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입찰을 실시하는 회사가 입찰참가회사에 대하여 한 견적서 제출요청 및 입찰안내 등이 단순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다고 본 사례
나. 계약체결 이전에 계약이 성립될 것으로 믿고 비용을 지출한 자에 대하여 계약체결을 위한 교섭을 파기한 상대방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가. 입찰시방서상 입찰을 실시하는 회사가 입찰내역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 경제성, 업체기술능력, 공급범위, 납기, 품질 등을 평가하여 낙찰 또는 유찰로 결정하도록 되어 있고 그러한 경우에도 입찰자는 그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이러한 방식에 의한 매매계약은 입찰참가회사의 응찰과 입찰을 실시하는 회사의 낙찰선언에 의하여 비로소 성립되는 것이므로 입찰참가회사에 대한 견적서제출요청이나 입찰기일통지 등의 입찰안내는 단순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계약이 확실하게 성립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정당한 기대나 신뢰를 유발, 조장하고서도 타당한 근거없이 계약체결을 위한 교섭을 중단한 경우가 아니라면 당사자 일방이 이를 파기하더라도 이로써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므로 계약이 성립될 것으로 믿고 비용을 지출한 상대방에게 그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
참조판례
대법원 1978.4.11. 선고 78다317 판결(요민 Ⅰ-2 민법 제527조(10)846면 민판집 244-392)
원고
재명전자경보주식회사
피고
한국중공업주식회사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64,560,1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송달일 다음날부터 이 사건 판결선고일까지는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는 판결 및 가집행선고.
이유
1. 계약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원고는 1989.1.12. 피고가 소외 포항제철주식회사에 설치할 냉연설비 케이 2 에이취(K2H)용 아이. 티. 브이(I.T.V, 감시카메라) 1식의 구매를 위하여 실시한 입찰에 참가하였는데, 1차, 2차, 입찰에서는 모두 유찰되었으나 3차 입찰에서는 원고가 최저가격인 금 163,500,000원으로 응찰하여 낙찰됨으로써 피고와 위 아이. 티. 브이 1식의 매매계약이 체결되었으나 피고는 위 아이. 티. 브이 1식을 소외 오리엔탈전자주식회사로부터 구매하여 소외 포항제철주식회사에 설치함으로써 위 매매계약은 이행불능에 이르렀으므로 이 사건 소장부본송달로써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피고의 위 매매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먼저 원고와 피고사이에 위 아이. 티. 브이 1식에 관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갑 제2호증의 1, 2(각 통고서, 갑 제2호증의 2는 을 제3호증의 2와 같다.), 을 제3호증의 1(답신등 관련통고), 3(K2H용 I.T.V 건), 4(입찰관계 등)의 각 기재와 증인 장율희, 같은 임철규의 각 증언 중 이에 부합하는 부분은 믿을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각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1호증의 1(견적의뢰서), 2(시방서), 3(자재구매시방서), 4(자재구매사양서), 5(회의록),6(입찰안내서), 7(기술검토서), 을 제1호증의 1(입찰서), 2(봉투앞면), 3(봉투뒷면), 을 제2호증(견적서), 을 제7호증의 1(입찰참가신청서),2(입찰시방서)의 각 기재에 증인 김도진, 같은 임철규의 각 증언(다만, 증인 임철규의 증언 중 앞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을 종합하면, 원고는 1988.7.6. 피고로부터 소외 포항제철주식회사에 설치할 냉연시설 케이 2 에이취(K2H)용 아이. 티. 브이(I.T.V.) 1식의 구매를 위하여 실시하는 제한경쟁입찰에 참가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견적서와 자재구매기술시방서를 피고에게 제출하고 피고와 협의하여 자재구매사양서를 확정하는 등의 절차를 밟은 후 1989.1.10. 입찰실시일자를 통고받고 1989.1.12. 