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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2009. 10. 27.자 2009카합2869 결정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가요그룹 ‘동방신기’ 사건〉[각공2010상,13]
판시사항

장기간의 계약기간과 과다한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 등을 내용으로 하는 연예인 전속계약의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일부 인용한 사례

결정요지

연예인이 소속 연예기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의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장기간의 계약기간과 과다한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위 전속계약은, 연예기획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소속 연예인들에게는 지나친 반대급부나 부당한 부담을 지워 그 경제적 자유와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그 계약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이거나 합리적 존속기간의 도과를 이유로 그 효력이 소멸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고, 본안소송에서 권리관계의 다툼이 최종적으로 가려지기 전까지 위 신청인들이 독자적인 연예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시의 지위를 정할 보전의 필요성도 소명되므로, 피신청인에 대하여 본안판단시까지 신청인들의 의사에 반하는 연예활동에 관한 제3자와의 계약 교섭·체결행위를 금지하고, 시장지배력을 이용하여 신청인들의 독자적 연예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한 사례.

신 청 인

김재중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박교선외 4인)

피신청인

주식회사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한위수외 5인)

주문

1. 신청인들이 피신청인을 위하여 각 10억 원을 공탁하거나 위 금액을 보험금액으로 하는 지급보증위탁계약 체결문서를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신청인들과 피신청인 사이의 본안판결 선고시까지,

피신청인은,

가. 신청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신청인들의 방송·영화출연, 공연참가, 음반제작, 각종 연예행사 참가 등 연예활동에 관한 제3자와의 계약을 교섭·체결하여서는 아니 되고,

나. 방송사·음반제작사·공연기획사 등 제3자에게 피신청인이 관여하지 아니한 신청인들의 연예활동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신청인들과의 관계 중단을 요구하는 등으로 신청인들의 연예활동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신청인들의 나머지 신청을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3은 신청인들이, 나머지는 피신청인이 각 부담한다.

신청취지

1. 신청인들과 피신청인 사이의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 청구사건의 본안판결 선고시까지, 신청인들과 피신청인이 체결한 별지 기재 전속계약의 효력을 정지한다.

2. 피신청인은 신청인들의 방송·영화출연, 콘서트 등 공연참가, 음반제작, 각종 연예행사 참가 등 연예활동과 관련하여,

가. 방송사, 음반제작사, 공연기획사, 광고대행사, 광고기획사 등 제3자와의 제반 계약을 교섭하거나 체결하는 행위,

나. 신청인들의 의사에 반하여 신청인들에게 개별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연예활동을 요구하는 행위,

다. 방송사, 음반제작사, 공연기획사, 광고대행사, 광고기획사 등 제3자에 대하여 신청인들의 연예활동에 관한 이의를 제기하거나 그 금지를 요청하는 행위,

라. 기타 별지 기재 전속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신청인들의 자유로운 연예활동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3. 피신청인이 제2항의 명령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그 위반행위 1건당 10,000,000원씩을 신청인들에게 지급하라.

이유

1. 사안의 개요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소명된다.

가. 신청인들은 2004. 1. 14. 1집 음반을 출시하여 공식 데뷔한 이래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여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남성 5인조 가요그룹 ‘동방신기’의 구성원들이고, 피신청인은 음반기획 및 제작·유통, 연예인 매니지먼트 등을 주요 업무영역으로 하는 대형 연예기획사이다.

나. 198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연예산업 규모가 확장됨에 따라 피신청인은 연예인의 일정관리, 출연계약 중개와 같은 단순 보조업무를 넘어 장기적인 투자와 기획을 통하여 유망주를 직접 발굴·육성하고, 음반 등 작품의 제작·유통을 주관하며, 적극적인 홍보와 관리로 소속 연예인의 인기를 형성·유지하는 전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국내에 선도적으로 도입하였다. 그룹 ‘동방신기’ 역시 위와 같은 피신청인의 전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통하여 육성된 사례로, 신청인들은 연예인 지망생 시기부터(신청인 김재중의 경우 약 3년, 신청인 김준수의 경우 약 6년간의 연습생 기간을 거쳤다)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게 된 현재까지 연예활동은 물론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피신청인의 전면적 관리에 의존하여 왔다.

