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폴리에틸렌 피복강관 제조업체인 갑 주식회사에 근무하던 을이 피로감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기타 상세불명의 급성 골수모세포성 백혈병’ 진단을 받자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이 질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한 사안에서, 을이 갑 회사 공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벤젠에 노출되어 왔기 때문에 질병이 발생하였거나,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을의 질병 발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폴리에틸렌 피복강관 제조업체인 갑 주식회사에 근무하던 을이 피로감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기타 상세불명의 급성 골수모세포성 백혈병’ 진단을 받자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이 질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을 한 사안이다.
을이 갑 회사 공장에 근무하면서 수행한 내면도장 작업에서 사용된 유기용제에 벤젠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고 외면쇼트 전처리 작업 등을 수행하였던 시기에도 완전히 건조되지 않은 유기용제에 포함되어 있던 벤젠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점, 국제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는 벤젠을 Group 1 인체발암물질(Carcinogenic to humans)로 분류하고 있고 벤젠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발병원인물질이라는 점은 의학적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는 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당시 갑 회사의 사업장에서 을과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벤젠, 포름알데히드에 대한 노출평가에서 벤젠,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을이 위 물질들에 노출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을이 갑 회사 공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벤젠에 노출되어 왔기 때문에 질병이 발생하였거나,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을의 질병 발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을의 요양급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한 사례이다.
참조조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 제37조 제5항 ,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2018. 12. 11. 대통령령 제293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제3항 [별표 3] 제10호 (차)목[현행 제34조 제3항 [별표 3] 제10호 (파)목, (하)목 참조]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치원)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19. 1. 17.
주문
1. 피고가 2016. 9. 21.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80. 11. 10. 출생한 남성이다.
나. 원고는 2009. 5. 18. 폴리에틸렌 피복강관 제조업체인 주식회사 위스코에 입사하여 2011. 12.경까지 가공2반에 근무하면서 내면도장 및 링조인트 작업 등을 수행하였고, 2012. 1.경부터 2014. 3.경까지 중구경반에 근무하면서 외면쇼트 전처리 작업 등을 수행하였다(다만 2013. 5. 7.부터 2013. 8. 31.까지 및 2013. 10. 22.부터 2013. 12. 17.까지는 이 사건과는 무관한 다른 업무상 주1) 재해 로 인하여 요양을 하였다).
다. 원고는 2014년 초경 피로감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2014. 3. 5. 위 병원에서 ‘기타 상세불명의 급성 골수모세포성 백혈병(AML, acute myeloid leukemia)’(이하 ‘이 사건 질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았다.
라. 원고는 2014. 11. 24. 피고에게 이 사건 질병에 대한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16. 9. 21. 이 사건 질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 주2) 청구 를 하였으나, 위 위원회는 2017. 4. 13. 피고의 이 사건 처분 사유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사 청구를 기각하였다.
바. 원고는 2017. 7. 27.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주식회사 위스코에 근무하는 동안 벤젠(Benzene)을 포함한 여러 유해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고,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면서 이 사건 질병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질병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고,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질병에 대한 요양급여를 지급함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요양급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 사실
1) 원고가 주식회사 위스코에서 수행하였던 업무의 내용
가) 2009. 5. 18.부터 2011. 12.경까지 가공2반에 근무하면서 수행한 업무
① 내면도장
중구경 또는 대구경에서 피복이 끝난 파이프가 내면쇼트 작업과 내면연마 작업을 거치고 내면에 방청도료 등을 도장하는 과정으로 긴 원기둥 형태의 분채설비가 파이프 내부에 들어갔다 나오는 방식으로 도장이 이루어졌으며, 원고는 투입구 또는 출구에 배치되어 파이프의 출입을 관리하거나 도료의 배합작업을 보조하였다.
② 후처리 - 링조인트
수도관의 경우 각 파이프의 끝을 서로 연결할 수 있도록 링조인트를 연결한다. 원고는 파이프의 끝 부분에 링조인트를 용접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③ 후처리 - 희생양극관
지중 매설관에 대하여 다양한 부식환경에서 파이프의 손상을 줄이기 위하여 마그네슘 등을 이용한 양극을 강관과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이다. 외부 및 내부도장이 완전히 건조된 후 그라인더를 이용하여 파이프의 끝 부분에 링조인트를 경계로 피복을 일부 벗겨내고 전선을 용접하고 부분 도장한다.
