권협정 및 그에 관한 양해문서 등의 문언, 청구권협정의 체결 경위나 체결 당시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 청구권협정의 체결에 따른 후속 조치 등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청구권'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가) 청구권협정 등의 문언에 의하면, 대한민국과 일본 양국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청구권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일방 국민의 상대국 및 그 국민에 대한 청구권까지도 협정의 대상으로 삼았고, 청구권협정상 청구권의 대상에 피징용 청구권도 포함됨은 분명하다.

① 청구권협정 전문은 "양국 및 양국 국민의 재산과 양국 및 양국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것을 희망하고"라고 전제하고, 제2조 1.은 "양 체약국은 양 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국민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 평화조약 제4조(a)에 규정된 것을 포함하여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라고 정하였다.

② 청구권협정에 대한 합의 의사록(I)은 위 제2조에 관하여 "동조 1.에서 말하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되는 양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에는 한일회담에서 한국 측으로부터 제출된 '한국의 대일청구요강'(소위 8개 항목)의 범위에 속하는 모든 청구가 포함되어 있고, 따라서 동 대일청구요강에 관하여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게 됨을 확인하였다."라고 정하였고, 대일청구요강 8개 항목 중 제5항은 '피징용 한국인의 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의 변제청구'이다.

③ 비엔나협약 제31조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칙적으로 그 조약의 문언에 부여되는 통상적 의미에 따라 성실하게 해석하여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나) 청구권협정의 체결에 이르기까지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청구권협정상 청구권의 대상에 포함된 피징용 청구권은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까지도 포함한 것으로서, 청구권협정 제1조에서 정한 경제협력 자금은 실질적으로 이러한 손해배상청구권까지 포함한 제2조에서 정한 권리관계의 해결에 대한 대가 내지 보상으로서의 성질을 그 안에 포함하고 있다고 보이고, 양국도 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그와 같이 인식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대한민국은 1961. 5. 10. 제5차 한일회담 예비회담 일반청구권소위원회 제13차 회의에서 피징용 청구권 관련하여 '생존자, 부상자, 사망자, 행방불명자 그리고 군인·군속을 포함한 피징용자 전반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다른 국민을 강제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입힌 피징용자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대한 보상'까지도 적극적으로 요청하였을 뿐만 아니라, 1961. 12. 15. 제6차 한일회담 예비회담 일반청구권소위원회 제7차 회의에서 강제동원으로 인한 피해보상금을 구체적으로 3억 6,400만 달러로 산정하고 이를 포함하여 8개 항목에 대한 총 보상금 12억 2,000만 달러를 요구하였다.

② 제5차 한일회담 당시 대한민국이 위 요구액은 국가로서 청구하는 것이고

피해자 개인에 대한 보상은 국내에서 조치할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일본은 구체적인 징용·징병의 인원수나 증거자료를 요구하여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③ 이에 일본은 증명의 곤란함 등을 이유로 유상과 무상의 경제협력의 형식을 취하여 금액을 상당한 정도로 올리고 그 대신 청구권을 포기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였고, 대한민국은 순변제 및 무상조 등 2개 명목으로 금원을 수령하되 구체적인 금액은 항목별로 구분하지 않고 총액만을 표시하는 방법을 다시 제안하였다.

④ 이후 구체적인 조정 과정을 거쳐 1965. 6. 22. 제1조에서는 경제협력 자금의 지원에 관하여 정하고 아울러 제2조에서는 권리관계의 해결에 관하여 정하는 청구권협정이 체결되었다.

