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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법 2011. 6. 22. 선고 2009드합13538 판결
[인지등] 항소[각공2011하,1115]
판시사항

[1] 인공수정에 의하여 출생한 자의 친자관계 판단 기준

[2] 갑과 사실혼관계에 있던 을이 갑에게 출산·양육 등과 관련한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는 각서를 작성하고 갑에게서 정자를 공여받아 인공수정을 통하여 병, 정을 출산한 사안에서, 갑이 을에게 정자를 제공하면서 각서를 받은 사실만으로는 갑을 불특정다수를 위해 정자를 정자은행에 기증한 사람과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고 하며 병, 정의 인지청구를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인공수정이란 남녀 사이의 자연적 성행위에 의하지 않고 인위적인 시술에 의하여 수태하게 하는 것으로, 배우자의 정액을 사용하는 경우(Artificial Insemination by Husband : 약칭 AIH, 이하 ‘AIH’라 한다)와 비배우자의 정액을 사용하는 AID의 경우가 있다. AIH에 의하여 출생한 자의 친자관계는 자연적인 성결합 대신에 인공적인 기술이 사용되었을 뿐이어서 통상의 자와 마찬가지로서 민법 제844조 에 의해 부(부)의 친생자로 추정받는다고 할 것이고, 사실혼 부부 사이에 AIH에 의한 출생자가 있으면 그 출생자는 모의 혼인 외의 자가 되나, 그 후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게 되면 민법 제855조 제2항 에 기해 준정(준정)에 의한 혼인중의 자가 된다. 이와 달리 AID의 경우,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한 경우에 한하여 AID에 의하여 출생한 자는 친생추정을 받는 혼인 중의 출생자가 되고 남편의 친생부인권이 부인되는 한편 AID에 의하여 출생한 자는 정자제공자가 불특정다수로서 그들이 정액을 제공한 후 정액의 행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할 것을 전제로 나중에 수정된 정자의 주인을 찾아 인지청구를 할 수 없다.

[2] 갑과 사실혼관계에 있던 을이 갑에게 출산·양육 등과 관련한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는 각서를 작성하고 갑에게서 정자를 공여받아 인공수정을 통하여 병, 정을 출산한 사안에서, 정자제공자가 갑으로 특정되어 있는 점, 갑이 배우자로서 선택유산 및 양수검사에도 동의한 점, 을이 만약 갑과 혼인신고를 하게 되면 병, 정은 민법 제855조 제2항 에 기해 준정(준정)에 의한 혼인중의 자가 되는 법률상의 지위에 있다는 점, 그럼에도 갑에게 병, 정의 부(부)가 될 의사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병, 정의 인지청구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부(부)의 일방적인 의사에 기해 사전에 자의 신분적 이익을 박탈하는 것은 물론 자의 인격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갑이 을에게 정자를 제공하면서 각서를 받은 사실만으로는 갑을 불특정다수를 위해 정자를 정자은행에 기증한 사람과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고 하며, 병, 정의 인지청구를 인정한 사례.

원고

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별 담당변호사 최충단)

피고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양호승 외 2인)

변론종결

2011. 5. 25.

주문

1. 피고는 원고 3에게 3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0. 1. 8.부터 2011. 6. 22.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 1, 2를 피고의 친생자로서 인지한다.

3. 원고 1, 2의 각 친권자 및 양육자로 원고 3을 지정한다.

4. 피고는 원고 3에게,

가. 원고 1, 2의 과거 양육비로 16,000,000원을 지급하고,

나. 원고 1, 2의 장래 양육비로 2011. 5. 26.부터 원고 1, 2가 성년이 되기 전날까지 1인당 월 500,000원을 매월 말일에 지급하라.

5. 원고 3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6. 제1, 4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7. 소송비용 중 원고 1, 2와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피고가 부담하고, 원고 3과 피고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 3과 피고가 50%씩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 제2, 3항 및 피고는 원고 3에게 148,4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피고는 원고 3에게 원고 1, 2의 양육비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원고 1, 2가 성년에 이르기 전날까지 1인당 월 100만 원을 매월 말일에 지급하라.

