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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8. 25. 선고 2018다261605 판결
[손해배상(기)][공2022하,1922]
판시사항

[1] 법률상 사항에 관한 법원의 석명 또는 지적의무

[2] 종중의 법적 성질 및 종중규약의 자율성

[3] 갑 종중이 ‘정기 대의원회의가 총회를 갈음한다.’고 정한 규약에 따라 대의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을 주식회사 등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하였는데, 항소심에서 위 소가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하여 적법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고 이는 단시일 안에 보정될 수 없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한 사안에서, 항소심이 직권으로 위 소가 부적법하다고 한 것은 석명의무를 위반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위 규약이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등 갑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된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 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제4항 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증명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거나 쟁점으로 될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인 다툼이 없는 경우에는 법원은 석명을 구하면서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만일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을 이유로 법원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려는 경우에는 그러한 관점에 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와 같이 하지 않고 예상외의 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뜻밖의 판결을 내리는 것은 석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을 저지른 것이 된다.

[2]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그리고 종원 상호 사이의 친목도모 등을 목적으로 자연발생적으로 성립한 종족 집단체로서, 종중이 규약이나 관습에 따라 선출된 대표자 등에 의하여 대표되는 정도로 조직을 갖추고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면 비법인사단으로서 단체성이 인정된다. 이와 같은 종중의 성격과 법적 성질에 비추어 보면, 종중에 대하여는 가급적 그 독자성과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고, 따라서 원칙적으로 종중규약은 그것이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등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 한 그 유효성을 인정하여야 한다.

[3] 갑 종중이 ‘정기 대의원회의가 총회를 갈음한다.’고 정한 규약에 따라 대의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을 주식회사 등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하였는데, 항소심에서 위 소가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하여 적법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고 이는 단시일 안에 보정될 수 없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한 사안에서, ‘정기 대의원회의가 총회를 갈음한다.’고 규정한 규약이 무효인지, 위 소가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하여 적법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부적법한 소인지는 당사자 사이에 전혀 쟁점이 된 바가 없었고, 항소심도 그에 대하여 갑 종중에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거나 석명권을 행사하였던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항소심이 직권으로 위 소가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하여 적법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고 이는 단시일 안에 보정될 수 없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한 것은,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법률적인 관점에 기한 뜻밖의 재판으로서 당사자에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불이익을 주었을 뿐 아니라 석명의무를 위반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위 규약이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등 갑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된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

○○○○○○○○종중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로고스 담당변호사 류두현 외 1인)

피고,피상고인

주식회사 씨엔종합건설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춘추 담당변호사 신태영)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8. 7. 19. 선고 2018나5449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종중인 원고는 주위적으로 피고 주식회사 씨엔종합건설(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과 피고 회사 대표이사인 피고 2 및 원고의 총무였던 피고 3을 상대로 피고 2와 피고 3이 건설공사 도급계약서를 위조하여 건물 신축에 따른 정당한 부가가치세를 초과한 부분을 편취하거나 횡령하였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피고 회사를 상대로 위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직권으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면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가. 사단에는 반드시 원칙적·최종적 의사결정기관으로 사원총회를 두고 연 1회 이상 통상총회를 소집하여야 하고, 정관으로 이사 등 임원에게 사무처리를 위임할 수는 있으나 그 위임은 특정한 업무에 관하여 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사원총회를 두지 않거나 이를 두더라도 사원총회 아닌 다른 회의체나 이사 등 임원에게 사단의 사무 전반에 관하여 포괄적으로 그 의사결정과 처리를 위임할 수는 없다. 만약 정관이 이에 위반한 경우 그 정관은 강행법규나 법인 제도의 본령에 어긋나 무효이다.

나. 원고 규약상 종중총회의 소집 등 종원 전원으로 구성되는 종중총회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고, 오히려 규약 제12조는 ‘정기 대의원회의가 총회를 갈음한다.’고 함으로써 종중총회의 역할과 권한을 포괄적으로 정기 대의원회의에 양도·위임하고 있는바, 이는 사단의 가장 중요한 기관인 총회를 배제하고 형해화하는 규정이므로 이 규정은 무효이다.

다. 비록 원고의 규약에서 재산관리에 관한 사항은 대의원회의에서 의결하도록 위임하였고, 이에 따라 위와 같이 2016. 11. 20. 자 대의원회의에서 이 사건 소 제기에 관한 사항 등이 의결되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그 결의가 사원총회를 애당초 배제하고 모든 의사결정 권한을 포괄적·배타적으로 대의원회의에 위임함으로써 무효인 정관 규정에 의하여 이루어진 이상 그 결의 역시 효력이 없다.

라. 따라서 이 사건 소는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하여 적법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고 이는 단시일 안에 보정될 수 없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1)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1항 은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제4항 은 “법원은 당사자가 간과하였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증명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거나 쟁점으로 될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인 다툼이 없는 경우에는 법원은 석명을 구하면서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고, 만일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을 이유로 법원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려는 경우에는 그러한 관점에 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와 같이 하지 않고 예상외의 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뜻밖의 판결을 내리는 것은 석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을 저지른 것이 된다 ( 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5다37185 판결 ,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다251646 판결 ,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다276973 판결 등 참조).

2)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그리고 종원 상호 사이의 친목도모 등을 목적으로 자연발생적으로 성립한 종족 집단체로서, 종중이 규약이나 관습에 따라 선출된 대표자 등에 의하여 대표되는 정도로 조직을 갖추고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면 비법인사단으로서 단체성이 인정된다 (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다47024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종중의 성격과 법적 성질에 비추어 보면, 종중에 대하여는 가급적 그 독자성과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고, 따라서 원칙적으로 종중규약은 그것이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등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되지 않는 한 그 유효성을 인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5다30566 판결 참조).

나. 1) 그런데 기록을 살펴보면, 이 사건 소송은 원심에 이르기까지 주위적으로 피고들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예비적으로 피고 회사가 부당이득반환 의무를 부담하는지에 관하여 다투어지고 심리가 이루어졌을 뿐, ‘정기 대의원회의가 총회를 갈음한다.’고 규정한 원고 규약 제12조가 무효인지, 따라서 이 사건 소는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하여 적법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부적법한 소인지 여부는 당사자 사이에 전혀 쟁점이 된 바가 없었고 원심도 그에 대하여 원고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거나 석명권을 행사하였던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원심이 직권으로 판단한다고 하면서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소는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하여 적법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고 이는 단시일 안에 보정될 수 없는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한 것은,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법률적인 관점에 기한 뜻밖의 재판으로서 당사자에게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불이익을 주었을 뿐 아니라 석명의무를 위반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정기 대의원회의가 총회를 갈음한다.’고 한 원고 규약 제12조가 무효이므로 이 사건 소는 총유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하여 적법한 사원총회의 결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들고 있는 사유만으로는 원고 규약 제12조가 종원이 가지는 고유하고 기본적인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등 원고 종중의 본질이나 설립 목적에 크게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심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종중 및 종중규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김선수 노태악(주심) 오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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