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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2. 10. 선고 2018다298799 판결
[손해배상(기)][공2022상,511]
판시사항

[1] 물건에 대한 점유의 의미 및 판단 기준

[2]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가 갑 주식회사에 수산물도매시장 건물을 임대하여 갑 회사가 시장 건물 내 점포를 상인에게 전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장을 관리·운영하던 중 시장 현대화 사업에 따라 새로운 시장이 준공되었고, 을 등을 비롯한 구 시장 상인 일부가 현대화 시장 이전에 반대하는 단체를 구성하였는데,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와 갑 회사가 을 등을 상대로 구 시장 주차장 무단점유 및 구 시장 점포 반환거부, 공실 무단점유, 기물 파손과 무단 물품 적재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을 등은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의 구 시장 주차장에 대한 사실적 지배를 적극적으로 배제하고 구 시장 주차장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사용·수익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을 등이 갑 회사의 정당한 관리·보존 업무에 대해서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방해 행위를 계속하는 경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갑 회사가 지출한 비용 부분은 을 등의 불법행위에 대한 통상손해로 인정함이 타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물건에 대한 점유란 사회관념상 어떤 사람이 사실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객관적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서, 사실적 지배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 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그 인정 여부는 물건과 사람 사이의 시간적, 공간적 관계와 본권 관계, 타인 지배의 배제 가능성 등을 고려해서 사회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2]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가 갑 주식회사에 수산물도매시장(이하 ‘구 시장’이라 한다) 건물을 임대하여 갑 회사가 시장 건물 내 점포를 상인에게 전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장을 관리·운영하던 중 시장 현대화 사업에 따라 새로운 시장이 준공되었고, 을 등을 비롯한 구 시장 상인 일부가 현대화 시장 이전에 반대하는 단체를 구성하였는데,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와 갑 회사가 을 등을 상대로 구 시장 주차장 무단점유 및 구 시장 점포 반환거부, 공실 무단점유, 기물 파손과 무단 물품 적재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을 등이 권한 없이 구 시장 주차장 운영 중단에 관한 공고문을 떼고 진입 차단용 시설물을 파손하여 재설치를 막은 행위는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의 구 시장 주차장에 대한 사실적 지배를 적극적으로 배제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안내소를 설치하여 진·출입 차량을 안내하고 주차증을 발급한 것은 구 시장의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구 시장 주차장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사용·수익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가 구 시장 주차장을 종국적으로 철거할 의사나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정은 을 등의 점유를 정당화하거나 그로 인한 손해를 부정할 사유가 될 수 없고, 한편 갑 회사는 임대차계약이 종료하였다고 하더라도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에 임대차목적물인 구 시장 건물을 원상회복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 의무이행을 위한 범위에서 구 시장 건물을 관리·보전할 필요가 있고, 을 등이 구 시장 점포의 반환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 조직적으로 구 시장 내 다른 공실을 추가로 점유·사용하거나 구 시장 내 시설을 훼손·변경하고 이를 막으려는 직원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는 등 갑 회사의 정당한 관리·보존 업무에 대해서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방해 행위가 계속되는 경우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갑 회사가 지출한 비용 부분은 을 등의 불법행위에 대한 통상손해로 인정함이 타당한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원고,상고인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세종 담당변호사 강신섭 외 5인)

피고,피상고인

별지 피고 명단 기재와 같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주원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8. 11. 16. 선고 2017나207559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원고 수협’이라 한다)는 구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이하 ‘구 시장’이라 한다)의 소유자로서 원고 수협노량진수산 주식회사(이하 ‘원고 노량진수산’이라 한다)에 구 시장 건물을 임대하였다. 원고 노량진수산은 구 시장 건물 내 점포를 상인에게 전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구 시장을 관리·운영하였다.

나. 정부는 2005. 6.경부터 노후화된 구 시장 건물 옆에 현대화된 시장 건물을 건립하여 새로운 시장(이하 ‘현대화 시장’이라 한다)을 개설하는 사업을 추진하였다. 원고들은 구 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위 사업추진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여 2009. 7. 8. 구 시장 부류별 상인 대표 등과 ‘현대화 사업의 추진과 그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반 문제점에 대하여 감수하고, 공사가 성공적으로 완수될 수 있도록 상호 최대한 협조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담긴 양해각서를 작성하였다.

