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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등법원 2022. 6. 22. 선고 2021노490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향정)·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대마)][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항소인

피고인들

검사

이지영(기소), 김태훈(공판)

변호인

변호사 윤길웅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들을 각 징역 5년에 처한다.

피고인들에게 각 40시간의 약물중독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를 명한다.

압수된 케타민 55.55g(부산지방검찰청 2021. 6. 23. 압제1604호 증 제1호, 감정소모분 제외), 위 케타민을 포장하고 있는 우편물 봉투 1개(같은 증 제2호), 대마 재배용 플라스틱 상자 1개(같은 증 제11호), 락울 9개(같은 증 제12호), 대마 재배용 검은색 상자 1개(같은 증 제14호), 대마 재배용 투명 플라스틱 용기 2개(같은 증 제17호), 대마 재배용 유리컵 1개(같은 증 제19호)를 각 피고인 1로부터 몰수한다.

피고인들로부터 각 200,000원을 추징한다.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위 추징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들이 케타민 약 55.55g(이하 ‘이 사건 마약’이라고 한다)을 밀수하면서 해외 판매자에게 지불한 가상화폐(모네로 4.84927823 XMR)의 가치는 당시 130만 원 정도에 불과하여, 피고인들은 이 사건 마약의 가액이 500만 원 이상인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형법 제15조 제1항 에 따라 피고인들에게는 밀수한 마약의 가액이 500만 원 이상임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아닌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야 한다.

나. 양형부당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선고형(피고인들 각 징역 5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직권판단(공소장변경)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는 이 법원에서 피고인들의 이 사건 마약 밀수의 점에 대한 공소사실을 각 아래 ‘변경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변경된 공소사실]
○ 케타민 밀수
피고인들은 2020. 5.경부터 함께 대마 등을 흡연해 오던 중, 2021. 3.경부터는 부산 (주소 1 생략)에 있는 피고인 1의 주거지에 있는 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인터넷 다크웹 사이트를 통해 마약류를 구입하는 방법을 물색하였다.
피고인들은 2021. 3.경 내지 4.경 공소외 1과 함께 인터넷 다크웹 사이트를 통해 해외에서 케타민을 주문하고 피고인 1의 주거지를 케타민 수령지로 하기로 하고, 다크웹을 통해 마약류를 구입할 경우 해외거래소인 바이낸스를 통하여 가상화폐인 XMR(‘모네로’)로 대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공소외 2에게 연락하여 미리 공소외 2가 개설해 놓은 바이낸스 가상화폐 거래소 계정을 이용하여 대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마약류를 해외에서 구입하기로 순차 모의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 2는 공소외 1과 함께 2021. 5. 26. 새벽경 공소외 1의 주거지인 부산 (주소 2 생략)에서, 집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성명불상의 마약류 판매자에게 케타민 56g을 국내로 보내달라고 주문하였다. 피고인 2는 판매자의 가상화폐 지갑주소를 복사하여 이를 공소외 2에게 알려주고, 공소외 2는 바이낸스 앱에 접속하여 모네로로 한화 약 130만 원을 케타민 대금으로 결제함으로써, 위 성명불상자로 하여금 영국에서 케타민 55.55g(순중량)을 비닐에 포장하여 우편봉투에 넣은 다음 수취인을 ‘JUN KIM’으로, 수취지를 피고인 1의 주거지인 ‘부산 (주소 1 생략)’으로 각 기재한 후 국제등기우편(등기번호 생략)으로 발송하도록 함으로써, 위 우편이 2021. 6. 1. 14:05경 대한항공(KE) 908편 비행기를 통해 인천 중구 운서동에 있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소외 1과 공모하여 영국에서 대한민국으로 가액 13,887,500원에 해당하는 케타민 약 55.55g을 밀수입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므로, 아래에서는 이에 관하여 판단한다.

나.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마약의 가액이란 시장에서의 통상의 거래가액을 의미하고, 통상의 거래가액이 형성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실제로 거래된 가액에 의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1983. 9. 13. 선고 83도1927 판결 등 참조).

한편 고의의 일종인 미필적 고의란 결과의 발생이 불확실한 경우, 즉 행위자에 있어서 그 결과발생에 대한 확실한 예견은 없으나 그 가능성은 인정하는 것으로, 이러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결과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음을 요하고(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도7507 판결 등 참조),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등 참조).