④ 불량처리 및 기타
피복에 찢김, 늘어짐, 오염 등 불량 발생 시 버너를 이용하여 불태우고, 표면을 긁어 피복을 제거하는 불량처리 작업을 수행하였으며, 원고는 타 부서의 결원이 발생하였을 때 지원을 나갔다고 한다.
나) 2012. 1.경부터 2014. 3.경까지 중구경반에 근무하면서 수행한 업무
① 전처리 - 외면쇼트
강관이 입고되면 피복을 위한 전처리 과정으로 외면쇼트를 거치게 되며, 원고는 쇼트기에 들어가는 강관의 출입을 관리하고, 각 파이프가 연속으로 피복 과정을 거치도록 파이프를 연결해 주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② 센터
피복이 이루어지는 공정으로 파이프를 예열한 뒤 피복되기 전, 후 파이프의 분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진흙을 파이프 끝에 발라 피복되지 않도록 하고, 피복이 끝나면 파이프 연결 부위의 피복을 칼로 잘라준다.
③ 후처리
피복 후 냉각 과정을 거친 파이프에서, 센터 공정에서 진흙을 발라서 피복되지 않은 부위를 그라인더로 벗겨내고 적재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④ 유지보수 및 기타
외면쇼트기의 유지보수 작업을 주 1회 실시하며, 바닥에 떨어진 쇼트볼을 삽으로 떠서 보충하고, 먼지 제거 등 내부 청소를 수행하였다.
2)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 소외 1 작성의 업무 관련성 평가서 (2014. 6. 18. 작성, 갑 제2호증)
○ 작업 중의 화학물질 노출 |
1) 2009년~2011년 순환근무 |
순환근무 시에 스프레이 도장 작업을 직접 수행함으로써 유기용제에 노출되었다. 2014년 상반기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참고할 때 도장반에서 사용하는 물질은 도료, 경화제, 희석제로 구분할 수 있으며, 측정대상 물질로 크실렌, MEK, MIBK 등이 포함되어 있다. 2013년 하반기와 2014년 상반기의 작업환경측정결과에서 도장반의 경우 MIBK 8.7ppm, 크실렌 41.7ppm 등 노출 기준을 초과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높은 수준의 양이 검출된 바 있다. |
2) 2012년~현재 압출 공정 |
압출 공정에서 노출되는 화학물질은 주로 코팅제로 사용되는 폴리에틸렌과 수지류이다. 압출 공정에서 근로자의 위치는 타 동에서 도장이 끝난 제품을 적재한 곳과 인접하여(약 15m) 건조가 완료되지 않은 제품으로부터 도료/희석제에 포함된 유기용제의 노출 가능성이 있다. |
○ 환경 및 보호구 |
도장 수행 시 방독마스크를 착용하였고, 압출 공정으로 배치 전환 이후 방진마스크만 착용함. |
○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직업적 위험 요인 |
직업적인 노출과 연관되어 있는 백혈병의 2가지 주요 형태로 첫 번째는 급성 비림프구성 백혈병(Acute nonlymphocytic leukemia; ANLL)으로 골수이형성증과 전백혈병(preleukemia)을 포함하며, 다른 하나는 만성 골수구성 백혈병(Chronic myelogenous leukemia)이다. ANLL은 새롭게 발생한 경우(de nove)와 2차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로 구분된다. 2차적인 발생은 알려진 화학적 노출이 있거나, 골수이형성증(myelodysplasia)이나 만성 백혈병(Chronic leukemia)에 의한 경우이다. 백혈병의 직업적 요인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전리방사선, 벤젠, 산화에틸렌, organic hydrocarbon, 항암제, 1, 3 butadiene이 있고, 최근에는 formaldehyde와의 관련성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벤젠과 전리방사선을 인체에 확실한 발암요인(Group 1)으로 정하고 있고, 최근 1, 3 부타디엔, 포름알데히드가 인체에 발암증거가 충분한(sufficient evidence) 물질이라고 발표하였다(IARC monograph vol 100). |
○ 근로자의 발암물질 노출 가능성 |
근로자는 입사 초기 3년간 순환근무 중 도장 작업을 수행하였으며, 최근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상 크실렌, MIBK 등 탄화수소류의 노출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직접적인 벤젠 노출에 대하여 측정된 바는 없으나, 크실렌과 벤젠은 같은 방향족 탄화수소로 과거 국내의 희석제가 톨루엔과 크실렌을 주요 성분으로 제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벤젠이 불순물로 포함된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노출 방식은 스프레이 도장 중 공기 흡입, 용제가 옷과 피부에 묻는 등 피부 노출을 들 수 있다. |
