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한의사인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한약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의 가능성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채 계속 한약을 복용하게 하여 피해자를 간기능 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피고인의 위 설명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2] 한의사인 피고인이, 자신이 조제한 한약을 복용하던 피해자에게 간기능 이상 증세가 나타났는데도, 간기능 검사와 치료가 가능한 전문병원으로 전원(전원)을 권하지 아니하고 계속 한약을 복용하게 하여 피해자를 간기능 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피고인이 전원조치를 다하지 않은 과실 및 위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한의사인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한약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의 가능성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채 계속 한약을 복용하게 하여 피해자를 간기능 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한약 복용으로 인한 간기능 손상의 가능성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되지만, 피해자가 사전에 이를 고지받았더라면 다른 치료방법을 선택하였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설명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2] 한의사인 피고인이, 자신이 조제한 한약을 복용하던 피해자에게 간기능 이상 증세가 나타났는데도, 간기능 검사와 치료가 가능한 전문병원으로 전원(전원)을 권하지 아니하고 계속 한약을 복용하게 하여 피해자를 간기능 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간기능 이상 징후인 황달 증세가 있었는데도 한약의 계속 복용을 지시하면서 피고인의 병원에서만 진료받도록 하였을 뿐, 간기능 이상의 원인과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전원조치를 다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할 수 있고,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피해자의 간기능 손상 시기를 전후하여 위 한약을 제외하고는 달리 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점에 비추어 위 부작용이 있었던 시점에 한약 복용을 중단시키고 피해자를 신속하게 간기능 검사와 간기능 회복을 위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으로 전원조치 하였다면 적어도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는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위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를 인정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박배희
변 호 인
법무법인 청담 담당변호사 이준석
주문
피고인을 금고 1년에 처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1992. 3. 10. 한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청주시 상당구 (이하 생략)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이다.
피고인은 2009. 1. 9. 피해자 공소외 1(여, 19세)을 문진하게 되었다.
피해자가 2009. 1. 2.부터 같은 달 6일까지 접촉성 피부염과 오른손 중지와 약지에 붓기가 생기는 증세의 류마티스성 관절염(의증)으로 충북대학교병원에서 입원치료하였으나 완쾌되지 않자, 피해자의 모인 공소외 2는 한양대학교병원의 치료를 계획하고 피해자를 퇴원하게 한 후 2009. 1. 14. 한양대학교병원 예약을 마친 상태에서 지인의 소개로 피고인을 찾아갔다.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치료받기 직전인 2009. 1. 5.까지 공소외 5 류마티스 내과의원과 충북대학교병원에서 각 간기능 검사를 받은 결과 정상이었고 간장(간장)에 관한 가족력(가족력)도 전혀 없었다.
피고인은 2009. 1. 9. 피해자의 맥을 진단한 결과 및 피해자와 피해자의 모로부터 들은 피해자 증세에 관한 진술을 토대로 피해자의 상태를 ‘소화기 장애로 인한 면역체계 이상’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양방(양방)치료 및 약 복용을 중단할 것과 1년간 한약을 복용시켜 피해자의 체질을 개선하여 완치시킬 것이라고 설명하고, 2009. 1. 9.과 같은 해 2.초, 같은 해 3. 5.까지 3회에 걸쳐 각 한약을 처방하여 복용하게 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치료받은 2009. 1. 9.부터 2009. 3. 9.까지 다른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지 않은 채 피고인이 조제한 한약을 계속 복용하였고, 위 한약을 복용하던 2009. 3. 2.~2009. 3. 3.경 갑자기 황달(황달)이 나타나고 고열과 두통도 호소하였다.
