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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방법원 2019. 8. 22. 선고 2018가합35776 판결
[해고무효확인 등 청구의 소][미간행]
원고

원고 (담당변호사 강용석 외 1인)

피고

주식회사 문화방송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권영환 외 2인)

2019. 7. 11.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2018. 5. 18.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18. 5. 19.부터 원고의 복직시까지 월 8,634,708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04. 12. 20. 방송사업 등을 하는 피고에 입사하여 카메라기자로 근무하였다. 피고는 2012년 12월 조직을 개편하면서 보도국 산하에 카메라기자(영상기자)와 취재기자가 소속된 정치부, 경제부, 사회1, 2부 등의 부서를 통할하는 취재센터를 설치하였다.

나. 피고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이하 ‘제1노조’라 한다), MBC공정방송노동조합, MBC노동조합(이하 ‘제3노조’라 한다) 등 3개의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다. 제1노조와 MBC영상기자회는 2017. 8. 8. 피고 소속 카메라기자들을 회사 충성도와 노조 참여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누어 성향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내용의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와 ‘요주의인물 성향’ 문건(구체적인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고, 이하 ‘이 사건 문건’이라 한다)이 피고 내부에서 작성되었고 그에 따른 각종 인사상의 불이익이 있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기자회견을 하고, 다음날 위 문건의 작성자인 원고와 당시 보도국장이었던 소외 4, 취재센터장(부국장)이었던 소외 1을 부당노동행위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였다.

다. 이후 피고 감사국은 2018. 1. 8.부터 2018. 3. 22.까지 이 사건 문건의 실행 의혹 등을 밝히기 위한 ‘MBC블랙리스트 및 부당노동행위 관련 특별감사’를 실시하였다. 감사국은 감사결과 원고가 이 사건 문건의 작성 및 실행에 관여하였다고 판단하고 피고 인사위원회에 원고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였다.

라. 피고 인사위원회는 위 감사결과를 토대로 2018. 5. 3. 원고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어 원고의 소명을 청취한 다음 2018. 5. 14. 원고를 해고하기로 의결하고, 2018. 5. 18.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그중 ‘블랙리스트’란 이 사건 문건을 의미한다)의 위 인사위원회 심의결과를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처분’이라 한다).

1. 심의대상자 : 원고 ⇒ 결과 : 해고
2. 징계사유 및 근거
○ 징계사유 : MBC블랙리스트와 임직원들의 부당노동행위 관련 특별감사 결과 조치
- 동료 카메라기자들을 ‘격리대상’, ‘방출대상’, ‘주요관찰대상’, ‘회유가능’의 4등급으로 분류하여 작성하고, 자신이 작성한 ‘블랙리스트’가 반영된 인사안을 소외 1 취재센터장에게 메일로 보고하여 결과적으로 실행되게 하였음.
- 객관적 평가자료나 합리적 근거도 없이 특정 대상에 대한 충성도나 노조성향을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임의로 블랙리스트를 작성ㆍ전달함으로써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름은 물론, 당사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한 처분이 가해지도록 하는 부당노동행위의 원인을 제공하여, 합리적 인사관리를 방해하고 직장질서를 문란케 하는 심대한 해사행위를 함.
○ 근거 : 취업규칙, 감사업무규정
【취업규칙】
제3조 (준수의무) 회사는 이 규칙에 정한 근로조건으로 직원을 근무시키며, 직원은 이 규칙에 정한 사항과 회사의 제 규정을 준수하고 상사의 업무상 지시에 따라 맡은 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진다.
제4조 (품위유지) 직원은 회사의 명예와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방송강령 및 윤리강령을 준수하고 상호인격을 존중하여 직장의 질서를 유지하여야 한다.
제66조 (징계사유) 직원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를 징계할 수 있다.
1. 사규를 위반하였을 때
2.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을 때
【감사업무규정】
제23조(감사결과에 대한 조치)
1. 감사는 감사결과 적출한 위법 또는 부당한 사실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다. 관계자에 대한 징계요구

마. 원고에 대한 위 징계사유에 기재된 원고 작성의 인사안(이하 ‘이 사건 인사이동안’이라 한다)의 내용과 피고 소속 카메라기자 12명에 대한 2014. 3. 14.자 인사(발령일 2014. 3. 17.)의 내용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성명’, ‘현 부서’, ‘변경부서’, ‘변경사유’만 위 문건에 포함된 부분이고, 스포츠취재부는 보도본부 스포츠국 산하 부서, 시사제작2부는 편성제작본부 시사제작국 산하 부서이며, ‘분류’는 이 사건 문건의 분류기준에 따른 등급을 편의상 표시해둔 것이다).

