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노27 군인등준강간치상(인정된 죄명 군인등준강간)
피고인
A
계급
군번
소속
주거
등록기준지
항소인
피고인 및 군검사
군검사
소령 권준형(기소), 소령 김예나(공판)
변호인
변호사 이장희
변론
거침
원심판결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2018. 12. 28. 선고 2018고22 판결
(관할관, 2019. 1. 4. 원판결대로 확인)
판결선고
2019. 5. 16.
주문
피고인과 군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량(징역 3년, 취업제한명령 3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군검사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이유무죄 부분에 대하여, 원하지 않는 임신 그 자체가 상해에 해당하고, 피해자에 대한 상해진단서의 신빙성이 인정되며,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피고인의 군인 등준강간 범행과의 인과관계 또한 인정되므로 군인등준강간치상의 공소사실은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으므로, 원심 판단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량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군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 판시 무죄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6. 1. 24. 01:25경 강릉시 B에 있는 C층 호수 불상의 객실에서 만취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군인인 피해자 F (여)의 브래지어와 팬티를 벗기고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성기에 삽입한 후 1회 간음하여 강간함으로써 원하지 않는 임신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입게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을 근거로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군인 등준강간의 점은 유죄로 인정한 반면, 군인등준강간치상의 점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근거로 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① 군인등준강간치상죄에서의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 즉 피해자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는 것을 말하는 것인바(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1도7923 판결 참조), 임신으로 인하여 산모가 신체 전반에 큰 변화를 겪게 되면서 생리적·감정적 변화 등을 겪게 되거나 임신 중 합병증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임신 자체의 효과일 뿐 판시 범행으로 인한 생활 기능의 장애라고 볼 수 없다.
② 피해자가 이 사건 발생 이후 약 1년 11개월이 지난 2017. 12. 29. E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기 시작하여 2018. 2. 21.까지 진료를 받은 뒤 더 이상 진료를 받지 않았고, 2018. 4. 18.에 이르러 성폭행 이후 생길 수 있는 재경험, 회피, 과각성 등의 증세를 보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내용으로 하는 진단서(이하 '이 사건 진단서'라 한다)를 발급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위 진단서는 군인등준강간 피해일로부터 2년이 넘는 기간 후 발급받은 것이고, 최초 진료기록 역시 위 피해일로부터 약 1년 11개월이 지난 시점에 작성된 것이어서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피고인의 군인등준강간 범행으로 인한 것임을 단정하기 어려운 점, 진단서 및 진료기록지의 기재 상 면담 치료 내용 및 향후 치료에 대한 소견이 피해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작성된 점, 피해자의 진단서 발급 경위에 대하여 피해자 스스로 군의관에게 피해 사실을 말하고 수면제 처방을 받고 진단서를 써달라고 요구하였다.', '(성폭행 피해를 입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진단서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고, 현역복무부적합 판정을 받기 위해 보안이 철저한 군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다.', 군에서 버티기 힘들어 현역복무 부적합 전역을 하자고 생각하였는데, 사유가 필요하여 진단서가 있으면 더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고, 민간 병원에 가도 되지만 기록이 남을 수도 있어서 군병원에 가서 군의관과 상담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진단서가 객관성이나 신빙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당심의 판단
1) 법리
군인등준강간치상죄에서 말하는 상해는 피해자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고 생리적 기능이나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육체적 기능뿐만 아니라 정신적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경우도 포함하며, 이는 객관적,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신체·정신상의 구체적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5도3939 판결 등 참조).
한편, 상해죄의 피해자가 제출하는 상해진단서는 일반적으로 의사가 당해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상해의 원인을 파악한 후 의학적 전문지식을 동원하여 관찰 판단한 상해의 부위와 정도 등을 기재한 것으로서 거기에 기재된 상해가 곧 피고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사실을 직접 증명하는 증거가 되기에 부족한 것이지만, 그 상해에 대한 진단일자 및 상해진단서 작성일자가 상해 발생시점과 시간상으로 근접하고 상해진단서 발급경위에 특히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으며 거기에 기재된 상해 부위와 정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의 원인 내지 경위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무렵 피해자가 제3자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등으로 달리 상해를 입을 만한 정황이 발견되거나 의사가 허위로 진단서를 작성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상해진단서는 피해자의 진술과 더불어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증명하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고, 합리적인 근거 없이 그 증명력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으나(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도12728 판결 참조), 상해 사실의 존재 및 인과관계 역시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상해진단서의 객관성과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증명력을 판단함에 있어 신중하여야 하며, 특히 상해진단서가 피해자의 주관적인 호소 등에 의존하여 의학적인 가능성만으로 발급된 때에는 진단 일자 및 진단서 작성일자가 상해 발생 시점과 시간상으로 근접하고 상해진단서 발급 경위에 특별히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없는지, 상해진단서에 기재된 상해 부위 및 정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의 원인 내지 경위와 일치하는지, 피해자가 호소하는 불편이 기왕에 존재하던 신체 이상과 무관한 새로운 원인으로 생겼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사가 상해진단서를 발급한 근거 등을 두루 살피는 외에도 피해자가 상해 사건 이후 진료를 받은 시점, 진료를 받게 된 동기와 경위, 그 이후의 진료 경과 등을 면밀히 살펴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증명력을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15018 판결 참조).
2) 원하지 않는 임신이 상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고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비록 임신을 하게 되면 신체 전반에 걸쳐 큰 변화가 발생하고 다양한 합병증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기는 하나, 원심이 적절하게 판시한 바와 같이 이는 임신 자체로 인한 효과일 뿐 피고인의 군인 등준강간 범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생활기능의 장애라고 볼 수는 없을 뿐 아니라, 임신 그 자체 또는 임신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신체의 변화를 가리켜 생리적 기능의 훼손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원치 않는 임신 또한 군인등준강간치상죄에서 말하는 상해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군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고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더하여 다음과 같은 각 사실관계가 인정된다.