다. 신청인 김재중은 2003. 5. 14., 신청인 김준수는 2000. 2. 12., 신청인 박유천은 2003. 6. 30. 피신청인과 각 최초 전속계약을 체결한 이래 아래 표 기재와 같이 5차례에 걸쳐 계약 내용 중 일부를 변경하는 부속합의(이상의 최초계약 및 부속합의를 합하여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를 하였고, 현재 신청인들과 피신청인 사이에 적용되는 이 사건 계약 내용 및 그 주요 변경내역은 별지 기재와 같다.

본문내 포함된 표
최초계약 1차 부속합의 2차 부속합의 3차 부속합의 4차 부속합의 5차 부속합의
신청인 김재중 2003. 5. 14. 2003. 12. 3. 2007. 2. 16. 2007. 12. 2008. 10. 29. 2009. 2. 6.
신청인 김준수 2000. 2. 12. 2003. 12. 3.
신청인 박유천 2003. 6. 30. 2004. 1. 12.

2. 피보전권리에 관한 판단

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민법 제103조 ). 사적자치의 실현 수단인 계약 자유의 원칙은 법질서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인정된다.

나. 앞서 본 기본적 사실관계를 비롯하여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아래 사정이 소명된다.

1) 신청인들의 데뷔 무렵 이전부터 국내 가요계는 피신청인과 같이 전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갖추고 시장을 분점한 소수의 연예기획사 소속 가수들에 의하여 주도되었다. 이들 연예기획사들이 오디션 등을 통해 유망주들을 조기에 발굴하여 장기간의 훈련·준비 과정을 거쳐 대중문화에 대한 주소비층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이미지를 구현하거나 직접 유행을 선도하는 기획력을 바탕으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개인적 자질 못지않게 소속사의 명성이나 기획력 또는 홍보력 등 마케팅 능력이 가수로서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되었고,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고착화되면서 대형 연예기획사들의 시장지배력은 점차 강화되어 왔다. 한편, 위와 같은 전문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정착은 연예기획사들 입장에서는 연예인 육성·관리 등을 위한 투자비용 및 위험의 급증을 의미하고, 이에 연예기획사들은 투자비용 회수를 담보하고 이윤 극대화를 도모하고자 이 사건 계약과 같이 소속 연예인과 사이에 다른 매니지먼트사를 통한 연예활동을 제한하는 전속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이러한 계약의 배경과 역할 구조의 특성상 전문화된 매니지먼트 시스템 환경에서 연예기획사가 가지는 거래상 지위는 전속계약의 상대방인 소속 연예인(가수)에 비해 구조적으로 우월한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신청인들 역시 공식 데뷔 이전 여타 연예인 지망생들과 마찬가지로 성공의 조건인 전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선망하여 피신청인의 주도적 선택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최초 전속계약 및 1차 부속합의를 체결하였다. 뿐만 아니라, 가수로서 입지를 구축한 이후 체결된 나머지 부속합의 과정에서도 여전히 피신청인과 대등한 교섭력이나 협상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피신청인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나 관련 소송에서의 법원 판결 내용을 반영하여 또는 신청인들의 입지를 감안한 시혜로서 일방적으로 제시한 수정안을 구체적인 협상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을 따름이다(따라서 위 부속합의 과정에서 신청인들은 피신청인과 대등하거나 보다 우월한 교섭력을 가진 협상주체였다는 피신청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이 사건 계약의 효력기간(제2조)을 살펴보면, 최초계약 당시에는 데뷔음반 출시일로부터 10년이었던 것이 신청인들의 데뷔음반 출시일인 2004. 