순번 성명 분류 현 부서 변경부서 변경사유 실제 인사
1 소외 6 정치부 경제부 - 경제부
2 소외 7 ☆☆ 경제부 정치부 국회팀 인사 쇄신 정치부
3 소외 8 경제부 스포츠취재부 언론노조(제1노조) 강성세력으로 회사정책에 비협조적이므로 경제부 데스크 수행에 문제 있음 정보과학부
4 소외 9 정치부 스포츠취재부 청와대 취재 4년차로 변경시점이 되었고, 본인이 교체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음 시사제작국
5 소외 10 스포츠취재부 경제부 스포츠취재부 업무 3년차로 변경시점이 되었고, 경제부 데스크 업무 수행에 적합함 경제부
6 소외 11 사회1부 시사제작2부 언론노조(제1노조) 강성세력으로 회사정책에 비협조적이므로 사회1부 데스크 수행에 문제 있음 스포츠국
7 소외 12 시사제작2부 사회1부 소외 11 결원 충원위해 변경 사회1부
8 소외 13 사회2부 정치부 소외 9 결원 충원위해 변경 정치부
9 소외 14 ☆☆ 스포츠취재부 사회2부 소외 13 결원 충원위해 변경 사회2부
10 소외 15 ☆☆ 영상편집부 문화레저부 MBC노조(제3노조) 가입되어 있고 현재 소외 5 휴직으로 인한 문화레저부 카메라기자 공석을 채우기 위해 변경. 소외 5는 복직 시 영상편집부로 발령 필요. 문화레저부
11 소외 16 정치부 사회1부 태도 불량 및 성실성이 떨어져 정치부 업무수행에 문제 있음. 사회1부
12 소외 17 사회1부 정치부 소외 16 결원 충원위해 변경 정치부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호증, 을 제1 내지 5, 9, 12, 13호증, 을 제7호증의 1, 2, 을 제8호증의 4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주장 및 판단

가. 징계절차의 적법 여부

1) 원고의 주장

가) 피고가 법원의 압수수색영장이나 원고의 사전 동의도 없이 원고의 사내 인트라넷 이메일과 그 계정 로그기록을 무단 열람ㆍ확인하였고 이를 증거로 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처분을 하였는바, 위 해고처분에는 그 조사과정에서 원고의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함으로써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중대한 하자가 있다.

나) 또한, 이 사건 해고처분은 법적 근거가 없는 피고 정상화위원회의 활동 결과에 따른 것이므로 위법하다.

2) 가) 주장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피고 감사국이 이 사건 문건의 실행 의혹 등을 밝히기 위한 감사과정에서 원고의 사내 인트라넷 이메일과 그 계정의 로그기록을 열람ㆍ확인하는 과정에서 원고의 사전 동의를 받았음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 그러나 앞서 본 증거들에 을 제7호증의 3, 을 제2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위와 같은 조사방법이 원고의 인격권이나 사생활의 비밀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 징계처분을 무효로 할 정도의 절차상 하자라고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가) 주장은 이유 없다.

① 2017. 8. 8. 피고 제1노조 등의 기자회견을 통해 피고 내에 구성원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내용의 이 사건 문건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위 문건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위와 같은 행위는 기업질서를 저해하는 행위이자 피고와 같은 방송사의 핵심가치인 공정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행위이며 부당노동행위나 업무방해 등의 범죄도 성립할 수 있는 중대한 비위행위에 해당한다. 피고로서는 위 문건이 실재하는 것으로 밝혀진 상황에서 그 작성 경위와 실행 여부 등에 관한 의혹을 자체적으로 시급히 규명해야 할 정당한 이익이 있었다.