다) 대일청구요강 8개 항목 중 제5항은 피징용 청구권과 관련하여 '보상금'이라는 용어만 사용하고 '배상금'이란 용어는 사용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 '보상'이 '식민지배의 적법성을 전제로 하는 보상'만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와 같이 협상 과정에서 양측이 보인 태도만 보더라도 양국 정부가 엄밀한 의미에서의 '보상'과 '배상'을 구분하고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고, 국제법상 '보상'이 국내법에서처럼 반드시 적법행위를 전제로 한 보상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이에 더하여 제5항은 피징용한국인의 미수금, 보상금뿐만 아니라 '기타 청구권'까지 포함하여 규정하고 있고, '기타 청구권'의 범위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제외된다고 해석되지 않는다. 오히려 한·일 양국은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음을 상호 명확하게 확인한 상태에서, 이에 관하여 의도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이 일본으로부터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포함한 모든 '청구권'에 관하여 일괄보상을 받는 내용의 청구권협정을 체결하였다. 따라서 일본 식민지배가 불법인지 여부는 청구권협정의 해석과 관련이 없다.

라) 그뿐 아니라 청구권협정 체결 후 대한민국은 청구권자금법, 청구권신고법, 청구권보상법, 2007년 및 2010년 희생자지원법 등을 제정하여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였는바, 이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어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또한 2005년 민관공동위원회는 '위안부 문제와는 달리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3억 달러 속에 포괄적으로 감안되었다'는 취지의 공식의견을 표명하였기도 하였고, 2009년에는 외교통상부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하여는 무상 3억 달러에 포함되어 있다는 공식견해를 재확인하기도 하였다.

마) 이 사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포함되는 것으로 보기에는 청구권협정으로 타결된 3억 달러가 과소하고 당시 대한민국이 요구한 금액과도 현저한 차이가 나므로 이 사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 협정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은, 1인당 국민소득에서 대한민국이 일본국에 접근한 현재의 잣대로, 당시 낙후한 후진국 지위에 있던 대한민국과 이미 경제대국에 진입한 일본국 사이에 이루어진 과거의 청구권협정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으로, 당시 대한민국이 청구권협정으로 얻은 외화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고 평가되는 세계 경제사에 기록되는 눈부신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5)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라는 문언의 의미

살피건대, 아래와 같은 사정과 법리에 비추어 보면 청구권협정에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고 규정한 것의 의미는 양 체약국이 서로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만을 포기한다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원고들이 '소송'으로 개인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을 제한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가) 청구권협정 제2조 1.은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앞서 살펴본 것처럼 대한민국과 일본 양국이 국가와 국가 사이의 청구권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일방 국민의 상대국 및 그 국민에 대한 청구권까지도 협정의 대상으로 삼은 점을 고려하면,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체약국 사이에서는 물론 그 국민들 사이에서도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그 문언의 통상적 의미에 부합하고, 단지 체약국 사이에서 서로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다는 의미로 읽히지 않는다.

나) ① 일본은 당초 청구권협정 체결 이후 청구권협정으로 양 체약국 국민의 개인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양 체약국이 외교적 보호권만을 포기한 것이라는 입장을 취해 왔다. 이는 일본 정부가 자국 국민에 대한 보상의무를 회피하기 위하여 '재한청구권에 대하여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하였다'는 입장을 취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대한민국은 처음부터 대일청구요강 8개 항목을 제시하면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였고, 청구권자금의 분배는 전적으로 국내법상의 문제라는 입장을 취하였으며, 이러한 입장은 청구권협정 체결 당시까지 유지되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청구권협정 당시 양국의 진정한 의사가 외교적 보호권만을 포기한다는 데에 일치하고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② 이후 일본최고재판소는 2007년경 이른바 "H 判決"을 통하여 청구권의 포기라 함은 연합국 국민의 일본국 및 일본 국민에 대한 청구가 '자연채무'와 유사한 '구제 없는 권리'로서 청구에 응할 법률상 의무가 소멸했다는 것으로 이를 거절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판시하여 해석론에 관한 문제를 일단락시켰다.