2012년 이후에는 압출 공정에 배치되어 작업하면서 주로 폴리에틸렌과 수지류에 노출되었고, 폴리에틸렌과 백혈병의 연관성에 대하여 알려진 바는 없으나 폴리에틸렌 역시 원유 정제 과정으로부터 제조되는 물질로 코팅 중 고열이 가해질 경우 탄화수소류의 가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작업 장소는 도장이 막 완료된 제품을 적재한 곳에 인접하고 있어 직접 도장 작업자의 노출 수준보다는 낮을 것으로 추정되나, 완전히 건조되지 않은 도료와 희석제로부터 유기용제 노출 가능성이 있다. 또한 직접적인 도장 작업자가 아니므로 방독마스크가 아닌 방진마스크만 착용하여 유기용제 노출을 보호하기 어려웠다. |
작업 기간이 2009년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발암물질로 규정된 벤젠이 사용물질에 다량 함유되었을 가능성은 낮지만, 측정 결과에서도 크실렌과 같은 방향족 화합물이 상당량 검출되는 만큼, 불순물의 형태로 포함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열이 가해진 폴리에틸렌으로부터의 탄화수소류(벤젠, 포름알데히드가 포함됨) 노출 수준도 정확히 평가된 바 없어, 이에 대한 노출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
또한 고형암과 달리 혈액암의 경우 장기간의 잠재기를 요하지 않으므로, 근무기간(약 5년)이 길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직업성 암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 질병과 업무 연관성에 대한 결론 |
1) 골수검사를 통하여 급성 전골수구성 백혈병으로 진단되었음을 확인하였고, |
2) 2009년~2012년의 약 3년간 도장 작업이 포함된 업무를 하면서 다수의 유기용제에 노출되었으며, 이후 2년간 압출 공정에서 근무하면서 도장 공정을 거쳐 온 제품이 적재된 장소 인근에서 작업하였고, |
3) 작업 형태와 사용물질을 고려한 결과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백혈병 관련 발암물질에의 노출 가능성이 있고, |
4) 암 발생까지의 충분한 잠재기를 만족하므로, |
환자의 상병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함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
3)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2016. 5. 19.자, 갑 제7호증)
가) 위 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 원고가 근무하였던 주식회사 위스코의 사업장 및 전체 공정의 개요는 아래와 같았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 사업장 개요 |
- ㈜위스코는 1974년 설립되어 폴리에틸렌 피복강관 생산을 시작하였으며, 근로자가 근무한 시화공장은 1992년 준공되어 2014. 11. 현재의 서산공장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가동되었다. 주로 원재료인 강관에 폴리에틸렌 등으로 표면 처리된 가스관과 상하수도관을 생산하고 있으며, 중구경과 대구경의 2개 라인을 운영해 오고 있다. 근로자가 근무한 시화공장의 평면도는 아래 그림과 같다. |
- 하나의 건물에 구획을 A~D동의 4개 동으로 구분하여 생산하였고, 각 동 간 격벽 등으로 분리된 공간은 아니었으며,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였다. 조사 당시 이미 사업장이 이전을 완료한 시점으로 시화공장에 대한 작업환경평가는 불가하여 서산공장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환경을 평가하였다. |
- 서산공장은 시화공장과 유사한 공정배치 및 구조를 보이고 있으나, 조사 당시 서산공장은 가스관 생산을 위한 허가를 받지 못해 가스관 생산라인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며, 파이프의 적재장소가 대부분 건물 밖에 위치해 있었다. |
○ 전체 공정 개요 |
- 피복강관은 원재료인 강관이 입고되면 외면쇼트 작업을 수행하고 강관을 예열한 뒤, 2겹의 폴리에틸렌(또는 에폭시-폴리에틸렌)을 피복한다. 피복이 완료되면 곧바로 순수를 분무하여 강관의 온도를 낮추는 냉각 작업이 이루어지고, 관 끝의 피복을 그라인더로 벗겨내는 후처리 작업 후 적재한다. 외부 피복이 끝난 뒤 적재되어 있던 파이프는 내면쇼트 작업 후 와이어 브러쉬로 내면 연마 작업을 수행하고, 내면도장 후 검사과정을 거쳐 적당한 시간 적재되어 있다가 출하된다. |
- 생산라인은 대부분 자동화되어 있으나, 기본적인 각 설비/장비의 운용, 후처리 작업, 검사, 적재 작업, 내면도장 조색작업 등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근로자가 근무한 공정은 외면쇼트와 내부도장 공정이며, 설비/장비 운용을 주로 수행하였고, 상황에 따라 링조인트, 희생양극관 등을 포함한 다양한 후처리 작업도 수행하였다. |
- 전체 공정의 흐름도는 아래와 같다. |