이유

1. 인정 사실

가. 원고 3과 피고의 동거생활

(1) 피고는 서울대학교 (이하 생략)에 재학중이던 2001. 7.경 컴퓨터 채팅을 통해 목포과학대학 (이하 생략)을 졸업하고 치과병원 실장으로 일하던 원고 3을 알게 된 후 2001. 9.경 만나기 시작하다가 그 무렵 피고가 거주하던 원룸에서 성관계를 하였고, 원고 3은 2001. 12.경 피고가 거주하던 원룸 부근 오피스텔로 이사하여 생활하였다.

(2) 원고 3은 2002. 2.경 피고에게 임신중절수술을 하였다고 말했고, 피고는 약국 앞에서 원고 3에게 “세포덩어리일 뿐인데 뭐가 그렇게 슬프냐”고 말했다.

(3) 원고 3은 2002년 상반기에 두 번의 자연유산을 하였고, 피고는 원고 3과 함께 양재역 부근 산부인과를 방문하였다.

(4) 피고는 2002. 9.경 뉴질랜드로 어학연수를 떠났다가 2003. 2.경 귀국하였고, 그 후부터 자신의 기숙사 또는 자취방에는 가끔 들르면서 원고 3의 거주지에서 2008. 12. 초경까지 동거생활을 하였으며, 동거기간 중 피고는 서울대학교 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았고, 원고 3은 치과병원 직원으로 일하였다.

(5) 원고 3은 2007. 3.경 임신중절을 원인으로 한 자궁선근종 진단을 받고 피고와 함께 병원을 방문하여 자궁을 적출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으나, 다른 병원에서 자궁적출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을 듣고 약을 처방받았다.

(6) 피고는 목포 집에 내려간 원고 3에게, 2007. 4. 24. “자기야 그냥 보고 싶다 자기 얼굴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난다.”는 문자메세지를, 2007. 4. 27. “자갸 나 집에 가고 있어 속도 너무 안좋고 기침할때마다 머리도 울려 자갸 아팠던거 자꾸만 생각나네”, “나도 어디가 안좋아서 그런지 밤되면 안경을 써도 잘 안보이는 것 같아 자갸 보고싶다.”라는 문자메세지를, 2007. 4. 28. “사랑하는 자갸 자기 없이 이렇게 생활하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어색하고 걱정뿐이네”, “자기야 날이 덥다는데 난 전혀 더운 것 같지가 않네 목포 좋을테니까 자갸 밖에 한번 나가봐”라는 문자메세지를, 2007. 4. 30. “옆방 교수님이 시키셔서 베란다청소를 했어 날씨가 흐려서 안좋다 자기야 자기는 얼마나 야웠을까”, “보고싶은 자기야 하루에도 몇 번씩 힘들어하고 있을 자기를 생각하면 아무거도 못하겠어 보고 싶어”, “어젠 꿈에서 자기를 봤어 힘들다 자갸 일케 자기 보지도 못하고 난 짐 설 가려고 터미널이야”, “자갸 나 눈도 이상하게 피곤하고 힘도 없고 해서 오늘은 좀 일찍가서 쉬려고 자기는 이제 안아프려나”, “자갸 오늘은 날씨가 흐리다 있다가 비도 온다네 내 맘처럼 흐려 자갸 보고싶다.”, “자갸 온거구나 뛰어갈께”라는 등의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7) 피고는 2007. 5.경 원고 3과 함께 목포에 내려가 원고 3의 부모에게 인사를 드렸고, 2007. 6. 16. 목포에서 치러진 원고 3 아버지의 고희연에도 참석하여 가족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으며, 사람들이 언제 결혼식을 하느냐고 묻자 가능한 빨리 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말하였다.