이와 같이 피해자를 문진하여 치료하게 된 한의사인 피고인으로서는 위 한약을 복용하던 피해자에게 황달과 함께 고열이 발생하였다면 즉각 위 한약 복용을 중단하게 하여야 하고, 피해자가 위 한약을 복용하기 전 다른 병원에서 검사나 치료받은 내역을 검토하거나 다시 문진하여 위 황달과 고열, 두통이 한약 복용에 따른 부작용인지 여부를 면밀히 파악하여야 한다. 또한 위 한의원에는 피해자의 간기능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검사장비가 전혀 구비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은 간기능 검사가 가능한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전원)하게 하여 간기능 검사를 통해 이상이 발생하였을 경우 즉시 치료받게 함으로써 피해자의 간기능이 악화되지 않도록 신속히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2009. 3. 2.~2009. 3. 3.경 피해자에게 나타난 황달과 고열, 두통이 변비로 인한 독성 때문이라고만 진단한 채 피해자의 모와 가족들이 전원조치 여부 등을 계속 문의함에도 피해자를 검사기구를 갖춘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기도록 하지 않고 2009. 3. 3.경부터 같은 달 9일까지 계속 한약을 복용하게 하면서 같은 달 6일부터는 침과 뜸을 시술하고, 같은 달 9일에는 피해자가 한기(한기)를 느낀다는 이유로 온열치료까지 시행하였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2009. 3. 9. 15:30경 고열과 함께 황달 증세가 더욱 심해져 간성혼수상태에 이르러 같은 날 17:00경 충북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이미 간의 일부만 남은 상태여서 2009. 3. 10. 02:00경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삼성서울병원으로 후송되어 전격성 급성독성 간염 진단을 받고 같은 날 피해자의 모로부터 간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소생하지 못하고, 2009. 7. 2. 09:08경 위 삼성서울병원에서 전격 간기능 상실에 의한 패혈증, 이식편대숙주반응 등으로 사망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공소외 2 진술 부분 포함)
1. 증인 공소외 2, 3, 4의 각 법정진술
1. 공소외 2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충북대학교병원 및 삼성서울병원 각 의무기록지
1. 공소외 5 내과의원 검사기록지
1. 각 진단서
1. 각 사진
1. 각 수사보고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68조 , 금고형 선택
검사 및 피고인 주장에 대한 판단
1. 검사 및 피고인 주장의 요지
가. 설명의무
(1) 검사
피해자를 문진하여 치료하게 된 한의사인 피고인으로서는 2009. 1. 9. 피해자에게 한약을 복용하게 하면서 간기능 손상 등 한약 복용에 따른 부작용 발생 가능성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채 피해자에게 위와 같이 3회에 걸쳐 한약을 복용하게 하면서 간기능 손상 등 부작용에 관하여 전혀 설명하지 않은 가운데 계속 한약을 복용하게 하여 피고인으로 하여금 간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피고인
피고인이 한약을 복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하여 설명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하나, 이 사건 한약으로 인하여 간기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은 설명의무의 대상이 아니거나 설명의무의 대상이라고 할지라도 피해자의 사망과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
나. 전원의무 위반에 관한 피고인 주장의 요지
피해자의 상태는 2009. 3. 초경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전원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고, 가사 피고인이 필요한 전원조치를 일부 소홀히 하였다고 하여도 전원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
2. 인정 사실
검사 및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들을 모두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인 병원에 내원하기 전 피해자의 상태 및 병력
(1) 피해자는 약 2008. 12.경부터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접촉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하여 공소외 6 피부과의원을 거쳐 2008. 12. 11. 충북대학교병원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았다. 2008. 12. 12.자 임상병리검사 결과 피해자의 AST 수치는 41, ALT 수치는 68로 정상 범주를 살짝 벗어나는 정도였고, 간기능의 이상을 나타내는 다른 임상적 증상은 없었다.
(2) 피해자는 2008. 12. 26.경 피부 발적과 관절 부위 부종을 원인으로 공소외 5 내과에 내원하였다가 상기 증상을 이유로 2008. 12. 27. 충북대학교병원에 내원하여 치료를 받은 후 2009. 1. 2.부터 2009. 1. 7.까지 충북대학교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위 2008. 12. 28.자 외래진료 및 위 입원기간 동안 피해자에 대한 임상병리 결과 간기능 이상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나 임상적 증상은 나타난 사실이 없다.
(3) 충북대학교병원에서 퇴원한 직후 피해자는 관절 부위 류마티스 질환을 치료하기 위하여 한양대학교병원에 2009. 1. 14.자 진료예약을 하였으나 2009. 1. 9. 피고인의 병원에 내원하여 진단을 받은 이후 한양대학교병원의 진료예약을 취소하고 피고인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시작하였다.
나. 피고인 병원의 진료 현황 및 피해자의 상태
(1) 피해자는 2009. 1. 9. 피고인 병원에 내원하여 진단을 받고 피고인의 처방에 따라 한약을 조제하여 2009. 1. 10.부터 복용을 시작하였다. 위 진단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의 간기능에 관하여 문진한 사실이 없고, 피고인의 병원에는 환자의 간기능을 검사할 수 있는 장비도 전혀 없었다.
(2) 피해자가 위 한약을 복용하던 중 2009. 3. 2.경부터 피해자에게 황달의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2009. 3. 5.경부터는 피고인도 이를 인지할 수 있을 만큼 상태가 악화되어 황달 및 발열, 피부 두드러기 등의 증세가 나타났다(부작용 발생 시기에 대하여 다툼이 있으나, 증인 공소외 2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진술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그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공소외 2가 피해자를 가장 정확히 관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 피해자가 2009. 3. 4. 발열로 인하여 해열제를 복용하였던 점, 전격성 간염의 경우 간성뇌증이 발생하기 약 1~2주 전부터 황달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 보통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2009. 3. 2.경부터 황달 및 발열 증세가 나타났다는 증인 공소외 2의 진술이 더욱 신빙성 있다고 판단된다).