나) 또한 위 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 주식회사 위스코에서 공정별로 취급하였던 화학물질(2013년 기준)은 아래와 같았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 한편 위 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 주식회사 위스코의 사업장은 4개 동(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격벽으로 분리되지 않아 동일한 공간으로 볼 수 있는 상태였고, 쇼트 설비에 집진기는 있었으나 그 밖에 특별한 환기설비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방진마스크, 귀마개, 면장갑이 지급되었으나, 방독마스크는 도장, 피복 관련 업무를 하는 근로자에게만 지급되었고, 그조차 착용이 미흡하였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라) 위 연구원은 역학조사 당시 원고와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이 사건 질병의 원인으로 의심될 수 있는 유해인자에 관한 노출평가를 실시하였는데, 벤젠, 포름알데히드는 검출되지 않았다. 다만 위 연구원은 역학조사 결과에 ‘노출평가 결과 벤젠,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지는 않았으나, 측정 시점이 공장을 시흥시에서 서산시로 이전한 뒤 약 6개월 정도 지났을 때이므로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기존 품목 중 일부는 허가를 받지 못하여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으므로, 과소 평가되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부기하였고, 원고가 내면도장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 벤젠이 함유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희석제, 경화제, 코팅제 등을 직접 취급하였거나 이에 간접적으로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하에 문헌자료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과거 벤젠 누적 노출량을 산출하였다.
○ 구체적인 함유량이 확인되는 시너(희석제)에 대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2013년 보고서(벤젠의 과거 노출 추정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서 2003년 이후에 사용된 시너류의 최대값은 1.66%로 확인된다. 과거의 노출 및 함유량을 확인할 수 없으며, 최악의 상황(the worst case)에 대한 평가를 위해 함유량 1.66%를 사용하여 추정하였다. |
○ 내면도장 작업이 수행되는 공간은 약 14,400㎡(40m × 30m × 12m)였고, 월 평균 약 22일, 일 평균 약 10시간(연장근무 포함) 근무하였으며, 근로자 진술에 따르면 전체 작업시간에 대해 약 60%는 내면도장 작업을 수행하고, 40%는 타 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노출시간은 일 평균 6시간으로 사용하였다. 작업장에 출입문 및 창문을 제외한 환기설비는 없었으므로, 일반적인 작업장의 환기율로 1ACH(Air Change Rate per Hour)를 적용하였으며, 불완전 혼합을 보정하기 위한 안전계수(K)를 1.5로 가정하였다. 시너의 사용량은 월별 물량에 따른 차이가 있으나, 월 평균(근로자 증언 및 사업장 자료 확인) 약 1,000L를 사용하였고, 2~3개 종류가 사용되었으나, 노출량 추정을 위해 동일한 함유량을 적용하였으며, 위에서 언급한 가정은 아래와 같다. |
1. 작업장에서 사용한 시너의 벤젠 함유량은 1.66%였다. |
2. 시너에 함유된 벤젠은 모두 휘발되어 작업장 전체에 희석되었으며, 환기량은 1ACH를 적용한다. |
3. 근무기간 동안 벤젠의 함유량에 변동이 없으며, 시너의 월별 사용량은 1,000L로 일정하였다. |
4. 작업장의 공기 중 벤젠의 농도는 평형상태를 유지하였다. |
○ 위의 내용으로 벤젠에 대한 누적 노출량을 추정하면 약 8.75ppm·yr이다. |
(계산식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
○ 현재 노출평가 결과 해당 상병과 관련된 벤젠과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지 않았으나, 강관 피복 및 도장에 사용된 유기용제(특히 시너류)에 벤젠이 소량 포함되었을 가능성은 있다. 문헌자료를 통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벤젠의 누적 노출량을 추정하면 8.75ppm·yr 수준이었으나, 벤젠 함유량이 근로자가 근무하던 2014년에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점, 내면도장 작업이 자동화되어 있는 점 등 노출되었다면 추정값보다 낮을 것으로 사료된다. |
마) 위 연구원은 위와 같은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하여 원고의 이 사건 질병과 업무와의 관련성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의견을 밝혔다.