② 피고가 감사과정에서 열람한 사내 인트라넷 이메일은 피고가 업무상 필요에 의하여 설치한 전산시스템에 의하여 전송ㆍ보관되는 것으로서 그 용도가 업무용으로 제한되어 있고 사적이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므로, 그 이메일과 계정 로그기록이 인격권 내지 사생활의 비밀로서 보호되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이메일 등 업무용 정보자산에 관한 보안이 엄격히 요구되는 주된 이유도 회사의 내부 영업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지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직원들의 인격권이나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③ 피고는 소속 직원들로부터 ‘퇴직 또는 전보 시 회사 소유의 정보자산을 회사의 지시에 따라 반환 또는 폐기하고, 회사의 영업비밀 보호, 유출방지 및 보안사고 대응을 위해 필요한 경우 사내 이메일, 정보통신망 통신기록 등에 대한 점검, 검색, 감사 실시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정보보호 서약서를 제출받았다. 이러한 점을 보더라도 업무용으로 제공된 인트라넷 계정과 관련하여 자신의 인격권이나 사생활의 비밀이 적극적으로 보호될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가 일반적으로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사규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 사적이용 가능성만을 이유로 회사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도 그 접근이 일률적으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

④ 앞서 본 이 사건 문건 등의 실행에 관련한 의혹은 직원들 간의 업무수행과정에서 발생한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사내 인트라넷 이메일이 그 비위행위에 이용되었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었다. 특히 원고는 위 문건의 작성자로 지목된 상황이었으므로 위 문건의 실행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는 문건의 전달 경로 파악을 위해 원고의 사내 인트라넷 이메일에 대한 열람ㆍ확인이 필수적이었다.

⑤ 피고 감사국은 우선 이 사건 문건 등의 작성 및 실행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임직원들을 검색대상자로 추린 다음 ‘성향, 명단, 리스트, 좌파, 카메라기자’ 등 조사대상 및 범위와 관련된 키워드를 통해 대상자의 이메일 로그의 메일제목과 첨부파일명을 검색하였다. 나아가 검색된 이메일을 열람하는 과정에서 감사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2명이 입회하도록 하여 참여 직원을 최소화하는 한편 특정 조사자의 자의에 의한 열람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처럼 피고는 이메일을 열람하는 과정에서 조사목적과는 무관하게 인격권이나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합리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보인다.

⑥ 피고가 원고 주장처럼 오로지 제3노조 소속 조합원이라거나 과거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문건 등의 작성 및 실행 의혹과 전혀 무관한 직원들의 이메일과 그 로그기록까지 무제한적으로 열람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고, 위 의혹과는 관련이 없는 별건의 비위행위를 문제 삼은 적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3) 나) 주장에 대한 판단

원고에 대한 이 사건 해고처분은 피고 정상화위원회의 조사 및 징계요청이 아니라 피고 감사국의 ‘MBC블랙리스트 및 부당노동행위 관련 특별감사’ 및 징계요청에 의하여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의결된 것임은 앞서 본 기초사실과 같으므로, 나) 주장도 이유 없다.

나. 징계사유의 존부

1) 징계사유의 특정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는 원고가 ① 이 사건 문건과 이를 반영한 이 사건 인사이동안을 작성하여 그 중 이 사건 인사이동안을 인사권자인 소외 1에게 보고함으로써 복무질서를 어지럽게 하였고, ② 이 사건 인사이동안에 따라 2014. 3. 14.자 인사가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소외 1의 부당노동행위에 공범으로 가담하였으며, ③ 특정 인물들에 대한 명예훼손 내지 모욕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이 사건 문건을 다른 사람과 공유함으로써 명예훼손죄 내지 모욕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으로 특정될 수 있다.

2) 원고의 주장

① 징계사유에 대하여, 이 사건 문건은 피고가 보유하고 있는 컴퓨터 내 파일을 출력한 것인데, 위 파일의 최초 작성자는 원고가 맞지만 여러 차례 수정된 흔적이 있으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문건 작성에 관한 모든 책임을 지울 수 없다.

