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20 재노28 반공법위반
피고인
A
검사
김성곤(기소), 안재욱(공판)
변호인
변호사 권성근(국선)
재심대상판결
서울형사지방법원 1978. 12. 6. 선고 78노6319 판결
원심판결
서울지방법원 성북지원 1978. 9. 6. 78고단1777 판결
판결선고
2020, 12. 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사건의 경과
피고인은 1978, 6. 15.경 청량리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에게 검거되어 위 경찰서에 구금된 상태로 반공법위반 혐의로 조사받았는데, 위 검거 보고가 같은 달 19. 이루어졌고,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은 같은 달 24.에서야 발부 · 집행되었다.
피고인은 1978. 7. 7. 아래 2의 가.항과 같은 공소사실로 구속기소되었고, 원심법원은 같은 해 9. 6. 피고인에게 징역 10월 및 자격정지 10월을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인과 검사가 항소하자 항소심법원은 1978. 12. 6.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10월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하였고, 위 항소심판결(이하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은 1979. 3. 13.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
피고인은 2020. 5. 7. 이 사건 재심을 청구하였다.이 법원은 같은 해 9. 9.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는 수사에 관여한 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하였다고 증명되었는데도 유죄판결을 얻을 수 없는 장애가 있는 경우로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항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재심개시결정을 하였고, 위 결정은 확정되었다.
2. 공소사실 및 항소이유의 요지
가. 공소사실의 요지
별지 공소사실의 요지와 같다.
나. 항소이유의 요지
(1) 피고인(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부당)
피고인은 공소사실과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고, 원심의 형(징역 10월 및 자격정지 10월)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2) 검사(법리오해 및 양형부당)
원심은 형법 제44조 제1항에 위배하여 1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선고한 잘못이 있고, 원심의 위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3.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의 진술과 증인 B의 진술, 참고인 C, D, E, F의 진술을 비롯한 판시 증거를 들어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구 반공법 제4조 제1항의 죄는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국외의 공산계열의 활동을 찬양, 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하는 것인데, 위 조항에 대응하는 1991, 5. 31. 법률 제4373호로 개
정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과는 달리 법문상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요건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구 반공법 제4조 제1항에 위와 같은 법문상 명문의 요건이 없다고 하더라도, 위 조항에는 그 법문의 다의성과 그 적용범위의 광범성으로 인하여 형사처벌이 확대될 위헌적 요소가 있으므로 이는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축소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도14754 판결, 헌법재판소 1990. 4. 2. 선고 89헌가113 결정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 ·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을 종합하면, 원심 판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인은 경찰관들에게 검거된 1978. 6. 15.부터 48시간 내에 긴급구속에 대한 사후 구속영장을 발부받지 못한 상태로 구금되어 있었으므로,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집행된 같은 달 24.까지 불법 구금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서 한 진술의 임의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계속 구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점에 비추어 피고인의 법정 진술 역시 임의성이 없는 심리상태가 해소되지 아니한 채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나아가 원심 증인 B의 진술은 피고인이 평소 북한에 대하여 언급한 바 없고, 피고인이 다른 집의 TV에서 북한 방송이 나왔다고 하여 채널을 돌려보았으나 북한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며, 참고인들의 수사기관 진술 역시 동네 사람들이 저녁시간에 떡장수 집에 모여 연속극을 보려고 TV 채널을 돌려보다가 우연히 북한 방송이 나온 뒤로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는 내용에 불과하므로, 피고인이 그와 같은 말을 하였다고 하여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구 반공법 제4조 제1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은 2의 가. 기재와 같은데, 2의 다.에서 본 바와 같이 이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관용
판사문현정
판사정원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