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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4. 29. 선고 2010두184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공2010상,1038]
판시사항

[1]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를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에 있는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2] 인력업체가 제공한 차량을 운전하고 건설회사의 공사현장으로 출근하던 근로자가 교통사고를 당한 사안에서, 사고 당시 출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사업주인 건설회사의 객관적 지배·관리 아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와 관련하여,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경우를 비롯하여, 외형상으로는 출·퇴근의 방법과 그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맡겨진 것으로 보이나 출·퇴근 도중에 업무를 행하였다거나 통상적인 출·퇴근시간 이전 혹은 이후에 업무와 관련한 긴급한 사무처리나 그 밖에 업무의 특성이나 근무지의 특수성 등으로 출·퇴근의 방법 등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 실제로는 그것이 근로자에게 유보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사회통념상 아주 긴밀한 정도로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와 업무 사이에는 직접적이고도 밀접한 내적 관련성이 존재하여 그 재해는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인력업체가 제공한 차량을 운전하고 건설회사의 공사현장으로 출근하던 근로자가 교통사고를 당한 사안에서, 위 차량은 건설회사가 제공한 교통수단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근로자가 건설회사의 공사현장에 매일 출근한 것이 아니라 공사현장을 바꾸어 가며 근무하였다고 하더라도 사고 당일의 출근과정에 대한 건설회사의 지배·관리를 부정할 사유로 보기 어려우며, 근로자로서도 위 차량을 이용한 출근 외에 다른 합리적인 선택의 기대가능성이 없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사고 당시 출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사실상 근로자에게 유보되었다고 볼 수 없고 사업주인 건설회사의 객관적 지배·관리 아래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기준)

피고, 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 12. 14. 법률 제86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호 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와 사업주 사이의 근로계약에 터잡아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당해 근로업무의 수행 또는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고, 일반적으로 근로자의 출·퇴근이 노무의 제공이라는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그 출·퇴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이상 근로자가 선택한 출·퇴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통상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가 업무상의 재해로 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이와 달리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도 업무상의 재해로 될 수 있다( 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와 관련하여,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경우 ( 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두121 판결 참조) 를 비롯하여, 외형상으로는 출·퇴근의 방법과 그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맡겨진 것으로 보이나 출·퇴근 도중에 업무를 행하였다거나 통상적인 출·퇴근시간 이전 혹은 이후에 업무와 관련한 긴급한 사무처리나 그 밖에 업무의 특성이나 근무지의 특수성 등으로 출·퇴근의 방법 등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 실제로는 그것이 근로자에게 유보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사회통념상 아주 긴밀한 정도로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 대법원 2004. 11. 25. 선고 2002두10124 판결 , 대법원 2004. 11. 25. 선고 2002두12298 판결 , 대법원 2005. 9. 29. 선고 2005두4458 판결 ,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6두2022 판결 ,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두15660 판결 참조), 그러한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와 업무 사이에는 직접적이고도 밀접한 내적 관련성이 존재하여 그 재해는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및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제1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주식회사 한화건설의 하도급업체인 기린건설이 경기 가평군 소재 가평연수원 신축공사의 일부를 하도급받아 시공하면서 숙련 인력을 인력소개업체를 통하여 제공받기로 하고, 위 인력소개업체가 일용근로자들의 출·퇴근을 위한 교통수단을 마련하되, 기린건설은 일용근로자들의 일당 이외에 교통비로 매일 40,000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 원고를 포함한 근로자들은 2007년 6월 초경부터 새벽 5시경 위 인력소개업체 사무실에 모여서 위 업체가 제공하는 이 사건 봉고차를 이용하여 위 신축공사 현장으로 출근하였는데, 원고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 매일 출근한 것이 아니라, 2007년 10월에는 8일, 2007년 11월에는 5일을 출근하였으며, 다른 업체의 공사현장에도 수시로 출역한 사실, 원고는 2007. 11. 14. 06:15경 이 사건 봉고차를 운전하고 출근하던 중 이 사건 교통사고를 당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기린건설이 장거리 출·퇴근에 필요한 차량을 직접 제공한 것이 아니라 인력소개업체로 하여금 스스로 판단하여 차량 등의 교통수단을 제공하도록 하였으며, 원고로서도 출·퇴근 방법 및 경로 등에 관하여 기린건설로부터 어떠한 지시나 통제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면,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고 있던 원고는 아침 7시까지 경기 가평군에 있는 이 사건 공사현장으로 출근해야 하는데, 출근시간에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출근하는 것이 곤란하므로 이 사건 봉고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기린건설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 일용근로자들을 위한 교통수단을 직접 제공하는 대신 인력소개업체에게 교통비를 추가 지급하면서 이 사건 봉고차를 근로자들의 출·퇴근용 교통수단으로 제공하도록 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는 사고 당시 이 사건 봉고차에 일용근로자들을 태우고 서울 영등포구 소재 인력소개업체의 사무실을 출발하여 이 사건 공사현장을 향하여 가다가 이 사건 교통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다.

원심의 인정사실과 위 각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봉고차는 기린건설이 제공한 교통수단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원고가 기린건설의 이 사건 공사현장에 매일 출근한 것이 아니라, 공사현장을 수시로 바꾸어 가면서 근무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일용근로계약의 특성에 기인한 것일 뿐, 이 사건 사고 당일의 출근과정에 대한 기린건설의 지배·관리를 부정할 사유로 보기는 어려우며, 원고로서도 이 사건 봉고차를 이용한 출근 이외에 다른 합리적인 선택의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할 것이고, 사정이 그러하다면 원고가 이 사건 봉고차를 운전하여 이 사건 공사현장까지 이동하면서 합리적인 경로를 벗어났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사고 당시 출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사실상 원고에게 유보되었다고 볼 수 없고 사업주인 기린건설의 객관적 지배·관리 아래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위에서 살펴본 출·퇴근 중에 발생한 사고의 업무상 재해 판정에 필요한 예외적 사정의 존재 여부에 관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단정한 것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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