1. 14. 직전에(장기간 가수 데뷔를 위하여 노력하여 온 신청인들로서는 협상력이 최저점에 있었을 시기로 보인다) 체결된 1차 부속합의를 통하여 13년으로 연장되어, 계약만기일은 최단 2017. 1. 13.이 된다(신청인들의 개인 신상에 관한 사유로 인한 활동불가 기간만큼 계약기간이 자동 연장되는 까닭에, 군미필자인 신청인들의 군복무기간 등을 감안하면 계약만기일은 그보다 더 연장될 수 있다). 이러한 13년의 계약기간은 신청인들과 피신청인이 제시한 국내 가수의 전속계약 사례 중 극히 일부(피신청인 소속 가수인 보아와 유영진의 15년 사례 등)를 제외하고는 최장기간에 해당한다. 특히나 신청인들은 새로운 경향이나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소년들을 주요 팬층으로 삼는 소위 ‘아이돌 스타(idol star)’로서 유사한 성격의 여타 그룹이 밟아온 전례에 비추어, 다른 음악장르나 연예영역을 개척하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현재와 같은 정상급 인기를 구가하는 활동기간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신청인들이 연예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전성기 대부분이 이 사건 계약기간 내에 속하여 그 연예활동에 관한 모든 권리가 피신청인에게 귀속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3) 또한, 이 사건 계약에서는 피신청인의 계약 위반에 대응하는 신청인들의 계약해지권 내지 선택권 자체를 일절 거론하지 아니하고 있고, 피신청인과 합의해지를 하는 경우에도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거액의 손해배상금 내지 위약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제11조 제3항). 이는 피신청인은 계약된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사로 이관하여 사용할 수 있고(제3조 제10항), 타사에 신청인들에 대한 관리를 대행시킬 수 있으며(제4조), 신청인들의 불미스러운 행동에 따라 그 활동을 중지시키고 손해배상을 구하거나 손해배상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어(제11조 제1항, 제3항), 신청인들의 수익성이나 성실도에 따라 계약의 이행 여부를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점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4) 한편, 이 사건 계약의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제11조 제2항, 제3항)에 의할 때, 신청인들은 계약을 해지하려면 피신청인에게 손해배상으로 총 투자액(홍보비 및 기타 어떤 형태로든 지급되거나 사용된 제반 비용)의 3배 및 잔여 계약기간 동안의 일실이익의 2배를 배상해 주어야 하는데, 이는 우선 그 규모 자체도 과다한 데다가 산정기준이 되는 ‘총 투자액’이나 ‘일실이익’의 개념도 주관적·가변적일 뿐만 아니라 신청인들과 같이 정상급 인기를 구가하여 경제적으로도 성공을 거둔 소속 연예인일수록 그 배상규모를 확대시킴으로써 계약관계에서의 이탈을 더욱 철저히 차단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피신청인이 계약을 위반하였을 경우의 손해배상예정액이나 위약벌에 대하여는 아무런 정함이 없다. 결국, 위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은 손해의 회복 내지 계약 위반에 대한 제재라는 본래의 목적 범위를 넘어서 오로지 피신청인의 수익 극대화에 기여하고자 신청인들이 이 사건 계약관계에서 이탈하는 것을 원천 봉쇄함으로써 앞서 본 13년 이상의 계약기간 동안 신청인들을 피신청인에게 예속시키는 장치로서 그대로 용인되기 어렵다.

