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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울산지법 2018. 5. 10. 선고 2017고정1158 판결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항소[각공2018하,181]
판시사항

피고인이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으로 기소되었는데, 피고인이 술을 마신 후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하여 피고인의 집까지 자동차를 운전하도록 하였다가 운전 중에 서로 시비가 되어 대리운전 기사가 자동차를 편도 2차선의 도로에 정차시키고 가버리자 자신이 자동차를 그곳에서부터 운전하여 약 300m 떨어진 주유소 앞에 정차한 사안에서, 피고인이 대리운전 기사에게 화를 내면서 차에서 내리라고 말한 사정은 있으나, 피고인의 음주운전은 형법 제22조 제1항 의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혈중알코올농도 0.140%의 술에 취한 상태로 자동차를 운전하였다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으로 기소되었는데, 피고인이 술을 마신 후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하여 피고인의 집까지 자동차를 운전하도록 하였다가 운전 중에 서로 시비가 되어, 대리운전 기사가 자동차를 편도 2차선으로 갓길이 없고 2차로 옆에 가드레일이 있는 도로에 정차시키고 가버리자 자신이 자동차를 그곳에서부터 운전하여 약 300m 떨어진 주유소 앞에 정차한 사안이다.

대리운전 기사가 자동차를 정차하여 둔 도로는 새벽 시간에 장시간 자동차를 정차할 경우 사고 위험이 상당히 높다고 보이는 점, 피고인이 자동차를 운전하여 간 거리는 약 300m에 불과하여 피고인은 임박할지도 모르는 사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필요한 만큼의 거리를 운전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자동차를 안전한 곳에 정차하여 둔 후 경찰에 112로 자발적으로 신고하면서 자신의 음주운전 사실을 여과 없이 그대로 진술한 점, 피고인의 행위로 침해되는 사회적 법익과 그로 인하여 보호되는 법익을 형량할 때 후자가 보다 우월한 법익인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비록 피고인이 대리운전 기사에게 화를 내면서 차에서 내리라고 말한 사정은 있으나, 피고인의 음주운전은 자기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이다.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김보경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박동인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7. 7. 25. 00:55경 울산 북구 염포동에 있는 아산로 KCC 앞 도로에서 같은 구 방어진순환도로 1453(염포동) 현대오일뱅크 앞 도로까지 약 300m 구간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40%의 술에 취한 상태로 (차량번호 생략) K5 승용차(이하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였다.

2. 법리

가. 긴급피난 일반 법리

형법 제22조 제1항 의 긴급피난이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를 말하고, 여기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첫째 피난행위는 위난에 처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어야 하고, 둘째 피해자에게 가장 경미한 손해를 주는 방법을 택하여야 하며, 셋째 피난행위에 의하여 보전되는 이익은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해야 하고, 넷째 피난행위는 그 자체가 사회윤리나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 비추어 적합한 수단일 것을 요하는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도9396 판결 참조).

나. 위급한 상황에서 정차된 차량을 옮긴 음주운전 사례에 관한 무죄 판례

피고인이 혈중알코올농도 0.059%에서 약 10m를 운전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제1심은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항소심은 ① 대리기사가 피고인 차량을 편도 3차로의 2차로에 정차한 사정, ② 피고인은 대리기사에게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하였으나, 대리기사가 차량을 이동하지 아니하자, 차량의 시동을 끄고 대리기사에게 내리라고 말한 사정, ③ 피고인이 약 10m 떨어진 우측 도로변으로 차량을 옮겨 주차한 사정, ④ 이 사건 정차 장소는 계속 정차할 경우 사고의 위험이 높은 사정, ⑤ 피고인의 차량 이동거리와 혈중알코올농도에 비추어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이 크지 아니하였고, 피고인은 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하여 운전한 사정 등을 근거로 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별다른 판시 없이 무죄 취지의 항소심을 확정하였다(이 사건에서 검사는 피고인이 대리기사에게 내리라고 한 것이 자초위난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상고이유로 삼았으나, 대법원은 별다른 판시 없이 이를 배척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혈중알코올농도 0.077%에서 약 100m를 운전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제1심과 항소심은 ① 피고인의 여자친구(강민정)가 차량을 편도 3차로 중 1차로에 세웠다는 점(차량을 그대로 두면 교통에 많은 지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 ② 이 사건 현장 부근 도로는 소규모 점포가 난립한 혼잡한 도로였던 점 등을 근거로 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별다른 판시 없이 무죄 취지의 항소심을 확정하였다.

피고인이 고속도로 톨게이트 정류장 부근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23%에서 약 30m를 운전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제1심은 ① 대리운전 기사가 차량을 정차한 위치가 사고의 위험이 전혀 없는 안전한 곳이었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 ② 피고인은 사고의 위험을 줄이기 위하여 더 밝은 위치로 이동하였을 뿐 더 이상 자동차를 운전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인의 행위로 침해되는 법익과 보호되는 법익을 형량하여 볼 때 후자가 보다 우월한 법익인 점 등을 근거로 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수원지방법원은 제1심의 이유에 더하여 ① 피고인이 경찰에 신고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화할 경우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비상등을 켜두고 삼각대를 세워두는 것만으로는 교통사고를 충분히 방지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고인이 차량을 갓길로 이동시키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었고,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은 크지 않았던 점 등을 추가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상고하지 아니하여 확정).