② 징계사유에 대하여, 이 사건 인사이동안에 따라 2014. 3. 14.자 인사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③ 징계사유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문건 파일의 최초 작성자일 뿐 이 사건 문건을 타인에게 전달한 사실이 없으므로 명예훼손죄 내지 모욕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

3) ① 징계사유에 대한 판단

가) 을 제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아래 사실이 인정된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라 한다)은 2017. 6. 19. 개혁발전위원회를 발족하면서 그 산하에 적폐청산 TF를 조직하였고, 적폐청산 TF는 국정원 메인서버에 들어 있는 내부문서 등을 조사하였다. 그 과정에서 국정원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만들어 피고(소외 18 전 사장)에게 전달하였고, 위 문건 대부분의 내용들이 실행된 정황이 파악되었으며, 이에 소외 19 전 국정원장과 소외 18 전 피고 사장이 국가정보원법위반등 죄로 기소되었다. 이 사건 문건도 위와 같은 조사 및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이고, 이를 입수한 제1노조와 MBC영상기자회의 2017. 8. 8.자 기자회견을 통해 그 존재가 알려졌으며, 이후 피고 감사국은 감사에 착수하였다.

나) 위와 같은 경위로 이 사건 문건의 존재가 알려지기 전까지는 이 사건 문건의 존재는 원고 및 원고로부터 이 사건 문건 파일에의 접근을 허락받은 사람 외에는 누구도 알지 못하였다고 판단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원고는 카메라기자들의 이중적인 행위들을 기억하기 위하여 개인적으로 간직할 목적으로 이 사건 문건을 작성하였다고 주장한다. 원고의 위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이 사건 문건이 동료 카메라기자들에 대한 성향분석 및 등급평가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는 이상 원고는 이 사건 문건 파일을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유서버가 아닌 본인만이 접근 가능한 서버에 저장ㆍ관리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누군가가 이 사건 문건 파일에 수정을 가하였다면 원고의 허락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 만일 원고도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문건 파일이 수정된 것이라면, 이 사건 문건 파일은 제1노조를 포함하여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한 서버에 저장되어 있었거나 아니면 원고를 해하려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해킹 등을 통해 원고가 관리하는 서버에 침입하였다는 것인데, 만일 그렇다면 이 사건 문건의 존재가 국정원 조사를 통해 드러날 때까지 몇 년 동안이나 알려지지 않았을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이 사건 문건은 출력된 문서가 아닌 파일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고, 앞서 본 바와 같은 조사과정에서 국정원 또는 수사기관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

다) 원고는 2017. 8. 8.자 자신의 페이스북, 2018. 5. 3. 열린 인사위원회, 수사기관에서의 수사과정에서 이 사건 문건의 작성 사실을 인정하였으나, 2018. 4. 4.자 준비서면을 통해 별다른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문건의 작성 사실을 부인하면서 변조가능성을 주장하였다.

라) 따라서 원고는 수정된 내용을 포함한 이 사건 문건 내용 전체에 대하여 책임이 있고, 나아가 원고는 이 사건 문건을 반영한 이 사건 인사이동안을 작성하여 소외 1에게 전달하기까지 하였는바, 복무질서 위반행위를 하였다고 인정된다.

4) ② 징계사유에 대한 판단

가) 앞서 본 증거들 및 을 제6호증의 1, 2, 을 제8호증의 1, 2, 3, 을 제15, 1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 사실이 인정된다.