○ 근로자는 35세가 되던 2014년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
○ 근로자는 2009. 5.경 ㈜위스코에 입사하여 4년 10개월간 내면도장 작업, 외부쇼트 작업(강관 피복작업 포함)을 수행하였다. |
○ 근로자의 질병과 관련된 작업환경 요인으로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고무제조산업, 흡연 등이 충분한 증거로 알려져 있다. |
○ 근로자가 2년 6개월의 내면도장 작업을 수행하면서 강관 피복 및 도장에 사용된 유기용제에 벤젠이 포함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누적 노출량은 10ppm·yr를 넘지 않는다. |
○ 따라서 근로자의 상병은 업무 관련성이 낮다고 판단한다. |
4) 한양대학교 서울병원 직업환경의학과(산업의학과) 감정의 소외 2(이하 ‘법원 감정의’라 한다)의 진료기록 감정서(이 법원의 한양대학교 서울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가) 법원 감정의는 이 사건 질병과 벤젠 사이의 상관관계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의학적 지식을 소개하고 있다.
○ 벤젠의 직업적 노출은 1979년부터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에서 백혈병의 원인이 된다는 충분한 근거를 인정하여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였다. 이후 2009년에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원인으로 재확정하였고, 다른 백혈병에 대해서도 양의 연관성(positive association)을 인정하였다. 현재 2017. 10.경에 열린 국제암연구소의 회의 결과에 따라 벤젠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 사이의 노출-반응 관계를 정립할 예정이다. 한편 벤젠의 체내 대사물질인 벤조퀴논 등의 조혈독성(조혈독성, hematotoxicity, 조혈계를 파괴하는 특성)을 나타낸다는 기전이 비교적 명확하게 밝혀져 있는 것도 벤젠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원인임을 뒷받침한다. 1995년과 2000년의 유병율을 기반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인구기여분율(PAF: population attributable fraction)을 계산하여 전체 백혈병 환자의 3.6~4.8%가 벤젠 노출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
○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의 벤젠에 노출되었다는 타당한 근거가 있으면, 노출을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역학적 근거를 받아들여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5항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 제5호에서는 벤젠에 대하여 10ppm·yr(노출량과 노출기간을 곱한 누적 노출량)에 해당하는 노출이 있었다고 볼 수 있으면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 |
○ 한편 최근의 연구 결과에서는 0.5~1ppm·yr에 해당하는 낮은 노출 수준에서도 조혈계 암의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어 그 낮은 노출 수준의 기여를 인정하는 경향이다. |
나) 또한 법원 감정의는 벤젠 등 원고가 작업 중 노출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물질들과 이 사건 질병 발생 사이의 연관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히고 있다(다만 법원 감정의는 과로와 이 사건 질병 발생 사이의 연관성에 대하여는 그 근거가 없고,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도 희박하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 사업장 환기 환경 등 |
- 사업장이 분리되어 있고, 밀폐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공기 확산이 쉽게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집진기 이외에 환기 설비가 없었다는 점, 벤젠은 휘발성이 강한 물질이며, 호흡과 피부로 흡수될 수 있다는 점 등은 직접적 노출 위험을 높일 수 있다. |
○ 작업 공정별 유해요인 분포 실태 |
-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실시한 역학조사에서는 작업환경 측정과 유기용제에 대한 성분 분석에서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 업무 관련성을 유추할 수 있는 결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러한 결과만을 놓고 보았을 때에는 업무 관련성이 낮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사업장이 이전되어서 직접적인 역학조사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한계가 있어 간접적인 평가만 가능하였을 것이다. |
○ 사업장에서 사용된 화학물질 중 발암물질 목록 |
- 2-부타논 옥심, 산화규소, 톨루엔 등 목록에 포함된 발암물질 중에서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은 없다. 모든 물질의 노출량이 기준치 미만인 상황에서 조혈계에 악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낮다고 생각한다. 각종 유기용제에 포함되었을 수 있는 벤젠의 노출 가능성이 업무 관련성을 평가하는 데 핵심적이다. |