다) ① 국제법상 전후 배상문제 등과 관련하여 주권국가가 외국과 교섭을 하여 자국국민의 재산이나 이익에 관한 사항을 국가 간 조약을 통하여 일괄적으로 해결하는 이른바 '일괄처리협정(lump sum agreements)'은 국제분쟁의 해결 예방을 위한 방식의 하나로서, 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국제관습법상 일반적으로 인정되던 조약 형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료 후부터 1995년까지 200개 이상의 일괄처리협정이 체결되었고[Z & AA (eds.), "International Claims: Their Settlement by Lump Sum Agreements", University Press of Virginia (1975)], 연합국과 일본 사이에 체결된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도 일괄처리협정 방식을 채택하였으며, 일본이 전후 처리 과정에서 스웨덴, 영국, 캐나다, 그리스 등 다른 국가와 체결한 배상청구권 문제의 해결에 관한 조약에서도 '완전하고 종국적인 해결', '더 이상의 배상청구권의 포기'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조항을 두는 일괄처리협정 방식을 채택하였다.

이와 같은 일괄처리협정은 국가가 개인의 청구권 등을 포함한 보상 문제를 일괄 타결하는 방식이므로, 그 당연한 전제로 일괄처리협정에 의하여 국가가 상대국으로부터 보상이나 배상을 받았다면 그에 따라 자국민 개인의 상대국에 대한 청구권은 소멸되는 것으로 처리되고, 이때 그 자금이 실제로 피해국민에 대한 보상 용도로 사용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국제사법재판소(ICJ)가 2012. 2. 3. 선고한 독일 대 이탈리아 주권면 71] AZ!(Jurisdictional Immunities of the State, Germany v. Italy: Greece intervening), 이른바 'AB 사건' 판결 참조].

② 청구권협정은 대한민국 및 그 국민의 청구권 등에 대한 보상을 일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약으로서 일괄처리협정에 해당한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1996. 11. 28. 선고 95헌마161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에서 "청구권협정은 대한민국이 일본국으로부터 무상자금과 차관금을 제공받고 이로써 청구권협정 제2조 제2항에 규정된 사항을 제외하고는 청구인과 같이 1945년 8월 15일 이전에 부상을 당한 피징용부상자의 보상청구권을 포함하여 모든 대일민간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제한하여 일괄타결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일괄처리협정으로서의 성격에 비추어 보더라도, 청구권협정이 국민 개인의 청구권과는 관계없이 단지 양 체약국이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만을 포기하기로 하는 합의를 담은 조약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라) 앞서 본 것처럼 대한민국은 청구권협정 체결 후 청구권보상법, 2007년 및 2010년 희생자지원법 등을 제정하여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였다. 이는 청구권협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이 소송으로 일본 또는 일본 국민에 대하여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제한된 결과 대한민국이 이를 보상할 목적으로 입법조치를 한 것이다. 양 체약국이 청구권협정을 통하여 서로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만을 포기한 것에 불과하였다면, 대한민국이 위와 같은 보상 조치를 취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마) 청구권협정 제2조 1.의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에 이르는 방식은 제2조 3.에서 규정하고 있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라는 문언에 의하여 실현된다. 청구권협정은 그 문언상 개인청구권 자체의 포기나 소멸에 관하여는 직접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청구권협정에 따라 개인청구권이 실체법적으로 완전히 소멸되거나 포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청구권협정이 국민 개인의 청구권과는 관계없이 단지 양 체약국이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만을 포기하기로 하는 합의를 담은 조약이라고 해석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라는 문언의 의미는 결국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나. 국제법과 국내법의 상호접촉

1) 국제법과 국내법의 교차

이 사건에 관하여는 국제법과 국내법이라는 두 규범이 교차하므로 그 규범적 차원 사이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국제법의 규율대상인 국제사회의 실태는 개별적인 주권들이 분권적인 방식으로 결합되어 있어 국내법과 달리 집권적인 입법·행정·사법기관을 결여하기 있기 때문으로 국내법원이 국제법을 다룰 때에는 국내사회와는 성격을 달리하는 국제사회를 규율하는 법체계로서 그에 합당한 해석과 처리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2) 비엔나협약 제27조의 적용

가) 관련 법리

1) 우선 비엔나협약 제26조(Pacta sunt servanda)는 유효한 모든 조약은 그

당사국을 구속하며 또한 당사국에 의하여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Every treaty in force is binding upon the parties to it and must be performed by them in good faith)고 규정하고 있다.