(8) 피고는 원고 3에게, 2007. 6. 24. “자기야 나 지난주에 자기 부모님 칠순잔치에 있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 그때 가야 했던건 미안”이라는 문자메세지를 보냈고, 2007. 10. 9. “자기야 미안 자기 목소리도 못들으니 너무 아파서 일에 집중도 안된다.”라는 문자메세지를, 2008. 1. 21. “글구 그냥 보구싶어사”라는 문자메세지를, 2008. 5. 2. “자갸 울자갸 기분 안좋은데 내가 풀어줘야지! 여기서 일찍 나간다구할께”라는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9) 피고는 2008년 봄경 원고 3과 함께 웨딩박람회에 다녀왔고, 원고 3에게 결혼식장에 대하여 모교 교수회관이 있으니 알아보겠다고 말하여 원고 3이 교수회관에 상담을 하기도 하였으며, 2008. 12. 4. 피고가 제안하여 함께 사주를 보러 다녀오기도 하였다.

나. 동거생활 청산 경위

(1) 그런데 피고는 2008. 3.경 인터넷 채팅으로 수원여자대학 1학년에 재학중이던 소외 1을 알게 되었고, 연락을 주고받다가 2008년 여름경부터 소외 1과 성관계를 맺으면서 관계를 지속하였는데, 소외 1은 피고에게 원고 3과 헤어지기를 종용하였다.

(2) 원고 3은 2008. 12.경 피고에게, 동거중인 오피스텔의 임대차기간이 만료되니 결혼식을 하기 전 신혼집부터 먼저 구하자고 말하였고, 이에 피고는 피고의 어머니가 전세자금을 줄 것이라면서, 그 전에 원고 3에게 함께 목포에 내려가자고 하여 피고와 원고 3은 2008. 12. 6. 목포에 내려가 원고 3의 부모에게 내년 초라도 결혼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 하룻밤을 잔 뒤 다음날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3) 그 후 피고는 피시방에 간다면서 동거중인 오피스텔로 귀가하지 않았고, 원고 3에게 피고의 청주 집에 전세금을 가지러 내려간다고 하였다. 그런데 원고 3이 피고와 만나지 못하고 있던 중 소외 1이 2008. 12. 15. 마치 피고의 동생인 것처럼 가장하여 소외 2라는 이름으로 원고 3에게 수차례 전화하여, 요즘 오빠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오빠가 안 가르쳐준다면서 어떤 일인지 물었고, 원고 3은 오빠에게 직접 들으라면서 결혼 계획에 관해 말하지 않고 있다가 소외 1의 끈질긴 요구로 결혼 예정임을 말해 주었다.

(4) 소외 1은 2008. 12. 15. 원고 3에게, “언니.. 죄송해요 자꾸 전화걸게되서요.. 오빠가 빨리 청주가야하는데.. 아직도 출발안했나요”라는 문자메세지를, 2008. 12. 16. “아, 저랑 통화한건 오빠한테는 비밀로 해주셨으면 해요.. 어머니한테 자세히 얘기듣고 연락드리”라는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5) 이에 원고 3은 피고에게 여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온 사실을 알렸으며, 피고는 원고 3에게, 2008. 12. 16. “걱정하지마 내가 알아서 할게 마음놔”, “지금 아빠 옆에 있어서 좀있다 전화할께 태연이도 청주 오고 있다고 하네..”라는 문자메세지를, 2008. 12. 17. 08:55 “응 알았어 걱정마 내가 알아서 할게 잘될꺼야”라는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6) 피고는 2008. 12. 17. 원고 3에게 피고의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여 정신이 없으니 당분간 목포에 내려가 있으라고 한 후 연락을 끊었다. 한편 피고의 동생을 가장한 소외 1은 2008. 12. 17. 원고 3에게 전화하여 오빠가 신경쇠약진단까지 받았으니 연락하지 말고 헤어졌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하였으며, 같은 날 “아 그리구여 오빠학교 급한 일은 몇 일 안정되면 저랑 같이 청주서 통학하기로 했어요.. 걱정마세요..”라는 문자메세지를, 2008. 12. 18. “네.. 그런데 결혼얘기가 저로썬 당황스럽네요.. 어젠 아버지까지 우셨어요.. 저희 가족이 많이 힘드네요”라는 문자메세지를 보냈고, 이에 놀란 원고 3은 걱정, 불안, 초조, 불면, 식욕부진 등의 증상으로 신경정신과를 방문하여 급성 스트레스 반응 진단을 받았다.

