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22카합50024 방송금지가처분
채권자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진솔 담당변호사 최지우
변호사 홍종기
채무자
주식회사 B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한결 담당변호사 김광중, 황예영
결정일
2022. 1. 14.
주문
1. 채무자는 별지3 목록 기재 내용에 관련된 사항을 2022. 1. 16. 20:20 방송 예정인 ‘C’ 등 방송프로그램으로 제작, 편집, 방송, 광고하거나 인터넷 등에 게시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채권자의 나머지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4/5는 채권자가, 나머지는 채무자가 각 부담한다.
신청취지
1. 가. 주위적으로, 채무자는 별지1 목록 기재 내용에 관련된 사항을 2022. 1. 16. 20:20 방송 예정인 ‘C’ 등 방송프로그램으로 제작, 편집, 방송, 광고하거나 인터넷 등에 게시하여서는 아니 된다.
나. 예비적으로, 채무자는 별지2 목록 각 기재 내용에 관한 사항을 2022. 1. 16. 20:20 방송 예정인 ‘C’ 등 방송프로그램으로 제작, 편집, 방송, 광고하거나 인터넷 등에 게시하여서는 아니 된다.1)
2. 채무자가 제1항을 위반할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위반행위 1건당 1억 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소명된다.
가. 채권자는 D일자 실시 예정인 E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자이자 F정당 소속 E 후보자로 선정된 G의 배우자이고, 채무자는 ‘H’를 방영하는 지상파 방송사이다.
나. 채무자는 2022. 1. 16.경『C』라는 프로그램에서 유튜브 채널 ‘I’ 소속 기자인 J로부터 채권자와 통화하면서 녹음한 통화내용(이하 ‘이 사건 녹음파일’이라 한다)을 취득하여 이를 기초로 별지1 목록 기재 내용을 포함한 방송(이하 ‘이 사건 방송’이라 한다)을 할 예정이다.
2. 채권자 주장의 요지
채무자는 J가 채권자와의 전화통화 과정에서 채권자의 동의 없이 불법적으로 녹음한 이 사건 녹음파일을 기초로 이 사건 방송을 하려 하고 있는바, 이는 채권자의 음성권을 침해하여 위법하다. 또한 이 사건 방송 내용에는 채권자의 결혼 전 사생활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녹음파일의 분량이 합계 약 7시간 45분에 이르는데 반해 이 사건 방송 시간은 40분 정도에 불과하여 편집․방송될 것이 명백한데, 그 과정에서 채무자의 악의적인 편집 등으로 인하여 채권자의 발언을 왜곡하거나 허위사실을 방송할 우려가 있는 점, 또한 채권자의 반론권이 보장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방송으로 인하여 채권자의 명예 내지 인격권에 심각한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에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이 사건 가처분을 구한다.
3. 방송 등 금지 가처분 신청에 관한 판단
가. 관련법리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제21조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엄격하고 명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할 것인바, 방송행위에 대한 사전금지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지만, 그와 같은 경우에도 그 표현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며, 또한 피해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표현행위는 그 가치가 피해자의 명예에 우월하지 아니하는 것이 명백하고, 또 그에 대한 유효적절한 구제수단으로서 금지의 필요성도 인정되므로 이러한 실체적인 요건을 갖춘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사전금지가 허용된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1다53387 판결, 대법원 2005. 1. 17.자 2003마1477 결정 등 참조).
한편, 언론보도에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적시된 사실의 구체적 내용,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고려함과 동시에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나아가 명예 훼손을 당한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일반 사인인지, 공적 인물 중에서도 공직자나 정치인 등과 같이 광범위하게 국민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인지, 단지 특정 시기에 한정된 범위에서 관심을 끌게 된 데 지나지 않는 인물인지, 적시된 사실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공성․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고 그와 관련한 공론의 필요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5다33489 판결 참조).
나. 기각부분(별지3 목록 기재 각 내용을 제외한 부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소명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채권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채권자에게 이 부분 방송 등에 대하여 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된다고 보기 어렵다.