2) 이어 비엔나협약 제27조 전단은,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A party may not invoke the provisions of its internal law as justification for its failure to perform a treaty)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국내법 규정에는 국내 성문법뿐만 아니라 관습법 등 불문법, 국내 사법부의 판결, 결정 등도 포함되는 일체의 국내적인 법적 사정(domestic legal situation)을 뜻한다. 따라서 가사 극단적으로 조약이 국내적으로 위헌무효가 선언되는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약의 국제법적 효력은 손상될 가능성이 없고, 여전히 대한민국은 조약의 준수의무를 부담한다(AC and AD, Vienna Convention on the Law of Treaties, Article 27. International law and observance of treaties), 이러한 규정을 둔 취지는, 조약을 체결한 당사국이 자국 내에서 제정한 법 또는 선고한 판결 등 국내적 법 사정으로 조약이행으로부터 이탈할 수 있다면, 국제질서의 혼란과 이로 인하여 국제평화를 위협하게 되므로 이를 방지하고 평온한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함이라 할 것이다.

나) 이 사건의 경우

위와 같은 법리를 토대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이에 터잡은 징용의 불법성은 유감스럽게도 모두 국내법적인 법해석이다.

일본국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자신들의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였다는 자료가 없고 국제법적으로도 그 불법성이 인정된 바가 있다는 자료가 없다. 그 당시 즉 서세 동점(西勢東漸)의 제국주의 시대에 강대국의 약소국 병합이 국제법상 불법이라는 주장은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실정법(lex lata)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국제법을 제국주의 침략법이라고 비난한 소련마저도 동유럽 약소국을 강점한 사례 등이 있는 것이다. 가사 일본의 대한제국 병합이 조약 형식을 가장한 강점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그 당시 '식민지배 금지'라는 국제사회의 관행이나 법적 확신(opinio juris)을 보여주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국제법적 현실인 것이다. 아울러 국제적인 차원에서는 일제의 식민지배가 불법인지는 사법부의 판단과 정치적 선택이 다를 바 없어 법적 판단의 고유한 특색이나 특징이 없고, 오히려 민주사회에서 기능적으로 '정치적 기관'이 더 적합성이 있어 사법자제의 원리가 적용되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위자료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3다6138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5다45420 판결 등은 국내 최고재판소의 판결이지만 위와 같은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이에 터잡은 징용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판결 등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단지 국내법적 해석에 불과한 것으로, 이러한 국내법적 사정만으로 식민지배의 적법 또는 불법에 관하여 상호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일괄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의 청구권 등에 관하여 보상 또는 배상하기로 합의에 이른 '조약'에 해당하는 청구권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여전히 국제법적으로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청구권협정에 구속된다.

3) 금반언(estoppel)의 원칙의 적용

가) 관련 법리

국제법상 금반언(estoppel)의 원칙이란, 국가의 책임있는 기관이 특정의 발언이나 행위를 한 경우 나중에 그와 모순, 배치되는 발언이나 행위를 할 수 없다거나 또는 그러한 모순, 저촉되는 발언이나 행위가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국제사법재판소(ICJ)는 금반언의 원칙을 적용하여 청구권을 배척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다. Temple of Preah Vihear (Cambodia v. Thailand), 1862 I.C.J. 6, at 33; Fisheries (Nor. v. U.K), 1951 I.C.J. 116, at 138-119].

그리고 국제법상 '묵인'이란 다른 당사국이 동의(consent)로 해석할 수 있는 일방적 행위에 의하며 표명된 '묵시적 승인'(tacit recognition)과 같은 것으로, '묵인'과 '금반언'은 동일한 하나의 제도의 다른 측면으로 고려 ∙ 이해된다.