(7) 원고 3은 피고와 연락이 되지 않자 걱정하다가 치과병원에 휴직계를 제출하고 2008. 12. 23. 피고의 대학원 연구실을 방문하였고, 원고 3과 마주친 피고는 소외 1에게 전화한 후 원고 3과 함께 동거하던 오피스텔로 가서 목포에서 올라와 있던 원고 3의 어머니에게 집안 반대 때문에 결혼하지 못한다고 말하던 중, 소외 1이 위 오피스텔을 찾아와 피고를 데리고 나갔으며, 그 후 피고는 원고 3과 동거하던 오피스텔에서 퇴거하였다.

다. 피고의 정자제공 경위 및 원고 3의 출산 경과

(1) 그 후 피고는 원고 3에게 집안 반대로 결혼을 할 수 없으니 헤어지자고 하였고, 피고의 동생을 가장한 소외 1은 원고 3에게 2008. 12. 27. “전 어머니보다 오빠를 더 잘 알아요.. 언니.. 제발.. 오빠 마음 이해해주세요... 많이 힘드시겠지만..”이라는 문자메세지를, 2008. 12. 28. “그리고 이미 오빠에게 실망 많이 했어요.. 전 오빠를 많이 따라왔다시피.. 실망 지금도 많이”라는 문자메세지를, 2008. 12. 29. “오빠도 언니도.. 안정되고 한날.. 서로 외롭고 힘들고 지칠 때.. 서로 위로가 되주는 사이였으면 좋겠어요..”라는 문자메세지를, 2009. 1. 7. “오빠는 언니랑 있었던 시간... 추억 소중하게 하려해요... 언니가 주신 화분도 오빤 소중히 하려한다구요...”라는 문자메세지를, 2009. 1. 8. “오늘 눈물이 많이 나오네요... 언니.. 오빠도 잘못한거 알꺼에요... 오빠 대신 정말.. 절 때려주셔두 돼요..”, “제발.... 부탁드릴께요.... 잘못했어요.... 진심으로..... 오빠도 저도.. 정말 잘못했어요....”라는 문자메세지를 각 보냈다.

(2) 이에 원고 3은 2009. 1. 8. 피고 및 피고의 동생을 가장한 소외 1을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원고 3은 피고에게 “하혈로 병원 처방을 받고 있는 중인데 자궁이 안좋아지고 있으니 아기를 갖고 싶고, 만약 아기가 생기면 결혼을 반대하는 피고 부모님에게도 좋지 않겠느냐”고 말하여, 피고는 그렇게 해주겠다고 하였으나, 피고의 동생을 가장한 소외 1은 그 자리에서 절대 안된다고 하였다.

(3) 피고는 원고 3에게 2009. 1. 9. “괜찮아질꺼에요 좋았던 일들 즐거웠던 순간도 많았으니깐.. 몸 아프지말고 울지도 말아요..”라는 문자메세지를, 2009. 1. 11. “바보같이 혼자 아퍼하지 말고 오빠한테 전화라도 해놔”, “그런 걱정하지 말고 몸관리 잘해 많이 힘들면 오빠한테 연락해 우리 이제 정말 아프지말자”라는 문자메세지를, 2009. 1. 12. “추우니깐 몸 관리 잘하고 너무 아프고 힘들면 꼭 오빠한테 연락해”라는 문자메세지를, 2009. 1. 16. “너도 몸관리 잘하고 이제 아프지말어”라는 문자메세지를 각 보냈다.

(4) 그 후 원고 3은 피고로부터 공증을 위해 2009. 1. 21. 변호사 사무실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고 피고를 만나러 갔는데, 피고는 자신이 가져온 각서 초안을 보여주며 원고 3에게 그대로 받아 적으라고 하였다.

(5) 원고 3은 피고가 가져온 각서 초안에 헤어진다는 내용이 있어 이를 쓰지 않겠다고 거부하였으나, 피고가 각서를 쓰지 않으면 정자제공을 해 주지 않겠다고 하여 마지못해 피고가 부르는 대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각서(이하 ‘이 사건 각서’라 한다)를 작성하였고, 같은 날 이를 공증인가 관악법무법인 등부 2009년 (이하 생략)으로 공증받았다.