① 피해자에 대한 이 사건 진단서를 작성한 군의관 D은 당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i) 정신과적 증상에 대해서는 보통 관찰, 면담의 방식으로만 진단을 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 또한 전적으로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다만 피해자의 진술의 일관성이나 호소하는 증상의 전형성을 기준으로 피해자의 진술이 허위인지 여부를 판단하게 되나, 외상과 관련하여서는 피해자가 주장하는 외상을 그대로 믿고 진단한다는 취지, (ii) 피해자와 면담한 결과 그 진술이 일관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전형적인 증상을 호소하여 피해자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는 취지, (iii) 외상 발생 후 시간이 경과한 후 진단을 받는다고 하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의 정확도가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취지, (iv) 강간을 당한 경우 뿐 아니라 원치 않는 성관계를 하게 된 경우라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말하는 외상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 및 (v) 피해자가 면담 과정에서 낙태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는지 여부는 기억이 나지 않고 정신과 진단 체계에 의하면 낙태는 외상에 해당하는 예시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으나, 경우에 따라서 낙태나 그 외의 원인에 의해서도 비슷한 증상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각 진술하였다.
② 피해자는 원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사건 발생 후 2017. 12. 29. 위 D으로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기 전에는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③ 피해자는 위 D으로부터 6회에 걸쳐 진료를 받았는데, 진단서 발급일인 2018. 4. 18. 이후부터는 진료를 받으러 오지 않았다.
④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인한 피고인에 대한 징계절차와 관련하여 확인서를 작성하면서, “3개월 정도 후 나름 잊어가며 잘 살고 있었는데 벌써 석 달이나 생리가 안 나와서 생각을 하다가 불현듯 석 달 전 피고인과의 성관계가 생각났습니다.”, “하루 정도지나 의식 없이 축 늘어진 내가 피고인에게 당하는 듯한 장면이 단편적으로 생각났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군복 입은 남군들과 피고인이 겹쳐 보이며 스트레스가 극도로 치닫고 평소 잘 꾸지도 않던 꿈에서 아기가 나타나며 저를 원망하는 악몽을 꾸는 빈도수가 급격히 늘어나자 잠도 못자고 그냥 죽어버릴까, 아기 따라서 속죄를 할까라는 생각이 늘어나 복무하기가 너무 힘들어졌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⑤ 피해자는 이 사건에 대한 피고인에 대한 징계절차와 관련하여 참고인 진술조서를 작성하면서, “초반에는 기무에서 나왔다고 하니깐 색안경 끼고 공부하고 하면서 6개월 정도 정신없이 지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피고인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보면 계속 오버랩이 되면서 겹쳐서 보이니깐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냥 아무런 일도 아니다 하며 생각을 하면서 살려고 했는데 월경을 안 해 느낌이 싸해져서 병원에 갔을 때 임신 판정을 받아 너무 힘들었습니다. 처음부터 밝힐 걸 하면서 후회도 많이 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이 사건 군인등준강간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상해가 발생하였고, 그것이 군의관에 의해 정확하게 판단되어 진단서에 현출된 것이라는 진지한 의심이 가능함은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사건 발생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 진료를 받는다고 하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의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진단서나 진료기록이 이 사건 군인 등준강간 범행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뒤에 작성된 것이라고 하여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하거나, 인과관계가 없다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 원심 및 당심이 인정한 앞서 본 사정들을 종합하면, 정신과적 증상으로 진단서를 발급하는 경우 외상의 종류는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 사건 진단서의 경우에도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하였다고 진술하여 이 사건 군인 등준강간이 외상으로 기록된 것일 뿐이고, 그 외에 외상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다른 사건들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피해자가 호소하는 증상 중에는 피고인과 관련된 부분 외에도 낙태에 대한 죄책감 등 태아에 관한 부분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정, 위 D은 피해자가 면담 당시 낙태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원치 않는 성관계나 낙태의 경우에도 경우에 따라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비슷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술하고 있는 사정 등을 더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비록 이 사건 진단서 기재 중 '피해자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하였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피고인의 이 사건 군인등준강간의 범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점까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이 온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게다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진단은 보편적으로 누구나 압도당할 만한 경험인 '외상'이라고 평가할 만한 사건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전형적인 증상, 즉 재경험, 회피, 과각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 내려지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건 당시의 상황이 기억나지 않고, 다만 경우에 따라 사건 당시의 장면이 드문드문 기억이 날 뿐인 준강간의 경우에도 여기에서 말하는 '외상'에 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소 의문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 판시 범행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사이의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것인바, 이 부분 군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피고인 및 군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함께 교육을 받던 여군인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한 것으로 그 죄질이 나쁜 점,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는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게 되었고 임신중절수술까지 받게 된 점,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인 충격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대해 보이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호소하고 있는 점, 피고인은 원심에서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며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한 점 등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
그러나 한편, 피고인은 범죄전력 없는 초범인 점, 이 사건 범행 이후 피해자에게 지속적인 사과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고, 비록 임신중절 수술을 받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임신한 아이에 대해서 책임지려는 태도를 보였던 점, 당심에 이르러 뒤늦게나마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이 사건 범행 이전까지 성실하게 군 생활을 해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될 수 있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및 경위, 범행의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량은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 부당해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과 군검사의 이 부분 각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및 군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군사법원법 제430조 제1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군판사 대령 신동욱
군판사 소령 방지혁
군판사 중령 최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