나) 이 사건의 경우

위와 같은 법리를 토대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대한민국과 일본국 사이에 그동안 체결된 청구권협정 등 각종 조약과 합의, 청구권협정의 일괄처리협정으로서의 성격, 각국 당국이 이 사건과 관련하여 한 언동(특히 대한민국이 청구권협정 체결 후 청구권보상법, 2007년 및 2010년 희생자지원법 등을 제정하여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점과 2009년 외교통상부에서 표명한 공식견해) 등은 적어도 국제법상의 '묵인'에 해당하여 그에 배치되는 발언이나 행위는 국제법상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

4) 소결론

따라서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한다면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는 것은 비엔나협약 제27조와 금반언(estoppel)의 원칙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 강제집행의 위법성 여부와 소권의 유무

1) 관련 법리

확정판결에 의한 권리라 하더라도 신의에 좋아 성실히 행사되어야 하고 판결에 기한 집행이 권리남용이 되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으므로 집행채무자는 청구이의의 소에 의하여 집행의 배제를 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다232105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비엔나협약 제27조에 따라 국내적 사정 및 국내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조약의 효력은 유지되고, 그와 같은 경우의 강제집행은 확정판결이 실체적 진실과 어긋나며, 앞서 본 바와 같이 금반언(estoppel)의 원칙 등 신의칙을 위반함으로써 판결의 집행 자체가 권리남용에 해당되어 청구이의의 소 및 그 잠정처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록 우리 대법원이 국내법 사안에서 강제집행의 권리남용 해당 여부에 관하여 엄격히 판단하고 있기는 하나, 아래와 같은 사정까지 종합하면, 이 사건 강제집행은 권리남용의 요건을 충족한다 봄이 상당하고 사정이 그러하다면 강제집행은 위법하므로 결국 원고들의 청구권은 소구할 수 없는 권리에 해당하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2006헌마788, 2008헌마648 결정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청구권협정 제3조에 따라 외교통상부장관으로서는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여야 하고 그러한 해결이 소진된 경우 이를 위 조항이 정한 국제중재 등에 회부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있음을 선언하였다.

만약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본안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고 강제집행까지 마쳐져 피고들의 손해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청구권협정 제3조와 의무적 중재판정부 회부 취지의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투자의 자유화 증진 및 보호를 위한 협정 제14조, 국제사법재판소, 미국 등 국제사회의 여론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일본의 중 재절차 또는 국제사법재판소로의 회부 공세와 압박이 이어질 것임이 명백하다.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는 데다가 대한민국도 국제사회의 일원인 이상 이와 같은 국제사회의 압박은 매우 뿌리치기 힘든 사정이 될 수 있다.

한편 조약 등 국제법위반의 경우 적절한 형태로 배상할 의무가 있음이 국제법의 원칙이고 국제사법재판소에서는 조약위반국에 대하여 공식적인 '사과'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책임'까지 부담시키는 경우도 있는바, 비록 국제재판의 고도의 불가예측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앞서 본 사정에 비추어 보면 대한민국이 패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 특히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결이 국제중재 또는 국제재판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법신뢰에 손상을 입게 되는 것이나, 만약 국제재판에서 패소하는 경우 즉 중재위원회나 국제사법재판소가 대한민국(사법부)이 조약인 청구권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할 경우, 대한민국 사법부의 신뢰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고, 이제 막 세계 10강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문명국으로서의 위신은 바닥으로 추락하며, 여전히 분단국의 현실과 세계 4강의 강대국들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상황에 놓여 있는 대한민국으로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세력의 대표국가들 중 하나인 일본국과의 관계가 훼손되고 이는 결국 한미동맹으로 우리의 안보와 직결되어 있는 미합중국과의 관계 훼손으로까지 이어져 헌법상의 '안전보장'을 훼손하고 사법신뢰의 추락으로 헌법상의 '질서유지'를 침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일본국과 사이에서는 이 사건과 같은 '강제징용 사안' 외에도 일본국이 대한민국 영토 중 한 도서지역에 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국제사법재판소에 갈 것을 요구하고 있는 '영유권 주장 사안'과 위안부 문제에 관하여 국제사법재판소에 갈 것인지에 관한 '위안부 사안'이 있는바, 이러한 현안들이 맞물려 세 사안 모두 또는 그중 일부라도 국제재판에 회부되면, 대한민국으로서는 모든 사안에서 승소하여도 얻는 것이 없거나 승소하여도 국제관계의 경색으로 손해인 반면, 한 사안이라도 패소하면 국격 및 국익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것이 명백하다.