〈다음〉

원고 3은 2009년 1월 23일 강남구 ○○○○병원을 통해서 피고에게 정자를 증여받는다(단, 정자제공은 3회까지 한다). 정자 제공을 했는데 건강하지 않은 경우에는 횟수를 요구하며 피고는 거기에 응하는 조건이어야 한다.

본인이 피고에게 정자를 증여받은 후 원고 3은 다음의 사항을 지킬 것을 약속한다.

- 원고 3을 비롯한 일가친척 및 지인은 피고를 비롯한 피고의 일가친척 및 지인에게 일체의 연락 및 접촉을 하지 않는다.

- 피고는 정자 증여 이후의 사건들(임신, 출산, 육아, 양육)에 있어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며, 원고 3과 그 일가친척 및 지인들은 피고와 그의 일가친척 및 지인에게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는다. 이를 어길시 원고 3은 피고가 원하는 어떠한 처벌이라도 받는다.

(6) 피고는 이 사건 각서에 기재된 2009. 1. 23. 및 같은 달 30., 같은 해 2. 16. 병원에서 원고 3과 만나 정자제공을 하였고, 그때마다 피고의 동생이라는 소외 1이 따라다니자 원고 3은 이를 이상하게 여기기 시작하였다.

(7) 한편 피고의 동생을 가장한 소외 1은 2008. 1.경 원고 3이 휴직중이던 치과병원을 찾아와 피고의 동생이라면서 치위생사 소외 3에게 원고 3이 계속 다니는지, 그만두었는지 여부를 물었고, 소외 3이 환자 상담이 아닌 내용은 대답해 줄 수 없다고 하자 돌아갔으며, 원고 3은 치과병원으로부터 권고사직을 통보받고 직장을 그만두었다.

(8) 소외 1은 2009. 2. 11. 원고 3에게 “16일 아침까지 계속 같이 다녀야겠네요 그 후 전화없앨껍니다 다신 이런일 없었으면 합니다.”라는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9) 원고 3은 피고가 제공한 정자로 2009. 3.경 시험관아기 시술에 성공하여 네쌍둥이를 임신하게 되었고, 의사로부터 선택유산을 해야 하므로 배우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피고에게 연락하였으나, 피고가 자신의 동생 소외 2를 통해 연락하라고 하여 다투다가, 그 과정에서 소외 1이 피고의 동생이 아니라 피고가 사귀어 오던 여자임을 알게 되었다.

(10) 피고는 그 무렵 배우자로서 선택유산에 동의하였고, 2009. 7.경 원고 3의 요청에 의해 양수검사동의서를 작성해 주기도 하였다.

(11) 한편 피고는 2009. 9. 25.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카합3560호 로 원고 3, 원고 3의 큰오빠 소외 4, 작은오빠 소외 5, 언니 소외 6을 상대로 접근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으나, 위 법원은 2009. 11. 4. ‘ 원고 3 및 오빠, 언니가 2009. 5.경 이후 피고를 만난 적이 없고, 소외 4, 5, 6이 2009. 9. 19. 한차례 피고 부모의 집을 찾아갔으나 이는 앞으로 태어날 자식에 관한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피고 부모에게 사전에 전화연락 후 찾아간 것으로서 그 과정에서 폭행·협박도 없었으며, 그 밖에 원고 3 및 오빠, 언니가 피고의 의사에 반하여 수시로 피고 또는 피고의 부모를 찾아가 소란을 피운다는 점에 대한 소명자료가 없고, 원고 3 및 오빠, 언니가 2009. 7.경까지 몇 차례에 걸쳐 피고에게 원고 3과의 동거 및 임신 사실을 지인에게 알리겠다는 내용이나 욕설이 섞인 문자메세지를 보낸 사실이 인정되나, 이는 피고가 오랫동안 동거생활을 한 원고 3에게 일방적으로 결별을 통보하고 만남을 회피하자 그에 대한 반발로 위와 같은 행동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그 외에 원고 3 및 오빠, 언니가 지속적으로 전화 또는 문자메세지로 피고의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하고 있다는 소명자료도 없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하였다.