(3) 피고인은 이와 같은 피해자의 증상에 대하여 간기능 이상을 의심하거나 간기능의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어떠한 시술도 시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 또한 전원의 필요성이 있는지와 한약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지를 묻는 공소외 2의 문의에도 양방의 도움 없이 한방만으로 해결이 가능하니 계속 한약을 복용하면 호전될 것이라고만 말하며 소화기능의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한 침과 뜸, 온열치료 등의 치료만을 시행하였다.
(4) 그러나 피해자의 증세는 뚜렷한 개선 없이 일시적인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다가 2009. 3. 9. 15:30경부터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고 의식이 흐려지는 등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하였다.
다. 충북대학교병원 및 삼성서울병원의 진료현황 및 피해자의 상태
(1) 이에 공소외 2는 피고인 병원에 있던 피해자를 데리고 2009. 3. 9. 17:00경 급히 충북대학교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피해자의 상태를 검사한 결과 AST 수치가 3,172, ALT 수치가 885를 나타내었고, 피해자의 간 80~90%가 이미 기능을 상실하는 등 전격성 간염으로 인하여 매우 심각한 간기능 손상이 나타난 것으로 진단되었다.
(2) 이에 피해자는 2009. 3. 10. 02:00경 급히 삼성서울병원으로 전원하였고, 진단 결과 전격성 간염으로 인한 간기능 손상으로 간이식 등의 시술 없이는 자발적인 회복이 불가능한 것으로 진단되었다.
(3) 이에 따라 피해자는 2009. 3. 10. 어머니인 공소외 2의 간을 이식받는 수술을 시술받았으나, 위 간이식 수술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상태는 크게 호전되지 아니하였다. 결국 피해자는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입원치료 중이던 2009. 7. 2. 패혈증 및 이식편대숙주반응(이식된 조직에 있는 면역세포가 이식받은 환자의 조직세포를 항원으로 인식하고 공격하여 발생하는 반응. 통상 이식 조직의 면역세포는 이식받은 환자의 면역기전에 따라 파괴되어야 하나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 내에서 이와 같이 이식 조직의 면역세포를 효율적으로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 일단 발생하면 치사율이 9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라고 알려져 있음)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
3. 판단
가.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과실 여부에 관한 판단
과연 한약의 복용으로 인하여 환자의 간기능이 손상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여러 이해집단 사이에서 첨예하게 이해가 대립하고 있는 민감한 부분이고, 양방을 기반으로 한 현대의학의 관점으로만 한방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많지는 않더라도 한약을 복용한 후에 간기능의 손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분명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과연 왜 그러한 부작용이 발생하였는지 그 작용기전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이러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한약의 복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의사가 한약의 복용으로 인한 간기능 손상의 가능성을 사전에 환자에게 고지할 의무는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한의사가 이러한 가능성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채 한약을 처방한 경우에는 한약의 복용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을 충분히 인식한 채 치료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이로 인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더욱이 이 사건 범죄사실에서 피해자의 가족은 한양대학교병원의 진료를 포기하고 피고인 병원의 한방진료를 선택한 것으로서 이러한 경우 자기결정권의 침해는 통상의 경우보다 더욱 크다고도 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설명의무 위반과 환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만 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사전에 간기능 손상의 가능성을 고지받았더라면 한약의 복용을 거부하고 다른 치료방법을 선택하였을 것인지 단정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이러한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이 한약 복용 및 그 부작용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해자 및 그 가족이 최선의 진료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았다는 것을 이유로 피고인에게 민사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설명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의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검사의 업무상과실치사 주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전원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과실 여부에 관한 판단
의사나 한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하거나 그러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신속히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조치 등을 취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우선 한의사인 피고인은 한약을 장기 복용하고 있는 피해자에 대하여 그 증상의 호전 여부뿐만 아니라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피해자의 상태를 면밀히 살폈어야 한다. 나아가 피해자가 발열과 함께 간기능 이상의 징후인 황달 증세 등을 호소하였다면, 피고인은 아무리 늦어도 피고인이 알았다고 주장하는 2009. 3. 5.에는 일단 한약의 복용을 중단시키고 피해자의 간기능을 정밀히 검사하여 그 원인과 상태를 확인한 후 그 결과에 맞추어 치료의 속행 또는 치료방법의 변경 여부 등을 결정하였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한의학의 내재적 한계, 혹은 관련 법규 규정 등 여러 사정에 의하여 피고인 병원에서 피해자의 간기능을 면밀히 검사할 능력이 되지 않았다면, 피고인으로서는 더더욱 신속하게 피해자를 전원하여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받게끔 조치하였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이와 같은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에게 한약의 계속 복용을 지시하고, 만연히 부작용의 원인이 소화기능의 이상이라고만 진단하여 침과 뜸 등으로 피고인의 병원에서만 진료를 계속 받도록 하였다면, 간기능 이상의 원인과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전원조치의무를 다하였다고 할 수 없다.