- 소외 1이 2013. 5. 24. 보도국 취재센터장으로 부임한 직후 당시 보도국장으로 있던 소외 4는 보도국 인사를 수시로 하되 카메라기자들에 대한 인사는 소외 1이 소속 부장들과 상의하여 이를 결정하도록 하였다. 이에 소외 1은 취재센터장으로서 보도국 소속 카메라기자들에 대하여 1차적으로 인사를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 보도국 정치부 소속 카메라기자인 원고는 소외 1이 취재센터장으로 부임한 후 1주일이 지난 2013. 6. 1. ‘보도영상부문의 관리자 부재로 노조 영향력 아래 있는 조직과 인물들이 주도권을 갖는 상황 등을 해결하기 위해 영상 인력 및 장비를 관리하는 보직을 두는 방안을 제안한다’는 내용의 ‘보도영상 관리 개선 방안’ 문건을 작성하였고 그 문건에 첨부된 ‘뉴스영상PD, VJ 부서배치 현황’ 중 제3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직원 부분은 음영처리가 되어 있다. 보도국 경제부 소속 카메라기자인 소외 3은 2013. 6. 3. 사내 인트라넷 이메일을 통해 위 문건을 소외 1에게 전달하였다.

- 원고는 그로부터 1개월 정도가 지난 2013. 7. 6. 이 사건 문건을 처음 작성하였다. 별지와 같이 위 문건에는 피고 소속 65명의 전 카메라기자들이 회사 충성도와 노조 참여도에 따라 4등급으로 분류되어 있고 그 등급별 요주인물에 대한 보도국 주요부서 근무의 적정 여부(관찰대상, 방출필요, 회유가능, 격리필요), 조직 내 영향력 등에 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 원고는 2014. 3. 13. 사내 인트라넷 계정을 통해 소외 1에게 ‘카메라기자 인사이동입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면서 이 사건 인사이동안을 첨부하였다. 소외 1은 같은 날 이를 열람하였는데 위 인사이동안의 ‘변경사유’에는 ‘언론노조 강성세력으로 회사에 비협조적’이라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음에도 소외 1은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다음날 이루어진 보도국 정기 인사에서 위 인사이동안에 기재된 12명의 카메라기자들에 대한 인사가 실제로 이루어졌고 그중 9명에 대한 인사는 위 인사이동안의 내용(발령부서)과 일치한다.

- 제1노조 등의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건 문건의 존재가 밝혀지고 그에 따른 원고, 소외 1 등에 대한 검찰고소가 있은 다음날인 2017. 8. 10. 소외 1은 출장 중에 사내 인트라넷(2016년 12월 ‘엠포털’이라는 새로운 인트라넷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의 것)에 접속하여 ‘보도영상 관리 개선 방안’ 및 이 사건 인사이동안이 첨부된 이메일을 다시 열람하여 확인한 다음 이를 삭제하고 나머지 이메일도 일괄 삭제하였다. 같은 날 위와 비슷한 시각에 원고도 위 인트라넷에 접속하여 이메일을 일괄 삭제하였다.

나) 그러나 앞서 본 증거와 갑 제9호증, 을 제7호증의 3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위 가)항의 사실과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소외 1이 원고와 공모하여 이 사건 문건과 이를 반영한 이 사건 인사이동안을 작성한 다음 그에 따라 2014. 3. 14.자 인사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으므로, ②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 이 사건 문건은 2014년 2월까지 약 8개월 동안 6회의 수정이 있었는데 위 문건이 사내 인트라넷 이메일을 통해 소외 1에게 전달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고, 소외 1이 원고에게 위 문건의 작성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제1노조의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 문건이 폭로된 직후 원고가 페이스 북에 작성한 글에도 ‘제1노조 소속 조합원 중에 특히 비겁한 행동을 보이는 자들을 구분하고 싶어서 위 문건을 만들었고 함께 제3노조에 참여한 친한 카메라기자 2명(피고 주장에 따르면 소외 2, 소외 3을 말한다)에게 위 문건을 보여줬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을 뿐이다.