(12) 원고 3은 2009. 12. 1. 원고 1, 2를 출산하였다.

라. 출산 이후의 상황

(1) 원고 3은 출산 이후 현재까지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원고 1, 2를 키우고 있다.

(2) 피고는 2010년경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까지 원고 1, 2의 출산비용이나 양육비를 지급한 사실이 없다.

(3) 원고 1, 2와 피고에 대한 유전자검사결과 피고가 원고 1, 2의 친부일 확률은 99.999999% 이상이다.

[인정 근거]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갑 제1 내지 6, 10호증, 갑 제11호증의 1 내지 4, 6 내지 11, 13 내지 15, 17, 20, 23 내지 26, 33 내지 38, 갑 제13호증의 1 내지 11, 13, 을 제1호증의 각 기재나 영상, 이 법원의 전남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유전자감정촉탁결과, 가사조사관의 조사보고서, 변론 전체의 취지

2. 사실혼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위자료

(1) 사실혼관계 인정 : 사실혼은 주관적으로는 혼인의 의사가 있고, 또 객관적으로는 사회통념상 가족질서의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는 경우에 성립한다고 할 것인데( 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므961 판결 등 참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2003. 2.경부터 2008. 12.경까지 약 6년간 원고 3과 동거하면서 여러 번 결혼의 의사를 표시하였고, 원고 3 아버지의 고희연에 참석하여 다른 직계비속들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는 등 사위처럼 행동하였으며, 원고 3의 부모를 비롯한 친척들에게 곧 결혼식을 할 것이라고 말했던 점, 실제로 원고 3과 피고가 결혼식 장소를 물색하고 사주를 보러 다녀오는 등 결혼식 준비를 하였던 점, 원고 3은 임신을 하면 피고 부모의 결혼 반대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피고에게 정자 제공을 요청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도 원고 3의 요청에 따라 정자를 제공하였고, 이 사건 각서와는 별개로 정자제공 무렵 피고가 원고 3에게 보낸 문자메세지의 내용은 매우 호의적이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원고 3과 피고는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와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사실혼관계 파탄 인정 : 위 인정 사실, 특히 원고 3과 피고가 2008. 12.경부터 별거하면서 현재 양측 모두 사실혼관계의 파탄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 여러 사정 참작

(3) 파탄의 근본적이고 주된 책임은 피고에게 있음 : 위 인정 사실, 특히 피고가 사실혼 기간 중 원고 3 몰래 소외 1과 부정행위를 하고, 원고 3에게 소외 1을 피고의 동생이라고 속여 마치 피고의 부모가 원고 3과 피고의 결혼에 반대하는 듯한 정황을 만들어 내어 원고 3으로 하여금 이를 믿게 하였으며, 원고 3이 결혼 반대를 임신으로 극복하기 위해 피고에게 정자제공을 요청하자 원고 3에게 피고와 헤어진다는 내용의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원고 3이 임신한 후에도 원고 3 및 오빠, 언니를 상대로 접근금지가처분을 신청하는 등으로 원고 3을 유기한 점 등 여러 사정 참작

(4) 위자료 : 피고는 원고 3에게 위자료로 3,50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 3이 구하는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0. 1. 8.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1. 6. 22.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근거] 원고 3과 피고의 사실혼 지속기간, 사실혼 파탄의 원인 및 책임의 정도, 원고 3과 피고의 나이 및 경제력 등 참작

나. 공동생활비용

(1) 주장

원고 3은, 2002. 2. 초경부터 2008. 12. 초경까지 6년 10개월의 사실혼 기간 동안 자신의 월 수입에 해당하는 월 240만 원의 공동생활비용 합계 1억 9,680만 원을 혼자 부담하였는데, 피고의 사실혼 부당 파기로 인해 위 공동생활비용 중 1/2에 해당하는 9,840만 원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위 돈을 원고 3에게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2) 판단

원고 3이 사실혼 기간 동안 월 240만 원씩 합계 1억 9,680만 원의 공동생활비용을 혼자 부담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한편 사실혼기간 동안 당사자 중 한쪽이 자기의 돈으로 생활비를 지급한 경우 사실혼관계 해소 후 사실혼 기간 중 혼인비용을 분담하지 않은 상대방에게 과거의 혼인비용분담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당사자 한쪽이 부담한 생활비가 사실혼관계의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원고 3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 없다.

