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은 검찰에서 피의자신문을 받아 본건 방화사실을 자백하고 이어서 진술서를 작성제출하고 그 다음날부터 연 3일간 자기의 잘못을 반성하고 자백하는 내용의 양심서, 반성문, 사실서를 작성 제출하고 경찰의 검증조서에도 피고인이 자백하는 기재가 있으나, 검찰에 송치되자마자 검찰에서의 자백은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범행을 부인할 뿐더러 연 4일을 계속하여 매일 한장씩 진술서등을 작성한다는 것은 부자연하다는 느낌이 드는 등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의 자백은 신빙성이 희박하다.

A

변호사(국선) B

서울고등법원 1980.9.20. 선고 80노1555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이 유지한 제1심판결은 본건 방화 공조사실을 인정하였는 바 그 사실을 인정한 직접적인 증거는 동 판결과 기록을 대조하면 피고인 작성의 진술서, 양심서 반성문 및 사실서의 각 기재와 사법경찰관 작성의 검증조서 중 피고인의 진술기재임이 분명하다.

2. 그러므로 위 증거들을 기록에 의하여 검토하기로 한다.

피고인은 1980.1.12. 본건으로 경찰에서 피의자신문을 받아 본건 방화사실을 자백하였는데, 그 당일 위에서 본 진술서를 작성 제출하고 그 다음날인 같은해 1.13.에 양심서, 1.14.에 반성문, 1.15.에 사실서를 작성 제출하였는 바,그 문면의 내용은 그가 학교 당국이나 교원들의 처사에 불만이 있는데다 방화 직전에 화투놀이에서 약간의 돈을 잃었는데, 때마침 돈을딴 사람을 교원이 불러내서 화투판이 파장된 감정이 격화되어 방화를 하였다는 점과 일시 범행을 부인한 것을 반성하며 사회와 유족에게 누를끼친 것을 사과한다는 것이며, 경찰의 검증조서에 의하면 피고인은 그현장에서 "보일러실에서 기름을 빼내어 물품창고에 들어가 쌀가마니와 싸놓은 고목에 기름을 뿌리고 성냥을 그어 불을 지렀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인은 검찰이래 동 방화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경찰 신문이나 검증때는 수사경찰관의 엄문에 못이겨 자백하였으며 진술서 양심서들은 그들의 강요에 의하여 작성한 것이라고 변소하고 있는 바 위와 같이 연 4일을 계속하여 매일 한 장씩 진술서나 양심서 등속의 자술서를 작성한다는 것은 어딘지 부자연하다는 느낌을 씻을 수 없으며 경찰조사시에 자백을 하고 여러차례 진술서들을 작성한 것이 자기의 소행을 뉘우치고 진실을 토로한 것이라면 검찰에 송청되자마자 태도를 표번하여 범행을 부인한다는 것도 이례에 속한다 할 것이므로 위 진술서들이나 현장 검증시의 자백은 신빙성이 희박하여 증거가치가 없다고 봄이 우리의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제1심의 원용한 위 이외의 다른 증거들을 기록에 대조하면 이들은 모두 정항증거에 불과하여 본건 방화사실을 인정할 자료로서는 미흡하다 할 것이니 위와같은 증거들에 의하여 사실을 단정한 제1심의 증거취사는 채증법칙에 위배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원심판결은 항소를 기각하는 이유설시에서 이 사건 불이 난 것은 방화인 것이 분염하고 불이난 곳이 피고인이 기거하던 곳과 가장 가까운 지점이며 피고인 이외에 불을 지를 만한 사람이나 이유가 없는점 불이난 후 피고인의 아무런 조치를 취함이 없이 부근에서 서있었던 점들을 들고 있으나 이런사정은 어디까지나 앞에서 본 진술서들이나 진술기재에 증명력이 있다는 전제에서의 입론이지 이의 증명력이 없다면은 이들사정은 범행의 가능성에 대한 한갓 추리에 지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제1심의 채증법칙위배를 간과하고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음은 심리미진 아니면 이유불미의 위법을 범하였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고 이점에서 논지 이유있어 본건 방화죄를 타죄와 경합범으로 처단한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므로 원심판결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8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