- 소외 1이 취재센터장으로 부임한 직후 전달받은 ‘보도영상 관리 개선 방안’ 문건은 영상관리 보직개설이 필요한 주된 이유로 ‘여러 부서에 분산 배치된 카메라기자 인력과 장비 운영의 효율성 재고 및 업무능률 향상’을 들고 있다. 위 문건은 원고가 보도국 구성원으로서 상급자에게 조직운영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소외 1의 지시에 따라 작성된 보고문서라고 보기 어렵고 실제 위 방안이 추진된 사실도 없다. 원고가 2014년 3월 소외 2(이 사건 문건의 ☆☆등급 중 최선임 카메라기자)에게 보낸 같은 취지의 문건(을 제8호증의 2)과 소외 2가 신설자리로 이동할 경우와 아닐 경우의 시나리오를 담은 문건(을 제8호증의 3)은 소외 1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소외 1이 부임 직후 ‘보도영상 관리 개선 방안’ 문건을 전달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소외 1이 특정노조 가입 여부를 기준으로 소속 카메라기자들을 관리하려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 원고가 소외 1에게 보낸 이 사건 인사이동안에 포함된 12명의 카메라기자 중 순번 3, 6(소외 8, 소외 11)을 제외한 10명의 인사는 그 ‘변경사유’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회사 충성도나 노조 참여도에 따른 인사와는 거리가 멀다(순번 10 소외 15의 경우 ‘제3노조에 가입되어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긴 하나, 그 인사이동 사유는 다른 직원의 휴직에 따른 공석을 채우기 위한 것임이 명백하다). 그 밖에 소외 1이 이 사건 문건의 내용, 즉 노조 참여도 등을 기준으로 위 10명에 대한 인사를 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

- 이 사건 인사이동안 중 순번 3, 6(소외 8, 소외 11)에 관한 ‘변경사유’는 이 사건 문건의 내용과 일치한다. 그러나 ㉠ 그 이동안의 내용과 실제 발령부서가 다른 점, ㉡ 보도국과 스포츠국의 인사교류는 스포츠취재부장의 요청에 따라 시작된 점, ㉢ 소외 8은 2013년 6월 이후로 경제부 데스크 직을 수행하고 있지도 않았던 점, ㉣ 당시 경제부장 소외 20은 소외 8, 소외 6의 인사와 관련해 사전에 소외 1과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진술하고 정보과학부장 소외 21도 소외 8이 순환배치에 따라 정보과학부로 인사가 날 것임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점, ㉤ 소외 8, 소외 11은 모두 기존 부서에서 1년 이상 근무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소외 1이 원고와의 사전협의나 위 인사이동안에 근거하여 위 2명에 대한 인사를 시행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 소외 1은 취재센터장으로 부임한 후 2014. 3. 14.자 정기인사가 있기 전까지 6차례 정도 수시인사를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소외 1이 이 사건 문건에 따라 인사원칙에 어긋나는 인사상의 불이익이나 특혜를 주었다고 볼 만한 뚜렷한 정황이 드러난 바 없고 그러한 내용이 담긴 인사 관련 문건이 원고와 사이에 오간 사실도 없었다.

- 원고와 소외 1이 사내 인트라넷 이메일을 일괄 삭제한 시점은 제1노조 등의 기자회견과 검찰고소가 있은 바로 직후였고, 앞서 본 것처럼 ‘보도영상 관리 개선 방안’과 이 사건 인사이동안에는 제1노조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실제 이 사건 문건의 작성 및 실행에는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그러한 파일이 첨부된 이메일을 전달받은 사실만으로도 위 문건의 작성 및 실행에 관여하였음을 의심받을 수 있었고 당시 그에 대한 문책을 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직무수행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소외 1이 원고와 거의 동시에 이메일을 삭제한 사실을 소외 1이 위 문건의 작성 및 실행에 관여했다고 볼 만한 핵심적 정황으로 삼기는 부족하다.

5) ③ 징계사유에 대한 판단

이 사건 문건에 포함된 ‘업무능력 부족하고 게으른 성향과 개인욕심이 많아 기회시 변절할 인원’, ‘극히 개인적인 성격으로 영향력 제로’, ‘무능하고 성실한 전형’, ‘대세에 따르는 우유부단함의 회색분자들’, ‘심각한 업무수행능력 부재’, ‘무능과 태만으로 존재감이 없는 인물’ 등 요주의 인물에 대한 원고의 평가는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로써 명예훼손에 해당하거나, 또는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는 행위로써 모욕에 해당한다.