3. 인지청구에 관한 판단

가. 본안전항변에 대한 판단

(1) 주장

피고는, 원고 1, 2의 법정대리인인 친권자 모 원고 3이 위 1. 다. (5)항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에게 ‘ 원고 1, 2의 임신, 출산, 육아, 양육에 있어서 피고에게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는다’는 각서를 작성하고 이를 공증하였으므로 원고 1, 2의 인지청구는 허용될 수 없고, 가사 위 인지청구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원고 1, 2는 성년이 되어 본인들의 의사에 따라 인지청구 여부를 선택하여야 하며, 원고 3이 원고 1, 2를 대리하여 이 사건 인지청구를 하는 것은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판단

피고의 위 주장은, ① 인지청구권은 본인의 일신 전속적인 신분관계상의 권리로서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하였다 하더라도 그 효력이 발생할 수 없으므로( 대법원 1987. 1. 20. 선고 85므70 판결 , 대법원 1999. 10. 8. 선고 98므1698 판결 등 참조), 금반언의 원칙이나 신의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점, ② 더욱이 피고 주장과 같은 원고 3의 이 사건 각서 작성행위가 원고 1, 2의 일신에 전속하는 인지청구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도 없는 점, ③ 민법 제863조 는 ‘자와 그 직계비속 또는 그 법정대리인은 부 또는 모를 상대로 하여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 3의 위와 같은 출산 전 이 사건 각서 작성행위로 민법 제863조 의 법정대리인의 권리가 제한된다는 피고의 주장은, 본인조차 포기할 수 없는 일신전속적 인지청구권의 행사를 타인에 의해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모두 이유 없다.

나. 본안에 대한 판단

(1) 위 1.항 기재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 1, 2가 피고의 친생자임은 명백하므로, 원고 1, 2의 인지청구는 이유 있다.

(2) 비배우자 간 인공수정으로서 인지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주장

피고는 인공수정 시술로 아이를 낳기를 원하는 원고 3에게 정자만 제공한 사람으로서 불특정사람을 위해 정자를 정자은행에 기증한 사람과 다를 것이 없으며, 비배우자 간 인공수정(Artificial Insemination by Donor : 약칭 AID, 이하 ‘AID’라 한다)의 경우 원칙적으로 인공수정에 의해 출생한 자와 그의 생물학적 부(부) 사이에 법률상 친생자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고 인지청구도 할 수 없으며, 생물학적 부(부)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법률상 친자관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 3에게 정자를 제공할 당시 원고 1, 2의 부(부)가 될 의사가 없었던 피고에 대한 인지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1) 인공수정이란 남녀 사이의 자연적 성행위에 의하지 않고 인위적인 시술에 의하여 수태하게 하는 것으로, 배우자의 정액을 사용하는 경우(Artificial Insemination by Husband : 약칭 AIH, 이하 ‘AIH’라 한다)와 비배우자의 정액을 사용하는 AID의 경우가 있다.