① 채권자는, 이 사건 녹음파일은 G에 반대하는 성향을 가진 J 기자가 여러 가지 의혹 등 부정적인 언론기사로 인하여 심신이 약해져 있는 채권자에게 고의로 접근하여 채권자의 동의 없이 사적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그 수집절차가 위법하므로 이 사건 녹음파일을 기초로 한 이 사건 방송은 허용되어서는 아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 대화의 녹음, 청취 및 그 내용의 누설과 공개를 금지하는 것인바, 이 사건 녹음파일은 대화당사자인 채권자와 J사이의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서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녹음 등을 금지하고 있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 대화’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점, ㉡ 채무자가 이 사건 녹음파일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 채무자는 이 사건 녹음파일에 대하여 공공기관이 이용하는 포렌식 조사 업체 등을 통하여 조작․편집되지 아니한 사정을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는 점, ㉣ 채무자는 채권자의 가족간의, 부부간의 오로지 사적인 내용이 있다면 그 부분은 방송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있는 점, ㉤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은 “언론은 타인의 명예․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 음성 · 대화 그 밖의 인격적 가치 등에 관한 권리(이하 ’인격권‘이라 한다)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규정하면서도, 같은 조 제2항에서 “인격권의 침해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 안에서 언론등의 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 등”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취지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 부분 방송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채권자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이 부분 방송 내용은 ‘이 사건 녹음파일의 입수 및 보도 경위’, ‘G 후보의 정치행보에 대하여 채권자가 조력자 역할을 한 내용‘, ’여러 정치 현안과 사회적 이슈에 대해 채권자가 밝힌 견해‘, ’채권자가 반론 내지 해명을 할 경우 보도할 예정’이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는 것으로 보이고, 채무자는 채권자의 결혼 전 사생활에 대한 내용과 관련하여 채권자의 해명이 일부 포함되어 있을 뿐 대부분 G과 결혼한 이후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채권자의 견해에 대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채권자는 E선거의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G의 배우자로서 언론을 통하여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공적 인물에 해당하고, 채권자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 내지 정치적 견해는 공적 관심사안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회의 여론형성 내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개토론 등에 기여하는 내용이라고 봄이 상당한바, 단순히 사적 영역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
2) ㈀ 나아가 채무자는 이 사건 방송의 목적으로 향후 E이 될 수 있는 사람의 배우자가 정치적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고, 이러한 목적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유권자들에게 판단의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공익적인 목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 E 후보자 배우자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나 정치적 견해는 유권자에게 알려져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되고 투표의 판단자료로 제공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 설령 이러한 내용으로 인하여 채권자의 사생활 및 인격권이 일부 침해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공직선거에 있어서 유권자의 적절한 투표권 행사를 도모하는 공공의 이익에 의하여 일정한 요건 하에 비방행위를 정당한 것으로 용인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251조 단서2)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공익성을 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부분 방송은 공익을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② 채권자는, 채무자가 이 사건 녹음파일을 편집․방송함에 있어 채권자의 전체적인 발언 취지와 다른 일부 내용 내지 채권자의 말실수 등 채권자에게 불리한 내용만 악의적으로 편집․방송하거나 채권자의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음으로써 채권자의 발언을 왜곡하여 허위사실을 방송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 채무자는 2021. 12. 29.경부터 채권자 내지 채권자측 관계자들에게 채권자의 반론 내지 해명 등을 듣기 위한 접촉을 시도하였으나 채권자가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 채무자는 채권자가 이 사건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주장하는 반론 내용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방송 이전에 채권자가 반론을 요구하는 내용 등도 이 사건 방송에 반영할 예정인 것으로 보이고, 채권자가 반론이 부족하게 반영되었다고 할 경우 반론보도 등을 위한 추가 방송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채권자의 위와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③ 채권자는, 이 사건 방송 내용에 별지2 목록 기재 제2, 6, 7, 8, 9항 내용과 같이 일상생활에서의 지극히 사적인 대화 내용에 불과하거나 상대방의 말에 장단을 맞춰주기 위한 발언, 배우자로서 쉽게 언급할 수 있는 발언 등이 포함되어 있는바, 이에 대한 방송을 허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채무자는 위 내용이 이 사건 방송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는바, 채권자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다. 인용부분(별지3 목록 기재 부분)
이 사건 방송 내용 중에는 별지3 목록 기재 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소명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부분 내용에는 채권자와 관련하여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채권자의 발언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향후 채권자가 위 사건에 관하여 수사 내지 조사를 받을 경우 형사절차상 보장받을 수 있는 진술거부권 등이 침해될 우려가 커보이는 점, ② 이 부분에는 채권자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 내지 발언 등을 한 언론사 내지 사람들에 대하여 불만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다소 강한 어조로 발언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바, 위와 같은 발언이 국민들 내지 유권자들의 적절한 투표권 행사 등에 필요한 정치적 견해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또한 이 부분에는 채권자의 정치적 견해 등과 관련이 없는 일상생활에서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나올 수 있는 내용에 불과한 것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이 부분 내용에 대하여는 방송 등의 금지를 명함이 타당하다. 4. 간접강제 신청에 관한 판단 채권자는 간접강제도 구하고 있으나,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나타난 채무자의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가처분 결정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이 사건 가처분 결정을 위반할 개연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부분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22. 1. 14.
판사
재판장 판사 박병태
판사 인진섭
판사 권경선
주석
1) 예비적 신청은 주위적 신청과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관계에 있어야 하는바, 주위적 신청과 동일한 목적물에 관하여 동일한 신청원인을 내용으로 하면서 주위적 신청을 양적이나 질적으로 일부 감축하여 하는 신청은 주위적 신청에 흡수되는 것일 뿐 소송상의 예비적 신청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1. 5. 28. 선고 90누1120 판결, 대법원 1999. 4. 23. 선고 98다61463 판결 등 참조). 채권자의 예비적 신청은 주위적 신청을 양적 내지 질적으로 일부 감축하는 신청에 해당하여 소송상 예비적 신청으로 볼 수 없다.
2) 공직선거법 제251조(후보자비방죄)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ㆍ방송ㆍ신문ㆍ통신ㆍ잡지ㆍ벽보ㆍ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ㆍ비속이나 형제자매를 비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