5) 이에 관하여 피신청인은, 투자위험이 높은 업계 특성상 신인 발굴 및 투자를 촉진하고 경쟁업체들의 무임승차를 방지하려면 전속계약기간을 장기로 설정하고 손해배상액 예정을 통하여 이를 강제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특히 처음부터 해외진출을 목적으로 결성된 ‘동방신기’ 그룹의 경우 안정적인 해외활동을 위하여서는 국내에서의 준비·검증 기간 및 해외 현지 에이전트사와의 장기계약[일본 활동을 위하여 현지의 에이벡스(avex) 엔터테인먼트 주식회사와 체결한 에이전시 계약기간 7년]이 필수조건이었기 때문에 부득이 계약기간을 13년으로 정하게 된 것이며, 수익분배 조건 역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신청인들에게 유리하도록 운영되어 왔으므로, 이 사건 계약의 내용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연예산업에 있어 초기에 신인을 육성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그 중 소수만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게 됨에 따라 투자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계약에서와 같은 장기의 계약기간과 과다한 손해배상액 예정이 정당화된다고 볼 수는 없다. 투자위험 요소는 연예산업의 특성을 감안한 재원형성과 위험배분에 관한 경영상 기법을 적용하여 상당 부분 분산·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소속 연예인의 성장 단계, 대중적 인기, 수익전망 등을 반영하여 계약 당사자 쌍방이 균형 있는 선택의 기회를 가지고 손익 배분에 관한 책임과 권한을 나눌 수 있는 형태의 계약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앞서 본 국내 가요시장의 과점적 구조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계약에서와 같은 강제된 장기 전속관계는 경쟁업체의 무임승차를 방지하기보다는 오히려 신규 사업자의 시장참여를 가로막는 진입장벽으로 기능하여 피신청인과 같은 대형 연예기획사들의 시장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따름이라 하겠다.

또한, 피신청인이 들고 있는 에이벡스(avex) 엔터테인먼트 주식회사와의 에이전시계약의 체결시점, 기간 등에 관하여 별다른 소명이 없는 점에서, 과연 피신청인이 내세우는 해외 활동기간 확보 필요성이 이 사건 계약기간 13년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또한, 가사 피신청인 주장과 같이 국내 연예계에서의 성공을 해외시장으로 이어가기 위하여서는 현지에서의 안정적 활동기간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처럼 데뷔 이전 단계에서 최초 약정한 13년의 계약기간 동안 피신청인만 일방적으로 계약관계 운영의 재량을 가지고 신청인들은 추가협의나 계약관계 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한조차도 가지지 못하는 구조로 된 계약이 정당화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연예인 전속계약의 특성상 연예인 개인의 활동의 자유에는 상당한 제약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계약서의 내용 자체로 볼 때, 피신청인은 신청인들의 “인기 관리”라는 매우 추상적인 의무 및 일정에 대한 통보의무만을 부담하는 반면(제5조), 신청인들은 “활동에 대한 계약이나 약속을 개인적으로 할 수 없으며 작품활동과 연기에만 전념”하여야 하고(제1조), 피신청인이 지정하는 사람을 매니저로 받아들이고 제반 일정에 대한 관리 대행을 일임하고 피신청인 및 매니저가 요구하는 일정에 대한 출연 의무를 지며, 매년 2장 이상의 정규앨범을 제작하고 그에 따른 녹음 및 연예활동을 수행하되, 앨범 제작의 시기는 피신청인이 정하며 신청인들은 이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등(제6조), 권한과 의무의 배분이 적어도 계약 내용의 문면상으로는 현저히 균형을 잃고 있다고 보인다. 연예기획사의 입장에서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계약기간의 장기화가 긴요하다고 하더라도, 연예인 매니지먼트 계약은 단순한 고용관계나 용역제공 관계가 아니라 전인적인 활동 전반이 관리대상이 되는 계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 진출과 관련하여서도 그 장래 비전과 계획, 그리고 해외 협력사와의 계약 내용 등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을 제공받고 해외진출에 따른 계약조건의 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계약은 이러한 기대치에 전혀 미치지 못함은 물론 매우 일방적인 구속관계로 구성되어 있어서 위와 같은 해외진출을 위한 장기계약의 필요성이라는 사유만으로 모든 다른 불균형 조건을 정당화하기에는 부족하다.