○ 벤젠 과거 노출 추정치 |
-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13년에 시행한 벤젠의 과거 노출 추정에 대한 연구를 근거로 과거 노출을 추정하였다. 역학조사 보고서에서는 이 계산 방법으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피감정인의 벤젠 노출이 법령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다고 추정하였다. 계산 방법에는 특별한 문제나 무리한 가정은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
- 하지만 최악의 상황이라는 과대 추정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더라도, 시너(thinner)를 비롯한 유기용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였을 경우에 적은 양이지만 벤젠이 공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환기시설이 없고 적절한 보호구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유기용제를 다루는 사업장에서는 비록 적은 양일지라도 일정 수준의 벤젠에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의 업무 관련성 평가서 |
- 직업환경의학과의 업무 관련성 평가서로서, 다수의 유기용제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피감정인의 업무에 대하여, 벤젠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였다. 노출 수준에 대한 정확한 역학조사가 주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로서 내릴 수 있는 타당한 의학적 판단이다. |
다) 결론적으로 법원 감정의는 원고의 진료기록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종합 의견을 밝히고 있다.
○ 비록 피감정인이 종사한 사업체가 첨단산업이 아니라 폴리에틸렌 피복강관 제조업체이지만, 의학적으로 원인을 설명하기 어려운 희귀 질환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병하였고, 이미 근무하던 사업장이 이전하여 작업환경에 대한 역학조사를 직접 수행할 수 없어 간접적인 방법으로 추정해야 하는 한계가 있으며, 최근 연구 결과에서 위험 인자로서의 벤젠의 노출 수준이 점차 낮아지는 경향이 보인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반도체, 디스플레이 종사자의 사례와 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
○ 따라서 피감정인의 업무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산재 인정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역학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경향을 반영하여 업무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
5) 원고의 평소 건강 상태 및 가족력
○ 원고의 2004년 이후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을 보면, 이 사건 질병 진단을 받기 전까지 특이 병력은 나타나지 않는다.
○ 원고의 2009년부터 2013년까지의 건강검진 결과 내역을 보면, 고지혈증 내지 이상지질혈증, 간질환 의심 소견 외에 다른 특이 소견은 나타나지 않는다(2012년 건강검진에서는 정상 소견을 받기도 하였다).
○ 원고의 가족 중에 이 사건 질병을 앓았던 사람은 없다.
○ 원고는 약 20년간 하루에 15~20개비 정도의 흡연을 하였고, 1주일에 소주 1~2병 정도를 마시는 수준의 음주를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5, 7호증, 을 제1, 4, 6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주식회사 위스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이 법원의 한양대학교 서울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근로자 측에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 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첨단산업분야에서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해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규범적 이유가 있는 점,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이른바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 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 특히, 희귀질환의 평균 유병률이나 연령별 평균 유병률에 비해 특정 산업 종사자 군(군)이나 특정 사업장에서 그 질환의 발병률 또는 일정 연령대의 발병률이 높거나, 사업주의 협조 거부 또는 관련 행정청의 조사 거부나 지연 등으로 그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단계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 나아가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6두1066 판결 참조).
