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8다251646 부당이득금
원고상고인
A
피고피상고인
B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성만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2018. 6. 14. 선고 2017나75866 판결
판결선고
2018. 11. 29.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고,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증명하지 아니한 것이 분명하거나 쟁점으로 될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인 다툼이 없는 경우에는 법원은 석명을 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만일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을 이유로 법원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려는 경우에는 그 법률적 관점에 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며, 그와 같이 하지 않고 예상외의 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는 것은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 된다(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다37185 판결,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50338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당사자가 매매 등 구성요건적 규범에 기하여 그 규범이 정하는 법률효과가 발생하였음을 이유로 법원에 그에 따른 법률효과의 선언과 함께 이행명령 등을 청구한 경우, 법원은 그 법률효과의 발생 여부를 판단하면서 직권으로 민법 제103조에서 규정하는 반사회질서 등 구성요건적 규범에 의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인, 저지하는 순수판단규범을 심사하여 이를 적용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으므로 이는 변론주의가 적용되지 않으며,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 여부에 불구하고 이를 판단할 수 있고 또 당연히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는 유주택자 이면서 전매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인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기하여 피고에게 계약대금을 준 자로서, 그 계약대금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고 원고의 불법성이 피고의 그것에 못지않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위 계약대금 상당액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고는 제1심과 원심 제1차 변론기일에 이르기까지, ① 이 사건 계약은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원고 앞으로의 분양전환이나 소유권 이전이 불가능할 경우 위 계약을 실효시키기로 한 해제조건부 계약으로서 위와 같은 해제조건이 성취되어 위 계약이 실효되었다는 것과, ②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원고 앞으로 임차권 명의를 변경하거나 분양전환을 통해 원고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해줄 의무가 있는데, 원고와 피고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위 의무가 이행불능되었으므로 채무자 위험부담의 원리에 따라 피고가 위 계약대금 상당액인 4,500만 원을 부당이득으로서 원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나. 이에 대해 피고는, ① 이 사건 계약이 해제조건부 계약이라고 볼 수 없고, ②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원고 앞으로 임차권 명의를 변경하거나 분양전환을 통해 원고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해줄 의무가 피고에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다투었다.다. 원심은 제1차 변론기일에 원고 소송대리인에게 '강행법규 위반 부분과 원고가 총 지출한 금액에 대하여 정리하여 제출할 것을 명'하였는데, 그 이후에도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이 법령에 정한 임차권 양도요건을 갖추어 적법하다는 전제 아래 피고의 의무가 이행불능되었으므로 계약대금 상당액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 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 역시 종전과 마찬가지로 임차권 명의변경이나 분양전환 등은 피고의 의무가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만을 반복하였을 뿐이다.
라. 원심은 제2차 변론기일에 위와 같은 당사자의 주장이 기재된 준비서면을 각 진술시킨 후 더 이상의 추가적인 심리 없이 변론을 종결하였고, 결국 원심 변론종결 당시까지 당사자 사이에는 이 사건 계약이 민법 제103조의 공서양속 위반에 해당하여 무효라거나, 그 계약대금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반환을 구할 수 없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전혀 쟁점이 된 바 없다. 또한 원심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 소송대리인에게 강행법규 위반 부분에 대하여 정리하여 제출할 것을 명한 데 대하여 원고와 피고가 그에 부응하는 어떠한 주장을 하지 아니하였음에도 원심은 원심이 말한 강행법규 위반이 문제되는 부분이 어느 부분인지를 밝히고 그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질문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준 사실도 없어 보인다.
마. 그런데도 원심은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였거나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인 민법 제103조의 공서양속 위반 및 불법원인급여를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와 같이 예상외의 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인 원고에게 불의의 타격을 준 원심의 판단에는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필요한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재형
대법관조회대
대법관민유숙
주심대법관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