3) 소결론

결국 이와 같은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강제집행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고 결국 이 사건 피해자들의 청구권은 소구할 수 없는 권리에 해당한다.

라. 기본권 침해 여부

1) 관련 법리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과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재판청구권과 같은 절차적 기본권은 원칙적으로 제도적 보장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자유권적 기본권의 경우와 비교하여 볼 때 상대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된다(헌법재판소 2005. 5. 26. 선고 2003헌가7 결정, 헌법재판소 2015. 3. 26. 선고 2013헌바186 결정, 헌법재판소 2015. 7. 30. 선고 2014헌가7 결정 등 참조).

한편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기본권도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고, 다만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으며(헌법 제37조 제2항),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헌법 제6조 제1항).

2) 이 사건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원고들이 피고들을 상대로 '소송'을 통하여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하는 것이 제한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로 인하여 원고들의 재판청구권 등 헌법상 기본권이 제한되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원고들이 피고들을 상대로 소송을 통하여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면 헌법상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와 상충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우리 헌법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을 국내법과 마찬가지로 준수하고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국제질서를 존중하여 항구적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을 기본이념의 하나로 하고 있는 바(헌법 전문 및 제6조 제1항 참조),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으로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원고들의 재판청구권 등 헌법상 기본권이 제한되는 것은 헌법상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및 국제법 존중주의라는 또다른 헌법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이에 더하여 ① 헌법상 재판청구권은 법률에 의하여 그 내용과 범위가 정해지는 권리로서 당연히 본안 판단은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지 아니하므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조약에 따른 내재적 제약이 전제된 권리인 점, ② 유럽인권재판소(ECtHR)의 대재판부(Grand Chamber)는 2013. 10. 21. 소련경찰에 의하여 1940년 자행된 수천 명의 폴란드 전쟁포로 처형 사건인 '카틴 대학살'과 관련된 피살자 유족의 청구에 관하여 '유럽인권연합 제2조(생명권)에 따른 청원에 대해서는 심리할 권한이 없고, 유럽인권협약 제3조(비인도적 대우의 금지)의 위반이 없다'고 판단하는 등[AE and Others v. Russia (application nos, 55508/07 and 29520/09)] 2차 세계대전 시 자행된 인권 침해, 심지어 대량학살의 경우에도 냉정한 법적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 최근의 국제재판의 추세인 점, ③ 대한민국 정부는 청구권협정 체결 후 청구권 보상법, 2007년 및 2010년 희생자지원법 등을 제정하여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여온 점, ④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불법적인 식민지배와 침략전쟁 수행을 위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가한 고통에 비추어 볼 때 대한민국이 피해자들에게 한 보상이 매우 미흡한 것은 사실이나, 일괄처리 협정의 방식으로 체결된 청구권협정의 성격상 국가가 지급받은 자금이 실제로는 피해국민에 대한 보상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더라도 국가가 보상이나 배상을 받은 이상 그 국민은 상대국 또는 그 국민에 대하여 개인청구권을 소구할 수 없는 점, ⑤ 원고들이 피고들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소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이미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에 이루어진 외교적 합의의 효력을 존중하고, 추가적인 외교적 교섭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지 일방적으로 원고들에게 불의한 결과를 강요하기 위한 것이 아닌 점, ⑥ 실체법적 청구권은 인정되나 이를 소구할 수 없다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비례의 원칙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수단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위반하여 원고들의 재판청구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3) 소결론

결국 이 사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헌법상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하여 국내법적으로 법률의 지위에 있는 조약에 해당하는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그 소권이 제한되는 결과가 된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양호

판사 백두선

판사 김민지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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