2) 판단
살피건대, 앞서 본 인정 사실과 을 제6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식회사 위스코 시화공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벤젠에 노출되어 왔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질병이 발생하였거나, 자연경과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질병 발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법원 감정의는 벤젠 이외에 주식회사 위스코의 사업장에서 사용되었던 다른 여러 화학물질들은 이 사건 질병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이 없고, 과로와 이 사건 질병 발생 사이에도 연관성이 없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히고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벤젠 노출과 이 사건 질병 사이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가) 원고는 2009. 5. 18. 입사한 뒤 2011. 12.경까지 내면도장 및 링조인트 작업 등을 수행하였는데, 내면도장 작업에는 시너(thinner) 등의 유기용제가 사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 소외 1 작성의 업무 관련성 평가서에 의하면, 과거 국내에서 사용된 희석제는 톨루엔(Toluene)과 크실렌(자일렌, Xylene)을 주요 성분으로 하여 제조되었으나, 벤젠이 불순물로 포함된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고 하므로, 원고가 사용한 유기용제에도 벤젠이 포함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원고는 2012. 1.경부터 2014. 3.경까지는 외면쇼트 전처리 작업 등을 수행하였으나, 원고가 작업을 하였던 장소가 도장 작업이 완료된 제품을 적재하여 둔 장소와 인접해 있었기 때문에 위 시기에도 완전히 건조되지 않은 유기용제에 포함되어 있던 벤젠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위 의사 소외 1은 업무 관련성 평가서에서 폴리에틸렌은 원유 정제 과정으로부터 제조되는 물질로 고열이 가해질 경우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이 포함된 탄화수소류의 가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나) 국제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는 벤젠을 Group 1 인체발암물질(Carcinogenic to humans)로 분류하고 주3) 있다. 또한 벤젠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발병원인물질이라는 점은 의학적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
다) 주식회사 위스코의 2009년 상반기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이 사건 질병과 관련이 있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노출량이 측정되어 있지 않다(벤젠, 포름알데히드 등에 대한 노출량의 측정이 실시되었으나 검출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측정 자체가 실시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역학조사를 실시하면서 당시 주식회사 위스코의 사업장에서 원고와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벤젠, 포름알데히드에 대한 노출평가를 실시하였는데, 전체 시료에서 벤젠,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위 연구원도 역학조사 결과에서 밝히고 있듯이 위 노출평가는 주식회사 위스코의 사업장이 원고가 근무하던 시화공장에서 서산공장으로 이전한 지 약 6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 서산공장을 대상으로 실시되었고, 서산공장의 근무환경, 공정의 내용 등이 원고가 근무하던 시화공장에서의 근무환경, 공정의 내용 등과 동일하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위 역학조사 결과에 의하면, 역학조사 당시 서산공장은 가스관 생산 허가를 받지 못해 가스관 생산라인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파이프 적재장소가 대부분 건물 밖에 위치하고 있는 등 시화공장과 모든 조건이 동일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위 노출평가에서 벤젠,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원고가 위 물질들에 노출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원고가 사용한 시너 등의 유기용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특정하지 못한 채 2003년 이후 사용된 시너의 벤젠 함유량 최대값이 1.66%로 확인된다는 전제하에, 원고의 과거 벤젠 누적 노출량을 산출하였다. 또한 위 연구원은 원고가 내면도장 작업을 수행하였던 2009. 5. 18.부터 2011. 12.경까지의 약 2년 6개월의 기간만을 벤젠에 노출되었던 기간으로 전제하였고, 원고의 작업시간에 대한 정확한 확인 없이 ‘일 평균 약 10시간을 근무하였으나, 전체 작업시간의 약 60%는 내면도장 작업을 수행하고, 약 40%는 다른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원고 진술을 토대로 일 평균 벤젠 노출시간을 6시간으로 전제하였으나, 앞서 가)항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2012. 1.경 이후의 기간에도 벤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내면도장 작업을 하는 동안에만 벤젠에 노출되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전제하에 산출된 원고의 과거 벤젠 누적 노출량을 정확한 것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아니라 하더라도 위와 같은 가정하에 산출된 원고의 과거 벤젠 누적 노출량은 8.75ppm·yr인데, 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5항 ,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2018. 12. 11. 