다. 원고 수협은 2012. 12.경 현대화 시장 신축공사에 착공하여 2015. 10.경 준공하였다. 원고 노량진수산은 상인과 1년 단위로 전대계약을 체결하였으나 2015년도에는 ‘연장 계약기간을 2015. 3. 1.부터 10. 20.까지로 하되, 위 기간은 현대화 시장 입주일정에 따라 조정될 수 있으며, 입주일자 확정 공표 시 입주일자에 맞추어 연장기간은 자동소멸 및 해지되고 해지와 동시에 원고 노량진수산에 원상복구하여 명도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연장약정을 하였다.

라. 현대화 시장이 준공된 후 원고 노량진수산은 입주일을 2016. 1. 15.로 통지하였으나 구 시장 상인 중 일부가 입주를 거부하였다. 원고들은 2016. 3. 9. 구 시장 건물에 관한 임대차기간이 2016. 3. 15. 만료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원고 노량진수산은 입주일을 2016. 3. 15.로 확정·통지하면서 구 시장 상인에게 입주일까지 현대화 시장 건물로 이전을 마치고 구 시장 점포 등 시설물을 인도할 것을 요청하였고, 2016. 6.경 입주 거부 상인의 임대차보증금을 공탁하였다.

마. 현대화 시장 입주일인 2016. 3. 15.이 다가오자 구 시장 상인 중 약 300여 명은 현대화 시장 이전에 반대하여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이하 ‘이 사건 단체’라 한다)를 구성하였고, 피고들은 이 사건 단체의 위원장, 부위원장, 국장 등 지도부를 맡았다. 피고들은 이 사건 단체를 통해 집회를 주관하고 ‘현대화 시장에 입주하지 말 것과 구 시장 건물과 주차장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원고들의 구 시장 건물 관리에 응하지 말 것’을 결의하였다.

바. 원고들은 현대화 시장 건물의 준공에 따라 구 시장의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원심판결 별지 목록 기재 주차장(이하 ‘이 사건 주차장’이라 한다)의 운영을 중단하기로 하고, 이 사건 주차장 입구에 사용중단을 알리는 내용의 공고문을 부착하며, 진입을 차단하는 시설물을 설치하였다.

사. 원고 노량진수산은 2016. 3. 17. 경비용역업체인 에스티시스템 주식회사와 2016. 3. 21.부터 2016. 6. 20.까지(이후 기간이 2016. 7. 5.까지 연장되었다) 구 시장 건물에 관한 관리용역 업무를 위탁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관리용역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위 계약서에는 ‘이 계약은 현대화 시장의 원활한 입주를 위하여 계약당사자들이 준수해야 할 사항을 약정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정하고(제1조), 위탁 업무 범위로 ① 구 시장 내 공실 관리, ② 구 시장 내 출입과 이용의 제한, ③ 구 시장 내 진·출입 차량 통제와 주차시설 기능 폐쇄 시 안전·질서유지, ④ 구 시장 내 공작물 설치와 물건 적치 등 불법행위의 감시, 차단과 사진(비디오) 채증, ⑤ 불법행위자와 마찰 방지와 안전사고 예방, ⑥ 구 시장 내 건축물의 무단점유 방지, ⑦ 상인단체 결성, 관련 단체와 연대, 기타 상인들의 동향 파악과 보고, ⑧ 원고 노량진수산 직원의 구 시장 관련 업무 수행 시 안내와 안전관리, ⑨ 기타 원고 노량진수산으로부터 지시받은 업무 수행 등을 열거하고 있다(제3조).

2. 원고 수협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물건에 대한 점유란 사회관념상 어떤 사람이 사실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객관적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서, 사실적 지배는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 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그 인정 여부는 물건과 사람 사이의 시간적, 공간적 관계와 본권 관계, 타인 지배의 배제 가능성 등을 고려해서 사회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 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2다201410 판결 등 참조).

나. 원고 수협은 피고들이 일부 구 시장 상인과 함께 이 사건 주차장을 무단으로 점유하였으므로 그 차임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서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들이 이 사건 주차장을 무단으로 점유하였다고 볼 수 없고, 원고 수협이 그로 인한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① 원고들은 이 사건 주차장을 그 용도대로 사용할 의사가 없었고 이를 철거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 ② 피고들이 독자적으로 이 사건 주차장 입구와 2층에 안내소를 설치하였으나, 이는 구 시장을 찾아온 고객으로 하여금 이 사건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 주차장을 전면적으로 지배하여 사용·통제한 것이 아니다. ③ 피고들이 주차장에 진·출입하는 차량을 안내한 것은 사고 방지를 위한 것이고, 주차증을 발급한 것은 상인과 고객의 차량을 구분하기 위한 것이다.