소외 국제전자주식회사, 같은 오리엔탈전자주식회사와 함께 위 입찰에 응찰한 사실, 원고는 위 입찰에 참가하면서 피고에게 입찰시방서(을 제7호증의 2)를 작성 제출하였는데 위 입찰시방서 제14조에는 입찰자가 제출한 입찰서는 경제성, 업체기술능력, 공급범위, 납기, 오너(owner)측의 벤도(vendor)승인, 사용자재, 품질 등을 평가하여 입찰내역의 전부 또는 일부를 낙찰 또는 유찰로 결정할 경우에도 입찰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는 사실, 피고는 위 입찰시 입찰내정금액을 금 230,000,000원으로 정하고 입찰을 실시하였는데, 1차 입찰실시 결과 원고 금 168,400,000원, 소외 국제전자주식회사 금 178,800,000원, 소외 오리엔탈전자주식회사 금 220,000,000원의 가격으로 각 응찰하여 원고의 응찰가격이 피고회사 내정가격과 금 61,600,000원이나 차이가 나자 피고회사 담당자들은 각 회사가 제출한 견적가, 피고회사의 예산책정 및 시방서 등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고 위 입찰을 유찰시키기로 결정하여 유찰을 선언하고, 2차 입찰을 실시한 후에도 유찰을 선언하였으며, 3차 입찰을 실시한 후에도 원고 1등, 소외 국제전자주식회사 2등, 소외 오리엔탈전자주식회사 3등임을 밝히고 유찰을 선언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입찰시 원고가 작성, 제출한 입찰시방서에 피고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낙찰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점에 비추어 피고회사의 1988.7.6.자 견적서 제출요청과 1989.1.10.자 입찰안내는 단순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며 원고의 응찰과 피고회사의 낙찰선언에 의하여 비로소 매매계약이 성립하게 된다고 할 것인데 피고회사는 위 3차 입찰실시 후에도 낙찰선언을 한 바 없어 위 매매계약은 성립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와 피고사이에 위 아이. 티. 브이 1식에 관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없이 이유없다.
2.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판단.
각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3호증의 1(견적의뢰서), 2(자재구매사양서),3(자재구매기술사양서), 4(견적서), 5(회의록), 갑 제4호증의 1 지 3(각 견적의뢰서)의 각 기재에 증인 장율희의 증언(다만, 증인 장율희의 증언 중 앞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을 종합하면, 원고는 피고로부터 1988.12.2. 소외 포항제철주식회사의 주물선 5고로용 감시카메라에 관하여, 1988.12. 소외 주식회사 유공의 화학 1차 설비용 감시카메라에 관하여, 1989.1.4. 광양제철소용 감시카메라에 관하여, 1989.3.13. 소외 주식회사 유공의 화학2차 설비용 감시카메라에 관하여 각 경쟁입찰에 필요한 견적서를 제출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고 위 4건에 대하여 모두 견적서와 시방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하는 한편 원고회사 직원이 수차에 걸쳐서 피고회사를 방문하여 응찰을 희망하는 다른 회사 직원들과 함께 기술 및 자재구매시방사항에 관한 협의를 한 사실, 그런데 피고회사는 원고가 위 1항에서 본 바와 같이 위 1989.1.12.자 입찰에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게속하여 그 이행을 요구하자 원고에게 위 4건의 입찰실시일자를 통지하지 아니하여 원고가 위 4건의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원고는, 피고가 원고에게 위 4건의 입찰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위 4건의 입찰에 관한 견적서 및 시방서를 제출하고 수차에 걸쳐서 협의를 한 이상 피고로서는 신의칙 및 상관례상 원고에게 위 4건의 입찰실시일자를 미리 통지함으로써 원고가 응찰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입찰실시일자를 통지하지 아니하여 원고가 위 4건의 입찰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한 것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위 4건의 입찰에 응찰하기 위하여 비용을 지출함으로써 원고가 입은 손해의 배상을 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계약교섭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계약이 확실하게 성립되리라는 점에 대한 정당한 기대 또는 신뢰를 유발 또는 조장하고도 타당한 근거없이 계약교섭을 중단하는 경우가 아닌 한 계약당사자 일방이 계약의 교섭을 파기하더라도 계약체결자유의 원칙상 상대방이 그 계약의 성립을 기대하고 지출한 비용을 배상할 책임은 없으며, 계약체결 이전에 가볍게 그 성립을 믿은 자는 자기의 위험과 책임하에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로부터 견적서제출의 요청을 받고 다른 응찰희망자들과 함께 피고와 그 내용에 관하여 협의한 것에 불과한 원고로서는 그 계약의 성립을 기대하고 지출한 비용을 부담하여야 할 것이며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게 위 4건의 입찰실시일자를 통지하지 아니함으로써 계약교섭을 파기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계약교섭파기 행위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가 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없이 이유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한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