6) 그 밖에 피신청인이 이 사건 계약의 주요 내용인 계약기간과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 등을 그대로 둔 채 신청인들의 입지를 감안하여 수익분배 조건을 일부 개선하였다 한들, 피신청인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체결된 초장기 전속계약의 일방적 구조가 유지되는 이상 이 사건 계약의 내용상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 이상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계약의 주된 골격은 피신청인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신청인들에게는 지나친 반대급부나 부당한 부담을 지워 그 경제적 자유와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그 계약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이거나, 합리적 존속기간의 도과를 이유로 그 효력이 소멸되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신청인들은 피신청인을 상대로 이 사건 계약 내용에 따른 전속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신청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3자와 공연 및 출연 기타 연예활동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의 중지를 요구하고, 나아가 신청인들이 피신청인의 관여나 개입 없이 별도로 하는 연예활동에 대하여 이의제기 기타 방해 행위의 금지를 구할 피보전권리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보전의 필요성에 관한 판단

가.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 에서 규정하는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은 다툼 있는 권리관계가 본안소송에서 확정되기까지 사이에 가처분권리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하여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는 응급적·잠정적 처분으로서, 이러한 가처분이 필요한지 여부는 당해 가처분신청의 인용 여부에 따른 당사자 쌍방의 이해득실 관계, 본안소송에 있어서의 장래의 승패의 예상, 기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나. 이 사건의 경우, 연예인 전속계약은 당사자 사이의 고도의 신뢰관계를 전제로 유지된다 할 것인데,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소명되는 이 사건 신청 전후에 표면화된 갈등요인과 그에 대한 쌍방의 대처방식 및 행태를 보면, 신청인들과 피신청인 사이의 매니지먼트 계약의 토대가 되는 기본적 신뢰관계는 이미 무너진 것으로 보여 이 사건 계약의 유·무효를 논하기에 앞서 양자 간에 더 이상 정상적인 전속관계가 유지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뿐만 아니라, 국내 연예시장에서 피신청인이 갖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 사건 본안판단이 장기화될 경우 그 기간 동안 신청인들의 독자적 연예활동은 크게 제약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것은 계약관계의 단순한 경제적 측면을 넘어 신청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활동의 자유 등 헌법적 기본권에 대해서까지 심각한 침해요소로 작용될 우려가 있다. 반면, 이 사건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발생할 유무형적 손해에 관한 피신청인의 주장은 대부분 소명이 없거나 부족하다.

따라서 본안소송에서 권리관계의 다툼이 최종적으로 가려지기 전까지 신청인들이 독자적인 연예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시의 지위를 정할 보전의 필요성 또한 소명된다.

다. 다만, 이 사건 신청의 구체적 인용범위에 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계약에 기하여 신청인들이 부담하는 주된 의무인 연예활동은 일신전속적인 작위채무로서 타인에 의하여 대체될 수 없는 것이므로, 이 사건 계약의 무효 또는 효력상실이 판결로서 확정되기 전이라도 신청인들이 그 이행을 거부하는 경우 피신청인이 신청인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외에 마땅히 그 강제이행을 구할 방법이 없는 점, 비록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전속관계가 유지되지는 아니하더라도 개별 사안별로 신청인들과 피신청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개별 교섭을 통하여 현재와 같은 그룹활동을 계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기왕의 활동에 따른 수익배분 비율 등 이 사건 계약의 일부 조항은 가처분 단계에서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향후 필요한 정산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점, 그 밖에 보전처분 절차의 응급성·잠정성·집행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신청취지 중 피신청인에 대하여 본안판단시까지 신청인들의 의사에 반하는 연예활동에 관한 계약 교섭·체결행위를 금지하거나 신청인들의 독자적 연예활동에 관하여 피신청인의 시장지배력을 이용한 방해행위의 배제를 명하는 것으로 신청인들의 권리보호에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그 범위를 넘어서 본안판단에 앞서 이 사건 계약의 효력을 전면적으로 정지하거나, 피신청인의 신청인들에 대한 연예활동 요구행위 등의 금지를 명하거나, 또는 피신청인의 금지명령 위반에 대비하여 미리 간접강제를 명할 실익이나 보전의 필요성은 인정하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신청은 주문 제1항 기재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담보제공을 조건으로 인용하고, 나머지 부분은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박병대(재판장) 이국현 임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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