피고인이 혈중알코올농도 0.150%에서 제2순환도로 약 20m를 운전한 공소사실에 관하여, 제1심은 ① 차량 정차 위치가 자동차전용도로로 장소(3차로와 갓길에 걸쳐 있음)와 시각(야간)을 고려할 때 교통방해 및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이 큰 상황이었던 점, ② 피고인의 운전이 위험을 회피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보이는 점, ③ 피고인의 음주운전은 법익침해가 비교적 경미하였고 보전되는 이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한 점 등을 근거로 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광주지방법원은 제1심의 이유에 더하여 ① 피고인이 경찰에 신고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화할 경우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비상등을 켜두고 삼각대를 세워두더라도 충분히 후속 교통사고를 방지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고인이 차량을 신속히 갓길로 이동시키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보이고,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점, ③ 피고인이 차량을 약 20m 운전한 후 곧바로 도보로 대리운전 기사를 쫓아가 항의한 점 등을 추가하여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상고하지 아니하여 확정).

3. 판단

가. 인정되는 사실

공판에서의 변론과 증거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은 2017. 7. 24. 저녁 지인들과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끝나자 피고인은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하여 기사로 하여금 피고인의 집까지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도록 하였다.

(2) 대리운전 기사는 2017. 7. 25. 자정 무렵 전화를 받아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기 시작하였다. 대리운전 기사는 부산 북구에 살고 있었던 까닭에 울산 동구 방어진 부근의 길을 확실하게 알고 있던 것은 아니어서,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다리 사이에 끼워놓고 운전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길을 잘 모르느냐?”, “운전을 몇 년 했느냐?”라는 등으로 대리운전 기사의 운전능력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였다.

(3) 결국 피고인과 대리운전 기사 사이의 시비가 진행되어 피고인은 대리운전 기사에게 화를 내면서 이 사건 승용차에서 내리라고 말했고, 대리운전 기사는 이 사건 승용차를 정차시키고 차에서 내린 후 가버렸다. 피고인은 대리운전 업체에 전화를 걸어 대리기사를 다시 보내달라고 요청하였으나, 대리운전 업체의 부장은 대리기사를 보내줄 수 없다는 답변을 하였다.

(4) 대리운전 기사가 이 사건 승용차를 정차한 곳은 울산 북구 염포동에 있는 아산로 KCC 앞 도로로서, 편도 2차선의 도로이다. 위 도로에는 갓길이 없고, 2차로 옆에는 가드레일이 있다. 위 도로는 자동차전용도로는 아니나 자동차전용도로와 유사해서 차가 주차하여 있으리라 예상하기는 어려운 도로이다(대리운전 기사 공소외 1의 법정진술). 정차된 이 사건 승용차 옆을 지나가는 다른 차량들은 경적을 울리면서 빠른 속도로 지나가기도 하였다(이 사건 승용차 블랙박스 영상). 위 도로(아산로)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도로로서, 제한속도는 시속 70㎞/h인데, 사람들이 80㎞/h로 운전하기도 한다(경찰관 공소외 2의 법정진술). 위 도로의 사진은 별지의 [사진 1]과 같다.

(5) 피고인은 이 사건 승용차를 위 정차 장소에서부터 운전하여 약 300m 떨어진 현대오일뱅크 천일주유소 앞에 정차하였다. 피고인은 2017. 7. 25. 주1) 00:46경 112로 신고하여, 대리운전 기사가 운전을 하다가 그냥 가버렸는데 위험할 것 같아서 주유소 안쪽으로 운전해서 들어왔다고 통화하였다. 이 사건 승용차가 주유소에 정차된 사진은 별지의 [사진 2]와 같다.

나. 긴급피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위에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다음의 사정, 즉 ① 대리운전 기사가 이 사건 승용차를 정차하여 둔 도로는 공소사실에 적시된 새벽 시간에 장시간 승용차를 정차할 경우 사고의 위험이 상당히 높다고 보이는 사정, ②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여 간 거리는 약 300m에 불과하여 피고인은 임박할지도 모르는 사고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필요한 만큼의 거리를 운전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 ③ 피고인은 이 사건 승용차를 안전한 곳에 정차하여 둔 후 경찰에 112로 자발적으로 신고하면서 자신의 음주운전 사실을 여과 없이 그대로 진술한 사정, ④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침해되는 사회적 법익과 그로 인하여 보호되는 법익을 형량하여 볼 때 후자가 보다 우월한 법익에 해당하는 사정을 알 수 있다. 위 사정을 제2항에서 살핀 법리에 비추어보면, 비록 피고인이 대리운전 기사에게 화를 내면서 차에서 내리라고 말한 사정도 있기는 하나, 피고인의 이 사건 운전은 자기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검사가 의견서에서 밝힌 바와 같이 피고인이 지인이나 경찰에게 연락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긴급피난이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보는 것은, 지인이나 경찰이 새벽 시간에 음주운전 차량을 이동하여 줄 기대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지 아니함에도 지인이나 경찰에 대한 연락행위를 형사처벌로 강제하는 취지여서, 그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경찰에게 음주운전 차량을 이동시켜야 하는 업무까지 추가로 부과하는 것은 정책적으로도 타당하지 아니하다.

4.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형법 제22조 제1항 의 긴급피난에 해당하여 범죄로 되지 아니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되, 피고인이 불출석하여 피고인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공시의 취지는 선고하지 않는다.

[[별 지] 사진: 생략]

판사 송영승

주1) 수사기록 23쪽. 이에 비춰보면 공소사실의 운전시각(00:55경)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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