또한 을 제7호증의 3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문건이 폭로된 당일인 2017. 8. 8.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사건 문건을 만들어 친한 카메라기자 2명에게 보여준 것이 전부이다. 너무나 잘 아는 친한 선배였기에 (이 사건 문건이 유출된 데에 대한) 인간적 배신감과 비애를 느낀다.’라는 글을 작성한 사실이 인정되고, 원고가 자발적으로 작성한 위와 같은 최초의 진술은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되므로 형사상 명예훼손죄, 모욕죄 또는 민사상 불법행위의 구성요건으로서의 공연성 또한 충족하였고, 더군다나 원고가 이 사건 문건을 반영한 이 사건 인사이동안을 소외 1에게 전달하였는데, 이 사건 인사이동안에도 ‘태도 불량 및 성실성이 떨어져 업무수행에 문제 있음’ 등 명예훼손 내지 모욕적인 표현이 포함되어 있었는바, ③ 징계사유는 인정된다.

다. 징계재량권 일탈ㆍ남용 여부

1)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두10852 판결 등 참조).

한편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의 행위로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1두10455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사실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② 징계사유를 제외한 나머지 ①, ③ 징계사유만으로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이 사건 해임처분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여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는 판단되지 않는다.

- 언론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헌법 제21조 제1항 이 보장하는 언론ㆍ출판의 자유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제1조 제1항 의 선언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조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 그 결과 언론인의 독립성은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라도 제도에 관한 의견은 구성원 누구나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어야 하고, 회사 발전을 위한 제언에 불이익이 가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비록 정치활동은 금지되나(피고 취업규칙 제6조의 1) 정치적 성향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 모든 노동자의 이해관계가 동일할 수는 없으므로 노동자의 개별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복수노조제도가 사용자에 의해 노동자 분열의 도구로 악용되는 상황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

- 원고는 이 사건 문건을 개인적으로 보관할 목적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문건 내용을 인사권자에게 전달하여 인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원고는 이 사건 문건 내용이 반영된 이 사건 인사이동안을 작성하여 인사권자인 소외 1에게 전송하였고, 비록 그에 따라 실제로 인사가 이루어졌다고 보이지는 않으나 원고가 인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 비위 정도를 무겁게 평가하여야 한다.

- 이 사건 문건 중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라는 제목의 문건은 오로지 회사에 대한 충성도, 현 체재에 대한 입장, 가입노조의 종류만을 기준으로 함께 일하는 동료를 4등급으로 나누었고, ‘요주의인물 성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1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개 등급에 속하는 대상자를 위 기준들에 따라 자세히 분석하였으며, 등급별 요주의인물에 대한 향후 보도국 주요부서 근무의 적정여부(관찰대상, 회유가능, 격리필요, 방출필요)에 관한 판단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 사건 문건 내용이 반영된 이 사건 인사이동안 중 경제부 소속 소외 8, 사회1부 소속 소외 11에 대한 부서 변경사유는 ‘언론노조 강성세력으로 회사정책에 비협조적이므로 해당 데스크수행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고의 행위는 인사제도에 관한 자유로운 의견의 개진도 아니고, 문제가 있는 직원에 대한 내부고발도 아니며, 그저 누가 자신과 같은 정치적 성향과 회사 정책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같은 노조원으로 활동하는지, 누가 자신과 대척점에 있는지를 기준으로 편을 가르고, 내 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불이익을 주어서라도 순응하게 만들거나 퇴출시켜야 함을 피력한 행위이다.

- 이 사건 문건과 같은 소위 블랙리스트는 그 명단에 오른 대상자에 대한 불이익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당시 권력을 잡고 있는 측의 특정한 정파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사상이나 양심을 형성하면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하고, 나아가 오히려 권력에 부합하는 사상이나 양심을 형성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스스로의 의문을 품게 하여 내적 자기검열을 하게 함으로써 언론의 자유의 본질적인 영역을 침해한다.

라. 소결

따라서 이 사건 해고처분은 적법하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해고처분 무효확인청구 및 해고일 다음날인 2018. 5. 19.부터 원고의 복직시까지 월 8,634,708원(2015년도에 지급받은 급여, 상여금, 시간외수당 합계를 평균한 금액)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이종민(재판장) 강순영 이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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