2) AIH에 의하여 출생한 자의 친자관계는 자연적인 성결합 대신에 인공적인 기술이 사용되었을 뿐이어서 통상의 자와 마찬가지로서 민법 제844조 에 의해 부(부)의 친생자로 추정받는다고 할 것이고, 사실혼 부부 사이에 AIH에 의한 출생자가 있으면 그 출생자는 모의 혼인 외의 자가 되나, 그 후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게 되면 민법 제855조 제2항 에 기해 준정(준정)에 의한 혼인 중의 자가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3) 이와 달리 AID의 경우,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한 경우에 한하여 AID에 의하여 출생한 자는 친생추정을 받는 혼인 중의 출생자가 되고 남편의 친생부인권이 부인되는 한편 AID에 의하여 출생한 자는 정자제공자가 불특정다수로서 그들이 정액을 제공한 후 정액의 행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할 것을 전제로 나중에 수정된 정자의 주인을 찾아 인지청구를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이 사건의 경우, 위 1.항 기재 인정 사실에 의할 때 원고 3과 피고 사이에 사실혼 관계가 존재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고, 정자제공자도 피고로 특정되어 있는 점, 피고가 배우자로서 선택유산 및 양수검사에도 동의한 점, 원고 3이 만약 피고와 혼인신고를 하게 되면 원고 1, 2는 민법 제855조 제2항 에 기해 준정(준정)에 의한 혼인 중의 자가 되는 법률상의 지위에 있다는 점, 그럼에도 피고에게 원고 1, 2의 부(부)가 될 의사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원고 1, 2의 인지청구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부(부)의 일방적인 의사에 기해 사전에 자의 신분적 이익을 박탈하는 것은 물론 자의 인격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피고가 원고 3에게 정자를 제공하면서 이 사건 각서를 작성받은 사실만으로는 피고를 불특정다수를 위해 정자를 정자은행에 기증한 사람과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정자제공 당시 피고에게 부(부)가 될 의사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이 비배우자인 불특정 제3자의 정액을 통해 자녀를 출산한 AID의 경우와 동일함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양육비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친권자 및 양육자 : 원고 3으로 지정

[판단 근거] 원고 3이 현재 원고 1, 2를 양육하고 있는 점, 피고는 원고 1, 2가 태어나기 전부터 원고 3에게 태어날 아이에 대하여 피고 및 피고의 친인척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한 점, 피고가 원고 3의 출산 후에도 원고들을 만나거나 양육비를 부담하지 않는 등 피고에게 아버지로서 책임있는 보호와 교양을 기대할 수 없는 점 등 여러 사정 참작

나. 양육비

(1) 과거 양육비 : 원고 3이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0. 1. 8.부터 이 사건 변론 종결일인 2011. 5. 25.까지 약 16개월간의 과거 양육비로 1인당 월 50만 원 합계 1,600만 원을 지급

[판단 근거] 피고가 원고 1, 2 출생 이후 현재까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아니한 점, 위 원고들의 양육 및 교육비로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 점 등 여러 사정 참작

(2) 장래 양육비 : 이 사건 변론 종결 다음날인 2011. 5. 26.부터 원고 1, 2가 성년이 되기 전날까지 1인당 월 50만 원을 매월 말일에 지급

[판단 근거] 원고 1, 2의 연령, 위 원고들의 양육 및 교육에 향후 상당한 비용이 지출될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 3과 피고의 경제적 능력 등 여러 사정 참작

(3)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주장

피고는 정자제공 당시 작성된 이 사건 각서에 의해 원고 1, 2의 양육 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므로, 원고 3의 양육비 청구는 각하 또는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민법 제864조의2 에 의하여 자가 인지된 경우에 준용되는 민법 제837조 에 의하면, 당사자는 그 자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협의에 의하여 정하되( 같은 조 제1항 ), 위 협의가 자(자)의 복리에 반하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은 보정을 명하거나 직권으로 자(자)의 의사(의사)·연령과 부모의 재산상황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하여 양육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다( 같은 조 제3항 ).

이 사건의 경우, 원고 1, 2가 포태되기도 전에 작성된 이 사건 각서에 의해 원고 1, 2의 양육에 관한 사항이 협의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가사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본다 하더라도 이 사건 각서의 내용은 자(자)의 복리에 반하는 것이 명백하다 할 것이므로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양육에 필요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각서를 이유로 하는 피고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 1, 2의 인지 청구와 원고 3의 위 인정 범위 내의 손해배상 청구는 이유 있어 각 인용하고, 원고 3의 나머지 손해배상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며, 원고 3의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청구, 양육비 청구에 관하여는 각 위와 같이 정한다.

판사 박종택(재판장) 정용신 임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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