대통령령 제293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조 제3항 , [별표 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 제10호 (차)목에서 정하고 있는 벤젠 누적 노출량(노출기간이 10년 미만인 경우)의 기준치인 주4) 10ppm·yr 에 비교적 근접한 수치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위 [별표 3] 제13호에서는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에서 규정된 발병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거나,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에서 규정된 질병이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질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별표 3] 제10호 (차)목에서 정하고 있는 벤젠 누적 노출량이 이 사건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기 위한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고 볼 수도 주5) 없다 (법원 감정의는 진료기록감정서에서 ‘0.5~1ppm·yr에 해당하는 낮은 노출 수준에서도 조혈계 암의 위험을 높인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마)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 주식회사 위스코의 사업장에는 쇼트 설비에 집진기가 있었을 뿐 그 밖에 특별한 환기설비가 없었고, 방진마스크, 귀마개, 면장갑이 지급되었으나, 방독마스크는 도장, 피복 관련 업무를 하는 근로자에게만 지급되었으며 그조차 착용이 미흡하였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원고는 이와 같이 환기시설 및 보호장구가 제대로 갖추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면도장 작업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작업 과정에서도 벤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바) 원고는 만 33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 사건 질병이 발생하였다. 원고에게는 이 사건 질병과 관련된 병력, 가족력이 없었고, 2013년까지의 건강검진에서는 별다른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 원고 개인에게 이 사건 질병 발생에 관한 특별한 위험인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사) 원고에 대한 업무 관련성 평가서를 작성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 소외 1과 법원 감정의는 모두 원고가 주식회사 위스코 시화공장에 근무하면서 하였던 작업 과정에서 벤젠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그와 같은 노출과 이 사건 질병의 발생 사이에 연관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히고 있다.
3) 소결론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의 요양급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관련 법령: 생략]
주1) 원고는 2013. 5. 7. 14:00경 관단기 상부 롤러와 파이프 사이에 왼쪽 약지 손가락이 말려 들어가는 업무상 재해를 입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2) 이 사건의 경우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쳤기 때문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06조 제1항 단서에 따라 같은 법 제103조의 심사 청구를 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재심사 청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주3) 한편 톨루엔(Toluene)과 크실렌(자일렌, Xylene)은 국제암연구소가 분류한 Group 3 인체발암성미분류물질(Not classifiable as to its carcinogenicity to humans)에 해당한다.
주4) 이는 이 사건 처분 당시 시행되고 있던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2018. 12. 11. 대통령령 제2935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별표 3]에 의한 기준치이다. 위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 3] 제10호 (차)목에서는 직업성 암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으로 “1피피엠 이상 농도의 벤젠에 10년 이상 노출되어 발생한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 다만 노출기간이 10년 미만이더라도 누적 노출량이 10피피엠·년 이상이거나 과거에 노출되었던 기록이 불분명하여 현재의 노출농도를 기준으로 10년 이상 누적 노출량이 1피피엠·년 이상이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개정된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 3] 제10호 (파)목은 “0.5피피엠 이상 농도의 벤젠에 노출된 후 6개월 이상 경과하여 발생한 급성·만성 골수성 백혈병, 급성·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이라고, (하)목은 “0.5피피엠 이상 농도의 벤젠에 노출된 후 10년 이상 경과하여 발생한 다발성골수종, 비호지킨림프종. 다만 노출기간이 10년 미만이라도 누적 노출량이 10피피엠·연 이상이거나 과거에 노출되었던 기록이 불분명하여 현재의 노출농도를 기준으로 10년 이상 누적 노출량이 0.5피피엠·연 이상이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부칙(제29354호, 2018. 12. 11.) 제2조(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에 관한 적용례)는 “[별표 3] 제5호·제7호 및 제10호의 개정규정은 이 영 시행 당시 보험급여를 신청한 사람에게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 3]의 개정으로 인하여, 현재는 이 사건 질병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기 위한 기준이 보다 완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주5) 대법원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및 [별표 3]이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 (가)목이 규정하고 있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이고, 그 기준에서 정한 것 외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모두 업무상 질병에서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별표 3]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을 충족한 경우뿐 아니라, 그 기준을 충족하지 아니한 경우라도 업무 수행 중 노출된 벤젠으로 인하여 백혈병, 골수형성 이상 증후군 등 조혈기관 계통의 질환이 발생하였거나 적어도 발생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다.”라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기도 하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두24214 판결 참조).