다음으로 피고인은 피해자의 간기능 손상이 해열제의 남용 또는 피해자의 체질적인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고, 전원조치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고도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처방한 한약이 피해자의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적절한 처방이었는지, 그리고 위 한약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간기능이 손상된 것인지 여부는 검사가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피고인의 과실로 문제삼고 있지도 않고, 현재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러한 부분을 명확히 판단할 수도 없다. 그러나 피해자가 이 사건 한약을 복용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간기능 이상을 나타낸 적이 전혀 없었던 점, 이 사건 한약을 복용하는 도중에 다른 한방치료나 양방치료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는 점, 그럼에도 위 한약을 복용하는 도중에 갑작스럽게 이와 같은 간기능 손상이 발생한 것인 점, 거의 대다수의 의약품은 간기능의 손상을 초래할 가능성을 모두 내재하고 있어 피해자가 복용한 해열제에도 이러한 점이 설명서에 주의사항으로 기재된 것일 뿐 실제로 위 해열제로 인하여 간기능 손상이 나타난 예는 극히 드문 현상인 점, 나아가 피해자가 복용하였다는 해열제도 매우 소량이어서 이로 인하여 이 사건과 같은 전격성 간손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점, 비록 피해자가 류마티스성 관절염 증세를 보이고 있었고, 루프스 검사(FANA TEST)에서 양성을 나타낸 사실은 있으나 이러한 점만으로 피해자의 간손상이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해자의 간기능 손상 시기를 전후하여 위 한약을 제외하고는 간기능 손상의 원인으로 지목할 만한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비록 피해자의 간기능 손상의 정확한 원인과 그 기전을 현대의학의 전문적인 지식으로도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간손상이 위 한약의 부작용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거나 최소한 위 한약이 피해자의 체질 등 다른 여러 원인들과 복합되어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한 설명이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황달과 고열 등 한약의 부작용을 나타낸 시점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한약 복용을 중단시키고 신속하게 간기능 검사와 간기능 회복을 위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으로 전원조치 하였다면 적어도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는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가사 피고인의 사망이 한약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해열제의 남용이나 체질적인 소인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간기능의 악화가 현대의학으로 도저히 치료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이상, 신속한 검사를 통하여 그 원인을 찾아내고 이를 제거하여 간기능의 회복을 도모할 수 있었거나 최소한 80% 이상 간기능이 손상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해자가 간기능 회복을 위한 전문적인 양방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간기능 검사나 전문적인 간진료를 위한 어떠한 시설도 없는 피고인의 병원에서 통상적인 진료만을 계속하여 간이식이라는 극단적인 시술방법 이외에는 다른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피해자의 상태를 악화시킨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러한 피고인의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간이식 수술 후 이상면역반응으로 인한 것이지 피고인의 전원의무 위반으로 인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간이식 수술 후 나타난 패혈증과 이식편대숙주반응 등은 단지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한 간이식 수술이라는 치료방법이 실패하면서 피해자의 직접적인 사인으로 나타난 것일 뿐이므로 이로 인하여 그 선행원인인 피고인의 과실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전원조치의무를 위반한 과실 및 그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에 반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의료인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언제든지 실수할 수 있는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다. 따라서 의료과실로 인한 피해자의 사망은 누구도 경험하기 싫은 불행한 사건이기는 하나, 의사가 고의로 진료를 소홀히 하였거나 치명적인 과실로 직접적인 사인을 제공한 것이 아닌 이상, 이러한 과실만을 비난하여 피고인에게 반드시 중한 처벌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부인하며 피해자 유족에 대하여 전혀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고, 자신이 잘못한 부분이 전혀 없으므로 유족에게 피해보상은 물론이고 일체의 사과 등도 할 필요가 없다며 법정에서까지 당당한 모습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물론 피고인의 방어권은 보장되어야 하므로 범죄사실을 부인한다고 하여 이를 양형에 반드시 불리하게 반영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정에서 보인 이러한 피고인의 행동은 한 사람의 의료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인간적인 면모조차 포기한 것으로서, 이로 인하여 피해자의 유족은 더욱 크나큰 절망과 분노로 그 상처를 치유받지 못하고 괴로움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모든 책임을 자신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만 돌리며 일말의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피고인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중한 형벌이 불가피하다고 보이므로, 이러한 범죄 후의 정황을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주문과 같이 실형을 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