2)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마약을 구입하기 위하여 해외 판매상에게 지급한 가상화폐의 지급 당시 가액이 피고인들 주장의 금액 정도였던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들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은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자신들이 수입한 이 사건 마약의 가액이 500만 원 이상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피고인 2는 2021. 5. 26.경 공소외 1과 함께 컴퓨터를 이용하여 해외의 마약 판매상으로부터 이 사건 마약을 직접 매수하고 공소외 2를 통해 그 대금을 결재하였고, 이 사건 마약의 종류와 수량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피고인 1도 2021. 5.경 피고인 2로부터 “135만 원 짜리 케타민을 사려고 한다.”라는 말을 들었고(증거기록 807면), 2021. 5. 26. 무렵 공소외 1로부터 “케타민 약 50g이고, 한국 돈으로 150만 원 정도 된다. 받는 장소는 피고인 1의 집으로 했다”라는 말을 들어(증거기록 1,302면) 마약의 종류와 수량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② 피고인 2는 이 사건 밀수 범행 이전에 국내에서 케타민을 투약해본 경험이 있었고, 검찰에서 케타민이 비싸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으며(“당시 투약한 케타민 양이 많지는 않았다. 비싼 거니까”, 증거기록 681면, 704면), 케타민을 소매로 거래한 사실도 인정되므로, 케타민이 국내에서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음을 알고 있던 상태에서 다량의 케타민을 구입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 1은 검찰에서 “(케타민이) 대마보다는 상위 등급이라고 생각했고, 피고인 2가 어느 정도 설명을 해주었기 때문에 알고는 있었다”고 진술하는 한편(증거기록 659면), 케타민 55g을 주문한 이유에 대하여 “배송비나 구매대금을 고려하여 가장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구매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182면), 위 진술에 더하여 피고인 1이 대마 등 마약류를 여러 차례 접해오면서 인터넷으로 해외에서 파는 대마종자나 대마재배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한 경험까지 있음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1 역시 적어도 마약류의 국내 거래가액이 해외에서의 거래가액과는 차이가 크다는 사실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④ 검사가 제출한 마약류 월간동향(2021년 4월)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수입한 이 사건 마약에 해당하는 양의 경우 피고인들의 주거지인 부산 지역에서의 소매거래(100g 미만) 가격이 13,887,500원(= 55.55g × g당 25만 원) 정도로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 제2호 에서 대량범에 대한 가중처벌의 요건으로 정한 가액인 ‘500만 원’의 2배를 넘는 큰 금액이다.

여기에 마약류 밀수의 경우 통상 국내시장의 거래가액과 해외시장의 거래가격의 차이가 크고, 피고인들로서는 이 사건 마약의 해외 구입가격이 국내 거래가격과 차이가 크지 않았다면 굳이 해외 판매자와의 거래의 불확실성, 대금송금의 불편함, 배송의 위험성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구입할 만한 동기가 적다고 보이는 점, 피고인 2는 이 사건 마약을 피고인 1이나 공소외 1과 함께 투약할 목적으로 구입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어(증거기록 696면) 피고인들의 주거지나 그 주변 지역에서 이를 소비 내지 거래할 예정이었던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들은 이 사건 마약의 국내 거래가액이 자신들이 실제로 부담한 가상화폐의 가치보다는 훨씬 높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나아가 그 가액이 500만 원 이상일 수도 있음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결론

원심판결에 앞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및증거의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 부분 기재 중 일부를 아래와 같이 고치거나 추가하는 외에는 모두 원심판결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따라 이를 인용한다.

○ 범죄사실란 중 2면 15행부터 3면 12행까지, 4면 7행부터 5면 4행까지 기재된 범죄사실을 삭제하고, 제2의 가.항 ‘변경된 공소사실’란 기재 범죄사실을 추가한다.

○ 증거의 요지에 “피고인들의 당심 일부 법정진술”, “피고인 1, 피고인 2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사본”, “공소외 2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사본”을 추가한다.

법령의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피고인들에 대하여 형이 가장 무거운 각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피고인 2에 대하여는 각 죄의 장기형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1. 정상참작감경

1. 이수명령

1. 몰수

1. 추징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조 단서[피고인들은 대마를 각 2회 흡연하였으므로 피고인들로부터 각 20만 원(= 대마 1회 투약분 가액 10만 원 × 2회) 추징]

1. 가납명령

양형의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및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1) 피고인 1: 징역 3년 6월∼22년 6월

2) 피고인 2: 징역 3년 6월∼20년

나.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1) 피고인들의 제1범죄[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유형의 결정] 마약범죄 〉 04. 대량범 〉 [제2유형]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5년∼9년

2) 피고인들의 제2, 3범죄[각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유형의 결정] 마약범죄 〉 01. 투약·단순소지 등 〉 [제2유형] 대마, 향정 라.목 및 마.목 등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8월∼1년 6월

3)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피고인들: 각 징역 5년∼10년 3월(제1범죄 상한 + 제2범죄 상한의 1/2 + 제3범죄 상한의 1/3)

2.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형의 결정

피고인들은 범행을 대체로 시인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피고인들의 가족과 지인들이 피고인들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 피고인 1의 경우 1회 이종 벌금 전과 외에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피고인 2는 처벌전력이 없는 초범이다. 피고인 2는 자수하였고, 피고인들은 이 법원에 이르러 다른 공범의 존재와 구체적 범행 실행 방법을 밝히고, 공범에 대한 수사에 협조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1은 마약 수령 장소를 제공하고 직접 마약을 수령함으로써, 피고인 2는 해외 마약판매자와 연락하여 마약을 주문하고 그 대금을 지급함으로써 마약 밀수 범행에 가담하였고, 밀수한 케타민의 양이 적지 않다. 마약류 범죄는 그 환각성, 중독성 등으로 인하여 개인의 육체와 정신을 피폐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국민보건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등 사회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큰 중대한 범죄이다. 특히 마약 밀수 범행은 마약의 확산 및 그로 인한 추가 범죄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비난가능성이 더욱 크다. 피고인들은 대마를 여러 차례 흡연하였고, 피고인 1은 대마를 재배하기 위한 대마 종자를 소지하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정상 및 피고인들을 비롯한 공범들에 대한 수사 및 이 사건 재판의 경과, 진술 경위 등을 비롯하여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다른 공범의 가담 사실을 은폐하여 오다가 이 법원에서 그 존재와 실제 범행 방법 등을 밝히면서 공범에 대한 수사에 협조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 범위의 하한을 이탈하여 형을 정할 정도의 사정 변경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주문과 같이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정한다.

판사   최환(재판장) 김정환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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