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서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1) 피고들은 권한 없이 이 사건 주차장 운영 중단에 관한 공고문을 떼고 진입 차단용 시설물을 파손하였으며 그 재설치를 막기도 하였다. 이는 원고 수협의 이 사건 주차장에 대한 사실적 지배를 적극적으로 배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2) 피고들은 이 사건 주차장 입구와 2층에 독자적으로 안내소를 설치하고,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한다는 현수막과 전단지를 게시·배포하였으며, 진·출입 차량을 안내하였다. 또한 주차장을 이용하는 차량을 상대로 이 사건 단체 명의로 주차증을 발급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행위는 피고들이 구 시장의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이 사건 주차장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사용·수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 소유자인 원고 수협이 이 사건 주차장을 종국적으로 철거할 의사나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피고들의 이 사건 주차장에 대한 점유를 정당화하거나 그로 인한 손해를 부정할 사유가 될 수 없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위에서 본 이유를 들어 원고 수협의 손해배상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에는 점유와 손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

3. 원고 노량진수산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원고 노량진수산은 피고들이 일부 구 시장 상인과 함께 구 시장 점포 반환거부, 공실 무단점유, 기물 파손과 무단 물품 적재 등의 행위를 함으로써, 원고 노량진수산으로 하여금 이 사건 관리용역 계약에 따른 용역비를 지출하게 하는 손해를 입혔으므로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서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 노량진수산이 지출한 용역비는 피고들의 행위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손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① 원고 노량진수산은 임대차계약의 종료에 따라 2016. 3. 15. 이후에는 구 시장 건물을 점유하거나 사용할 권원이 없다. ② 원고 노량진수산의 임대차목적물 반환 지연에 따른 손해는 그와 같이 반환을 지연한 부분에 대한 차임 상당액으로서 그 배상을 구하면 충분하고, 공실에 대한 추가 점유, 물건 적치나 시설 훼손, 물리력 행사에 대해서는 인도, 손해배상 또는 예방적 금지를 구하는 통상의 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③ 이 사건 관리용역 계약은 일부 상인이 현대화 시장 건물로 입주를 거부하면서 구 시장 점포를 계속 점유하는 상황을 전반적으로 관리·통제하기 위한 것이지, 임대차목적물 반환의무 등의 이행을 위해 불가피하게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

나.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서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결은 받아들일 수 없다.

(1) 원고들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2016. 3. 15.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 노량진수산은 원고 수협에 임대차목적물인 구 시장 건물을 원상회복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 의무이행을 위한 범위에서 구 시장 건물을 관리·보전할 필요가 있다.

(2) 이 사건 관리용역 계약에 따르면, 계약 체결의 목적이 ‘현대화 시장의 원활한 이전’을 위한 것이고, 위탁 업무 범위에 구 시장 상인의 점포 반환거부에 대한 자력구제적인 성격을 갖는 업무나 상인단체의 동향 파악 업무 등 구 시장 건물의 원상회복을 위한 정당한 범위를 초과하는 업무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구 시장 건물의 규모 등에 비추어 안전관리를 위해 피고들의 행위와 무관하게 관리·보존비용이 들어갈 여지도 있다. 이러한 사정을 살펴보면, 원고 노량진수산이 이 사건 관리용역 계약에 따라 지출한 용역비 전부를 손쉽게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로 단정할 수 없다는 원심판결도 수긍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피고들이 구 시장 점포의 반환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 조직적으로 구 시장 내 다른 공실을 추가로 점유·사용하거나 구 시장 내 시설을 훼손·변경하고 이를 막으려는 직원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는 등 원고 노량진수산의 정당한 관리·보존 업무에 대해서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방해 행위가 계속되는 경우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원고 노량진수산이 지출한 비용 부분은 피고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통상손해로 인정함이 타당하다.

(3) 원심으로서는 피고들이 구 시장 내 공실 관리와 시설 훼손 방지 등 원고 노량진수산의 정당한 관리·보존업무를 직접적이고 지속적으로 방해하였는지,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원고 노량진수산이 정당하게 지출한 관리·보존비용의 범위를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지 등에 관하여 추가적으로 심리하여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을 산정했어야 한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들이 구 시장 내 다른 공실을 추가로 점유·사용하고 구 시장 내 시설을 훼손·변경하였으며 이를 막으려는 직원에 대해 물리력을 행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위에서 본 이유를 들어 원고 노량진수산의 손해배상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다.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손해의 범위와 손해액의 산정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원고들의 상고는 모두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피고 명단: 생략]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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